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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78화 (78/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78화

[우리를 앞세워서 유대계 세력들로부터 재우를 보호한다고요?]

하사드는 그 말에 멍한 반응을 보였다.

웃고 있는 내 얼굴에서 확신을 가진 걸까, 뒤이어 모하메드가 다시 단호한 태도로 말을 잇는다.

[정확히는 석유업계의 유대계 카르텔이라고 해야겠죠. 사실 이 계획서들이 현실화되면 그들이 받는 타격은 진 회장의 말보다는 훨씬 클 겁니다. 하면 그들이 취할 조치는 불 보듯 뻔하죠. 가뜩이나 돈도 넘쳐나는 마당에 재우 그룹 하나쯤 어떻게 못 하겠습니까?]

[…….]

[하지만 우리가 재우에 투자하는 상황이면 이야기가 달라지죠. 저들에게도 사우디의 국부펀드와 UAE 투자청이 보유한 자금 규모는 부담스러울 테니까.]

하사드는 그 말에 눈을 빛냈다.

머리를 굴리는 것이 눈에 보이는 상황.

저 입에서 나올 말이 무엇인지 쯤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게 목적이라면 모하메드 왕자의 말처럼 더더욱 우리의 지분율을 끌어 올려줘야 하지 않겠소? 우리가 투자한 자금이 많으면 많을수록 확실한 방패막이가 될 테니까.]

거봐.

[그것도 틀린 말씀은 아닙니다. 현재 재우의 지분 가치 10퍼센트를 인수해봐야 고작 수십억 불에 불과한 투자금액이니까요. 사실 그 정도로 재우의 방패막이가 되어 달라는 것은 좀 무리긴 하죠.]

[…….]

[하지만 꼭 재우 홀딩스의 지분을 많이 보유해야만 저와 동맹을 맺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건 또 무슨 소립니까?]

모하메드와 하사드는 동시에 입을 열었다.

그 시점에 난 다시 주머니에서 서류 한 장을 더 꺼내어 그들의 앞에 내려놨다.

[조만간 전 펀드 하나를 조성할 겁니다. 목적은 재우를 비롯한 미래가치가 뚜렷한 대한민국과 전 세계의 IT 및 기술개발 업체들을 향한 투자. 즉, 일종의 미래 펀드를 조성하겠다는 거죠. 그곳이라면 여러분께서 금액의 한계를 정하지 않고도 마음껏 투자하실 수가 있습니다.]

순간 모하메드의 눈이 환하게 빛났다.

확신을 더해주기 위해 난 즉시 설명을 덧붙였다.

[그 펀드의 운용은 당연히 제가 직접 하게 될 겁니다. 더불어서 재우가 지금 진행하고 있는 각종 사업도 투자 대상이 될 테고. 즉, 굳이 홀딩스를 향한 직접 투자를 하지 않더라도 여러분은 간접적인 추가 투자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되며 저와는 더 강력한 동맹구축이 가능하게 되는 거죠.]

그 말에 모하메드와 하사드가 탄성을 내뱉었다.

왜 그렇지 않을까.

그게 가능하다면 내 방패막이가 되어줄 명분으로는 충분하고도 남은 것을.

이미 그 점을 눈치챘는지 두 사람의 표정이 점점 더 밝아진다.

스윽.

난 기울였던 몸을 펴고 그들을 쳐다봤다.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것으로 끝인 상태.

이제 저들이 보일 태도에 따라 우리의 관계가 확실하게 정립될 거다.

저들마저 적이 되느냐. 아니면 내 우군이 되어 미래를 함께 걸어가느냐.

[펀드의 규모에 한계를 두지 않겠다?]

그때, 모하메드가 넌지시 미소를 내비쳤다.

이미 그는 결심을 굳혔음을 의미하는 말.

미래에 대한 고민은 확실히 그가 하사드보다는 한발 앞서 있는 느낌이다.

하긴, 회귀 전에도 사우디는 석유 시대 이후에 대한 대책이 UAE보다는 늦었던 편이었지.

그것도 하사드가 아닌 할만 왕자에 의해서 뒤늦게 혁신도시 건설이니 뭐니 하면서.

그러고 보면 차후 할만이 피의 숙청으로 사우디를 이끌어가는 것을 뭐라 비판하기도 참 어렵다.

