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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65화 (65/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65화

전고체 배터리는 미래 산업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분야였다.

말이 배터리지.

미래에 반도체 못지않은 시장 규모를 가진 물건.

이유는 그 독특한 특성 때문인데, 높은 에너지 밀도로 전기차에 사용했을 시 주행 거리를 대폭 향상 시킬 수 있으며, 충전 시간 또한 극도로 줄이는 것이 가능하다.

그에 더해 리튬이온 배터리처럼 충격이나 과열에 의한 폭발의 위험성이 없다는 것도 더없이 강력한 장점이고.

‘어디 그것뿐일까, 초박막의 형태로 성형하는 것이 가능하기에 플렉서블 배터리도 구현할 수 있지.’

사실 전고체 배터리의 장점을 나열하자면 한도 끝도 없었다.

그런데 만약 이런 엄청난 물건이 이 시대에 상용화되면 어떻게 될까.

아마 산업계 전반에 걸쳐서 전력을 필요로 하는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이하게 될 거다.

전기자동차 시장을 개척하는 것은 물론이고, 휴대폰과 노트북을 비롯한 각종 가전 제품시장.

하다못해 군수산업 분야에까지 적용하지 못할 곳이 없을 정도니까.

‘그런데 이게 왜 미완으로 분류된 거지?’

문득 그런 생각이 스쳤다.

내 기억에 의하면 전고체 배터리는 분명 개발에 성공한 기술이었거든.

일본은 2024년도에.

그리고 삼정과 LS가 2027년을 상용화 목표로 개발 진행 중이었으나, 삼정에 의해 결국 2025년에 개발에 성공.

때문에, 회귀 전 우리 군은 차기 재래식 잠수함에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하기로까지 결정하지 않았던가.

‘아…….’

답은 파일의 끝부분에서 찾을 수가 있었다.

아직까지는 상온에서의 이온 전도도를 충분히 높이지 못했다는 점.

애초 전고체 전지는 25도 이내의 온도 환경에선 이온 전도도가 낮은 것이 특성인데, 그 탓에 당장 휴대폰이나 전자제품 분야에선 사용하는 것은 힘들고, 에너지 저장장치. 또는 전기자동차 같이 온도환경을 제어할 수 있는 분야로만 활용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인 듯싶었다.

‘그거야 내가 개발을 지속하면 되잖아.’

흥분감에 절로 몸이 떨려왔다.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가능성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더군다나 삼정 테크윈을 인수하며 계열 화학회사는 이미 보유 중인 상태.

그곳에 배터리 전문부서를 설치하여 지속적인 개발을 시도한다면 최소 5년 안에는 가전 분야로까지 확대가 가능한 해결책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만 되면 어마어마한 캐시카우를 확보하는 거지.’

그게 무리도 아닌 것이 2020년대 자동차 배터리 시장의 규모만 해도 수십 조에 이르렀었다.

우스운 것은 그게 배터리의 충전과 주행 거리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던 상황에서 올린 시장규모라는 건데, 그 문제가 해결된 전고체 배터리가 등장하면 과연 어떻게 될까.

최소한 시장규모가 반도체 시장에 못지않은 어마어마한 크기가 될 것이 확실하다.

‘아니지. 그럴 것이 아니라 내가 아예 전기차 시장을 장악해도 되잖아.’

상상의 나래는 점점 그 영역을 확대해갔다.

막상 생각해보니 그것도 안 될 것은 없거든.

어차피 제일 큰 문제인 배터리가 해결된 마당이면 남은 것은 구동모터의 확보인데, 그것만 해결하면 달리 걸리는 것은 없지 않던가.

‘어차피 자율 주행 같은 첨단기능들을 당장 필요로 하는 것도 아니고.’

생각이 그에 미치자 마음이 다급해졌다.

이제 중요한 것은 대출력 모터의 기술이 정말로 존재하느냐는 것.

한 10분쯤 지났을까.

드디어 그토록 찾아 헤매던 폴더를 발견했다.

‘찾았다!’

무려 300마력에 달하는 출력을 자랑하는 구동 모터의 제작 기술을.

*******

“꼴이 왜 그래?”

다음날 곧바로 진현철의 집으로 들이닥쳤다.

공휴일. 그것도 이른 아침부터 찾아온 내가 당황스러웠던 듯 그는 채 떼지 못한 눈곱을 연신 비벼대며 나를 맞았다.

“상의할 일이 하나 있습니다.”

“또 뭐를? 그나저나 너 혹시 밤새 한숨도 안 잔 거야?”

진현철은 걱정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주방으로 향했다.

이내 차를 내오려는 듯 주전자에 물을 올리는 그를 향해 툭 말을 던졌다.

“삼정 테크윈에서 딸려오는 화학회사에 배터리 사업 부분을 설립하는 것이 가능하겠죠?”

“못할 것이 뭐가 있어. 그 분야 연구원들이야 이미 확보가 되어 있는 상태인 마당에.”

