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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81화 (81/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81화

”찾아주셔서 영광입니다.“

행사가 끝나고 우리가 찾은 곳은 근처에 있던 식당이었다.

다른 이도 아니고 대통령이 참석하는 자리다 보니 건물 전체가 경호 인력들에 의해 통제가 되어 버린 상황.

특히나 우리가 자리 잡은 3층의 경우는 대통령과 총리를 비롯한 군의 핵심들. 그리고 나와 김 부사장을 제외하곤 누구도 드나들지 못하는 절대 안전지대가 되어 버렸다.

“반찬 맛이 아주 일품이군요.”

대통령은 음식이 입맛에 맞는 듯 젓가락질을 쉬지 않았다.

당장 중요한 문제가 남아 있는 마당에 밥이 넘어갈 리가 있나.

난 그저 뜨는 둥 마는 둥 하고 있던 찰나에 갑자기 대통령이 툭 하고 말을 던졌다.

“KAI를 인수하고 싶다고요?”

멈칫.

그 말에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나에게로 향했다.

우스운 것은 그게 놀라서 쳐다보는 눈빛들은 아니었다는 것.

하긴, 자체전투기 사업의 내막을 이미 어느 정도쯤은 알고 있는 저들로서는 그게 딱히 당황스러웠을 일은 아니었을 거다.

“그렇습니다.”

난 즉시 대답하곤 대통령의 안색을 살폈다.

도통 의미를 알 수 없는 표정.

슬며시 불안감이 몸을 찌를 무렵, 이번엔 그가 주변 장성들의 의향을 떠봤다.

“여러분 생각은 어떻습니까?”

“전 찬성입니다. 어차피 지금 KAI는 외부의 도움 없이는 자체전투기 개발 사업을 주도할 능력이 없으니까요.”

가장 먼저 대답을 한 이는 역시나 이동욱 합참의장이었다.

이유가 제법 적절했던 듯 대통령의 고개가 끄덕여지고, 눈치를 살피던 오중근 장관이 한마디를 거든다.

“그 말은 맞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전투기 개발을 성공적으로 주도할 곳은 재우뿐이죠.”

그는 마치 내막을 알고 있는 듯한 말투였다.

우리가 비밀리에 항전 장비와 엔진 개발을 비롯하여 이미 동체 설계를 진행 중이라는 것을.

하지만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은 나와 대통령. 그리고 국정원장뿐.

아마 그는 단순히 군 내부의 분위기가 재우에게 유리하게 돌아가자 숟가락이나 올리자는 심정으로 한 말이었을 거다.

“여러분들의 의견이 그렇다면 나도 굳이 반대할 이유는 없겠군요.”

대통령은 짧은 대답을 끝으로 다시 수저를 들었다.

마치 처음부터 KAI의 운명은 재우에게 귀속되는 것으로 결정해버렸던 것처럼.

하긴, 그도 이미 내가 벌여 놓은 것들을 빤히 알고 있는 상황.

그럼 당연히 내가 순순히 사업권을 다른 곳으로 넘기지는 않을 것이라 예상했을 테고, 결국엔 KAI의 흡수를 시도하리라는 것도 짐작은 했었을 거다.

“그럼 재우의 KAI 인수를 허락하시는 겁니까?”

순간 곁에 앉아있던 총리가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

아니, 단순히 놀랐다기보다는 뭔가 불만이 있는 듯한 눈빛.

살짝 불안한 마음이 들려는 찰나에 대통령이 다시 수저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게 최선이면 그렇게 해야죠.”

“하지만…….”

총리는 말을 머뭇거렸다.

뭔가 불만이 있음에도 차마 그걸 입 밖으로 끄집어내지 못하는 듯한 표정 같달까.

왠지 점점 분위기가 이상하다 싶은 생각이 뇌리를 파고든다.

“왜요, 총리께서는 반대의견이라도 있으신 겁니까?”

“아, 아니 꼭 그렇다기보다는…….”

“설사 반대의견이 있으시더라도 이번엔 그냥 접으세요. 이건 단순히 혜택을 주려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그동안 재우에게 받은 것들에 대한 보상 차원의 조치니까.”

“…….”

총리는 그 말에 눈을 끔뻑였다.

그러고 보니 저 신임총리는 그동안 재우가 정부를 위해 어떤 일들을 해왔는지 전혀 지식이 없는 상태.

이 상황이 일종의 특혜라고 생각했다 해도 무리는 아닐 거다.

‘특혜는 개뿔, KAI의 적자 규모가 얼만데.’

가만, 그러고 보면 대통령도 그걸 모를 리는 없을 텐데.

그런데도 굳이 보상이라며 포장을 하는 이유가 뭐지?

부채라도 대폭 탕감해 줄 요량이라면 또 모를까.

“그런데 말입니다.”

그때, 불현듯 대통령이 다시 입을 열었다.

시선이 일순 그의 입을 향해 집중되고, 그는 얼핏 염치가 없다는 듯한 표정과 함께 나를 향해 말했다.

