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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97화 (97/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97화

[전방에 표적 컴파운트 확인.]

김수환 대위는 목표물이 시야에 들어오자 재빨리 무전을 날렸다.

순간 일제히 기동을 멈춘 폴라베어들.

이후 그는 상부로부터 받았던 명령을 다시 한번 미군 소속의 팀원들에게 주지시킨다.

[진입과 동시에 스턴(섬광탄)을 터트립니다. 참고해야 할 점은 저 가옥의 바닥이 모래를 다진 형태라서 분진이 많이 날릴 것이라는 점입니다.]

치직!

[그럼 인질과 적을 구분하는 것이 힘들어지는 상황이 발생할 텐데, 위험 부담이 너무 크지 않습니까?]

무전을 듣고 있던 미군 측 작전 요원 한 명이 대꾸했다.

[그래서 아까 내가 주지시켰던 말을 꼭 기억하라는 겁니다.]

[엎드려! 이거 말입니까?]

무전에선 즉시 어눌한 한국말이 들려왔다.

발음이 그리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못 들어 줄 정도는 아닌 상태.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몇 번이고 발음교정을 시도하곤 무전을 끊었다.

‘그나저나 정말로 차량이 버텨 주려나…….’

이후 차량에 다시 시동이 걸리는 짧은 시간, 그의 뇌리엔 상부에서 떨어졌던 명령에 대한 의심이 샘솟았다.

말이 쉽지, 마치 외성처럼 사방을 둘러싼 저 벽을 향해 그대로 차량으로 돌진하라니.

자칫하면 벽이 뚫리는 것이 아니라 차가 먼저 박살이 날 확률이 높을 거다.

[차량이 못 버텨 줄까를 걱정하는 모양인데, 그럴 필요 없습니다. 폴라베어는 무게만도 무려 6톤에, 차체의 프레임 또한 어지간한 충격엔 끄떡없을 정도로 튼튼합니다. 게다가 말이 벽이지, 저건 그냥 진흙을 이겨서 만든 것 아닙니까.]

그의 우려를 불식시켜 주려는 듯 운전을 담당하던 미군 하사가 용기를 북돋웠다.

대체 저들의 저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김 대위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폴라베어에 대해 신뢰하고 있는 저들의 모습이 낯설기만 하다.

[그렇다고 40밀리를 썼다간 인질들마저 위험할 테고…… 좋습니다, 출발합시다.]

결국, 결심을 굳힌 김 대위는 작전의 시작을 알렸다.

부우웅!

그와 동시에 사방으로 분산하기 시작한 폴라베어들이 내뿜는 육중한 엔진음이 들려오고, 접근을 눈치챈 적진에선 총탄 세례를 퍼붓는다.

팅팅!

탄환이 연속해서 차량을 때리는 소리에 몸이 절로 움찔움찔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사각지대가 워낙 많은 탓에 적의 RPG가 거의 무용지물이라는 사실.

쾅!

아니나 다를까, 매번 폭발에 의한 피해를 입는 것은 폴라베어가 아니라 인근에 있던 트럭들과 가옥들이 대부분이었다.

쾅!

물론 피해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다.

무수한 기관총탄 세례를 받은 험비 한 대가 결국엔 기동력을 상실.

이후 집요하게 험비들만을 공략하는 놈들의 꼼수 탓에 점점 작전에 차질이 오고 있었다.

치직!

[피해를 막기 위해 폴라베어들이 험비를 엄호합니다.]

상황을 파악한 김수환 대위는 즉시 동료들에게 무전을 날렸다.

끼익!

그와 동시에 험비를 가로막아버린 폴라베어들.

다시 무수한 총탄들이 날아들었지만 폴라베어들은 유유히 험비에 타고 있던 동료들을 구출하곤 자리를 이탈했다.

[큰 피해는 없을 겁니다. 병력 모두가 신형 방탄조끼와 하의를 착용하고 있는 상태니까요.]

운전 중인 미군 하사는 김 대위를 안심시키듯 말했다.

[준비하십시오!]

이후 짧은 외침을 내뱉은 하사는 즉시 속력을 높였고, 곧 차량은 컴파운의 외벽 코앞에까지 다다랐다.

쾅!

엄청난 소리와 함께 차량이 벽과 충돌했다.

메고 있던 벨트가 콱 조여오며 가슴에 압박이 전해진다 싶은 순간, 어느새 차량은 컴파운드의 내부로 진입해 있었다.

쿵!

이후 또 다른 폴라베어들이 사방에서 벽을 뚫고 들어왔다.

[뛰어!]

동시에 차량에서 내린 병사들은 재빨리 시뮬레이션을 통해 숙지했던 위치로 내달렸고, 곧 각자가 맡은 건물의 문을 박차며 스턴탄을 내던졌다.

쾅!

예상처럼 섬광과 함께 자욱한 먼지가 사방으로 비산했다.

이후 들려온 것은 엎드려! 하고 병사들이 외치는 한국말과 곳곳에서 들려오는 총성.

김 대위 역시 지체하지 않고 자신이 맡았던 구역의 문을 열며 스턴탄을 내던졌다.

