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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87화 (87/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87화

“내년 초순쯤이면 1호 시제 차량이 제작에 들어갈 듯합니다.”

며칠 후, 내 지시로 대유 트럭에 방문했던 김 부사장이 JLTV의 개발상황을 알려왔다.

불명확해진 타임라인으로 인해서 이라크 전쟁은 또 언제 발생할지 알 수가 없게 된 상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하루라도 일을 서두르는 것뿐이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는요. 그런데 막상 일이 이렇게 되니 좀 아쉽군요. 진즉부터 개발을 서둘렀으면 곧 미국이 시작할 전쟁에서 큰 도움이 되었을 텐데 말입니다.”

아니, 설사 개발이 완료 됐더라도 곧 일어날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선 그게 쓰일 일이 없었을 거다.

자고로 무기도입의 필요성은 절실함을 느낄수록 촉발되는 법인데,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그 절실함을 느끼기엔 지나치게 빨리 종결 돼거든.

“언제는 그걸 어디에 팔아먹을 거냐고 따지시더니, 이젠 슬슬 생각이 바뀌시는 모양이군요.”

“그거야 당시엔 이런 일이 생길 줄은 몰랐으니까요. 그런데 생산단가가 만만치 않은 차량이라서 아무리 미국이라도 부담스럽지는 않을까 걱정이군요.”

그 점에 대해선 걱정하지 않는다.

병사들의 희생에 민감한 미군으로서는 피해를 최소화할 수만 있다면 돈이 얼마가 들든 퍼붓기를 주저하지 않을 테니.

정작 걱정되는 것이 있다면 내가 노리고 있는 이라크 전쟁의 타임라인이 지나치게 앞당겨지지 않기만을 바라는 건데, 그거야 운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

“그 점은 염려 안 하셔도 됩니다.”

“뭐 회장님이 그렇게까지 자신하신다면 믿어야겠죠. 참, 마이클 중장에게 전화가 왔었습니다.”

보고를 끝내고 나서던 김 부사장이 문득 다시 돌아서며 말했다.

안 그래도 그쪽 소식이 궁금했던 차.

눈을 한껏 빛내며 쳐다보자 그가 빙긋이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40밀리 주문 수량이 폭증했습니다. 내년 중순까지 최소 30만 발을 추가로 보내달라고 하는군요.”

“그래요?”

아마도 장기전. 그리고 전면적인 지상군 투입의 가능성을 상정하고 치장물자를 확보하려는 모양이다.

하긴, 당장은 전쟁만 결정지었지 구체적인 작전의 방향을 정한 것은 아닌 상황일 테니까.

하지만 그걸 알려나.

미국은 어마어마한 폭격과 북부 동맹의 힘만으로 이 전쟁을 불과 2개월 만에 종결한다는 것을.

그나마 투입된 특수부대의 임무 또한 항공폭격 지원이나 북부 동맹을 지원하는 수준에 불과했고.

쉽게 말해서, 지금 저 주문품들은 결국 잉여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대금은요?”

하지만 저들이 후회할 일은 없을 거다.

어차피 또 얼마 후면 이라크를 무대로 전쟁이 벌어질 거고, 그땐 전면적인 지상군의 투입으로 30만 발로는 턱없이 모자란 상황이 펼쳐질 테니.

“대금은 어제 미 국방부로부터 전액 선입금됐습니다. 총액 10억 달러에 달하죠.”

“어지간히도 급했던 모양이군요.”

“당장 전쟁을 시작하겠다고 나서는 상황이니만큼 어쩔 수 없었겠죠. 그런데 보고드릴 것은 그게 다가 아닙니다.”

“…….”

“미국 현지에서 라이선스 생산 중인 스마트 포탄도 증산을 시작한 모양입니다. 그 때문에 라이선스 비용도 선입금이 될 예정이고, 스마트 포탄 센서용 군수 반도체와 철갑탄도 추가 발주가 있을 것 같습니다.”

“얼마나요?”

“라이선스 비용을 포함하여 총액 25억 불 정도 됩니다. 구체적인 내역은 곧 보고서를 올려 드릴 테니 참조하시면 됩니다.”

