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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101화 (101/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101화

“각하께서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대통령을 만난 곳은 강남의 한 한정식집이었다.

나 외에도 누군가와 약속이 있었던 듯 이미 상은 한차례 비워져 있었던 상태.

즉시 음식을 다시 주문한 그는 넌지시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그 각하라는 호칭은 이제 좀 바꾸면 어떨까요?”

“아…….”

부르기 편하다는 생각에 내내 고집했던 호칭을 이젠 버릴 때가 됐나 싶었다.

하긴, 대통령님이라는 호칭이 보편화 된 것도 이미 오래전 일이기는 하지.

어색한 미소로 응수하자 그가 내 앞에 있던 잔에 가득 술을 따른다.

“업무시간이 지났으니 술 한잔쯤 상관없겠죠?”

“물론입니다.”

단숨에 술잔을 비우고 그를 빤히 쳐다봤다.

이렇듯 국제적으로 혼란한 시기에 정말로 밥이나 한 끼 하자는 의도는 아닐 터.

뭔가 이유가 있는 자리임은 분명한데, 영 짐작이 가지 않는다.

“요즘 많이 바쁘죠?”

“솔직히 몸이 열 개라도 남아나지 않을 지경입니다.”

받은 술잔을 들이키며 대꾸했다.

“듣자 하니 개발 중인 자체 전투기도 어느새 시제기의 동체 조립을 앞두고 있다고 하던데, 한번 방문을 해도 되겠습니까?”

“그야 물론입니다. 한데 그게 궁금하셔서…….”

“아! 딱히 그것 때문은 아니고, 실은 진 회장의 의견을 구할 것이 좀 있어서 만나자고 했습니다.”

“말씀하시죠.”

짧은 대답과 함께 다시 그와 눈을 마주쳤다.

특유의 사람 좋은 미소로 일관하던 그는 내 잔에 술을 한잔 더 채우곤 불쑥 뜬금없는 질문을 내뱉었다.

“진 회장께선 지금 이 나라 군 전력에 가장 필요한 것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

워낙 예상치 못했던 질문이었던 터라 말문이 막혔다.

솔직히 이 나라 군 전력에서 부족한 것이 어디 한두 가지였어야지.

머뭇거리는 순간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합참의장의 말에 따르면 독자적인 지상 정보수집능력과 항공작전지휘 능력의 확보를 우선시하던데, 진 회장도 그 말에 동의합니까?”

“그 말씀은 조기경보통제기와 지상 작전 관제기의 확보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아마 그걸 의미하지 싶었다.

피스아이와 조인트 스타즈 같은, 항공 통제기와 지상 작전 관제기의 도입.

우스운 것은 얼마 전 나 역시 그것들의 부재를 안타까워했었다는 점인데, 사실 필요성은 진즉부터 대두되어왔었던 것이기에 새삼스럽다고는 할 수는 없었다.

아니, 오히려 늦은 편이라고 할 수 있지.

특히나 조기경보기 도입 문제는 그 빌어먹을 IMF로 인해서 도입이 늦어졌던 거니까.

“역시 진 회장도 같은 생각인 모양이군요.”

“그것들을 보유할 수만 있다면 군의 전력은 지금과 완전히 달라지니까요.”

“…….”

그는 단호하게 말하는 나를 묵묵히 쳐다봤다.

왠지 내 입을 통해서 확신을 얻고 싶어 하는 느낌.

잔을 비운 채 다시 입을 열었다.

“공중 조기경보기는 단순히 적의 항공 전력을 감시하는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만약 그걸 보유하게 되면 하늘에서도 지상과 같은 작전지휘 통제소가 하나 더 생기는 셈이라서 비상시에도 지속적인 항공작전이 가능하죠.”

“흠…….”

“그리고 지상 작전 관제기의 경우는 적의 지상 전력들을 손바닥 보듯 할 수 있는 물건입니다. 여기서 한마디 더 보태자면 우리 같은 상황에 처한 나라라면 반드시 필요한 전력이라고 할 수 있죠.”

“우리나라 같은 상황?”

그는 그 대목에서 고개를 갸웃했다.

마침 눈에 뜨인 것은 젓가락.

