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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98화 (98/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98화

이유가 뭔지는 몰라도 희소식임에는 틀림없었다.

무려 100대에 달하는 개수작업이면 KAI의 인력과 시설을 풀로 가동해야 할 정도니까.

경우에 따라서 다르긴 하겠지만, 만약 엔진 개수마저 이루어지는 거면 그동안의 적자를 단숨에 해결하는 것을 넘어 역대급의 매출이 발생할 거다.

“그나저나 그걸 맡게 되면 우리의 자체 전투기 제작에 문제는 없으려나 모르겠네.”

윤 대표는 그 부분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하긴, 이제 우리가 개발 중인 전투기도 이제 곧 시제기의 동체 제작에 들어가는 상황.

하지만 걱정할 것은 없다.

어차피 시제기가 성공적으로 인증을 받는다 해도 본격적인 생산까지는 수년의 시간이 더 걸릴 터.

게다가 개수가 예정된 F-16 역시 한 번에 100대 모두를 처리하는 것이 아닌 만큼 공간과 인력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거다.

그나저나 그 다른 문제라는 것은 대체 뭘까?

설마 F22의 양산에 속도를 올리려는 건가?

“흠…….”

그럴 가능성도 컸다.

역사대로라면 2005년 본격적인 양산과 배치가 이루어지는 것이 정상이지만, 지금은 역사의 타임라인이 뒤죽박죽인 상황이니까.

그사이 무언가 또 역사의 톱니바퀴에 끼어들었다 해도 이상할 일은 아닐 거다.

“조만간 제가 통화를 해보죠.”

생각을 뒤로 한 채 다시 VIP 대기장으로 향했다.

어느새 도착한 건지 대기장엔 이미 신임대통령은 물론 국방부 장관과 합참의장, 그리고 육군 참모총장까지 모두 자리하고 있었다.

“먼 걸음 해주셨습니다.”

“오! 진 회장.”

나를 본 대통령은 활짝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이내 시험기동을 위해 준비 중인 공격헬기를 한참 동안 쳐다본 그는 불현듯 나를 향해 물었다.

“혹시 제식 명은 정해진 겁니까?”

“아직은…….”

그 부분이야 군과의 협의를 거쳐야 하는 상황이었던 터라 미뤄두고 있었던 터였다.

워낙 네이밍 센스가 없던 나로선 포기하고 있던 점이기도 했고.

그런데 뭔가 떠오르기라도 한 걸까, 대통령은 반짝 눈을 빛내며 말을 이었다.

“그럼 혹시 ‘포사’는 어떻습니까?”

“포사요?”

포사는(Fossa) 몽구스의 일종이었다.

특이하게도 외형은 오히려 퓨마를 닮았는데, 몸집이 큰 육식동물이 거의 없는 마다가스카르 지역에서는 사실상 먹이사슬의 꼭대기에 있는 존재나 다름없다.

“흠…….”

왠지 그럴듯하다는 생각에 되뇌어봤다.

탄탄해 보이는 저 공격헬기의 외향이 왠지 그걸 닮은 것도 같고.

또 용맹하다는 점에서도 공격헬기의 이미지와는 맞는 것도 같고.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자 그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인다.

위이이잉!

생각이 깊어지던 순간 드디어 시험기, 아니 포사의 동축반전 로터가 회전을 시작했다.

그동안 로터의 형상개량을 거쳐 소음의 수준을 최소한으로 줄인 덕분일까, 전보다는 훨씬 부드럽고 조용하게 기체가 허공으로 치솟는다.

“저게 편대를 이뤄 날아가는 장면을 상상하니 벌써 가슴이 벅차군요.”

“우린 그렇죠. 하지만 적에게는 악몽일 겁니다. 아니, 적이 저걸 발견할 시간조차도 있을지 의문입니다만.”

“…….”

“저기 매달려 있는 대전차 미사일의 사거리가 무려 20킬로미터에 달하거든요.”

“20킬로미터요? 고작 대전차 미사일이?”

대통령은 의외라는 듯 반응했다.

왠지 그 부분에 대해선 어느 정도 지식이 있는 듯한 느낌.

아니나 다를까, 이후 그의 입에선 뱉어진 말들은 거의 전문가적인 수준에 이른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보통은 공중발사 대전차 미사일의 사거리는 8킬로미터 수준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의외로군요. 아! 대전차 미사일의 성능 테스트를 진행하려나 봅니다.”

피슉!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방향을 튼 포사가 미사일 한 발을 발사했다.

스윽.

동시에 돌아간 VIP들의 시선이 꽂힌 곳은 행사장 한편에 마련된 스크린.

이후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자 스크린 속에서 이동 중이던 구형 전차 한 대의 머리 위로 미사일이 떨어져 내렸다.

쾅!

타격과 동시에 탱크의 포탑이 허공으로 치솟았다.

이내 사방으로 파편을 튀기며 주저앉아 버린 전차의 몰골은 처참할 정도.

하지만 피해 범위는 그에 그치지 않고 주변을 휩쓸며 근처에 있던 트럭마저 덮쳤다.

