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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88화 (88/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88화

“이건 앞으로 우리가 만들 한국형 이지스 구축함의 설계도입니다. 즉, 이미 참고할 만한 설계도가 존재하는 상황이니 개발시간 단축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죠.”

“이게 구축함이라고요?”

아마 저들에게는 꽤 낯선 형상이었을 거다.

통합 마스트는 물론 삼동형 함체. 그리고 스텔스 설계가 적용된 함포의 모습은 지금까지 저들이 설계해왔던 보편적인 전투함들과는 차이가 크니까.

하지만 그걸 알까.

저 설계안은 바로 이곳 대유조선해양에서 탄생한 모델임을.

회귀 전 정부는 한국형 이지스 구축함 건조사업을 위해 현우와 대유 조선에 각각 형상 설계안을 발주했었는데, 그때 대유가 내놓았던 형상 설계안이 딱 저 모습이다.

“여러분이 앞으로 하실 일은 이 설계안을 바탕으로 만재배수량을 1만 톤까지 끌어 올리는 겁니다.”

문제가 있다면 그것이었다.

만재배수량 7천 톤급인 저 한국형 미니 이지스 함정을 최소 세종대왕함급으로 확장하는 것.

물론 배가 크다고 해서 꼭 좋은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무장을 탑재할 수 있다는 면에서나 작전능력의 향상을 위해선 필요한 선택이다.

“기존 설계안에 대한 이해만 확실하게 할 수 있다면 배수량 확장은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습니다.”

제법 나이 지긋한 엔지니어 한 명이 대꾸했다.

그러고 보니 주변에 몰려든 사람들은 거의 엔지니어로 보이는 듯한 자들.

확실히 영업에만 매달리는 일반 간부들과는 달리 뭔가 적극적이다.

“그거 다행이군요. 참고로 이 함정에는 우리 연구소가 개발한 적외선 차폐 도료가 적용될 겁니다. 덕분에 대함 미사일에 대한 회피능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할 예정이죠. 또한, 탑재되는 AESA 레이더에는 LPI. 즉 저 탐지 모드 기술이 적용되어 적이 아군의 위치파악을 어렵게 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오오!”

엔지니어들은 그 말에 탄성을 내질렀다.

하지만 달싹이는 내 입에서 채 설명이 끝나지 않았음을 깨달은 듯 다시 침묵하며 주시한다.

“추진방식은 CODLAG식 하이브리드 체계가 될 겁니다. 뭐 그 부분이야 연구소에서 개발을 진행할 예정이니 상관은 없을 테고, 여러분들께서 가장 염려하시는 전투체계 역시 대략 60퍼센트 이상은 이미 개발이 완료된 상태니 걱정하실 필요 없을 겁니다. 함포를 비롯하여 수직발사관. 그리고 레이더와 무장 제어 소프트웨어까지 이미 개발이 끝난 상태니까.”

“…….”

“참, 전투 정보체계 역시 기존보다 표적관리능력이 20배. 그리고 정보처리 능력은 거의 100배 가량 끌어올린 한국형 시스템이 이미 완성되어 있습니다.”

“…….”

엔지니어들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은 채 서로를 쳐다봤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개중 제법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엔지니어 한 명이 아주 핵심이 될만한 질문을 뱉어냈다.

“그런데 마스트의 모양이 왜 이렇게 생겼죠?”

“그건 모든 레이더와 센서들을 한곳에 집중한 통합 마스트 체계입니다.”

“레이더와 센서들을 통합한다고요? 아니 왜요?”

“그야 당연히 RCS(레이더 피탐 면적)를 줄이기 위해서죠.”

엔지니어는 그 말에 눈을 끔뻑였다.

이내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다시 도면을 살핀 그는 여전히 적응되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고, 결국 난 그들을 향해 추가적인 설명을 이었다.

“이젠 구축함도 스텔스 형상을 갖추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때문에, 우리 역시 그 추세를 따라가야만 하죠.”

“그럼 이 형상대로면 RCS 값이 어느 정도나…….”

“이 설계안의 RCS는 고작 참수리급 정도의 함정보다 작게 표시되는 수준입니다. 앞서 말했듯, 통합 마스트의 역할이 꽤 큰 편이죠. 사실 통합 마스트의 장점은 단지 그것만이 아닙니다. 탑재되는 다중 센서들의 유기적인 운용으로 장비 운용 효율이 높아져서 전투능력이 기존과는 비교조차도 되지 않을 정도로 향상되죠.”

“…….”

“더 중요한 점은 저 자체가 모듈화된 구조라서 함정과 마스트를 동시 건조할 수 있다는 접입니다. 쉽게 말해서 건조시간의 단축은 물론 유지보수에도 용이하다는 건데, 솔직히 이쯤이면 3년 안에 건조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설명을 듣고 있던 엔지니어들은 목이 마른 듯 일제히 물잔을 들이켰다.