그걸로 미사일을 표현하듯 궤적을 그려 보이자 그제야 아! 하는 반응이 나온다.

“북의 핵 말이군요.”

“그렇습니다. 만약 그걸 신호통제기와 연동하여 운용하게 되면 북의 핵 발사징후를 보다 정확하게 탐지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

대통령은 얼핏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정확한 설명을 위해 이번엔 수저 를 동원했다.

“이 젓가락을 신호 정찰기라고 가정하죠. 그리고 이 수저를 조인트 스타즈. 즉, 지상 작전 관제기로 가정하겠습니다.”

“그러기엔 너무 작지 않습니까?”

대통령은 뜬금없는 농담을 던졌다.

미처 웃음을 내뱉을 타이밍을 놓쳐버린 터라 입매를 뒤틀어 보이자 그가 괜한 소리였다는 듯 다시 설명을 재촉한다.

“계속해보세요.”

“네, 아무튼 이 신호 정찰기의 역할은 북에서 발생하는 각종 통신신호를 감청하는 겁니다. 그 중엔 미사일의 발사 지령은 물론, 전송 신호. 그리고 텔레메트리 신호도 포함되죠. 그 상황에서 지상 작전 관제기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 이것이 탐지한 각종 지상 정보와 통합. 단순히 신호정보로 만으로는 놓칠 수 있는 구체적인 징후들을 탐지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흠, 그 말을 듣고 나니 이제야 핵 발사징후를 어떻게 알아낸다는 건지 이해가 가는군요. 그나저나 상황이 그러면 우리로서는 감시 통제기들의 보유가 필수임은 확실한데, 이거 미국의 태도가 문제네요.”

“…….”

난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그를 쳐다봤다.

옅은 미소를 지어 보인 그는 자신의 잔을 다시 채우며 말한다.

“공중 조기경보기 같은 경우는 몰라도 지상 작전 관제기는 워낙 중요한 정찰자산이라서 판매를 하지 않겠다고 하더군요.”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정작 미국도 그걸 보유 한지 이제 10년이 조금 넘은 상황.

더군다나 전략자산 중에서도 핵심 중에 속하는 그걸 무턱대고 내어줄 리가 없지 않은가.

“안 팔면 우리가 만들면 되죠.”

하지만 문제 될 것은 없다.

지금 우리에겐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개발하는 것이 가능하니까.

레이더는 물론 각종 센서까지.

하다못해 각종 장비를 탑재할 대형 항공기 제작기술도.

“우리가 그걸 개발할 능력이 되는 겁니까?”

“못 할 것도 없죠. 어차피 경보시스템의 핵심은 레이더와 각종 감시 센서들인데, 이미 그 부분은 우리의 기술이 미국과 대등하거나 오히려 높습니다.”

“…….”

대통령의 표정은 꽤 볼만했다.

마치 전임 대통령이 처음 자체 전투기 개발 문제로 나와 토론을 했을 때와도 같은 상황 같달까.

이럴 땐 역시 확신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공중 조기경보기를 예로 들겠습니다. 아실지 모르지만, 피스아이의 경우 MESA라는, L 밴드 능동위상 배열 레이더를 장착합니다. 전문가들의 증언에 따르면 하방 감시능력과 고해상도로 따라올 것이 없는 물건이죠.”

“그런데요?”

“그런데 우린 이미 소자의 소재는 물론 집적도의 향상으로 탐지거리는 물론 신호처리의 정밀성에서 MESA를 아득히 능가하는 기술을 보유 중입니다.”

“…….”

대통령은 침을 꿀꺽 삼켰다.

쉽게 믿기 어려운 거지.

상관하지 않은 채 말을 이었다.

“그럼 남은 문제는 그걸 탑재할 대형 항공기인데, 그것 역시 모터시치라는 열쇠를 손에 쥐고 있죠.”

“아! 그러고 보니 재우가 그 회사를 인수했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군요.”

대통령은 화색을 밝히며 끼어들었다.

하지만 곧 미간이 일그러지는 것으로 봐선 그도 모터시치사의 엔진에 대한 신뢰성 문제를 떠올린 듯한 낌새다.