“이것 참……미 군수업체들이 왜 그렇게 전쟁에 열광하는지 이해가 가는군요. 알겠습니다, 일단 당분간은 관련 부처는 24시간 3교대로 생산라인을 지속하라고 하세요. 초과근무에 대한 수당은 평소보다 더 챙겨주시는 것 잊지 마시고요. 혹시 그래도 인력이 모자라는 경우가 생긴다면 당분간은 고폭탄 제작 라인에서 인력을 전용하는 것도 검토하셔야 할 겁니다.”

“네, 즉시 조치하겠습니다. 참 그러고 보니, 현지 제작 중이던 방탄조끼의 수량이 어느덧 30만 벌을 넘어섰다고 합니다. 덕분에 연말쯤, 4억 달러에 달하는 라이선스 비용이 추가로 들어올 것 같습니다.”

이건 뭐 입만 열면 돈이 들어온다는 얘기였다.

단지 전쟁의 소문만이 난무한 상황에서도.

그나저나 그 짧은 사이 30만 벌이나 제작을 해냈다니.

확실히 미국의 스케일은 상상을 초월한다.

하긴, 2차대전 당시엔 전함도 붕어빵 찍듯 찍어냈던 곳이니 뭐.

“그럼 전 이만.”

보고를 마친 김 부사장은 행여 빠트린 것이 없나 싶은 표정으로 돌아섰다.

어느덧 사무실엔 또 나 혼자만 남은 상황.

적막감도 깰 겸 돌아가는 상황이나 엿보자는 생각으로 TV를 켜려는데, 김 비서가 다시 방문을 노크했다.

똑똑!

“회장님 진현철 대표님 오셨습니다.”

“응?”

최근 통 얼굴을 보지 못했던 터라 반가운 마음에 즉시 문을 열었다.

당황스럽게도 그의 곁엔 웬 여인이 함께 있는 상황.

순간 뇌리를 스친 것은 얼마 후 그가 상견례를 앞두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쯧쯧, 얼굴이 왜 그 모양이야?”

현철은 한껏 걱정스럽다는 표정으로 말하곤 자신의 곁에 서 있던 여인을 곁눈질했다.

그러자 여인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나를 향해 다가서선 슬며시 고개를 숙여 보인다.

“김아름이에요.”

“아…… 네. 일단 들어오시죠.”

나도 몰래 뒷걸음질 치며 그들을 맞았다.

이내 지나치는 현철의 팔을 붙잡자 그가 히죽 웃으며 귓속말을 한다.

“대영 그룹의 차녀야. 아버지가 하도 만나보라고 해서 나갔다가…… 무슨 말인지 알지?”

한마디로 시간이나 때우자는 심산으로 나갔다가 그대로 골문을 열었다는 소리였다.

표정으로 봐선 그것도 완전히 활짝.

뭐 성격까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단아한 외모로만 보면 누구라도 관심이 갈 만은 한 인상이긴 하다.

그나저나 대영 그룹이라면 재계서열 13위의 대 그룹 중 하나인데, 정말로 두 집안이 사돈 관계가 된다고?

“형님, 저 좀 잠시…….”

슬며시 그를 끌어당기며 문밖으로 유도했다.

여인은 어느새 소파에 자리를 잡고 앉은 상태.

양해를 구하며 문을 닫곤 현철을 향해 물었다.

“정말로 결혼할 생각입니까?”

“진지하게 생각하는 중이야. 그래서 네 생각은 좀 어떤지 알아보려고 찾아온 거고.”

“…….”

“이건 단순히 사람과 사람만 이어지는 문제가 아니잖아. 저쪽 집안도 재벌 가문인 상황이니까. 그러니 회장인 네 생각도 들어봐야 하지 않겠어?”

“저야 형님이 좋다면 상관은 없습니다만, 지나치게 서두르는 것은 아닌가 싶은 거죠.”

현철은 그 말에 히죽 웃어 보였다.

표정만으로 이미 대답이 되었달까.

결국, 어깨를 들썩이자 그가 내 등을 툭툭 두드린다.

“진현승입니다. 먼저 찾아뵀어야 하는 건데, 죄송할 따름입니다.”

