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67화
“허. 나 참, 그 어린애가 대체 뭘 안다고…….”
공항으로 향하는 길.
내 머릿속은 온통 할만 왕자에 대한 것으로 가득했다.
고작 15세의 나이.
그럼에도 국방 분야에 관한 관심이 유독 강하다는 그는 재우에 관한 모든 것을 꿰뚫고 있었고, 우리가 생산하는 대부분의 무기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
황당한 것은 단지 그것만이 아니었다.
애초 K9의 도입을 주장한 것이 바로 그 어린 소년이었다는 것.
나로선 도무지 상상조차도 할 수 없었던 일이었던 터라 당시엔 차마 한마디도 뱉어내지 못했었다.
-앞으로도 좋은 교류가 있기를 희망합니다.
애답지 않았던 그의 태도는 그야말로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마치 자신의 미래를 알고 있는 듯한 그 태도.
여느 서방의 소년들이나 우리나라의 학생들과는 사고방식 자체가 전혀 다른 느낌이다.
‘왕실이라는 특성 때문인가?’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사우디 왕실의 권력투쟁은 거의 우리나라 조선 시대와도 비견 되었을 정도.
평범한 사람들과는 삶 자체가 다르다 보니 어린 나이에 일찍 세상을 깨우쳤다 해도 이상할 일은 아닐 거다.
따르릉!
생각이 깊어질 무렵 휴대폰이 울렸다.
얼핏 살펴본 번호는 익숙지 않은 패턴.
어제 공항에 내리자마자 라이언에게 전화를 했었는데, 아마 그 부탁에 대한 결과를 전해오는 전화일 거다.
-헤이, 현승.
예상은 정확했다.
여전히 잔뜩 텐션이 올라가 있는 그의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절로 헛웃음이 뱉어진다.
[어떻게 됐어?]
[사람 찾는 일이야 어려울 것이 뭐가 있겠어. 자네가 말한 에버하드라는 사람은 캘리포니아주 서부에 있는 팰로앨토에 거주 중인 것으로 나오네.]
새삼 놀라울 정도였다.
부탁한 것이 불과 이틀 전.
애초 그가 사람을 찾아주는 직업과는 거리가 먼 것을 생각하면 이건 지나치게 빨랐거든.
그의 능력이 대단한 것은 이로써 더는 부정할 수가 없다.
[그런데 에버 하드라는 사람은 대체 왜 찾는 건데?]
[어쩌면 그가 세상을 바꿀 인물이 될지도 모르거든.]
[…….]
라이언은 놀란 듯 침묵했다.
농담을 잘 하지 않는 내 스타일을 아는 그로서는 충격적이었던 거지.
이후 이어진 질문에선 확실히 텐션이 확 내려가 있었다.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자네가 그런 말을 하는 걸 보면 보통 인물은 아닌 모양이군. 그럼 직접 찾아갈 생각이야?]
[그래야겠지.]
[언제 올 건데?]
그 말에 잠시 고민을 해봤다.
따지고 보면 당장 그를 만나야 할 이유는 없는 상태.
특히나 전고체 배터리가 아직 현실화되지도 않은 상태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막상 시간을 미루자니 불안요소가 떠올랐다.
자꾸만 뒤틀리는 역사.
행여 그사이 또 역사가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는.
‘그를 놓치면 곤란하다는 것이 문제라는 말이지…….’
내가 그를 필요로 하는 이유는 두 가지였다.
그는 적어도 전기차 시장의 근본적인 발전 방향을 이미 머릿속에 갖추고 있는 인물이라는 것.
그리고 두 번째는 그를 통해서 진정한 대출력 모터를 개발하고 싶다는 욕심에서였는데, 아쉽게도 그만한 능력의 엔지니어를 이 시대 찾는다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기 때문이다.
[여기서 곧바로 넘어가도록 하지.]
생각이 거기까지 미친 순간 결단을 내렸다.
[사우디에서 미국으로 곧장 날아온다고?]
당황한 라이언은 즉시 내 입국을 위해 온갖 수단을 다 동원했고, 난 한국행 비행기에 타는 것을 미룬 채 공항 인근에 있던 호텔에서 며칠 더 머물 것을 결정했다.
-회장님, 갑자기 일정은 왜…….
갑작스레 변경된 내 일정에 김 비서는 무척이나 당황한 목소리였다.
하긴, 이런 일은 거의 처음이었으니까.
더군다나 당장 뚜렷한 목적도 밝히지 않았던 터라 그녀로선 더 난감했을 거다.
똑똑!
한참 김 비서와 통화를 하는 와중 누군가 호텔 방문을 두드렸다.
“회장님, 하사드 왕세제께서 오셨습니다.”
