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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73화 (73/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73화

따르릉!

꼭두새벽부터 울려대는 전화에 잠이 깼다.

발신자는 국방부 장관 오중근.

목을 가다듬곤 통화버튼을 누르자 저편에서 잔뜩 흥분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른 아침부터 미안합니다만, 북한 고속정이 또 남하했습니다.

벌떡!

놀란 마음에 다급히 침대를 벗어났다.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이후 벌어졌을 일에 대한 결과.

생각과 동시에 장관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그리고 정확히 세 발의 포탄으로 3척 모두 박살 내버렸습니다!

“……3척이요?”

-네, 넘어왔던 함대 전체가 끝장난 거죠. 빌어먹을 놈들, 언제 또 도발을 하나 기다리고 있던 차에 아주 덥석 지뢰를 밟아버렸습니다. 아무튼, 이번 일로 이제 그 지긋지긋한 북한 고속정 따위는 이제 감히 서해안에 얼씬거릴 엄두도 못 낼 겁니다. 안 그래도 죽은 우리 장병들 눈을 언제쯤에나 제대로 감겨주나 싶었는데……상황이야 비록 엿 같아졌어도 속은 다 후련합니다.

장관은 상황과 걸맞지 않게 무척이나 들떠 있었다.

하긴, 나조차도 우리 장병들의 희생은 늘 목에 걸린 가시 같았던 부분이었으니까.

비록 뒷일은 걱정이었지만 묵은 체증이 내려간 건 마찬가지다.

“북의 대응은요?”

-희한하게도 움직임이 없습니다.

그건 아마도 확전을 우려하는 것에서 나온 반응인 듯했다.

그나저나 북이 또 도발을 해오는 경우 이번엔 해안기지 전체를 타격해 버리겠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에 대한 말이 없는 것이 조금 이상하다.

“북의 해안기지들도 타격한 겁니까?”

-원래는 그럴 예정이었지만, 그건 합참의장이 강력하게 반대했습니다.

그 말에 잠시 머리가 멍해졌다.

장관이 만류했다면 모를까, 이동욱 합참의장이 왜?

그는 누구보다 보복에 대해서 확실한 신념을 가진 인물이지 않던가.

‘뭔가 또 내가 모르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모양이군.’

-뭐 아쉽긴 하지만 이번 일로 1차 연평해전에 대한 복수는 확실히 했으니 일단 이걸로 만족해야죠. 자세한 것은 곧 국방부에서 브리핑이 있을 예정이니 뉴스를 참고하시고 조만간에 청사로 좀 와주셔야 겠습니다.

통화는 그것으로 끝을 맺었다.

아직 채 돌아오지 않은 몸을 깨우기 위해 다급히 TV를 틀자 이미 모든 채널이 사건을 다루고 있었다.

[오늘 아침,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또다시 북한군이 도발을 감행했습니다. 다행히 이번엔 우리 군의 피해는 전무한 상태이며, 오히려 도발을 시도했던 북한군 소속 고속정 3척을 완파시켰습니다.]

기자는 유난히도 들떠 있었다.

사건의 본질보다는 그 결과에 초점을 맞춘 듯한 모습.

혹시나 해서 채널을 돌려봤지만 다른 곳에서도 뉴스의 초점은 온통 우리 측의 승리에만 집중됐다.

‘저들이 무슨 생각에서 또 도발을 감행한 것인지에 대해선 아무도 관심이 없군.’

사실 나로선 그게 가장 궁금했다.

이렇듯 잦은 도발은 자칫 그들을 궁지에 몰 가능성이 더 큰 상황.

저들의 태도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걸로 동료들의 원혼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생각이 깊어지던 차에 익숙한 얼굴이 TV에 등장했다.

1차 해전의 당사자이자 피해자였던 윤태환 대위.

개중 발 빠른 방송국에서 그를 상대로 한 인터뷰가 진행 중인 모양이었다.

[군의 발표에 의하면 이로써 북한군은 육지를 비롯한 해상에서의 도발도 더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합니다.]

기자는 국민의 불안감을 다독이는 멘트로 인터뷰를 끝마쳤다.

마지막으로 얼핏 스친 윤태환 대위의 얼굴에서는 전에 보지 못했던 미소가 지어져 있던 상태.

트라우마를 완전히 떨쳐내는 것까지 가능하겠냐 만은, 그래도 죽어간 전우들에 대한 심적 부담감에서 조금은 벗어난 느낌이었다.