“아니요, 워낙 바쁘신 분인 걸 아는데요 뭐. 형님께 말씀은 많이 들었어요.”

그녀의 목소리는 꽤 차분했다.

이후 이어진 대화에서도 딱히 흠을 찾기 힘들었던 상태.

재벌 가문에서 자란 여느 2세들과는 확실히 달라 보이는 터라 조금이나마 마음이 놓인다.

뭐 어쩌면 현철 역시 그런 점에 끌린 건지도 모르지.

“참, 아버지께서 별말 없으시디?”

한참 대화가 무르익던 차에 현철이 대뜸 의미불명의 말을 던졌다.

의아한 마음에 눈을 끔뻑이자 그가 비릿한 미소와 함께 다시 말을 잇는다.

“쯧, 아직 말씀 안 하신 모양이구나. 조만간 네 선 자리도 마련하시겠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아서.”

“…….”

그 말에 머리가 하얗게 변했다.

결혼, 그리고 여자.

여태껏 그런 명제는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거든.

하지만 어느덧 내 나이도 서른 중반.

게다가 노쇠한 부모까지 두고 있는 존재였다는 사실이 이제야 현실로 느껴졌다.

젠장, 이거 일이 꽤 귀찮게 됐네.

“수술 이후 심적으로 많이 약해지신 것 같아. 일단 싫더라도 한 번쯤은 아버지 뜻을 따라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혹시 또 알아? 그러다 나처럼. 흠흠.”

현철은 슬쩍 곁을 한번 쳐다보곤 웃으며 말을 맺었다.

정말로 콩깍지가 확 끼인 모양새.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그녀. 김아름이 툭 하고 말을 던진다.

“그러지 말고 제가 다리를 한번 놔볼까요?”

“아니요, 그건 사양하겠습니다.”

즉시 거절의 의사를 표했다.

무안 했던 걸까, 그녀가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였고, 난 행여 오해라도 할까 싶은 마음에 서둘러 시간이 없음을 핑계로 덧붙였다.

삐이!

그때, 갑자기 인터폰이 울렸다.

수화기에서 김 비서의 목소리가 들려오는가 싶더니 곧 있을 외부일정을 알려왔다.

“바쁜데 우린 이만 가지.”

현철은 시간을 뺏는 것이 미안하다는 듯 귀가를 서둘렀다.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에 즉시 몸을 일으키자 그가 머쓱한 얼굴로 툭 하고 내 어깨를 건드린다.

“전쟁의 소문으로 흉흉한 판국에 결혼한다고 나서는 것이 좀 미안하네.”

“전쟁 중에 애도 태어나는 마당에 결혼하지 말라는 법은 없죠. 더군다나 이 나라가 당장 전쟁을 하는 것도 아닌데 뭐가 걱정입니까.”

"이해해주니 고맙다. 그나저나 너도 어서 가정을 꾸려야 안정이 될 텐데…….”

그는 연신 우려스럽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글쎄, 나야 아직은 결혼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어서.

그나저나 이 기분은 뭐지?

이건 꼭 내 친 혈육이 결혼을 한다는 소식을 들은 기분 같달까.

아무래도 내가 이젠 정말로 진현승이 되어 가려나보다.

******

[미 정부는 오늘 세계무역센터 테러범들의 얼굴을 공개했습니다.]

며칠 후, 미 정부는 테러범들의 사진을 공개했다.

처음 그걸 봤을 땐 마치 번개에 관통이라도 당한 느낌에 난 한참을 TV만 주시했다.

“저 사람…….”

그자가 확실했다.

노키드와의 협의를 위해 미국으로 향했을 당시 비행기에서 복통을 일으켰던 바로 그 인물.

젠장, 어딘가 많이 봤다 싶더니 그래서였었나?

저 특유의 수염 모양.

회귀 전에도 바로 저 수염에 유난히 강렬한 인상을 받았었던 기억이 있었건만, 그게 뇌리에 자리 잡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나저나 분명 한국에서 출발한 직항편이었는데, 테러범이 한국엔 무슨 볼일이 있었던 거지?’

아무리 생각해도 그 점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역사적으로도 그런 부분에 대해선 언급된 적도 없었고.