[펀드 투자처에 재우가 진행 중인 사업들이 포함되어 있다면 당연히 참여해야죠. 좋습니다, 조만간 투자청과의 협의해서 투자 규모를 정하도록 하죠.]

결국, 모하메드는 제안에 동의하며 손을 내밀었다.

안도의 한숨과 함께 손을 내민 순간, 그가 대뜸 생각지도 못했던 말을 내뱉었다.

[궁금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

[진 회장께서 최근 미국에 설립한 전기자동차 회사 말입니다. 차후 조성할 펀드가 그곳에도 투자하게 되는 겁니까? 그렇다면 금상첨화일 것 같아서 말이죠.]

테슬라의 존재를 알고 있는 것은 좀 의외였다.

더군다나 이제 막 세상에 발을 내디딘 회사에 펀드 투자를 제안하는 것도 의외였고.

어쩌면 그는 내 예상보다 미래를 보는 눈이 더 뜨여있는 건지도 모른다.

[당연히 투자 대상이 될 겁니다. 그곳 역시 재우가 설립한 회사 중 하나니까요. 한가지 염두에 두실 점은 투자비율은 전적으로 제가 정한다는 사실입니다. 쉽게 말해서 재우의 경영에 방해가 될 수준의 투자는 이뤄지지 않을 거라는 말이죠.]

[그거야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모하메드는 흔쾌히 조건을 수락했다.

우연이었을까, 그때 불현듯 러시아 자원개발 사업이 뇌리를 스쳐 갔다.

‘뭐 그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잘 부탁합니다.]

결론이 만족스러웠던 듯 모하메드가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스윽.

그와의 악수 끝에 하사드를 쳐다보자 그 역시 기다렸다는 듯 손을 내민다.

[조만간 사우디 국부펀드가 대출혈을 일으킬 것 같군요.]

농담이라곤 해도 흥분감을 가져다주는 말이었다.

끝이 어딘지 짐작도 가지 않을 규모의 사우디 국부펀드가 대출혈을 일으킬 정도라면 대체 얼마나 투자를 하겠다는 걸까.

만약 내 예상과 근접한 수준이라면 IT버블이 완전히 꺼진 이후 땅을 굴러다닐 유력 기업들을 나락 줍기하는 것에도 어마어마한 도움이 될 거다.

[그나저나 유대계 자본은 대체 어떻게 대응할 생각입니까.]

한참 상상의 나래를 펴고 있을 무렵 하사드가 넌지시 염려를 내비쳤다.

잠시 침묵하자 그가 다시 충고를 잇는다.

[물론 당장이야 그들과 척을 질 일은 없겠지만, 차후엔 반드시 부딪치게 될 거요.]

[그렇다 해도 결국엔 그들 역시 장사꾼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상대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만.]

[…….]

******

“전 로비에서 대기 하고 있겠습니다.”

이틀 후, HVP의 성능 점검 일정을 모두 끝마친 우린 귀국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이미 실전을 통해 사실상 성능은 이미 검증이 된 것이나 마찬가지.

그럼에도 끝내 점검을 진행한 이유는 사막 같은 혹독한 기후에서 레이더가 제대로 작동이 되는지를 확인하고자 함이었는데, 다행히 이렇다 할 문제점들은 발견되지 않았다.

“참, 하사드 왕세제님께서 배웅해드리지 못해서 죄송하다는 말씀 전달해 드리라고 하셨습니다.”

마지막 짐을 옮기던 김 비서는 하사드가 내게 남긴 전언을 알려왔다.

성격이 어지간히도 급했어야지.

펀드 투자에 대한 약속과 동시에 몸을 일으킨 그는 마치 쫓기듯 다시 사우디로 돌아간 터였다.

“알겠습니다. 짐만 마저 정리하고 내려갈 테니 먼저 내려가세요.”

고작 며칠 묵었던 것 치고는 정리할 것이 꽤 많았다.

거참 희한하지.

뭐하나 늘어난 것이 없는 상황에서도 막상 다시 짐을 쌀 때면 매번 힘에 부친다는 것이.

[미국 부시 대통령은 오늘 소말리아에서 발생한 크리스 상원의원의 실종사태가 소말리아 군벌들에 의한 내부 분열이 원인임을 밝혔습니다.]

“응?”

