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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85화 (85/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85화

[방산비리 혐의로 수사를 받던 문지훈 대표가 이번엔 성폭행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됐습니다. 검찰은 한때 그의 비서였던 김모 씨를 비롯한 10여 명의 여성들을 참고인으로 소환했으며…….]

정 대표를 통해 추가로 검찰에게 보낸 자료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처음 방산비리에서 시작된 사건은 어느덧 놈의 일탈로 초점이 더 맞춰져 갔고, 끝내는 도덕적으로 씻을 수 없는 오명이 더해진 채 사회적으로 매장당하다시피 되고 말았다.

‘쯧, 놈에겐 부유함이 오히려 저주였는지도 모르겠군.’

차라리 돈의 힘을 몰랐다면 저렇게까지는 망가지지 않았을 테니까.

아니, 또 모르지.

천성 자체가 원래 그런 인물이었는지도.

[국방부 장관은 이번 군납 비리 사태를 책임지고 조사하겠다는 방침입니다.]

국방부 장관은 이번 비리 사태로 인해 자체적인 혁신안을 내놨다.

처음엔 사회적인 우려가 있었으나 청렴함의 아이콘인 합참의장이 개혁의 선봉에 선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언론이 기대감을 표명했고, 결국 합참의장은 역대 최초일 정도의 개혁안으로 우려를 불식시켜갔다.

[군은 대대적인 조사를 통해 S&U가 그동안 납품한 총기들의 성능미달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로써 향후 10년간 총기 납품 권한을 박탈했으며…….]

개혁안은 예상보다 파급력이 컸다.

방산업체가 군에 물건을 납품하지 못한다면 그건 곧 문을 닫아야 하는 처지.

아마 조만간 S&U에 흡수되었던 대유 정밀은 다시 매물로 나오지 않을까 싶다.

“도착했습니다, 회장님.”

생각이 깊어지던 차에 어느덧 차량은 목적지에 도착해 있었다.

지난번 센터 체제로 개편된 미사일개발부서.

안 그래도 성호 놈이 얼마나 적응을 잘하고 있는지 궁금했던 터에, 마침 방문요청이 온 상황이라 내친 발걸음이었다.

“어서 오십시오 회장님.”

“…….”

당황스러운 것은 성호의 반응이었다.

사석에선 그렇듯 엉뚱한 면을 보이던 놈이 웬일로 깍듯한 존칭은 물론 친히 차 문을 열어주기까지.

아무래도 동행 중인, 김 부사장을 의식하여 공과 사는 확실하게 구분하겠다는 의지의 표명 같은데, 나로선 놈이 저런 행동을 보일 때가 더 부담된다.

“왜 이래? 너답지 않게.”

“이게 원래 나다운 거야. 아, 아니. 나다운 겁니다. 아무튼, 들어가시죠. 브리핑할 것이 산더미 같으니까.”

놈의 재촉에 서둘러 자리를 옮겼다.

가장 처음 찾은 곳은 이제 막 개발이 완료된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 개발 부서.

들어서자마자 전시되어 있던 미사일의 목업mockup(모형)을 향해 다가간 그는 마치 자신이 처음부터 개발에 참여하기라도 한 것처럼 뿌듯해하는 표정과 함께 설명을 이었다.

“이번에 우리가 개발한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의 임시 명칭은 바이퍼로 정했습니다. 뭐 정식으로 채용되면 국방부에서는 또 한자로 제식 명을 바꿔 버리는 촌스러움을 연출하겠지만.”

그 말에 김 부사장의 미간이 살짝 씰룩거렸다.

그럼에도 딱히 탓할 생각은 없었는지 침묵을 지키자 성호의 설명이 다시 이어진다.

“바이퍼는 러시아가 제공한 아처를 기반으로 해서 개발되었습니다. 때문에, 서방 미사일들에 비해 뛰어난 공중 기동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추진체의 개선으로 60킬로미터라는, 단거리 미사일로서는 경이적인 사거리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또한 초점평면배열(Focal plane array) 센서를 탑재하여 적의 플레어에 쉽게 속지 않는다는 장점도…….”

성호의 설명은 한참을 더 이어졌다.

하지만 그거야 이미 내가 다 알고 있던 사실들뿐.

즉시 손을 들어 나를 부른 근본적인 이유를 묻자 놈이 뒤늦게 아! 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실은 이것 때문에…….”

성호는 말을 뱉어냄과 동시에 자리를 옮겨 검은 천이 뒤덮인 물체를 손가락질했다.

이내 스윽 하고 천을 벗김과 동시에 등장한 것은 스텔스 형상과 가변형 날개를 가진 물체.

예전 내가 놈에게 개발을 지시했던. 타우러스 공대지 순항 미사일의 한국형 버전이었다.

“저게 벌써?”

“죄송하지만 이것도 목업mockup에 불과합니다.”

놈은 흥분하는 나를 보며 서둘러 변명했다.

하긴 아무리 설계안이 존재한다 해도 불과 몇 개월 사이 개발이 완성되었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긴 하지.

“저거 설마, 미사일입니까?”

함께 지켜보던 김 부사장이 동그란 눈을 하며 물었다.