이후 들려온 것은 하사드의 방문 소식.
내가 귀국을 미뤘다는 소문을 그새 듣기라도 한 모양이다.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며칠 더 사우디에 머문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왔습니다. 안 그래도 급하게 보내는 것이 마음에 걸렸는데, 기왕이면 저녁이나 하면서 못다 한 이야기나 좀 나누면 어떨까 싶군요.]
[…….]
*******
[무슨 걱정거리라도 있습니까?]
포크를 깨작대는 내 모습에 하사드가 넌지시 말을 걸어왔다.
내내 에버 하드에 관한 생각으로 머릿속이 꽉 차 있던 터.
아차 싶은 마음에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이자 그가 빙그시 웃으며 다시 말을 잇는다.
[그나저나 기왕 중동 땅에 발을 디디셨으면 UAE에도 들르시지 그러십니까. 어차피 재우와 인연이 없는 곳도 아닌 마당이니 또 시간을 내는 것보다야 낫지 싶어서 하는 말입니다.]
[UAE 방문은 연말에 따로 일정이 잡혀있습니다. HVP의 최종 납품일이 그때다 보니 운용상황을 점검하기 위해선 그때가 낫지 싶어서요.]
[그렇군요. 하면 준비 단단히 하고 가셔야 할 겁니다.]
[준비라니요?]
마지막 그의 말에 고개를 갸웃해 보였다.
옅은 미소를 지어 보인 그는 손에 쥐고 있던 빵을 슬그머니 내려놓으며 나를 똑바로 쳐다봤다.
[실은 모하메드 왕자가 재우에 관해 관심이 많더군요. 그 탓에 조만간 UAE의 투자청이 재우그룹에게 정식으로 투자를 제안할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어서 하는 말입니다.]
[…….]
사실 그건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부분이었다.
넘쳐나는 오일머니로 전 세계에 걸쳐 투자를 진행 중인 중동 석유 부국들.
그 와중에 재우 같은 고도의 성장세를 보이는 기업이 눈에 띄었다면 욕심이 나는 것은 당연할 테니까.
가만, 그러고 보면 사우디도 석유 부국인 것은 마찬가지잖아.
[그래서 말인데…….]
생각이 채 끝맺어지기도 전에 하사드가 다시 운을 띄웠다.
이내 눈이 마주친 그는 의미심장한 표정과 함께 내 예상과 정확히 일치하는 말을 뱉어낸다.
[우리도 재우에게 투자할 기회를 좀 주시면 어떻겠습니까.]
[…….]
[안 그래도 우리 사우디 국부펀드. 즉 PIF가 최근 투자처를 찾는 중이라서요.]
PIF는 세계적인 규모의 국부펀드 중 하나였다.
자본금의 규모만 해도 수천억 달러에 달할 정도.
게다가 국부펀드라는 특성상 단기 투자보다는 장기적인 투자가 위주인 터라 아군으로 삼으면 나쁠 것은 없다.
[…….]
하지만 당장 판단을 내리긴 어려웠다.
재우가 당장 자금압박에 처한 상황은 아니니까.
[그 문제는 시간을 두고 협의를 하시죠.]
난 결국, 두루뭉술한 태도로 넘겼다.
의도를 이해한 듯 하사드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지어지고, 곧 그가 다른 곳으로 화제를 전향한다.
[너무 부담 가지실 것은 없습니다. 난 다만 진 회장께서 영역을 넓히시는 과정에서 혹시나 자금 여력이 부족하다면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알려드리는 거니까요. 참, 낮에 만났던 빈 할만 왕자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하군요.]
[…….]
분위기 전환용으로 내뱉은 말 치고는 무거운 주제였다.
더군다나 미래를 알고 있는 나로서는 무척이나 당황스러운 질문.
순간 수없이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고, 이내 내가 내린 결론은 그 문제 역시 두루뭉술 넘어가자는 거였다.
[그 나이 또래의 남자아이들답더군요.]
[무슨…….]
[저 역시 그때쯤엔 전차나 자주포 같은 것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죠. 오죽했으면 프라모델이 집에 산처럼 쌓여있었을 정도니까요.]
[…….]
하사드는 그 말에 침묵했다.
실수한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을 무렵, 그가 피식 헛웃음을 뱉어낸다.
[하긴, 사내아이들이 다 그렇죠.]
*******
[번갯불에 콩 볶아 먹을 친구 같으니.]
며칠 후 도착한 켈리포니아 공항엔 라이언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예정에 없던 내 방문에 그도 스케줄 조정이 힘들었던 듯 얼굴에 불만이 가득했지만, 그렇다고 마냥 싫은 듯한 눈치는 아니었다.