간신히 케리어를 닫고 TV를 끄려는 순간 조금 흥미를 끄는 장면이 눈을 파고들었다.

조지 W 부시.

최근 미합중국의 대통령 자리에 오른 인물이 기자들을 상대로 브리핑을 하는 장면.

막상 저 인물 세상에 등장한 것을 보니 중동전쟁의 포화가 가까이 다가왔음이 실감 났다.

‘그런데 소말리아에서 미국 상원의원이 실종됐다는 건 또 무슨 말이지?’

역사적으로 그런 사건이 있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더군다나 미국이 치를 떠는 소말리아에서.

모가디슈 전투.

우리에겐 블랙호크다운이라는 영화로 더 유명한 그 전투에서 막대한 피해를 입었던 미군은 오죽했으면 95년 UN의 전면 철수를 기점으로 소말리아는 뒤도 안 돌아봤던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왜 이 시기에 또 미국과 소말리아가 연관되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우린 크리스 상원의원의 구출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부시 대통령은 기자들을 향해 결연한 의지를 드러내며 브리핑을 마쳤다.

왠지 그냥 지나치기엔 심상치 않은 느낌.

“회장님?”

하지만 시간이 촉박함을 알려오는 김 비서의 재촉에 결국 TV를 껐고, 잠시 머릿속을 어지럽히던 의문은 허공으로 날아갔다.

******

“부대 차렷!”

미 육군 델타부대 소속 장병들은 작전 투입에 앞서 브리핑을 대기 중이었다.

목표지점은 모가디슈.

임무는 소말리아의 반미 핵심 군벌 중 하나인 알 슈아브에게 억류되어 있는 크리스 상원의원의 구출.

이전 투입된 SEAL대원들의 참혹한 희생으로 인해서 분위기가 한껏 가라앉은 터라 누구 하나 잡담을 나누는 이는 없다.

“다들 주목. 언론에서는 아직 기사를 내보내지 않았지만, 이틀 전 모가디슈에 침투했던 SEAL 대원 20명이 전원 운명을 달리했다. 빌어먹을! 한마디로 예전 모가디슈 전투의 악몽이 되살아난 거지.”

그 말에 대원들 사이에선 더더욱 긴장감이 고조됐다.

블랙호크다운의 악몽.

그게 되살아나 버렸으니까.

하지만 지휘관은 그들을 안심시킬 생각은 추호도 없는 듯 계속해서 부정적인 말들을 내뱉었다.

“너희들도 알다시피 모가디슈는 전 세계 최고의 무기암시장 중 한 곳이다. 그 말은, 어디에서 뭐가 날아올지 아무도 모른다는 거지. 그러니 늘 주변을 살피는 것을 게을리하지 마라.”

지휘관은 그 말을 끝으로 마이크를 누군가에게 넘겼다.

중장 계급의, 샌님 같은 외모를 가진 인물.

그는 마이크를 건네받는 것과 동시에 델타부대원들을 다시 한번 주목시키더니 자신의 직책을 소개했다.

“난 국방부 무기획득 기획단장 마이클 중장이다.”

“…….”

델타 대원들은 침묵으로 일관한 채 그를 주목했다.

그러자 잠시 단상에서 내려온 마이클은 손에 들고 있던 것을 다시 흔들어 대며 말을 이었다.

“SEAL의 피해가 컸던 원인은 적들이 보유한 철갑탄 때문이다. 아쉽게도 지금 우리가 보유 중인 방탄복은 철갑탄 앞에선 무용지물이지. 해서 난 이것들을 여러분에게 지급할 생각이다.”

“죄송하지만 아무리 봐도 그게 철갑탄을 막기엔 무리일 것 같은데요?”

성질 급한 대위 하나가 그새를 참지 못하고 끼어들었다.

순간 스윽 하고 제 손에 들려있는 조끼를 다시 쳐다본 마이클 중장의 얼굴에 비릿한 미소가 지어졌다.

“그럼 자네가 한번 시험해 볼 텐가?”

“…….”

대위는 그 말에 사색이 됐다.

피식 헛웃음을 뱉어낸 마이클은 다시 연단에 올라 소리쳤다.

“이건 권유가 아니라 명령이다. 그리고 테스트라면 이미 우리가 지겹게 했으니 성능에 대한 의심은 접어두도록.”

