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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93화 (93/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93화

[솔직히 상황이 그렇지 않습니까. 매번 우리 미군이 필요한 순간이면 재우로부터 해답이 등장하는 것이 벌써 몇 번째 인지 이거 원…… 이 정도면 미래를 본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죠.]

잠시 들었던 뜨끔함을 뒤로하고 슬쩍 헛웃음을 뱉어냈다.

여전히 눈이 반짝이던 그는 기존 MRAP와 폴라베어를 연신 비교해가며 중얼대기 시작했다.

[남아공의 물건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MRAP의 최대 단점은 기동력이 떨어진다는 겁니다. 게다가 서스펜션도 지나치게 약하다는 점도 그렇고.]

[네, 하지만 폴라베어는 다르죠. 기동력이야 이번 랠리로 이미 증명이 되었을 테고, 보시면 아시겠지만, 방호력 또한 어지간한 MRAP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그는 나를 향해선 눈길조차도 주지 않은 채 보고서에만 집중했다.

마치 단 하나의 단점이라도 찾아내려는 의지 같달까.

왠지 시간이 필요한 듯해서 커피를 다시 내려오려는 차에 그가 휙 하고 나를 쳐다본다.

[혹시 시제 차량이 몇 대나 됩니까.]

[당장은 5대뿐입니다만, 한 달 안에 최소 스무대 이상은 제작이 가능합니다.]

마이클은 그 말에 다시 눈을 빛냈다.

곧 그 작은 눈을 이리저리 굴리던 그는 턱을 어루만지며 넌지시 말했다.

[사실 이게 등장해 버린 이상 우리의 MRAP 개발계획은 중단될 가능성이 큽니다.]

[…….]

[아무리 빨라도 개발에서부터 양산까지는 최소 6년 이상은 걸릴 텐데, 그때까지 군이 기다릴 여유가 없을 테니까요. 문제는 이것 역시 시제 차량일 뿐, 양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는 점인데, 만약 발주가 이루어진다면 납품까지 얼마나 걸릴 것 같습니까.]

난 그 말에 즉시 책상으로 향했다.

곧 서랍에 있던 여러 장의 사진들을 꺼내어 그에게 내밀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생산라인 구축은 거의 끝났습니다. 그 덕에 수요만 발생한다면 연간 4만 대에 가까운 차량을 납품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

마이클은 차마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사진과 나를 번갈아 쳐다봤다.

입술 모양으로 봐선 또 미래를 예지하는 능력이 있느니 뭐니 하는 느낌.

웃으며 커피잔을 들어 올리려는 차. 그가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나를 재촉했다.

[갑시다. 당장에라도 공장을 봐야겠습니다.]

[…….]

******

“미국이 대단하긴 대단하군요.”

한 달 후, 성남공항에선 미군이 보낸 C-17에 폴라베어를 싣는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항속거리 7600㎞에 최대 적재량이 무려 76t이나 되는 괴물 수송기.

막상 저걸 보고 있노라니 우리 역시 대형 수송기의 필요성이 대두될 때가 오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오후 3시쯤 한 대의 C-17이 더 도착할 예정입니다. 그렇다 해도 무려 스무대에 가까운 수량인 터라 고생 좀 할 것 같네요.”

김 비서는 차량을 집어 삼키는 수송기의 외향에 압도된 표정이었다.

옅은 웃음으로 응수하자 다시금 탄성이 지속된다.

“그나저나 미국도 참 대단하네요. 그냥 배편으로 이송을 하면 될 문제를…… 대체 운송비만 얼마가 들어가는 걸까요?”

“단순히 운송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곧장 대꾸하자 그녀가 나를 빤히 쳐다본다.

마침 고박 중인 차량 한 대를 손으로 가리키곤 다시 설명을 이었다.

“미군은 해외 작전이 그 어느 나라보다 활발한 국가입니다. 그 탓에 항공편으로 병력과 물자를 이송해야 하는 일이 잦은 편이죠. 때문에 지금 저건 단순히 이송만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이송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을 파악하기 위한 조치라고 보면 됩니다.”

“아…….”

김 비서는 그제야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어느덧 출발준비를 마친 수송기가 활주로로 이동을 하기 시작했고, 난 그 시점에 잠시 시계를 한번 쳐다봤다.

“러시아와의 공동미사일개발센터에는 몇 시쯤 도착할 거라고 통보한 겁니까?”

“지금 출발하시면 되실 것 같은데요?”

그 말에 주저하지 않고 차량에 올랐다.

곧 차량이 출발하는 것과 동시에 창밖에선 C-17이 하늘로 비상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일부 차량들은 곧장 아프가니스탄으로 보낼 예정입니다. 따지고 보면 그곳이 운용검증을 하기엔 제일 적당한 곳이니까요.

차가 도로로 나섰을 무렵, 문득 마이클이 한국을 떠나기 전에 했던 말이 떠올랐다.

전체 차량들 중 2대를 제외하곤 죄다 현장에서 운용검증을 하겠다는.

당시엔 크게 의미를 두지 않고 받아들였었는데, 되돌아보니 미군이 참 대단하다 싶은 생각이 든다.