[저녁은 확실하게 사지.]
[사람 신나게 부려먹고 고작 그걸로 퉁 칠 셈이야?]
[달리 필요한 것이 있으면 말하던지. 이 기회에 자네 차나 바꿔 줄까?]
[오오!]
라이언은 금세 생기가 도는 얼굴로 내 가방을 받아들었다.
이후 우리가 향한 곳은 펠로엘토 외곽의 현대식 저택.
라이언이 알아본 바에 의하면 눈앞에 보이는 저 파란 지붕이 바로 에버 하드의 집이라고 했다.
[어쩔 생각이야? 막상 오기는 했지만, 예고도 없이 다짜고짜 쳐들어가는 건 좀 그렇지 않아? 더군다나 주말이라서 식구들도 다 집에 있을 텐데.]
라이언은 걱정스럽다는 투로 말했다.
나 역시 그 점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사실.
하지만 그와는 딱히 연줄도 없는 내 입장에선 달리 방법이 없다.
[그래도 만나는 봐야지. 일단 자네가 앞장서도록 해. 동양인인 내가 대뜸 문을 두드리는 것보다는 백인인 자네가 경계심을 덜 줄 수 있을 테니까.]
[이 친구가 왜 갑자기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하고 난리야? 이 상황에서 동양인과 백인이 무슨 상관이 있다고.]
라이언은 입을 삐죽이 내밀며 반박했다.
하지만 현실을 생각하면 그게 낫겠다 싶었던 듯 이내 풀 죽은 얼굴로 앞서갔다.
딩동!
[누구세요?]
반응이 온건 불과 몇 초 후였다.
그의 아내인 듯 보이는 젊은 여인.
그나마 라이언의 외모가 엘리트적인 냄새를 풍겼기에 다행이지, 예상처럼 여인은 낯선 사내들의 방문에 꽤 당황한 눈치였다.
[어디에서 오셨죠?]
[아 저는…….]
라이언은 명함을 한 장 꺼내곤 그걸 문틈 사이로 밀어 넣었다.
여전히 긴장한 듯 보이는 여인은 한참 명함과 라이언을 번갈아 쳐다보더니 갑자기 벌컥 문을 열고 나섰다.
[설마 라이언 아서 컴퍼니의 그 라이언이라고요? 아! 그러고 보니 얼굴이 낯이 익네요.]
[어? 저를 아십니까?]
라이언은 놀란 얼굴로 되물었다.
그가 미국 전역에 얼굴이 알려진 연예인도 아닌 마당에야 당연한 결과.
나 역시 일이 왠지 이상하게 돌아간다 싶어 그녀의 입을 주시했다.
[제가 한때 마이클 콥스 컴퍼니의 직원으로 일했거든요.]
[오! 그렇습니까?]
둘 사이엔 내가 모르는 대화들이 오갔다.
대충 듣고 있자니 같은 로비 계통의 직종에 있었던 인물인 듯한 느낌.
그나마 맨땅에 헤딩하지는 않는구나 싶어 안도의 한숨이 절로 뱉어졌다.
[그런데 라이언씨가 저희 집에는 왜…… 혹시 저를 만나러 오신 건가요?]
[아! 그게 아니라, 제 친구가 에버하드 씨와 상의 할 것이 좀 있다고 해서 이렇게 실례를 무릅쓰고 찾아왔습니다.]
그녀는 순간 동그란 눈이 되어 나를 쳐다봤다.
로비스트의 습관인 건가.
막상 시선이 꽂힌 곳은 얼굴보다는 주로 옷과 시계. 그리고 신발이었다.
[일단 들어오세요.]
그녀는 의심을 풀고 방충망을 열었다.
이내 다급히 거실로 향한 그녀는 2층을 향해 소리쳤고, 조금 후 익숙한 얼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누구…….]
[처음 뵙겠습니다. 한국에서 방위산업체를 운영 중인 진현승이라고합니다.]
[한국 방위산업체 관계자가 저를 왜 찾아오신 거죠?]
에버 하드 역시 처음엔 경계심을 놓지 않았다.
그 탓에 한동안은 나에 대한 소개에 진땀을 빼야만 했고, 결국 그의 의심을 완전히 풀어준 것은 마침 가방에 있던 사진들이었다.
작년 미국을 방문했을 당시 찍었었던.
미 국무장관을 비롯하여 정계 인사들과 함께 있는 사진들.
이것 참.
게으름을 이유로 그대로 가방에 두었던 것이 이런 식으로 도움이 될 줄은 또 몰랐네.
[작년에 있었던 미, 한 회담에서 찍은 사진이군요. 이때 일은 나도 기억합니다. 당시 나 역시 볼일이 있어서 워싱턴에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거 생각보다 유명하신 분이셨네요.]