쾅!

비산하는 모래는 생각보다 시야를 더 방해했다.

하지만 그 역시 내부에 있을 인질들에게 경고를 날리는 것을 잊지 않았고, 곧 몇몇 사람들이 몸을 바싹 숙이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타타탕!

가장 먼저 총알을 먹은 것은 인질들을 향해 총구를 들이밀던 사내였다.

탕!

곧이어 총을 손에 든 채 섬광탄의 빛에 놀라 허우적대는 놈에게 한발.

마지막은 개중 눈치 빠르게 인질들의 행동을 따라 몸을 숙인 놈이었는데, 놈 역시 총을 들고 있다는 점이 치명적인 실수였다.

탕!

[클리어!]

더는 적으로 판단되는 자들이 눈에 보이지 않을 무렵 저쪽 건물에서 상황 종료를 알려오는 말이 들려왔다.

재빨리 다른 팀을 지원하기 위해 내달렸지만 이미 나머지 두 동의 건물도 이미 정리가 끝난 상태.

그는 즉시 인질들에게 다가가 피해 상황을 확인했다.

“다친 사람 없습니까?”

“네, 조금 놀라긴 했지만 다친 사람은 없는 것 같습니다.”

“고생들 하셨습니다.”

인질들을 안심시킨 김 대위는 즉시 본부에 작전 성공을 알렸다.

이후 사주경계를 지시하곤 다시 무전에 귀를 기울였지만, 아직 B 구역에 억류 중인 8명의 인질들에 대한 소식이 없다.

[B 구역 클리어!]

대략 3분쯤 후, B 구역에서도 작전의 성공을 알려오는 무전이 날아왔다.

남은 것은 적 본진에서 지원이 오기 전에 최대한 빨리 현장을 벗어나는 것.

[빠져나간다!]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겨를도 없이 병력 들을 향해 소리치곤 거의 구겨 넣듯 폴라베어에 인질들을 태웠다.

핑핑!

쳇!

그때, 어디선가 다시 적의 총탄이 날아들었다.

어느덧 연락을 받은 저들의 지원군이 도착한 모양새.

이제부터는 그야말로 생존에만 온 힘을 기울여야만 한다.

쾅!

아직 남아 있던 적들은 팀의 도주를 막기 위해 화력을 퍼부었다.

덜컥하고 차가 흔들리는 것은 타이어가 그 기능을 상실했다는 증거.

하지만 운전대를 콱 붙잡은 미군 하사는 오로지 악셀을 밟는 것에만 열중했고, 희한하게도 차량은 어느 정도 기동력을 유지하고 있었다.

치직!

[A 구역은 민간인 거주 지역이 아님을 확인. 곧 공중지원하겠다.]

그때, 무전이 울리며 본부로부터의 지원 소식이 들려왔다.

그때까지 RPG가 날아오지 않으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려는 차, 어디선가 쌔액 하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무언가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갔다.

콰광!

이후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방금 그들이 빠져나온 컴파운드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당황한 김 대위가 즉시 뒤를 돌아보자 미군들이 환호성을 내지른다.

[헬파이어!]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머리 위로 다시 수없이 많은 수의 미사일들이 스쳐 지나갔다.

눈으로 보고 있지 않았다면 아마 믿기 힘들었겠지.

마을 하나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에 불과 수초도 걸리지 않았다.

‘이미 아파치가 대기 중이었던 건가?’

김 대위는 즉시 창밖을 쳐다봤다.

하지만 보일 리가 있나.

실수였음을 깨달은 그는 멋쩍은 미소로 고개를 가로저었고, 그 타이밍에 운전 중인 하사가 특이한 행동을 시작했다.

[뭐 하는 겁니까?]

연신 핸들에 입을 맞추는 하사를 향해 그가 물었다.

씨익 하고 미소를 내비친 하사는 다시 툭 하고 핸들을 건드리며 말한다,

[폴라베어에게 경의를 표하는 겁니다.]

[…….]

******

[현지 시간 어제 오후 5시. 무장세력들에 의해 억류되었던 우리 군 소속 의료지원단이 모두 구출되었습니다.]

이튿날, 뉴스를 통해선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작전 성공 사실이 방송을 탔다.

이미 사실을 알고 있던 나로서는 별 감흥이 없던 상태.

하지만 막상 작전에 투입되었던 폴라베어를 찬양하는 미군 병사들의 인터뷰 내용만큼은 몇 번이고 반복해서 보게 된다.

“전태익 사령관께서 조만간 약속을 지키시겠답니다.”

특전사령관으로부터의 전언을 전하는 김 비서의 얼굴엔 의문의 표정이 가득했다.

마치 그 약속이라는 것이 뭔지 궁금하다는 듯.

나 역시 ‘약속이 뭐였지?’하고 잠시 생각을 떠올리는 순간, 불현듯 그가 작전 시작 전에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게 성공하면 진 회장의 발등에 입이라도 맞추죠.

“됐다고 전해주세요.”