“대통령님께서도 모터시치의 엔진 내구성에 대한 신뢰를 제기하시고 싶으신 모양인데, 사실 그 부분에 대해선 큰 문제는 없습니다.”

“…….”

“우리에겐 이미 자체 전투기 개발을 통해 확보된 소재기술들이 있으니까요. 특히나 이번에 저희가 개발한 카본 증착기술을 적용하여 터빈 블레이드를 만들 경우엔 경량화는 물론 엔진의 부품 수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가 있습니다.”

“그럼 차라리 그 복합재로 전투기의 터빈도 만들면 되는 것 아니었습니까?”

묵묵히 듣고 있던 대통령은 꽤 핵심적인 질문을 던졌다.

막상 내가 다 깜짝 놀랄 정도.

아무래도 날 만나기 전에 주변 전문가를 불러 많은 부분을 듣고 온 모양이다.

“안타깝지만 당장은 힘듭니다. 전투기는 대형 항공기와는 달리 음속 이상의 속도를 자주 넘나들어야 하는데, 지금의 증착기술이 그걸 버텨줄 만큼은 아니거든요. 하지만 지속적인 연구가 이루어지면 언젠가는 가능할 수도 있겠죠.”

그 말에 대통령이 아쉬운 표정을 드러냈다.

그러다 어느덧 대화의 길이 옆으로 샜다는 것을 깨달은 듯 그는 다시 화두를 원점으로 돌렸다.

“공중 조기경보기는 그렇다 치고, 지상 전술 통제기의 경우는 레이더 자체가 다른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에 관련된 기술도 있다는 말입니까?”

“SAR. 즉, 합성개구레이더를 말씀하시는 거라면 그 부분도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습니다. 이미 재우에겐 제반 기술들이 죄다 존재하니까요. 아니, 되돌아온 펄스파를 영상신호로 구현하는 능력에선 그것 역시 미국을 앞선다고 자부합니다.”

“저기, 미안한데……혹시 회사에서 외계인이라도 고문합니까?”

대통령은 한껏 붉어진 얼굴로 농담을 걸어왔다.

그게 술의 영향인지. 아니면 흥분에 젖은 것인지 몰라도.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탁 하고 술잔을 내려놓은 그가 긍정의 대답을 뱉어냈다.

“조만간 육해공 전군 지휘관 회의를 열어야 할 것 같군요.”

사실 회의는 별 의미가 없을 거다.

막말로 그것들은 군에서 가장 소원하는 것들이었던 마당에야.

게다가 지금의 경제 사정으로 보면 예산도 큰 문제는 없을 텐데, 군이 굳이 그걸 반대할 이유가 없지 않던가.

‘흠…….’

막상 그 생각을 하고 보니 왠지 감회가 새로웠다.

IMF를 벗어난 것이 불과 수년.

역사대로라면 이 시기엔 도저히 불가능한 일들이 이루어지고 있으니까.

군 전력 향상은 물론 산업계의 기초체력 변화와 경제발전 모델의 변화까지.

아무래도 내가 던진 돌덩이는 생각보다 더 역사에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나 보다.

‘가만!’

한참 생각이 깊어지고 있을 무렵 불현듯 중대한 문제 하나가 떠올랐다.

전력 상승도 전력 상승이지만, 우리에겐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있다는 것.

이걸 말해야 하나 싶어 갈등에 빠져 있자 대통령이 넌지시 말을 걸어온다.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아 그게…… 막상 생각을 좀 해보니 차후 우리 군에 꼭 필요한 것이 한 가지 더 생각이 났습니다.”

“그게 뭡니까?”

“자체적인 전술 데이터 링크 시스템 구축입니다.”

“…….”

대통령은 고개를 갸웃했다.

이걸 어디에서부터 설명해야 할까, 잠시 숨을 고른 후 말을 이었다.

“전술 데이터링크란 일종의 군 정보 통신망입니다. 만약 그게 없다면 아군과 적군의 위치는 물론 항법 정보, 그리고 무장과 전장 상황 등. 교전에 필요한 정보를 효율적으로 전달받기 힘들어지죠. 하다못해 장거리 미사일의 경우도 안정적인 유도를 위해선 데이터링크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나도 그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만, 우리는 이미 미국의 링크16을 쓰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죠. 문제는 우리가 운용하는 링크16의 경우는 전적으로 미군의 통제하에 있다는 점입니다.”