**********

[미국은 북한의 도발을 더는 좌시하지 않을 것을 경고했습니다. 또한, 북이 추가 도발에 나설 경우, 이번엔 미군에서도 보복에 나설 수 있음을 천명하였습니다.]

사건의 후폭풍이 몰아친 것은 며칠 후였다.

비록 피해는 북한 측이 컸으나 지나치게 잦은 도발은 기어이 미국의 심기를 건드렸고, 덕분에 한미연합사령부에서는 곧장 입장문 발표와 함께 한반도에 2척의 항모를 배치하겠다는 소식을 알려왔다.

[우리 정부는 미국의 개입에 대해 신중한…….]

미국의 강경조치에 청와대는 즉각 우려를 표했다.

말이 개입이지, 그건 곧 적극적인 폭격을 가할 수도 있음을 의미하는 것.

그 경우 진짜 전면전이 벌어질 수도 있기에 정부는 온갖 채널을 동원하여 미국을 설득하기에 나섰다.

[일본 내각은 미국의 대응을 적극 지지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했습니다. 또한, 굳건한 한미일 삼각 공조를 기초로 사태에 대응하겠다는 취지임을 알려왔습니다.]

“지랄하고 있네.”

들려오는 일본 측 반응 뉴스에 무심코 욕설이 뱉어졌다.

순간 꽂힌 김영기 부사장의 시선.

아차 싶은 마음에 머리를 쓸어 넘기자 그가 옅은 웃음을 지어 보인다.

“최근 극우 단체들이 일본정치판에 득세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그들이야 우리와 북한의 긴장을 더 없이 바라는 입장이니 저렇게 흥분하며 날뛰는 것도 이해는 합니다.”

그러고 보니 일본 우익들이 본격적으로 득세를 하기 시작했을 때가 이때쯤이 아니었을까 싶다.

물론 그 이전부터도 일본이라는 나라의 정치권 자체가 극우 집단들의 놀이터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주변의 눈치는 보는 상황이었고.

아예 주변을 무시하며 자신들이 전면에 나선 것은 대충 이 시기가 맞을 거다.

“제 생각엔 미국이 정말로 폭격을 가할 가능성도 있을 것 같은데, 부사장님께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배제할 수는 없겠죠. 그 때문에 지금 청와대가 온갖 루트를 동원해서 발 벗고 나선 것 아니겠습니까?”

“미 의회에도 전쟁 반대론자들은 꽤 있을 텐데, 그들을 공략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요?”

“아마 제일 먼저 그들에게 달려갔을 겁니다. 우리 정부로서도 일본에 쏠려있는 미국의 현 정권을 직접 상대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민주당 내 지한파 의원들과 공화당에 먼저 접촉하는 것이 효과적임을 알고 있을 테니까요.”

김 부사장은 희망적인 말을 거듭했다.

그렇다 해도 쉽게 가시지 않는 불안감.

그건 전쟁 자체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아직은 이 나라가 전쟁 이후를 수습할 능력이 없다는 것 때문이었다.

만약 이 상태에서 정말로 전면전이 벌어지면 그땐 또 외세에 의한 전후처리로 이 나라가 사분오열 될 텐데, 그것만큼은 피해야 하지 않던가.

“너무 그렇게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미국도 막상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쉽게 결정 내릴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니까요. 더군다나 북한도 당장은 바짝 꼬리를 내린 상태 아닙니까.”

조금이나마 안심되는 점은 그거였다.

북한이 3척이나 되는 고속정을 잃어버린 상태에서도 더는 추가도발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

덕분에 사태가 이대로 종결되는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기에 망정이지, 만약 끝까지 가자는 식이었으면 미군의 폭격은 이미 기정사실화되었을 거다.

“이러면 우리 군이 북한 해안기지를 때리지 않은 것도 천만다행이군요.”

“그건 당시 이동욱 합참의장이 반대했다고 합니다.”

“아! 마침 그걸 묻고 싶었던 참이었습니다. 원래는 합참의장께서도 북한이 또 도발하면 원점 타격을 하겠다는 원칙을 지지하셨었지 않습니까. 그런데 왜 갑자기 방침을 선회하신 거죠?”