“단순히 연구 수준이 아니라 아예 공장을 짓는다면 어떨 것 같습니까.”

“돈만 있다면 그것도 못 할 것은 없지. 어차피 테크윈이 소유 중인 부지와 건물들이 한두 개도 아니고, 설비 역시 길어야 1년 안에는 갖추는 것이 가능하지 싶은데? 그런데 아까부터 갑자기 배터리 이야기는 왜 하는 건데?”

“당연히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죠.”

“배터리 시장을? 힘들 텐데…… 기존 국내 업체들은 물론이고 일본 기업들의 시장 장악력이 어지간히 높아야지. 단숨에 저들을 따돌릴 기술력이 없으면 자칫 그것도 깨진 항아리에 물 붓기가 될 수도 있어.”

“만약에 저들이 수십 년이 지나도 따라오지 못하게 할 방법이 있다면요?”

“…….”

진현철은 그게 무슨 뜬금없는 소리냐는 듯 나를 쳐다봤다.

난 이후 연구소에서 개발이 완료 되었다는 것을 전제로 300마력 수준의 모터와 전고체 배터리에 대한 설명을 한동안 지속했고, 진현철의 눈은 시간이 갈수록 커다래져 갔다.

스윽.

한참 후 그의 시선은 테이블 위에 있던 자신의 휴대폰으로 향했다.

배터리라고 하면 누구라도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것.

곧 다시 시선을 내게로 돌린 그는 멍한 표정으로 말을 뱉어냈다.

“지금 네가 하는 말이 얼마나 엄청난 건지 알고는 있는 거지? 그런 배터리가 상용화에 성공하면 우린 전 세계의 에너지저장장치 시장을 장악하게 되는 거야.”

“안타깝지만 가전 분야는 당분간 제외해야 할 겁니다. 당장은 상온에서 기존 리튬이론 배터리만큼의 이온 전도도를 갖게 만들기는 힘드니까요. 그래도 형님 말씀처럼 산업계 전반에 걸쳐 시장을 뒤집을 수는 있죠. 특히나 자동차 시장은 패러다임 자체를 바꿀 수도 있습니다.”

“자동차 시장이라니?”

현철은 그 부분에서 의문을 표했다.

“전기자동차 말입니다. 내연기관이 아닌 모터와 배터리로 이루어진.”

“그럼 조금 전 언급했던 모터가 그걸…….”

아마 생소한 느낌이었을 거다.

하긴, 이 시대엔 전기자동차에 대한 개념은 그저 미래적인 발상에 불과했으니까.

그나마 대중들의 고정관념을 깨는 선구자의 역할을 했던 테슬라 역시 창립되려면 앞으로 3년은 더 기다려야 할 테고.

“너 진심이냐?”

“못할 것이 뭐가 있습니까. 제일 중요한 두가지 난제가 해결된 상태인 마당에. 남은 문제는 인프라를 얼마나 빨리 갖추냐는 건데, 길어야 10년 안에는 가능하게 되겠죠.”

뭐 정 안 되면 테슬라의 방식처럼 우리가 우선 구축에 나서도 상관은 없고.

“…….”

진현철의 표정은 여전히 심각했다.

처음과 다른 것이 있다면 이젠 미친놈 보듯 했던 그 눈빛은 아니라는 것.

아니, 점차 붉어져 가는 얼굴빛으로 봐선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어가는 모양새다.

“한번 충전으로 1,000킬로미터 이상을 간다고?”

“그것만이 아니라 충전 시간도 파격적으로 줄일수 있죠. 더군다나 리튬이온 배터리처럼 폭발의 위험성도 없습니다.”

“젠장, 그럼 뭘 고민하는 거야. 당장에라도 뛰어들어야지.”

현철은 결국 붙잡고 있던 일말의 부정적인 끈을 내려놨다.

역시나 도전정신만큼은 인정을 해줘야 할 인물.

사실 이런 미친 이야기를 듣고도 당장 뛰어들자고 나서는 이는 현철과 나를 제외하면 그다지 많지 않을 거다.

참, 생각해보니 김 장관의 아들인 김지훈이가 있었네.

이 기회에 그 친구를 아예 이쪽 사업 분야에 배치하는 것도 좋을 듯한데?

“왜 그렇게 쳐다봐? 어차피 회장은 너야. 결정했으면 추진하면 그만이지 뭘 고민해.”

그거야 사실이지만 문제는 남아 있었다.

당장 내 생각에 따라 그걸 컨트롤 해줄 인물이 없다는 것.

산재한 사업도 홀로 해결하기 힘든 마당에 그것마저 떠맡았다간 정말로 무덤을 파고들어 가야 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말인데, 화학도 형님이 경영을 좀 맡아주셔야겠습니다.”

“…….”

“부담되는 것은 압니다. 하지만 공격헬기 개발 사업이 끝날 때까지만이라도 좀 부탁합니다.”

