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58화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말 많고 탈 많았던 모터시치가 결국엔 재우의 품에 안기게 됐습니다.]
러시아에서 돌아온 것도 어느덧 보름째.
뉴스에선 우리의 모터시치 인수 소식이 화제가 되었다.
각계의 전문가들은 의미와 파장을 분석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주가는 불과 사흘 동안 무려 30퍼센트나 폭등했다.
‘4개월 후, 입항이라…….’
러시아 측은 기체판매요구에 대한 대답으로 조만간 2대의 기체를 특수선을 통해 보내겠다는 연락을 취해왔다.
그때가 되면 내가 제일 먼저 할 일은 완전한 분해를 통한 저들의 설계 메커니즘 분석.
또 한대는 우리가 개발 중인 전투기용 AESA의 사전테스트용 기체로 쓰일 예정이다.
“회장님, 국정원장님과 임 차장님오셨습니다.”
임 차장은 도착한 즉시 국정원장에게 임혁수에 관한 사실을 알렸다.
덕분에 국정원 전체가 한바탕 뒤집어진 것은 물론, 각부서 별로 쥐잡이에 나선 것도 오늘로 보름째.
다행히도 더 이상의 쥐들은 발견되지 않았고, 이번 사건 역시 임혁수의 단독 범행으로 드러났다.
“이거 진 회장님 뵐 면목이 없습니다.”
방에 들어선 국정원장은 몇 번이고 내게 사과의 말을 전했다.
얼핏 쳐다본 임 차장의 얼굴이 누렇게 떠 있는 것을 보니 그에 대한 조치도 꽤나 심각했던 모양이다.
“임 차장님께선 어떻게…….”
“저야 당연히 짤렸죠.”
“…….”
“당연한 일이니 그런 표정 지으실 것 없습니다.”
그는 애써 밝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사실 내가 미안해야 할 상황은 아니다만, 그래도 마음은 편치 않은 상태.
문득 드는 생각에 그에게 넌지시 제안을 하나 던졌다.
“임 차장님. 혹시 지난번에 제가 했었던 말 기억하십니까?”
“…….”
“최악의 상황에선 제가 임 차장님 한 분쯤은 책임져 드리겠다고.”
임 차장은 그 말에 눈이 동그래졌다.
그건 국정원장도 마찬가지.
표정을 확 밝힌 원장은 임 차장의 어깨를 탁 하고 내리쳤다.
“그거 괜찮을 것 같은데?”
“저보고 재우그룹에서 무슨 일을 하라는…….”
임 차장은 희망의 끈을 붙잡은 듯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가 활동할 자리쯤이야 널리고 널렸지.
하지만 내가 예상하는 것은 그의 특기를 살려 정보부서의 책임을 맡기는 것이었다.
“이젠 기업도 정보수집이 필요한 때입니다. 하니 임 차장님을 재우그룹의 전략기획실장으로 추대하고 싶군요.”
전략기획실장 자리는 그룹에서도 핵심 위치였다.
직책은 비록 실장이지만 전무급의 대우를 받는 자리.
중요한 것은 연봉도 지금 그가 받는 수준과는 비교조차도 되지 않는다는 건데, 그걸 염두에 둔 건지 임 차장의 표정이 확 밝아졌다.
“그게 가능합니까?”
“제가 명색이 회장입니다. 설마 그 정도 권한이 없을 거라 생각하시는 것은 아니겠죠?”
“하지만 제가 당장 공기업도 아닌 민간기업으로 이직을 해도 상관이 없을지…….”
“그 부분은 내가 각하께 잘 말씀드려 보겠네. 뭐 전에 그런 경우가 아예 없었던 것도 아니니 큰 상관은 없을 게야. 그나저나 잘됐네. 전화위복이라더니, 이 친구 복 터졌구먼.”
듣고 있던 국정원장이 끼어들며 과한 축하를 건넸다.
그 역시 한때는 동고동락했던 사이인 임 차장을 내치는 것이 마음 편하지는 않았겠지.