발악하듯 말하는 내 태도에 김 비서가 다시 고개를 갸웃했다.

이내 용무가 모두 끝난 듯 방을 나서던 그녀는 또 뭐가 생각난 건지 다시 몸을 돌렸다.

“참, 마이클 대장이 조만간 보병 무기체계 공동개발 진행 협의를 위해 다시 한국을 방문한다고 알려왔습니다.”

소식을 전하는 김 비서는 꽤 들뜬 표정이었다.

그의 진정한 방문 목적이 뭔지는 이미 그녀도 눈치를 채고 있는 거지.

뭐 말로는 ‘보병 무기체계의 공동개발에 대한 진행 방안을 협의하기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그보다는 폴라베어가 주목적일 거라는 사실을.

하긴, 여태 폴라베어를 씹고 뜯고 맛보는 것에 이어 실전에서도 그렇듯 확실한 검증을 받아들었으니 아무리 무거운 엉덩이라도 들썩일 때가 되기는 했다.

‘그나저나 이건 나도 놀랄 정도인 결과인데…….’

작전 진행 과정에서 폴라베어가 보여준 성능에 대한 증언은 사실 나조차도 의외였다.

RPG에 맞은 차량이 기동 가능했던 이유.

그로인해 난 한가지 가능성을 추론했는데, 그건 다행히도 당시 적들이 사용한 탄두가 성형 작약 탄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거였다.

‘한마디로 저들이 착각한 거지.’

기껏 전술 차량 정도에 성형 작약 탄두를 사용할 필요는 없을 거라는.

하지만 저들의 예상과는 달리 폴라베어는 고폭탄의 폭압 정도야 충분히 방호 가능했고, 결국 적들은 판단 착오에 의한 대가를 받은 것임이 분명하다.

‘그래서 적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전술의 기본이라는 말이 있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 반군들로서는 그게 쉽지가 않았을 거다.

미군에 운용검증을 위해 납품했던 폴라베어의 수량은 기껏 20대.

고작 그 수량으로는 반군세력의 분석 망에 걸려들었을 가능성이 적은 상황이기도 하고, 설사 인지하고 있었다 하더라도 외향 자체가 전술 차량에 불과했으니까.

[인질 구출 작전에 성공한 특전사 요원들이 오늘 아침 귀환했습니다.]

그로부터 며칠 후, 파견되었던 특전사 병력 들이 금의환향했다.

들려오는 소식에 의하면 공로를 치하받기 위해 청와대로 불려간 특전사령관이 폴라베어의 도입을 강하게 주장했다는데, 그 때문인지 최근 합참에서도 자주 관련 자료를 요구하는 전화가 걸려오고 있는 상태다.

“차량 준비됐습니다.”

폴라베어도 폴라베어지만, 오늘은 그보다 더 중요한 행사를 앞두고 있었다.

그간 오랜 시간에 걸쳐 개발을 끝낸 공격헬기가 무장 테스트를 하는 날.

아마 지금쯤이면 대통령을 비롯한 군 인사들도 행사장을 향해 출발할 준비를 하고 있을 거다.

끼익!

“오늘은 그나마 내가 처음이군.”

조금 일찍 출발한 덕에 아직은 VIP들이 보이지 않았다.

곧바로 주기 중인 기체를 향해 다가가선 준비상황을 묻자 마침 땀을 뻘뻘 흘리며 엔지니어들과 무언가를 상의하고 있던 윤 대표가 화색을 밝힌다.

“왔어?”

“문제 될 일은 없겠죠?”

“독자적인 테스트를 한 것만도 스무 번이 넘는 마당에 문제 될 것이 뭐가 있겠어.”

조심성이라면 누구보다 심하다 싶었던 그의 태도치고는 과한 자신감이었다.

그만큼 완성도가 높다는 의미.

하긴, 스펙만 보면 롱보우 아파치를 아득히 능가하는 정도니만큼 무리도 아니다.

“그나저나 오전에 노키드의 CEO로부터 전화가 왔는데, 조만간 미 공군 소속 F-16 중 1차로 약 300여 대의 개수작업이 시작될 예정이라고 하더군.”

“예산이 확정된 모양이군요. 그런데 그 사실을 왜 우리에게 통보하는 거죠? 어차피 미 공군의 물량은 노키드에서 담당하는 것으로 결정 난 사항인 마당에.”

“그게, 일이 좀 꼬였나 봐.”

“꼬이다니 뭐가요?”

의아한 마음에 되물었다.

그런데 뭣 때문일까, 윤 대표의 입매가 슬쩍 뒤틀린다 싶더니 슬쩍 다가와 속삭인다.

“지금 F-16을 개수할 만한 공간과 인력에 한계가 있다고 하더군.”

“……그럴 리가요. 300대를 한 번에 처리하는 것도 아니고, 노키드의 공장 규모라면 순차적인 개수를 진행하는 것에 어려움은 없을 텐데요?”

“나도 그렇게 알고는 있는데, 뭔가 다른 문제가 생긴 것 같아. 아무튼 미군 물량 중 100대 정도를 KAI가 맡아줬으면 하더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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