운용검증을 전쟁터에서 직접 하겠다는 발상.

아니, 명목상 전쟁은 끝났으니 전쟁터라고 말이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지만.

어쨌건, 그런 발상을 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나로서는 부러울 따름이다.

[오랜만입니다, 진 회장님.]

도착한 미사일 공동개발센터 입구엔 나타샤가 마중을 나와 있었다.

꽤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었던 터라 반가운 마음에 손을 내밀자 그녀가 싱긋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맞잡는다.

[좋은 소식이 있다죠?]

어제 들은 소식에 의하면 장거리 대공미사일의 개발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고 한다.

물론 이후 러시아는 러시아대로. 그리고 우리는 또 우리 입맛에 맞게 개량이 이루어지겠지만 일단 개발이 완료된 것은 사실.

어쩌면 이번에 그녀가 관리역으로 온 목적도 그게 원인이지 않나 싶다.

임무를 다한 연구원들을 복귀시키기 위해서.

[조만간 러시아 개발팀은 저와 함께 귀국할 예정입니다. 이후 전 다시 돌아올 생각이고요.]

예상은 적중했다.

의문인 것은 왜 그렇게까지 불편한 일을 감수해야 하느냐는 것.

의아함을 못 참고 질문을 쏟아내자 그녀가 잠시 주변을 두리번거리곤 속삭인다.

[연구원 중 단 한 명이라도 딴 곳으로 새는 자가 있으면 곤란하니까요.]

[그런 경우도 있습니까?]

[없었으면 제가 굳이 한국까지 파견을 올 이유가 없죠.]

그녀는 웃으며 대꾸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잠시 눈동자에 초점이 없다 싶더니 다시 내게 착 붙어선 말을 잇는다.

[그런데 혹시 소식 들으셨습니까?]

[무슨 소식 말입니까?]

그녀는 되묻는 나를 빤히 쳐다봤다.

마치 말을 꺼내는 것이 옳은 걸까 싶은 표정.

아니, 자신의 질문 의도를 못 알아듣는 것이 의외라는 듯한 표정이라는 것이 더 어울릴 거다.

[…….얼마 전에 미 국방부에서 고위급 장성들이 주한미군과 재우 그룹에 방문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요. 그들로부터 아무 소식도 못 들으셨습니까?]

[…….]

당최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어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자 턱 하고 내 손을 붙잡은 그녀는 곧장 나를 어딘가로 이끌었고, 그 모습에 놀란 경호원들이 득달같이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

“아! 됐습니다.”

난 눈에 불을 켜고 나타샤를 노려보는 경호원들을 향해 손사래를 쳤다.

실수였다고 느낀 듯 즉시 내 손을 놓은 채 어눌한 한국말로 ‘미안합니다’를 연발한 그녀는 다시 성큼 다가와 귓가에 속삭였다.

[북한이 핵실험을 준비한다는 정보가 있습니다.]

그 말에 잠시 머리가 멍해졌다.

역사대로라면 북이 첫 핵실험을 실행하는 것은 2006년.

하지만 저 정보가 사실이라면 무려 4년이나 앞당기는 건데, 어떻게 그게 가능한지가 궁금하다.

돈, 그리고 기술력.

지금 북한의 처지에선 그 둘 모두가 부족할 상황임에도.

[확실한 겁니까?]

[물론입니다. 그 때문에 지금 러시아 대외정보국이 발칵 뒤집어 졌거든요. 그런데 정말로 아무 말도 못 들으신 겁니까? 재우 그룹은 그래도 미 국방부와는 관계가 돈독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미 국방부 장성들의 한국 방문 사실을 그녀가 알고 있다는 사실은 딱히 놀랍지도 않았다.

러시아 대외정보국으로서는 그 정도야 일도 아니었을 테니까.

다만 지금 당황스러운 것은 마이클이 내게 거짓말을 했다는 것.

뭐 민간인에 불과한 내게 그런 민감한 사실을 알리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심정은 이해한다만, 그럴 바에야 차라리 어물쩍 넘어가 버리는 편이 더 나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그렇다고 내가 눈치 없이 끝까지 캐물을 사람도 아니고.”

[네?]

나타샤는 내 혼잣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그나저나 이 여인은 무슨 생각에서 내게 그런 중요한 정보를 전해주는 걸까.

문득 그게 궁금하여 한참을 쳐다보자 그녀가 어울리지 않게 잔뜩 얼굴을 붉힌다.

[흠흠, 푸틴 각하께서 진 회장님께 알려드리라고 했습니다.]

[…….]

그 말을 듣는 순간 왠지 기분이 묘했다.

이걸 호의라고 생각해야 하나.

아니면 부담을 주려는 의도인 건가.

[잠시만요.]

생각의 끝에 퍼뜩 떠오르는 것이 있어 국정원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비상 회의라도 하는 중인 건가.

좀처럼 전화를 받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언제 실험을 할지는 모르는 겁니까?]

다시 돌아서선 나타샤를 향해 물었다.

그 질문이 나오길 예상했었던 듯 그녀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위성에서 판독된 진척도로 봐선 내년 중순쯤이 될 거라고 예상하더군요.]