혹여 그런 걸까, 의심을 피하기 위해 경유지를 만들어 여행자로 위장하려는. 뭐 그런 거.

아니면 역사와는 달리 그가 한국에서 외국인 노동자 생활을 했었다거나.

피식.

생각이 엉뚱한 방향으로 미치자 문득 회귀 전 들었던 일화가 하나 생각났다.

우리나라를 상대로 테러를 계획했던 아랍 단체의 일원 하나가 외국인 노동자로 들어왔다가 악덕 사장의 폭력과 착취에 시달려 테러는커녕 도주하듯 되돌아 갔었다던.

'에이, 설마 진짜 그런 이유였겠어?'

하지만 단순히 웃고 넘어갈 수가 없는 건 그 악덕 사장과 테러용의자 이야기가 부분적으로는 사실로 드러났었기 때문이다.

'역시 그보다는 여행자로 위장하기 위해 경유지를 거쳤다는 편이 더 합리적이겠군.'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향한 공습을 시작했습니다.]

그로부터 보름 후, 미국은 예고대로 아프가니스탄을 향해 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알카에다와 오사마 빈 라덴을 내놓으라며 거세게 요구하던 미국과, 이를 거절한 탈레반.

이후 미국은 엔터프라이즈급 항공모함 전단의 인도양 전개를 마쳤고, 뒤이어 수많은 해군 전력이 가세했다.

[250대에 달하는 함재기들은 물론 중동 지역에 배치 중인 제9공군 산하의 항공전력들이 폭격을 시작했습니다.]

미국의 공세는 그야말로 어마어마했다.

개전 한 달 만에 수도 카불이 북부 동맹에게 함락되었을 정도로.

이후 다시 한 달 만에 탈레반 정권이 무너졌으니 사실 저건 전쟁이라기보다는 일방적인 ‘뚜드려 까기’라는 말이 더 어울릴 거다.

[쿵!]

가끔 종군기자를 통해 전해지는 현장 영상에선 우리가 전에 만들어서 보냈던 40밀리의 활약상이 엿보이곤 했다.

폭격을 유도하기 위해 투입된 특수부대들이 의도치 않게 고립된 상황.

적의 공세를 40밀리로 뚫고 탈출하는 장면은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고 있는 기분이었다.

‘아무래도 생산 시설을 늘려야 할 듯싶군.’

유도미사일을 마치 RPG처럼 쏴 재끼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앞으로 일어날 이라크 전에선 설사 100만이 있어도 모자랄 것 같거든.

더군다나 이미 저렇듯 현장에서 성능을 경험한 상태면 차후에도 필요성을 요구할 가능성이 큰 상황. 지금부터 미리 준비해 두어서 나쁠 것은 없다.

‘이것 참, 40밀리가 효자 노릇을 할 줄은 또 생각도 못 했네.’

******

[미국은 최종 승리를 선언했습니다. 앞으로 한동안은 안정화 작전이 시작될 것임을 예고했으며…….]

그로부터 얼마 후, 미국은 공식적으로 전쟁종식을 선언했다.

그리고 어느덧 2002년 1월.

월드컵을 앞둔 이 나라는 성공적인 개최를 위한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월드컵은 무슨…….’

떠들썩한 세상과는 달리 내겐 월드컵은 그저 먼 나라의 이야기였다.

미래를 알고 있는 나로선 이 시기가 가장 기회거든.

가뜩이나 IT 거품이 거의 빠져나간 상태에서 터진 전쟁으로 인해 미국의 주가들은 바닥을 기고 있었고, 이젠 그걸 슬슬 주워 모아야 할 타이밍이었다.

-애플과 아마존닷컴은 최대한 매집 중일세.

라이언을 앞세운 미국 기업들의 주식 매수는 공격적으로 이루어졌다.

비록 먼 미래에 벌어질 일이지만, 애플과 아마존의 경우는 시가총액이 무려 1조 달러를 넘어설 기업들.

때문에, 그곳들은 당장의 이익을 보고 투자를 한다기보다는 묻어 둔다는 개념으로 가야만 할 거다.