“…….”

“예를 들면 우리 공군이 사용 중인 링크 16은 미국 태평양사령부의 통제를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데이터링크에 로그인을 하려면 매번 그들이 발급하는 암호를 전달받아야만 합니다.”

“그럼 최악의 경우엔…….”

“네, 만약 미국이 암호발급을 거부하면 우린 그야말로 눈뜬장님이 되는 거죠.”

“…….”

대통령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의외로 이런 사실들은 또 모르고 있는 듯.

설명을 다시 이으려는 차, 그가 불쑥 먼저 말을 뱉어냈다.

“결국, 진 회장의 말은 우리 군만의 독자적인 데이터링크를 구축해야만 한다는 소리군요.”

“물론입니다. 그리고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개발 가능성도 있고요.”

그건 한때 우리가 개발한 링크 K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이었다.

2014년에 기본형을 완성.

이후 꾸준한 개량을 통해 2024년도쯤 링크16에 근접한 수준에 달했던 것.

아니, 당시에도 대용량의 정보를 취급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에선 오히려 링크 16을 능가하기도 했는데, 아마 조금만 손을 본다면 최종형의 완성도 꿈은 아닐 거다.

“그런데 그걸 당장이라도 개발하는 것이 가능하다고요?”

물론 대용량의 정보를 다루는 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정보의 양이 많아질수록 보안과 재밍에 취약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거든.

하지만 우리에겐 양자통신 기술이 이미 존재하는 마당이기에 보안 문제나 재밍에 대한 걱정은 내려놔도 좋다.

“결정만 내려진다면 자체 전투기가 세상에 모습을 선보일 때쯤엔 충분히 구축 가능합니다.”

“하지만 독자적인 데이터링크를 보유하면 미국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들과의 연합작전에서 지장을 받을 수도 있잖아요.”

“그 부분은 염려 안 하셔도 됩니다. 어차피 호환이 가능한 방향으로 개발이 진행될 테니까요. 가까운 일본의 경우도 실제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흠…….”

대통령은 또 하나의 난제를 만났다는 눈빛이었다.

하지만 이거야말로 우리에겐 정말로 중요한 문제.

난 몇 번이고 강조하면 설명을 보탰다.

“아시다시피 우리나라는 지금 이지스 함정을 건조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함정의 레이더가 아무리 성능이 좋아도 지구가 둥글다는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다는 거죠.”

“…….”

“쉽게 말해서 수평선 너머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대응이 늦어진다는 말인데. 결국, 그걸 극복하고 초수평선 작전을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선 다른 함정이나 조기 경보기의 정보를 받아 표적 획득능력을 확장해야 합니다.”

“아! 합동 교전 능력(CEC)을 말하는 거군요.”

“맞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합동 교전 능력의 구축에 필요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데이터링크 시스템이라는 거죠.”

“…….”

대통령은 반짝 눈을 빛냈다.

표정만 봐도 이미 그가 결심을 굳혔다는 것은 확신할 수 있는 상태.

웃으며 넘긴 술이 유독 달게 느껴진다.

“역시 그 부분도 전군통합 회의를 통해 곧 답을 드리죠. 그런데 상황이 이러면 경쟁입찰의 의미가 있으려나 모르겠습니다.”

“…….”

“지금껏 우리가 나눈 것들을 현실적으로 개발 가능한 곳은 재우뿐이지 않습니까.”

“그거야 재우의 노력에 따른 결과 아니겠습니까.”

“…….”

“그동안 재우는 이런 날들을 위해 꾸준히 개발과 연구. 그리고 사업체 인수에 힘을 쏟았다는 소리죠. 경쟁사들이 그걸 억울해할 필요는 없겠죠.”

“그도 그렇군요.”

대통령은 웃으며 마지막 잔을 들이켰다.

이내 시간을 한번 쳐다본 그는 갑자기 한껏 진중한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혹시 시간 되시면 청와대에 들어가서 나와 한잔 더 하시겠습니까? 이제부터는 내가 아주 중요하게 해야 할 말이 있어서 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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