매번 둥글둥글한 미사일만 보아왔던 그로서는 낯선 형상이었겠지.

슬쩍 성호를 향해 시선을 주며 설명을 요구하자 그가 즉시 말을 잇는다.

“이건 부분적인 스텔스 능력을 보유한 공대지 순항 미사일입니다.”

“공대지 순항 미사일이라면 KF-16에 장착할 물건이라는 말입니까?”

김 부사장은 호기심을 드러내며 되물었다.

슬쩍 나를 향하는 성호의 시선.

놈을 대신하여 내가 설명을 이었다.

“KF-16은 물론 지금 개발 중인 고등 훈련기가 전투용으로 개량되는 경우에도 적용하는 것이 가능하죠. 참고로 사거리는 400킬로미터에 달하고, 6미터 두께의 강화 콘크리트도 뚫고 들어갈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놈이죠.”

“그 정도면 대 지상 작전능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하겠군요.”

사실 그게 바로 저물건을 개발하려는 주된 이유였다.

F-15에 준하는 대 지상 작전능력을 갖춰주기 위해서.

문제는 원본의 경우 무게가 1400킬로그램에 달하는 터라 F-16에는 부담스럽다는 사실.

해서 난 경량화된 버전을 개발할 것을 지시했고, 그래서 나온 것이 바로 저 한국형 타우러스다.

좀 더 슬림 한 형태의 한국형 타우러스.

“그나저나 고작 모형이 완성된 것을 보여주려고 바쁜 사람을 오라 가라 한 거야?”

문득 괘씸한 생각이 들어 성호 놈을 타박했다.

그런데 그때, 놈이 갑자기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럴 리가. 실은 유도시스템 개발이 이미 끝났거든……요. 그러니 어서 부품제작이나 서두르시라는 거죠.”

“Tri tec를 벌써 완성했다고?”

나로선 놀랄 수밖에 없는 순간이었다.

애초 타우러스는 복합 유도시스템을 채용한 상태.

관성항법장치(INS)는 물론 영상기반(IBN), 그리고 지형참조항법장치(TRN)까지.

아무리 내가 기술을 제공했다곤 해도 그 모든 걸 고작 수개월 만에 저 사이즈에 맞게 재설계 했다는 건 단순히 대단하다는 말만으로는 표현이 안 된다.

“흠흠.”

시선을 받은 놈은 잔뜩 거만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래 지금만큼은 거만할 자격이 충분하지.

덥석 놈을 끌어안자 놈이 화들짝 놀라며 나를 밀어낸다.

“이런 거 말고, 좀 실질적인 보상을 해주셔야지. 하다못해 보너스를 좀 챙겨…….”

따르릉!

순간 내 주머니 있던 휴대폰이 울리며 놈의 말을 끊어냈다.

무심코 그냥 끊으려다가 발견한 것은 특이한 패턴의 번호들.

결국, 혹시나 해서 놈을 향해 손사래를 치며 통화 버튼을 누르자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스터 진! F-16의 공동개량사업이 최종승인 됐습니다. 미안하지만 미국으로 좀 올 수 있겠습니까?

[…….]

난 그 말에 즉시 몸을 돌렸다.

“수고가 많았다.”

이내 놈을 향해 짧은 말을 남기고 돌아서자 뒤편에서 갑자기 놈의 욕설이 들려온다.

“시부럴…… 보너스 좀 주고 가라니까?”

******

“필요하신 음료나 주류가 있으시면 말씀해 주십시오.”

며칠 후, 난 에어로스페이스의 윤 대표와 함께 곧장 미국행 비행편에 몸을 실었다.

무려 13시간이 넘는 비행의 시작.

평소 해외 출장이 잦았던 윤 대표는 이미 이골이 난 듯 좌석에 앉자마자 골아 떨어졌고, 경호 인력들은 1등 석 전체를 독사 같은 눈으로 감시 중이었다.

“보실만한 잡지라도 가져다드릴까요?”

최근 임명된 신임 경호실장은 특히나 내게서 한시도 눈을 떼지 않았다.

화장실을 갈 때는 물론 하다못해 승무원의 행동 하나하나를 다 체크 하기까지.

좀 지나치다 싶어 몇 번이고 만류하려다간 그게 또 저들의 임무임을 생각하고 그만둔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잠시 실례 좀 해도 되겠습니까? 이코노미석에서 불편을 호소하시는 분이 계셔서 비즈니스석으로 좀 옮겨드릴까 해서요.”

비행시간도 어느덧 9시간이 지났을 무렵, 찌뿌둥한 몸을 풀기 위해 복도를 걸으려 나선 차에 승무원이 비즈니스석 승객들을 향해 양해를 구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장거리 비행을 하다 보면 가끔 일어나는 일이었던 터라 별 관심 없이 지나치려는 순간, 문득 그 불편함을 호소한다는 사내와 눈이 마주쳤다.

‘중동 사람인가?’

얼핏 보기엔 그런 듯했다.

특유의 구릿빛 피부와 수염.

특히나 사과를 연발하는 그의 영어에서 느껴지는 악센트도.