“부담되는 것보다는 내가 그걸 맡아서 이끈다는 것이 가능할까 싶어서 주저하는 거다.”

아마도 그건 모터시치의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일 거다.

여전히 자신의 판단력을 믿지 못하는 거지.

그렇다고 언제까지고 이대로 머물게 둘 수는 없다.

최소한 나를 위해서라도.

“어차피 중요한 문제에 있어서는 나도 관여를 할 생각입니다. 다시 말해서 형님의 오판에 의해 사업이 망가지는 일은 없을 테니 걱정 안 해도 된다는 소리죠. 그리고 솔직히 이번 일은 가족이 아니면 맡기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제가 지금 믿을 만한 사람은 형님뿐이지 않습니까.”

그 말에 현철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내 입에서 튀어나온 가족이라는 단어.

아무래도 그게 새삼스럽게 느껴졌던 모양이다.

“그래, 가족이 나를 필요로 하는 마당에 주저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거지. 언제부터 시작할 예정인 건데?”

“당장이라도 시작해야죠. 우선은 배터리 사업부터.”

“쯧, 한동안은 잠도 못 자게 생겼군.”

“잠은 무덤에 들어가면 원 없이 자게 될 테니 너무 아쉬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참, 해주셔야 할 일이 하나 더 있습니다.

“…….”

“자동차 시장 진출도 진출이지만 일단 우영에 전문 대출력 모터개발 사업부를 설립해 주십시오.”

“대출력 모터? 상용차량 용으로는 300마력이면 충분하잖아.”

그 말에 즉시 서류 한 장을 꺼내 보였다.

아니, 서류라기보다는 개념도에 가까운 것.

한참을 그걸 쳐다보던 현철은 헉 하고 헛바람을 집어삼키며 나를 쳐다봤다.

“전차와 자주포의 파워팩을 전기추진방식으로 가자고?”

놀라는 것은 당연했다.

아직 전기차조차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이 시대에 그 육중한 전차와 자주포를 모터로 구동하겠다는 건 미친놈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은 없지.

하지만 토크가 중요한 전차와 자주포의 경우는 모터방식으로 가면 빠른 반응속도의 확보로 생존력을 높이는 수단이 될 수가 있고, 실제로 ADD에서는 한때 그걸 위해 많은 연구를 했었다.

“사실 연구는 좀 더 필요합니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현실 구현이 가능한 모터의 파워가 전차와 자주포의 내연기관을 이길 힘에는 미치지 못하니까요.”

문제점이 있다면 바로 그거였다.

하지만 그거야 개발을 지속하면 해결 가능한 문제다.

일례로 전기 슈퍼카 제작업체였던 노막이 개발한 모터의 파워가 2000마력에 육박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도 개발 가능성은 충분하지 않을까.

“그렇다 해도 야전에서 전차나 자주포를 야전에서 어떻게 충전할 건데.”

“말했듯 전고체 배터리의 경우 짧은 시간에 완충 가능합니다. 그에 더해서 단자를 여러 개로 만들면 더더욱 충전 시간은 단축되죠. 때문에, 충전 차량을 함께 개발하면 충분히 해결 가능합니다. 그게 아니면 배터리를 교환하는 것이 가능한 형태로 가던지.”

“자주포의 배터리를 교환한다고?”

“일종의 모듈의 형태로 만들어서 손쉬운 교환이 가능하도록 만들자는 거죠. 이건 기존 리튬배터리보다 부피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서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입니다.”

“흠…….”

현철은 멍한 표정이었다.

좀 더 확실한 이해를 위해 곧장 사족을 달았다.

“어차피 우리 군이 전차의 구동부를 독일식 파워팩 형태로 간 이유는 빠른 반응속도의 확보와 정비의 편의성 때문이었습니다.”

“……그렇다고 볼 수 있지.”

“그런데 전기추진 방식은 반응속도 면에선 내연기관이 감히 따라오지도 못할뿐더러 정비의 편의성 역시 비교가 안 되죠. 그건 곧 야전에서의 작전능력 상승을 의미합니다.”

“…….”

“아! 물론, 시간은 꽤 필요할 겁니다. 우선은 그만한 힘을 가진 모터를 개발해야 하니까. 그 탓에 당장 전차에 적용하는 건 사실상 힘들다고 할 수 있습니다.”

벌떡!

그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흥분에 젖은 얼굴은 이미 발그레한 상태다.

“그래도 해보자, 까짓것, 전기 차가 됐건 전기 전차가 됐건, 만들어서 세상을 한번 뒤집어 보지 뭐.”

그의 마지막 말이 가슴에 팍 박혀 들었다.

세상을 뒤집어 본다는.

사실 처음 이 시대로 회귀를 했을 때 내가 가졌던 야망이 바로 그것이 아니던가.

이제껏 정신없이 달려왔던 터라 잊고 있었던 그 결심이 오늘 다시 솟아오르는 느낌이었다.

‘그래, 이제 제대로 한번 세상을 뒤집어 볼 때가 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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