“그게 실은……신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으로부터 정보를 받은 모양이더군요. 미국이 최근 잦은 북의 도발로 기회를 노리고 있다고. 안 그래도 핵 개발 문제로 선제폭격이 미 정부 내에서도 언급되는 상황이지 않습니까. 그 마당에 우리가 적극적으로 나서버리면 미국이 정말로 폭격을 가할지도 모른다고 판단한 모양인데, 지금 미국의 태도를 보면 그게 옳은 결정이었던 거죠.”

“흠…….”

“그나저나 이해가 안 가는 점은 북한의 태도입니다.”

김 부사장은 다시 말을 이었다.

힐끗 쳐다보자 그의 얼굴에 꽤 심각한 표정이 지어져 있었다.

“뭐가 말입니까?”

“저들도 우리가 백령도에 함포를 설치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을 것 아닙니까. 그리고 그게 스마트 포탄을 활용한 장거리 정밀 포격시스템 구축이었음을 유추하는 건 어렵지 않았을 테고요. 그 상황에서 왜 또 무리한 도발을 감행했느냐는 거죠.”

사실 그 점이 내가 가장 궁금했던 부분이었다.

저들의 정보력이라면 백령도에 장거리 정밀 포격시스템을 설치한 것쯤은 이미 충분히 알아챘을 터.

그럼에도 조심하기는커녕 불나방처럼 달려든 이유.

“……그도 그렇죠.”

더군다나 상황이 자신들에게 불리하다는 것은 그들이 더 잘 알고 있었을 거다.

김 부사장의 말처럼 핵 개발로 인해 언제든 미국의 타겟이 될 수 있다는 점.

그럼에도 이렇듯 도발을 계속한다?

이건 상식적으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대체 뭐가 있는 거냐.’

“아무튼, 이번에 미국만 잘 다독거린다면 당분간 한반도는 좀 조용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젠 육지는 물론 해상에서도 우리의 대응이 확고하다는 것을 깨달았을 테니까요.”

김영기 전무는 차라리 속이 후련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내 수트를 챙기는 폼이 어딘가 외출이라도 하려는 모양새다.

“어디 약속이라도 있으십니까?”

“흠…….”

김영기 부사장은 불현듯 나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마치 이게 다 ‘너 때문이잖아.’ 하는 듯한 눈빛.

아니나 다를까, 그의 입에서 곧 긴 한숨과 함께 불평이 쏟아진다.

“회장님께서 저를 쌍웅자동차 정상화 문제의 최종 책임자로 지명하셔서 이렇듯 점심 한 끼도 제대로 못 먹는 처지가 되었다는 말은 하고 싶지 않군요.”

그 점에 대해선 차마 할 말이 없었다.

아무리 전문 경영인을 내세웠다곤 해도 정상화까지는 그룹 차원의 관여가 불가피한 것이 현실.

난 그중 쌍웅을 김영기 부사장에게, 그리고 대유 트럭 부분을 윤 대표에게 일임한 상황이었다.

“그럼 같이 가시죠.”

“현지시찰을 함께 가시겠다고요?”

김 부사장은 동그란 눈으로 되물었다.

“어차피 저도 현장 점검을 나설 때가 됐으니까요. 마침 전달할 것도 좀 있고. 우리 그냥 점심은 거기서 해결하죠.”

**********

“어서 오십시오, 회장님.”

도착한 평택 공장엔 이미 쌍웅자동차의 신임 대표가 연락을 받고 대기 중이던 상태였다.

이름은 안도형.

한때 기어 자동차의 개발 담당 전무로 있었는데, 엔지니어로 시작하여 전무까지 승진할 정도로 상용 자동차 분야에서는 입지전적인 존재였다.

“처음 뵙겠습니다. 신차 개발 담당 최지욱이라고 합니다.”

최지욱 전무 역시 보통의 인물은 아니었다.

이탈리아 자동차 디자인 연구소에서 무려 15년을 근무했을 정도로 감각이 뛰어난 존재.

한때는 독일 벤츠사에서도 영입을 추진했었다는데, 결국 현철의 끈질긴 권유를 못 이기고 쌍웅에 둥지를 틀었다.

“우리 밥이나 먹으면서 대화합시다.”

사람들은 그 말에 우르르 길잡이에 나섰다.

어딘가 아는 맛집에라도 끌고 가려는 듯.

하지만 내가 선택한 밥집은 공장 한편에 있던 구내식당이었고, 우린 결국 공장 직원들에게 배식 되고 남은 것들로 끼니를 해결했다.