“미안하게도 진 회장께서 내 부탁을 한 가지 더 들어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어떤…….”

“혹여 여유가 된다면 대유조선을 함께 재우가 인수해줬으면 싶습니다.”

“…….”

당황스러운 마음에 침묵했다.

그게 얼마나 큰 부담인지는 이해를 하는 듯, 대통령은 재빨리 사족을 달았다.

“물론 쉽지는 않겠죠. 하지만 재우가 그걸 받아들인다면 아마 산업은행도 두 조직에 대한 부채조정에 나설 용의가 있을 겁니다.”

내 예상은 정확히 일치했다.

뭐 한마디로 그런 거지.

당장 정권에 부담이 되는 것들을 네가 떠안아라.

대신 만족할 만큼의 부채 조정은 해주겠다.

문제는 내가 당장 조선을 인수할 이유가 있을까 하는 점인데, 그 부분에 대한 해답은 다시 대통령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이번에 발표할 중기 국방계획안에는 해군의 요구사항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

“그 때문에, 정부는 아직 진수가 시작되기 전인 KDX2 및 KDX3 사업을 전면 통합하여 아예 한국형 구축함 사업을 시작할 생각인데, 그걸 감당할 만한 곳은 재우뿐이지 않겠습니까?”

아마 그건 우리가 보유 중인 AESA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일 거다.

기왕 방공구축함을 건조할 요량이면 그것에도 차라리 통합 이지스 체계를 갖추자는.

막상 생각해보면 딱히 불가능한 것도 아니기에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실은 이곳에 오기 전 해군참모총장과 의견을 좀 나눠봤습니다. 재우가 개발한 AESA라면 KDX2 급의 배수량을 가진 구축함에도 충분히 이지스 시스템을 갖출 수는 있다고 하더군요. 더군다나 PESA 방식이 아닌 AESA로 곧바로 가버리는 터라 일본이나 미국보다 효율적인 대공방어 임무가 가능하다고요?”

“틀린 말은 아닙니다. 우리가 개발한 멀티 밴드 AESA는 고고도 탄도미사일 추적에도 강력한 기능을 발휘하니까요. 그걸 탑재한 상태에서 차후 러시아와 개발 중인 대공방어 미사일을 개량, 탑재한다면 현존하는 이지스 함정들과는 급 자체가 다른 물건이 탄생하는 거죠.”

대통령은 그 말에 빙긋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

마치 자신이 구상하고 있는 그림이 이미 완성되기라도 한 것처럼.

그리고 그 짧은 순간, 난 재빨리 수지타산을 따져봤다.

‘KDX2와 KDX3를 통합한다면 그 수량이 최소 9척. 게다가 이후 LNG선 수주로 대 활황을 맞는다는 점을 생각하면 사실 인수를 거부할 이유는 없지.’

그리고 돈도 돈이지만 이건 재우의 기술력을 몽땅 쏟아부어야만 하는 시험대.

우리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될 수 있음은 물론, 결과에 따라선 동북아 해상 전력의 격차를 줄일 기회도 된다.

아니, 격차를 줄이는 수준이 아니라 오히려 뛰어넘을 수도.

“저희가 인수하죠.”

생각 끝에 결론을 내렸다.

놀란 김 부사장이 동그란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대통령의 눈이 호선을 그릴 때쯤 다시 말을 이었다.

“단, 구축함의 배수량을 KDX2 급으로만 규정하는 것은 곤란합니다. 경하배수량 4400톤급으로는 무장을 갖추는 것에 한계가 있으니까요.”

“그거야 해군과 다시 조율하면 되겠죠. 그런 의미에서 하는 말인데, 이왕 결정했으면 일을 서두르면 어떨까, 싶습니다.”

대통령은 말을 뱉어냄과 동시에 총리를 쳐다봤다.

그 순간 낯빛이 변하는 총리의 얼굴.

아까부터 영 신경이 쓰일 정도로 부정적인 모습이다.

“그 문제까지 한꺼번에…….”

총리는 마치 압박과도 같았던 대통령의 시선에 머뭇거리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그도 잠시, 곧 고개를 끄덕인 총리가 나를 향해 말한다.

“조만간 위원회를 꾸릴 테니 준비하시죠.”

“네…….”

막상 대답은 했어도 기분이 영 좋지만은 않았다.

다른 건 몰라도 총리의 저 태도.

왠지 그게 꼭 억지로 등을 떠밀려 나서는 듯한 느낌이었거든.

이거 아무래도……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는 모양이다.

*******

“총리의 반응이 뭔가 심상치 않던데요?”

행사를 모두 끝마치고 올라가는 길.

차창 밖을 쳐다보다 문득 당시의 상황이 떠올라 입을 열었다.

곁에서 내내 침묵한 채 있던 김 부사장은 그 말에 기다렸다는 듯 말을 뱉어낸다.

“아마 KAI문제 때문일 겁니다.”

“KAI가 왜요?”

“실은 KAI를 욕심내는 곳이 우리만은 아니라는 소문이 있었거든요.”