명색이 엔지니어들이 설계도를 해석할 능력이 없지는 않을 터.

단 하나의 오차도 없는 설계도면이 존재한다는 사실.

그리고 하필 그게 기존과는 전혀 다른 설계방식이라는 점에서 무척이나 당황한 모양이었다.

“이걸 대체 어디에서 나신 겁니까?”

용기 있는 누군가가 내게 질문했다.

마치 자신은 아직도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는 표정과 함께

하긴, 회장이라는 자가 대뜸 찾아와선 설계도를 툭 던지고 가는 상황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닐 거다.

“여러분은 그저 한 가지만 염두에 두십시오. 만약 이게 현실화되면 이 나라는 미 해군의 구축함 정도는 감히 비비지도 못할 수준의 것을 보유하게 된다는 것.”

“…….”

*******

“여긴 뭡니까?”

다시 현장 시찰에 나서던 차에 무언가 조금 이상한 장면을 목격했다.

거대한 페쇄형 도크로 보이는 곳에서 사람들이 들락거리는 모습.

주변에 외부인의 출입을 차단하기 위한 경비도 제법 삼엄한 것이 뭔가 은밀한 일이 벌어지는 현장 같은 느낌이다.

“아, 그게…… 실은 209급 잠수함의 마지막 함인 이억기 함의 건조장입니다.”

“이억기 함이라면 작년 12월에 이미 군에서 인수하여 사업 종료가 되었어야 정상 아닙니까?”

역사적인 사실이 비추면 그래야 정상이었다.

당황한 듯 한껏 얼굴이 붉어진 담당 전무가 머리를 긁적이며 변명한다.

“원래는 그래야 했는데, 전평단 인수 평가대가 인수를 거부했습니다.”

“왜요?”

“실은 기존에 운용 중인 209급 잠수함들의 프로펠러에서 미세균열이 발생했답니다. 문제는 이억기함 역시 같은 프로펠러를 장착한 상태라서 정부가 추가 예산을 투입해 문제를 해결한 이후 취역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그 부분은 역사와 맞지 않았다.

아니, 프로펠러에 문제가 발생한 사실 자체는 역사와 일치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이억기함이 그 영향으로 취역을 미루었다는 사실만큼은 다른 상황.

뭐 그거야 그렇다 치고, 대체 어느 정도나 문제가 심각하기에 취역까지 미룬 것인지가 궁금하다.

“원래 케비테이션(프로펠러의 회전으로 미소한 공동(空洞)이 발생하는 현상)에 의한 마모 현상은 종종 발생하는 일 아닙니까. 대체 균열이 어느 정도나 생겼기에 그런 거죠?”

“심한 경우는 250군데 가까이 미세균열이 생겼다고 합니다.”

“…….”

그 정도면 사실상 폐기 처분을 해야 하는 수준이었다.

쯧, 여기서 또 한 번 기술 수준의 한계가 드러나는 거지.

하긴, 애초 프로펠러 제작이 유체역학을 비롯하여 금속가공기술과 형상 설계의 노하우가 쌓일 대로 쌓여야 하는 분야인 터. 그걸 지금 대한민국의 기술 수준으로 극복하기엔 무리였을 거다.

“그래서 대책은요?”

“일단 독일에서 수입하는 방편을 고려 중입니다.”

“흠…….”

아마 이 시기 독일이 개발한 프로펠러라면 고스큐 프로펠러를 뜻할 거다.

7엽이 아닌 6엽의 날개를 가진.

저들의 주장에 따르면 두께를 줄인 대신 케비테이션 현상을 줄일 수 있다고는 하는데, 문제는 결국 그것도 몇 년 후엔 엄청난 균열 현상을 겪었다는 거다.

그래서 결국 다시 소노스톤 제질의, 7개의 날개를 가진 통상적인 프로펠러로 교체하는 상황이 발생하기까지 했고.

‘그렇다고 우리도 독일처럼 PBFC 방식으로 갈 수는 없지. 추가로 구조물을 달기엔 시간적인 여유도 없고, 또 전체적인 밸런스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으니까. 그럼 이걸 어쩐…… 가만!’

생각이 깊어지던 차에 문득 시선이 팔목으로 향했다.

저 안에 존재하는 무수한 폴더 중 분명 복합소재를 사용한 프로펠러 제작 기술이 존재했던 것으로 기억하거든.

아마 그때가 2023년쯤이었던 것 같은데, 분명 ADD는 탄소섬유를 활용한 복합소재 증착방식의 프로펠러 제작에 성공했었다.

“그 문제는 제가 조만간 답을 드릴 수 있을 것 같군요.”

상황이 그렇다면 문제 될 것은 없을 듯했다.

이미 우린 세계 최고 수준의 탄소섬유를 개발해둔 상황이고, 적층 기술도 공격헬기 로터를 제작하며 이미 습득한 상태니까.