[흠…….]

그나마 당장은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감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다시 든 생각은 오히려 안도할 상황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사실.

막말로 당장 미국이 북한을 때려버린다 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 아닌가.

따르릉!

그때, 국정원장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뒤늦게 내 부재중 통화를 확인하고 전화를 준 느낌.

즉시 통화버튼을 누르자 착 가라앉은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혹시 북한 소식 들으셨습니까?”

-…….

그는 잠시 침묵했다.

마치 내가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이 의외라는 듯.

곧 아! 하는 짧은 탄식을 내뱉은 그는 다시 긴 한숨과 함께 푸틴을 입에 올렸다.

-두목 불곰이 진 회장에게 어지간히도 점수를 따고 싶은 모양이군요. 아무튼, 북이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라면 우리도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럼 미국 합참의장이 주한미군을 방문한 것도 그 이유 때문이었던 겁니까?”

-맞아요, 비상시를 대비하여 본토에서 주한미군에 치장물자들을 추가 반입할 모양이더군요. 그렇다고 당장 폭격을 가할 생각은 없는 것 같으니 너무 걱정할 것은 없습니다.

“폭격할 생각이 없다고요?”

결과가 조금 의외다.

북의 핵 문제에 대해서 극도로 민감한 미국으로서는 사실상 지금이 해결 가능한 적기였을 텐데. 왜 그걸 그냥 지나치겠다는 건지.

같은 생각을 한 듯 국정원장도 자못 당황한 눈치다.

-사실 나도 그 점은 의외였습니다. 지금 미 행정부의 성향이라면 싹을 제거하겠다고 나서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에서 오히려 한발 물러선 태도를 내비치고 있으니까요. 뭐 어쩌면 점점 더 복잡하게 돌아가는 중동정세가 마음에 걸렸는지도 모르죠.

그 말을 듣고 나니 문득 그럴 듯도 하다는 생각이 스쳤다.

역사와는 달리 무려 4년이나 빨라진 핵실험 준비.

하지만 지금 북한을 건드렸다간 자칫 전면전이 벌어질 상황인데, 지금 미국은 점점 분위기가 험악 해져가는 이라크로 인해서 중동에서 발을 빼지 못하는 상황이다.

즉, 자칫하면 두 지역에서 동시에 전쟁을 수행해야 하는 부담감을 안게 되는 거지.

뭐 말이야 미국의 능력이면 두 지역에서의 전쟁 수행이 가능하다지만 그게 실제로 그리 쉬울 리가 있나.

결국, 당분간 북한 문제는 좀 더 지켜보자는 쪽으로 결론을 내린 모양이다.

“그렇다 해도, 핵실험 준비를 하는 것을 그냥 지켜만 본다고요? 미국이?”

-우리도 지금 당황스럽다고요. 지금쯤이면 당장이라도 뿌리를 뽑겠다고 나서는 미국을 우리가 만류하는 것이 정상적인 그림인데, 오히려 저들은 지금 우리에게 자중하랍니다. 젠장, 그렇다고 전시작전권도 없는 우리가 독자적으로 움직일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아무튼, 그 문제라면 좀 더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는 말밖엔 해줄 말이 없습니다.

국정원장은 뭔가 또 바쁜 일이 있는지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여전히 귀에서 휴대폰을 떼지 못한 채 난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야 대체.’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었다.

차라리 피해를 감수하고 제거를 주장하는 한국. 그리고 그걸 만류하는 미국.

이건 역사와는 완전히 상반된 결과이지 않던가.

‘어쩌면 지금 제거를 해버리는 편이 나을 수도 있는데…….’

역사적으로 봤을 때는 그게 최선일지도 모른다.

그냥 둬봐야 저들은 결국 완전한 핵 개발의 성공은 물론 장거리 투발 수단마저도 확보하여 두고두고 골칫거리가 될 테니까.

물론 그 과정에서 발생할 피해가 염려스럽다고는 하지만, 그건 예전에나 통할 말이다.

예측할 수 있는 거의 모든 피해는 북의 방사포에 의한 무자비한 포격인데, 우리에겐 이미 HVP 라는 훌륭한 방어수단이 존재하니까.

설사 미사일이 날아온다 해도 이미 배치가 시작된 천궁이 어느 정도는 막아낼 수 있을 터, 지금이 사실상 북의 핵을 제거할 수 있는 적기임은 확실하다.

‘어쩌면 우리 정부의 태도가 바뀐 것도 그것에서 오는 자신감 때문일 지도……쯧, 그럼 뭐해. 어차피 미국이 동조하지 않으면 불가능 한 일인 것을. 결국, 이 부분은 역사대로 흘러가게 되는 건가.’

꾸욱!

안타깝지만 그럴 듯한 느낌이었다.

그럼 우리가 향후 처할 대처는 두 가지뿐.

당장은 아니라도 북이 완전한 핵 보유에 성공하기 전에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그걸 제거할 능력을 갖추거나.

그게 아니면 ……이번엔 우리도 핵을 보유하거나.

‘핵 보유라…….’

불현듯 떠오른 그 말에 실소가 뱉어졌다.

그게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싶어서.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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