“…….”

그 말에 절로 고개가 돌아갔다.

시선이 지나치게 날이 서 있었던 걸까, 김 부사장은 살짝 붉어진 얼굴로 다시 말을 잇는다.

“그게…… 저도 오늘 아침에야 이동욱 합참의장을 통해서 들은 소식인데, S&U에서 항공분야 진출을 위해 KAI를 인수할 생각을 했었던 모양입니다.”

“전투기 엔진 하나 조립해 본 적 없는 S&U가 무슨 이유로요?”

황당한 마음에 되물었다.

아니 항공분야가 무슨 애들 장난도 아니고.

그쪽 방면엔 이렇다 할 실적도 없는 곳에서 뭣 때문에 갑자기 불모지나 다름없는 곳에 뛰어들겠다는 말인가.

“저도 구체적인 상황까지는 잘 모릅니다. 다만 그들이 총리를 내세워서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는 사실 밖에는. 그런데 미처 끼어들 틈도 없이 오늘 덜컥 결정이 나 버렸으니 총리의 표정이 좋았을 리가 없죠.”

“영향을 끼칠 가능성은요?”

내겐 뭣보다도 그게 가장 중요했다.

기껏 공이 넘어온 와중에 고춧가루가 끼는 것을 두고 볼 수는 없지 않은가.

하지만 괜한 걱정이었던 듯, 김 부사장이 피식 헛웃음을 뱉어낸다.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각하께서 재우가 그동안 전투기 사업을 위해서 어떤 준비들을 해왔는지 모르시는 것도 아닌 마당에. 더군다나 공군이 바보도 아니고, 능력도 안 되는 S&U가 KAI를 인수한다고 나서는 걸 동의할 리가 없죠.”

“흠…….”

그럼에도 불쾌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잠시 머뭇거리던 김 부사장은 곧바로 쐐기를 박는 말을 뱉어냈다.

“실은 각하께서 대유조선 인수를 조건으로 내건 이유도 그것 때문이었을 겁니다.”

“…….”

“혹시라도 저쪽에서 자신들의 세력을 앞세워서 시비를 걸면 각하로서도 부담되는 것은 사실 아니겠습니까. 하니 저쪽에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을 붙여서 포기시키려는 거죠.”

얼핏 그럴듯한 말이었다.

솔직히 자금력에 한계가 있는 S&U가 두 회사를 동시에 인수하는 것이 가능이나 할까.

하지만 우린 그럴만한 여유가 충분했고, 대통령은 바로 그 점을 이용한 거다.

“그래도 부담을 주는 것은 사실이니 부채 탕감을 제안한 거고…….”

“그렇죠. 각하로서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을 테니까요. 아무튼, 덕분에 이제 S&U의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호박씨를 까는 것밖에는 없을 겁니다.”

“……호박씨요?”

“언론플레이 말입니다. 뭐 사실 그것도 걱정하실 문제는 아닙니다. 언론을 다루는 것엔 저들보다 재우가 더 뛰어나니까요.”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자고로 언론을 다루는 문제에 있어선 돈이 핵심인데, 그 부분에 있어선 우리가 저쪽보다는 여유로우니까.

결론적으로 문제 될 것이 없다면 다행이긴 한데, 이상하게도 한번 파고든 불쾌함이 영 지워지지 않는다.

“S&U……문지훈.”

생각을 거듭하던 차에 불현듯 그 이름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그놈이 바로 S&U의 상무로 있었지.

한때 이 몸의 주인이었던 현승이의 옛 연인 오현지.

그녀가 관리하던 어장 속 인물.

불쾌함의 이유가 뭔가 싶더니 아무래도 놈이 원인이었던 것 같다.

“혹시 최근 S&U의 경영체제가 바뀐 적 있습니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었다.

예상을 증명하듯 김 부사장의 고개가 즉시 끄덕여졌다.

“약 5개월 전에 문익현 회장의 아들인 문지훈이 대표자리에 올랐습니다.”

“그래요?”

이로써 난 확신할 수 있었다.

놈이 바로 총리의 배경이라는 사실.

그런데 막상 화가 나기보다는 웃음이 나는 이유는 뭐지?

“S&U도 오래는 못가겠군요.”

“네?”

“기껏 회사를 장악하고 나서 한다는 짓이 제 능력에도 맞지 않는 분야에 도전하는 거면 그 회사의 미래는 불 보듯 뻔하지 않겠습니까? 이건 단지 삽질의 첫 시작일 뿐, 아마 놈은 앞으로도 이런 식의 삽질을 꽤 많이 하게 될 겁니다.”

“……그렇기는 하죠. 항공분야가 하루 이틀 사이에 결과물을 낼 수 있는 곳도 아닌 마당에 덜컥 달려들기부터 하는 상황이면 뭐…….”

김 부사장은 그 말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조만간 놈의 얼굴을 한 번 볼 날이 있을 것 같군요.”

“……네?”

“그냥……그렇다는 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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