그 말을 끝으로 부사관들이 부지런히 움직였다.

이내 대원들의 손에 쥐어진 것은 역시나 그 정체가 의심스러운 물건.

“이게…… 방탄조끼라고?”

테일러는 여전히 불신의 빛을 거두지 못한 채 마이클을 쳐다봤지만, 그의 표정은 단호했다.

“……어라?”

황당한 마음을 접고 조끼를 착용한 테일러는 탄성을 내뱉었다.

가벼운 것은 둘째 치고 플레이트를 끼운 상황에서도 자유로운 움직임이 가능한 상황.

혹시나 하는 마음에 툭툭 가슴을 치자 묵직한 반발력이 전해진다.

“여기 이것도…….”

이번에 건네진 것은 특이한 형태의 전투복 하의였다.

허벅지를 비롯하여 정강이까지 주머니가 달린.

얼핏 그 안에 무언가를 끼워 넣을 수 있는 형태였는데, 아니나 다를까, 바지를 환복하자 부사관들이 재빨리 그 주머니 안에 무언가를 끼워 넣고는 대원들을 향해 한마디씩을 건넨다.

“무사 귀환을 하늘에 기도하죠.”

*****

두두두두!

전투는 치열하다 못해 처절할 지경이었다.

무기암시장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반미 군벌 소속 병사들의 무장은 화려했고, 그나마 초기에 화력을 쏟아부은 덕분에 중무장 세력들은 조기에 퇴치했지만, 이쪽도 벌써 2대의 험비가 벌집이 되어 작전능력을 상실한 상태다.

“마약이라도 처먹은 거냐?”

더군다나 적 병사들의 전투력 또한 예사롭지 않았다.

5.56밀리의 탄환을 맞고도 그대로 달려드는 놈들.

일설에 의하면 저들이 늘상 씹고 다니는 식물의 뿌리가 가져다주는 환각 현상 때문이라는데, 이건 꼭 좀비를 상대하는 기분이다.

-B 구역 클리어! 토끼 확보했다.

그때, 크리스 상원의원의 신변을 확보했다는 희망적인 무전이 날아들었다.

이제 남은 것은 약속된 후방지역까지 안전하게 탈출하는 것뿐.

테일러를 비롯한 그의 부하들은 끈질긴 적의 추격을 뿌리치기 위해 저편에 보이는 트럭을 탈출수단으로 삼기로 했다.

“나와 헴스가 엄호할 테니 너희들은 저 트럭으로 최대한 빨리 달려가.”

두두두!

명령을 받은 대원들은 테일러의 엄호 아래 즉시 내달렸다.

순간 그들을 향해 사방에서 날아오는 총탄들.

윽!

어딘가 명중 당했는지 대원들이 휘청대며 땅을 구른다.

“휘슬러! 마이키!”

테일러는 총알이 날아온 방향을 향해 응사하며 대원들의 이름을 불렀다.

그리고 서서히 그들을 향해 다가가려는 차.

벌떡!

쓰러졌던 부하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몸을 일으키곤 테일러를 엄호한다.

“시발! 깜짝이야.”

테일러는 안도의 한숨을 뱉어내며 다시 응사했다.

그사이 날아온 총탄에 의한 충격이 여기저기서 느껴졌지만, 그는 이를 앙다문 채 유탄을 날렸다.

펑!

“서둘러!”

유탄의 영향으로 생긴 잠시간의 여유에 대원들은 즉시 차에 올랐다.

다행히 한 사람의 낙오자도 없는 상황.

더 다행인 것은 이미 트럭에 시동이 걸려있었다는 점인데, 그건 갑작스레 벌어진 전투에 놀란 상인 중 하나가 차를 버리고 몸만 피해버린 덕분이었다.

핑핑!

도주하는 내내 총탄이 날아들었다.

하지만 금세 거리를 벌린 그들은 곧 약속된 합류 지점에 도착했고, 놀랍게도 그곳에서 작전에 투입되었던 대원들 대부분을 다시 마주할 수 있었다.

스윽.

테일러는 문득 자신의 몸을 내려다봤다.

여기저기 총탄이 틀어박힌 흔적들.

그럼에도 여태 살아남아 있다는 것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빌어먹을……돌아가면 마이클 중장에게 키스 세례라도 해줘야 할 판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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