유독 식은땀을 많이 흘리는 것으로 봐선 어딘가 지병이라도 있는 모양인데, 이러다 행여 비상착륙을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저분, 괜찮은 겁니까?”

걱정스러운 마음에 지나치는 승무원을 향해 물었다.

슬쩍 다시 사내를 향해 시선을 준 그녀는 옅은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네, 다행히 승객분들 중 의사분께서 계셔서 검진하셨는데, 미약한 식중독 증상이라고 하시네요.”

그나마 심각한 상태는 아닌 모양이었다.

다행이라는 생각에 다시 화장실로 들어서려는 순간, 여전히 땀을 비 오듯 흘려대던 예의 그 사내와 눈이 마주쳤다.

‘어디서 본 것 같은 얼굴인데…… 영 기억이 확실하지가 않네.’

******

[환영합니다.]

델러스 공항에 도착하자 케빈이 우릴 마중 나와 있었다.

그곳에서 다시 차량을 통해 이동한 곳은 메릴랜드 주에 있는 노키드 마틴의 본사.

이미 우리의 방문을 준비하고 있었던 듯 다수의 사람들이 입구에 서 있었다.

[반갑습니다, 잭 커슨이오.]

노키드 마틴의 CEO는 꽤 인상이 좋은 중년인이었다.

외부에서 CEO로 영입된 것이 불과 6개월 남짓 되었다는데, 그럼 아마도 재우와 노키드 사이에서 벌어졌던 충돌과는 상관없는 인물일 터.

그래서인지 반기는 표정에서 그다지 가식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진현승입니다.]

우린 짧은 인사 끝에 곧장 회의실로 들어섰다.

순간 내 눈에 뜨인 것은 웬 나이 지긋한 노인이 창밖을 지켜보고 있는 모습.

의아한 마음에 멈칫하자 잭이 사내를 가리키며 말한다.

[GE사의 스캇 회장님이십니다.]

난 그제야 노인이 이 자리에 있는 이유를 이해했다.

전투기 개량사업에 엔진 개수가 빠질 수는 없을 터.

이 당시쯤에 생산되고 있는 F-16의 경우는 GE와 프렛 사의 엔진을 번갈아 장착하여 제품을 내놓고는 했는데, 이번에 진행되는 개량사업에선 GE가 선정된 모양이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스캇의 외모는 전형적인 남부 출신의 미국인 같았다.

뭐 남부 출신이라고 해서 딱히 외모가 티가 나는 것은 아니었지만, 왠지 몸에서 풍기는 고지식함이 그런 느낌을 가져다 준달까.

사실 그 고지식함은 말에서도 느껴졌는데, 뭔가 불만이 있는 듯한 투였다.

[프렛 사와 메가딜을 하셨다고요?]

뭐가 불만인가 싶더니 그게 문제였던 듯싶었다.

우리와 프렛사의 기술교환.

하지만 그거야 어디까지나 조건이 그랬기 때문이었던 걸 어쩌겠나.

그도 끝내 그걸 무시하고 싶지는 않았던 듯 이내 표정을 풀곤 내게 자리를 권한다.

[뭐 지나간 일이야 그렇다 치고, 앞으로 잘 해봅시다.]

이후 우린 구체적인 협의들을 이어갔다.

워낙 사업 규모가 커서일까, 하나의 의제를 해결하는 것에도 족히 몇 시간은 소모됐고, 점점 진이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 때쯤 잭이 결국 두 손을 높이 들며 휴식을 선언했다.

[좀 쉬고 하죠.]

그의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회의장엔 각종 먹거리들이 들어왔다.

안 그래도 배가 고프던 차.

빵 하나를 손에 쥐려는 순간, 잭의 말이 다시 날아들었다.

[아! 이것 한 가지만 마무리 짓죠. 개량사업을 섹터별로 나눠서 진행하자는 것 말입니다.]

그건 내가 제시한 안건 중 하나였다.

개수가 예정된 구형 기체들을 죄다 미국까지 끌고 갈 것이 아니라 우리 재우가 보유 중인 정비창에서도 진행하면 어떻겠냐는.

예를 들면 권역별로 나눠서 아시아권과 중동 지역은 재우가. 그리고 나머지 지역은 노키드의 공장에서 개수작업을 진행하자는 식으로.

뭐 구체적인 섹터의 구분이야 차후 거리를 비롯한 여러 제반 사항들을 더 분석하고 나서 구분 지어도 상관은 없는 문제고.

내가 그걸 제안한 이유는 당장 KAI의 적자를 메우기 위해서다.

단지 레이더만 공급하는 경우 그건 전적으로 연구소와 탈레스만 이익을 보는 구조인 터라 애초 내 취지와는 맞지 않는 상황.

최소 천 대 이상에 달하는 개수작업 중 일부라도 KAI가 참여할 수만 있다면 적자를 메우기엔 충분하지 않던가.

스윽.

긴장된 마음으로 잭을 쳐다봤다.

순간 그의 입가에 미소가 잔뜩 지어지더니 서류 한 장을 들이민다.

[내부 회의 결과 통과됐습니다.]

OK! 거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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