“미사일의 싸이즈에 비해 폭발력이 꽤 큰 것 같은데요?”

화면을 지켜보던 대통령은 넌지시 의문을 표했다.

하긴 헬파이어에 비해 족히 50퍼센트 이상의 관통력과 폭발력을 가진 물건이니까.

내부에 장착된 특수 관통자와 최근 연구소가 개발한 개량형 폭약에 대한 설명을 잇자 그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다시 질문을 이었다.

“저 표적까지의 거리가 정확히 얼마죠?”

“17킬로미터입니다. 헬파이어의 최대 사거리를 두 배나 넘긴 상태죠.”

“흠…… 아까 물어보려다가 말았던 건데, 대전차 미사일의 사거리가 그렇게까지 길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군요.”

“안전한 작전을 위해서죠. 아무리 강력한 공격헬기라도 대공 미사일들의 위협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하니 최대한 먼 지점에서 먼저 발견하고 최대한 정확히 목표를 제거하자는 것이 목적입니다.”

“하긴, 헬기 입장에선 맨패드만 위협이 되는 것은 아니니까. 북의 단거리 대공 미사일 시스템의 탐지거리를 생각하면 그편이 나을 수도 있겠군요.”

역시나 대통령은 군사 분야에 대한 지식이 전임자와는 수준을 달리했다.

굳이 내가 사족을 붙이지 않아도 핵심을 꿰뚫는 정도.

사실 그랬으니 회귀 전에도 핵 추진 잠수함의 보유를 주구장창 주장했던 거겠지.

뭐 군수 산업체의 수장인 나로서 그 점만큼은 사실 반가울 따름이다.

“참고로 조만간 또 한 번의 개량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저기서 또 개선할 사항이 있다는 말입니까?”

대통령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혹시라도 전력화가 늦어질 것을 우려하는 느낌.

뭔가 오해가 있다는 생각에 재빨리 설명을 이었다.

“전력화에 문제가 될 수준의 개량은 아니고, 지금 연구소가 개발 중인 DIRCM. 즉, 지향성 적외선 방해장치로 대공 미사일들에 대한 회피능력을 증가시킬 생각입니다. 더불어 외부엔 자체 전투기 개발 과정에서 완성된 메타 물질을 코팅하여 최소한의 스텔스 성능도 갖추게 할 예정이죠.”

“…….”

그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 무렵, 그가 헛웃음과 함께 말을 뱉어내다.

“전임 대통령께서 진 회장과 가까이 지내다보면 놀랄 일이 꽤 많을 거라고 하더니, 이걸 뜻한 모양이었군요.”

어색한 미소로 응수하곤 다시 기동 중인 포사를 쳐다봤다.

2차 화력 시험을 위해 또 하나의 대전차 미사일이 발사되는 순간 대통령이 넌지시 또 말을 걸어온다.

“혹시 저 미사일도 아직 이름이 없는 겁니까?”

“…….”

그러고 보니 저 미사일 역시 아직은 정식 제식 명이 없었다.

그동안엔 단지 개발의 편리성을 위해 기호와 숫자만으로 이름을 붙여주었던 상태지.

뭔가 어울릴 만한 것이 없나 싶어 고민하던 차에 불현듯 천검이라는 이름이 떠올랐다.

한때 우리나라가 헬파이어를 대처하기 위해 만들었던 대전차 미사일의 이름.

“원래는 천검이라는 이름을 붙일 생각이었습니다만, 그건 너무 촌스러운…….”

“오! 그거 괜찮군요.”

미처 말을 끝맺기도 전에 그가 화색을 내비쳤다.

“…….”

아니, 내 말은 지금 그 이름은 너무 촌스러우니 적당한 이름 좀 붙여 보라는 의도라니까?

거기서 그렇듯 만족해 버리면 어쩌자는 건데.

“왜 그런 표정인 겁니까. 듣기 딱 좋은 이름이라고 생각합니다만.”

“네…… 뭐…….”

난 멍한 얼굴로 수긍했다.

누굴 탓하겠어.

괜히 그 이름을 먼저 꺼낸 내가 잘못이지.

“그나저나 듣기로는 공중전 능력도 있다고 하던데, 사실입니까?”

“그렇습니다. HMD와 아처의 개량형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을 기본사양으로 하고 있어서 현존하는 공격 헬기 중 가장 공중전 능력이 뛰어나죠.”

그 점은 KA-50의 사상을 일부 물려받은 덕분이었다.

발사와 동시에 시야를 통한 유도로 그 어떤 각도에 있는 적도 격추가 가능한 것이 블랙샤크의 공중전 능력.

뭐 따지고 보면 공격헬기가 1대 1로 붙는 상황이 생길 경우가 몇 번이나 되겠냐 만은, 정식으로 붙는다면 아파치도 발라 버릴 수준의 이점을 굳이 버릴 필요는 없지 않던가.

‘게다가 우리나라는 산악지역이 유독 많은 곳이라 미군과는 전투 교리가 다를 수 있기에 공격헬기끼리의 공중전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도 없지.’