[퀄컴은 아마 7월 이후가 최적의 협상 시기일 거야. 그때쯤 주가의 85퍼센트가 날아갈 테니까. 그러니 그때까지는 저쪽 주장에 끌려다닐 필요 없어.]

-자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그냥 아는 수가 있어.]

-난 당최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네. 알겠으니 염려하지 마.

퀄컴의 경우는 아예 인수를 시도 중이었다.

덕분에 내 개인 자금의 상당량이 넘어가 있는 상태였고, 펀드 자금 중 일부도 동원될 예정이다.

“도착했습니다, 회장님.”

오늘 내 주요 일정은 인수가 완료된 대유 조선을 시찰하는 거다.

무려 6시간에 가까운 긴 시간을 앉아서 온 탓에 몸의 뼈마디가 어디 한구석 쑤시지 않는 곳이 없다.

“어서 오십시오.”

미리 연락을 받은 대유조선의 간부들은 내가 차에서 내리자 부리나케 달려왔다.

먼저 현장을 보고 싶다는 내 요구에 그들이 이끈 곳은 어마어마한 크기의 배들이 조립 중인 도크.

그런데 본능은 속일 수 없는 것일까.

막상 내 관심은 이제 시작할 함정들을 건조할 만한 공간을 먼저 찾게 된다.

‘저쪽에 있는 폐쇄형 도크에서 건조하려나? 가만, 저긴 잠수함을 건조하면 딱 좋은 공간인데? 참, 그러고 보니 여기서 탄생한 장보고급 잠수함들이 림팩에서 어마어마한 성과를 올렸었지.’

한참 두리번거리던 와중 불현듯 그 생각이 떠올랐다.

고작 1200톤급에 불과한 잠수함으로 전 세계를 놀라게 했던 림팩에서의 사건들.

그걸 생각하면 우리가 참 대단한 민족이다, 싶은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뭐 이해를 못 할 일도 아니지. 해군 장교 중에서도 가장 엘리트들만 지원하는 곳이 바로 우리나라 잠수함 승조원이니까. 아니, 그 어렵다는’멘탈짐‘ 훈련과 테스트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이라면 말 다했지.’

‘멘탈짐’이란 잠수함 장교들만이 치루는 훈련과 시험이었다.

단지 소나를 통해 탐지된 표적의 소음과 방위. 그리고 소음의 크기 정보만을 바탕으로 표적의 침로와 거리, 속력을 암산으로 계산해낸다는 능력을 키우는 것.

그런데 우리 해군의 경우는 그 분야에 있어서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른 상황이었고, 어쩌면 그게 림팩에서의 성과를 이해시킬 수 있는 이유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싶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곧 군이 소요를 확정한 한국형 이지스 시스템을 갖춘 구축함 제작 사업이 시작될 겁니다.”

현장 시찰에 이어 회의실로 들어선 난 옹기종기 모인 대유 조선의 주요 간부들을 상대로 이제 시작될 구축함 제작에 관해 언급했다.

첫 시찰부터 지나치게 무거운 주제를 꺼낸 탓일까, 사람들이 동그란 눈으로 쳐다본다.

“곧바로 사업을 추진하신다고요?”

“어차피 소요가 확정된 사업을 시간 끌 이유가 없으니까요. 문제는 시간인데, 아시다시피 구축함 한 척 건조하는 것에 걸리는 시간은 설계단계에서부터 시작해서 최소 6년 이상. 하지만 난 그 시간을 3년으로 단축할 예정입니다.”

“아니, 대체 무슨 수로…… 군함은 상선과는 다릅니다. 전투체계부터 시작해서 무장까지. 갖춰야 할 것이 한두 개가 아님을 모르십니까?”

사람들이 일제히 웅성댔다.

순간 곁에 있던 김 비서를 향해 손을 내밀자 그녀가 들고 있던 가방에서 하드디스크를 꺼내 보인다.

탁!

이후 회의실에 있던 컴퓨터에 그걸 연결한 김 비서는 재빨리 프로그램을 구동했다.

대체 뭘 하는 건가 싶은 표정으로 내내 지켜보던 사람들은 갑자기 화면에 등장한 설계도면의 모습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이 이게 뭡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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