이후 우린 오랜 시간에 걸쳐 대화를 이어갔다.
그리고 분위기가 어느 정도 무르익었을 무렵, 난 그에게 단도직입적인 제안을 내뱉었다.
[실은 당신과 사업을 함께 하고 싶어서 찾아왔습니다.]
[무슨…….]
[당신이 지금 진행 중인 전기차 개발 말입니다. 그걸 저와 하시죠.]
그의 눈은 화등잔만 해졌다.
하지만 놀라기는 아직 이른 상황.
난 그에게 300마력에 달하는 구동 모터의 존재와 전고체 배터리의 개발 성공 가능성을 알렸고, 이후 그와의 협업을 통한 빠른 성공 가능성을 부각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전고체 배터리는 아직 개념 연구 단계에 불과한 것을 모르는 겁니까? 당신들 지금 나를 상대로 사기라도 치겠다는 거요?]
예상처럼 그는 사실을 쉽게 믿으려 하지 않았다.
아쉬운 것은 워낙 급하게 왔던 터라 그에게 근거를 제시할 수단이 없다는 것.
결국, 난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을 동원했다.
[뭐 하는 겁니까?]
[보다시피 수표를 끊는 중입니다. 이걸 가지고 씨티은행에 가면 당장이라도 내 계좌에서 1억 달러를 인출 하는 것이 가능하죠.]
[1억 달러?]
비명을 지른 것은 오히려 라이언이었다.
에버 하드는 단지 차분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기만 할 뿐.
아마 이젠 그도 상황이 예사롭지 않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는 중일 거다.
[난 이 돈으로 미국에 전기자동차 회사를 설립 할 생각입니다. 만약 내가 사기꾼이었다면 이런 큰돈을 투자할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까? 더군다나 당신을 상대로 사기를 쳐서 내가 얻을 수 있는 것이 뭐가 있겠습니까.]
그는 한동안 침묵했다.
말라가는 입술이 거슬렀던 듯 내내 이빨로 그걸 쥐어뜯던 그는 한참 후가 되어서야 말을 뱉어냈다.
[좋습니다, 당신이 정말 전고체 배터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치죠. 그럼 내가 필요한 이유가 뭡니까? 어차피 300마력에 달하는 구동모터 기술도 확보한 상황이고 배터리 문제도 해결이 됐다면 당장이라도 실체를 만들어 내는 것이 가능할 텐데.]
[당신의 능력을 사고 싶은 거죠.]
[…….]
[단지 굴러가기만 하는 자동차가 아니라 상용화에 성공할 수 있는 수준의 물건을 만들어 내는 능력. 여기서 한 가지, 난 당신에게 일정 지분과 함께 부사장 자리를 제안할 생각입니다.]
[…….]
[아! 쓸만한 차량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꽤 오래 걸릴 것이라는 점쯤은 나도 알고 있습니다. 그사이 해결해야 할 문제들도 많을 테고. 특히나 대량생산체제에 들어갔을 경우 협력업체의 확보나 여타 제반 사항들이 큰 걸림돌이 될 텐데, 사실 그 점은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 회사들의 노하우가 필요할 겁니다.]
[그건…….]
그는 입술을 우물거렸다.
그 부분에 있어선 자신 역시도 고민스러웠던 부분이었던 거지.
[때문에, 나는 향후 10년 안에 기존 완성차 업체의 인프라도 확보할 생각입니다.]
그는 묵묵히 나를 쳐다봤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건가 싶었을 무렵, 갑자기 긴 한숨을 내쉬었다.
[당신이 과연 그걸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기 위해선 지금 그 수표에 찍힌 금액의 몇 배나 되는 돈이 더 투자되어야 할 텐데요?]
자금문제를 거론한다는 건 이미 생각을 굳혔다는 의미였다.
순간 막혔던 무언가가 뻥 뚫리는 기분에 절로 웃음이 지어졌다.
[그럼 일단 내년에 10억 불을 추가로 더 투자하는 것으로 하죠. 어때요, 그 정도면 걱정을 덜 하실 수 있겠습니까?]
[…….]
[아! 참고로 우리가 협업을 하던 안 하던 전고체 전지의 개발가능성에 대한 사실을 외부에 발설하시면 곤란합니다. 그랬다간 밖에 있는 제 친구들이 아마…….]
그의 눈빛은 한순간에 흔들렸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내내 '전고체 전지라니.' 하는 말만을 거듭하던 그의 입에서 대뜸 예상치 못했던 말이 튀어나왔다.
[좋습니다. 제안을 받아들이죠. 대신 회사 이름은 제가 직접 짓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