다만 한 가지 맹점이 있다면 북한에 저걸 상대할 만한 공격헬기가 없다는 점인데, 사실 저건 불시에 발생할 수 있을지 모를 북의 체제붕괴.

그로 인한 우리의 영토 수복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을 중국과의 충돌도 염두에 두고 개발한 물건임을 주지해야 한다.

“본격적인 양산은 언제부터 시작할 예정입니까.”

생각이 깊어지던 차에 대통령의 질문이 다시 이어졌다.

퍼뜩 정신을 차리고 보자 그가 기대에 찬 미소를 지어 보이고 있었다.

“올 6월쯤부터 시작될 겁니다.”

“그거 반가운 소식이군요. 도입 수량은 총 120대라고 들었는데, 그 정도면 충분한 겁니까?”

“북을 상대하는 것엔 충분한 수량이라고 생각합니다만…….”

말끝을 흐린 것은 딱히 의도해서는 아니었다.

단지 이 시기에 주변국을 거론하는 것이 조금 껄끄러웠을 뿐.

그런데 순간 대통령의 눈빛이 반짝 빛을 발했고, 곧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다다익선이라는 뜻이군요. 뭐 그 점은 차차 연구를 좀 해봅시다.”

그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 채 계속해서 성능 테스트를 지켜봤다.

매번 눈을 빛내며 심취해 있는 모습.

순간 내 머릿속에선 앞으로 몇 년간 꽤 많은 군사력 증강이 이루어질 것 같은 근거 없는 믿음이 용솟음쳤다.

******

“회장님, 라이언 대표님에게서 조금 전에 보고서를 보내 왔습니다.”

행사를 마치고 돌아오자 김 비서가 미국에 설립한 재우 투자의 근황을 알려왔다.

서류의 분량만 거의 100여 페이지에 달할 정도.

그중 가장 눈에 뜨인 것은 퀄컴에 관한 것이었는데, 이틀 전 최종인수에 합의했다는 소식이었다.

“퀄컴이라…….”

퀄컴의 인수는 여러 부분에서 의미가 있었다.

일단 펀드 금액이 아닌, 전적으로 내 개인 자금에 의한 인수라는 점도 그렇고, 향후 통신 시장에서의 영향력은 물론 군사 분야로서의 활용도가 높다는 점도 그렇고.

중요한 것은 향후 퀄컴의 행보를 최대한 역사와 틀어지지 않게 유도하는 건데, 그걸 생각하면 벌써 골머리가 아프다.

“ARM은 아직 소식이 없습니까?”

“ARM의 경우는 아직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최대한 서두르라고 하세요. 거긴 시간 끌어서 좋을 것은 없으니까.”

이후 살펴본 서류에선 애플과 아마존. 여타 투자처들에 대한 수익률이 올라와 있었다.

현재까지 거둬들인 수익률은 무려 120퍼센트.

운용비와 여타 비용을 제외하고서도 각 투자처에 돌아가는 수익이 워낙 막대하다 보니 수익실현을 요구할 수도 있을 상황이었다.

“사우디 국부 펀드와 UAE 투자청에 연락하세요. 단기 수익에 만족할 건지, 아니면 수익실현을 미룰 건지.”

혹시나 하는 마음에 김 비서를 통해 두 투자처의 의견을 확인했다.

자고로 사람 욕심이라는 것이 당장 수익이 눈에 보이면 흔들리기 마련이거든.

하지만 결과는 내 예상과는 달랐다.

-우린 전적으로 진 회장의 결정에 따르겠습니다.

[후회 안 하시겠습니까?]

-글쎄요, 진 회장의 수완이라면 후회할 일은 없을 것 같군요. 참, 하사드 왕세제께서는 이 기회에 오히려 투자 규모를 늘리겠다고 하더군요. 해서 지금 나도 우리 투자청과 의견 조율 중입니다.

두 투자그룹은 수익실현에 관한 결정을 온전히 내 판단에 맡겼다.

아니 단순히 맡긴 것만이 아니라 오히려 투자금을 확대하는 것으로 결정하기까지.

덕분에 펀드의 총 투자 규모는 무려 100퍼센트나 증가했고, 나 역시 그간 삼정으로부터 들어온, 무려 2조에 가까운 로열티를 전부 펀드에 쏟아부었다.

[재우 투자가 2차 미래 펀드를 조성했습니다. 규모는 300억 불에 달하며 일부는 국내에서 기술 전문 업체들을 발굴하는 것에 투자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후 뉴스는 한바탕 또 재우 투자에 대한 소식으로 장식됐다.

기술 중심 중소기업들에 대한 투자에 자극을 받은 걸까, 정부에서도 후속 지원을 약속하기에 이르렀고, 향후 전문 관리부서도 개설한다는 발표가 뒤따랐다.

“회장님, 미 국방부 마이클 단장님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밀린 업무를 처리하느라 정신이 없을 무렵 마이클로부터 소식이 왔다.

안 그래도 그의 적극적이었던 협조에 감사의 인사를 해야 했던 차.

반가운 마음에 수화기를 들자 한껏 들뜬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스터 진, 나 지금 성남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시간 되면 지금 볼 수 있겠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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