“솔직히 지금 생산 중인 차량만으로는 회생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습니다.”

첫 운을 뗀 것은 어느 정도 식사가 마무리되고 난 후였다.

늦은 점심이었던 터라 그 넓은 식당엔 우리만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터.

갑자기 사방이 고요해지며 모든 눈이 내 입술만을 주목했다.

“때문에, 그룹에서는 앞으로 2년간 신차 개발에 4천억 원 정도를 투입할 예정입니다.”

4천억이면 사실 적은 금액은 아니었다.

최소 2개의 신모델을 내놓을 수 있는 수준.

짧은 시간 신모델을 2개나 개발하겠다는 내 태도에 대표가 당황하며 나섰다.

“일단은 하나의 신모델만 개발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기존 제품 중에선 그래도 인기 있는 모델이 한두 개쯤은 있어서 적자 폭이 크게 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만.”

“물론 위험부담이 큰 것은 알고 있습니다. 특히나 쌍웅의 시장 장악력을 생각하면 자칫 본전회수에 몇 년이 걸릴지 알 수 없는 것도 사실이고. 하지만 이미 익숙하다 못해서 지겹다는 말이 나올 정도인 기존 모델만 계속 고집하다간 쌍웅의 침체기는 더 가팔라질 겁니다.”

“…….”

대표는 그 말에 침묵했다.

아니 얼핏 보인 미소는 오히려 조금은 흥분한 느낌.

사실 돈에 구애받지 않고 개발에 임할 수 있다는데야 그도 만류할 이유는 없었을 거다.

스윽.

난 그 시점에 김 비서를 쳐다봤다.

그러자 들고 있던 가방에서 커다란 종이뭉치를 꺼낸 그녀는 즉시 그걸 테이블 위에 펼쳤다.

“이건 앞으로 쌍웅이 콘셉트로 삼았으면 하는 디자인 포맷입니다.”

“디자인 포맷이요?”

그 말에 최지욱 전무가 가장 먼저 반응했다.

향후 자신이 담당해야 할 영역이니 당연할밖에.

행여 그걸 침범하는 내 태도에 불쾌한 마음을 가지지 않을까 싶었지만, 다행히도 그는 눈을 빛내며 도면을 이리저리 쳐다봤다.

“RV군요.”

“쌍웅의 주력이 아무래도 그쪽이었으니까요.”

“이거 디자인이 예사롭지 않은데요?”

우려와는 달리 최지욱은 연신 탄성을 뱉어냈다.

하긴, 전체적인 디자인 자체가 기존 주류 스타일과는 차이가 있으니까.

특히나 얇고 긴 형태의 헤드라이트와 그와 대조될 정도로 크고 빛나는 라디에이터 그릴.

그리고 자칫 스포츠 카를 연상케하는 바디라인은 꽤 미래지향적이지만, 그렇다고 크게 부담감도 없던 디자인이었기에 호기심을 더 당겼을 거다.

“참, 이번에 신형엔진 개발에도 착수할 예정이니 준비하셔야 할 겁니다.”

사람들의 감탄이 이어지던 사이 툭 하고 말을 던졌다.

놀란 듯 대표와 최지욱의 시선이 휙 하고 내게 돌아왔고, 난 다시 김 비서에게 받은 자료들을 그들에게 건넸다.

“이건 엔진 설계도와 부품 소재 개선에 대한 구체적인 안내서입니다. 개발 기간은 1년. 부품 업체 중 크랭크 샤프트 업체만을 제외하곤 전부 기존 업체를 통해 조달하는 것으로 하죠.”

“크랭크 샤프트는 왜…….”

“이번에 개발할 신형엔진의 경우 기존 소재로는 내마모성을 감당하기가 힘들 겁니다. 때문에, 그 부분은 차후 제가 선별한 업체의 것을 사용하는 것으로 할 예정입니다.”

그 말을 끝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음 같아선 정상화에 대한 의견을 최대한 주고받고 싶었지만, 오후 일정이 남아 있던 상태.

서두르지 않으면 약속을 지키는 것이 빠듯할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따르릉!

막 차에 오르려는 차에 주머니에 있던 휴대폰이 울었다.

발신자는 국정원장.

순간 스치는 것이 있어 날짜를 계산해보니 마침 푸틴의 한국방문이 바로 코앞에 다가와 있었다.

“드디어 그가 오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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