더군다나 이미 제작에 필요한 도면마저 보유하고 있으니 마음만 먹는다면 불과 몇 개월 안에도 현실화가 가능하다.

“그게 무슨…….”

게다가 그게 개발된다면 단순히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에서 끝나지 않는다.

복합소재 적층 방식의 프로펠러는 20노트가 넘어가도 케비테이션 현상이 발생하지 않는 특성을 가진 물건.

즉, 재래식 잠수함이 장시간 최고속도로 운항해도 무리가 없다는 것을 뜻하는데, 그 경우 작전능력의 상승은 비약적으로 증가할 거다.

“일단 이 문제는 모레쯤 내가 다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

******

다음 날, 난 곧바로 연구소로 향했다.

한동안 바쁘다는 것을 핑계로 통 만나지 못했던 희원은 웬일인지 살이 피둥피둥 쪄 있었고, 얼굴에도 꽃이 활짝 펴있었다.

“연애가 좋긴 좋구나.”

“고롬, 인생 뭐 있냐? 좋아하는 사람 만나서 잘 사는 게 최고지.”

희원은 던지듯 뱉어냈던 말에 꽤 철학적으로 응수했다.

그러고 보니 말투도 조금은 달라진 느낌.

왠지 긍정적인 변화라는 생각에 웃으며 등을 두드리자 놈이 갑자기 확 인상을 찌푸린다.

“너 혹시 또 숙제 던져주려고 온 거냐?”

“그야 당연하지 않을까?”

“빌어먹을…… 이번엔 또 뭔데?”

그 말에 메모리 카드 하나를 건넸다.

이후 한참 설명을 잇자 놈이 그나마 다행이라는 듯 한숨을 내쉰다.

“어차피 적층 기술은 보유 중이니 어려울 건 없겠네. 게다가 도면까지 있는 마당이면 뭐…… 한 4개월 안에는 가능하겠다.”

“시간을 당기는 것은 좋은데, 수량은 좀 넉넉히 확보해야 할 거다.”

“얼마나?”

“우선은 3개.”

“뭣 때문에 3개씩이나 필요한 건데?”

“209급 잠수함이 죄다 같은 프로펠러를 장착한 마당에 한 척만 문제가 발생했겠어? 어차피 정부도 발등에 불이 떨어져서 승인까지 한 마당이면 빨리 처리를 해 버려야지.“

“그럼 3개가 아니라 9개가 필요한 것 아니야? 209급은 9척이잖아.”

“한꺼번에 개수를 진행하면 작전에 지장을 주잖아. 그러니 순차 적으로 3척씩 진행을 하겠다는 거야.”

놈은 그제야 상황을 이해 한 듯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웃으며 돌아서려는 순간 뒤편에서 놈이 다급하게 소리친다.

“참! 나 조만간 결혼할 예정이다. 축의금이나 두둑하게 준비해라.”

“…….”

젠장, 다들 무슨 약속이라도 한 건가.

왜 다들 결혼들을 못 해서 안달이 난 건지 모르겠네.

괜히 가운뎃손가락을 날려주고 싶은 욕망이 속에서 불처럼 일어난다.

“희원아 결혼이란 말이야. 식장에 팔짱 끼고 들어갈 때까지는 모르는 거야. 하니 너무 장담하지 마.”

“……저 새끼. 또라이 아니야?”

***

[미국 정부는 오사마 빈 라덴의 검거에 실패했음을 인정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여파는 여전했다.

미국은 비록 전쟁종식 선언 이후 안정화 작전을 진행 중이지만,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소규모 전투가 지속되는 상황.

탈레반의 저항은 결국 이라크 전쟁으로까지 이어질 테니 저 전쟁이 이미 끝났다는 말은 어폐가 있지 않나 싶다.

[우리 정부는 한국군 의료지원단 1진을 파병했습니다.]

우리 군의 파병도 결국엔 역사를 따랐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재우가 제공한 방탄조끼를 전부 착용하고 있는 상태라는 것.

의료진들의 안전을 고려한 정부의 조치였는데, 역사적으로 우리 의료부대가 공격을 받은 적은 없었기에 별 의미는 없지 싶다.

[대망의 2002월드컵이 이제 불과 보름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한일 월드컵의 열기는 절정으로 치달았다.

지구 한편에선 전쟁의 상흔으로 신음하고 있는 와중에 또 다른 한쪽에선 세계적인 축제라니.

아이러니도 이런 아이러니가 없다.

“출발하시죠.”

한동안 역량을 총동원한 덕분에 대유 트럭은 드디어 5대의 JLTV 시제 차량을 선보였다.

약 3시간에 걸쳐 방호력 시험장으로 이동.

저 멀리 서 있는 육중한 차량의 모습이 눈에 보인 순간 내내 평온했던 심장이 갑자기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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