사실 말은 안 했지만, 오늘 이 자리에 임 차장을 끌고 온 것도 아마 이런 상황을 기대하고 한 것인지도 모른다.
“일단 대통령님의 재가가 떨어지는 즉시 인사명령을 지시하겠습니다. 하니 그동안엔 휴가나 즐기시죠. 참, 그리고 제 사무실과 집에서 다시 수거해가신 것들은 어떻게 됐습니까?”
몇 번이고 고맙다는 말을 건네는 임 차장을 뒤로하고 국정원장을 향해 물었다.
사실 오늘의 만남은 바로 그 부분에 대한 결과를 듣기 위함.
사안의 중요성 때문인지 곧장 국정원장의 표정이 다시 굳어졌다.
“진 회장님의 말씀처럼 죄다 도청장치가 설치되어 있더군요. 나 참, 그런 생각은 또 어떻게 했는지, 임혁수가 진 회장님에게 가져다준 탐지기 역시 가짜였습니다.”
그 점은 애초 내가 밝혀낸 사안이었다.
돌아오는 즉시 임혁수가 가져다준 탐지기를 이용해서 점검을 해봤지만, 문제점은 발견되지 않았고, 난 그 점이 더 의심스러워 따로 탐지기를 하나 더 구매하여 다시 점검을 해봤다.
그리고 결과는 역시 모든 전화기에서 도청장치들을 발견.
해서 그 사실을 국정원장에게 알린 거다.
“나름 용의주도하게 한다고는 했는데, 안 먹힌 거죠.”
국정원장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또 뭐가 떠오른 듯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그렇고 보면 혁수 그놈이 나름대로 머리는 쓴 거죠. 애초 진 회장님의 휴대폰에 어설프게 도청장치를 설치해서 발견되게 만들고, 그걸 발판으로 위기의식을 느끼게 해서 자택이며 사무실에 수월하게 도청장치를 설치했으니까요. 솔직히 진 회장님이 빨리 알아차렸으니 다행이지, 모르고 지나쳤다면 마냥 대참사가 날 뻔하지 않았습니까.”
그 점은 나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내가 임혁수를 의심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난 당연히 그 전화기들이 국정원에서 제공된 것으로 생각하고 안심하며 사용했을 것이고, 그럼 온갖 기밀들이 넘어갔을 수도 있을 상황이었다.
“참, 혁수 놈을 포섭한 것은 예상대로 내각조사실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문제는 그게 놈의 자백일 뿐, 정작 놈에게 돈을 준 것은 일본 극우단체들이라서 한동안 정식 항의는 힘들 것 같습니다.”
국정원장은 상황이 탐탁지 않다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뭐 사실 항의한다고 저들이 콧방귀나 뀔까.
정작 내가 궁금한 것은 저들의 목적이었는데, 막상 그 질문을 받은 국정원장은 한참을 머뭇거렸다.
“도청장치야 정보를 빼갈 목적이라고 해도, 러시아까지 따라붙은 이유를 모르겠다는 겁니다. 전 그게 왠지 제게 위해를 가하려 한 것이 아닐까 싶은데, 맞습니까?”
“……아마도 그럴 겁니다.”
국정원장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후 한참을 이어진 침묵.
상황이 이쯤이면 나도 나도 이제 결단을 내릴 때라는 생각에 그동안 머릿속에서만 구상 중이던 생각을 밝혔다.
“혹시 군에 도움을 좀 받을 수 있겠습니까?”
“무슨…….”
“아무래도 제 경호를 단순히 몇몇 인물들에게만 맡길 것이 아니라 이 기회에 그룹 전반에 걸쳐 중요인물들을 감시 겸 경호할 수 있는 조직을 설립하고자 합니다. 인원 확충을 위해서 군의 실력자들을 좀 선발해 주셨으면 싶습니다.”
“그거야 얼마든지 가능하죠. 안 그래도 당장 전역을 앞둔 특임대원들이나 특전사 요원들로서는 뒷일이 막막한 상황이니 오히려 군에서 더 좋아할 겁니다.”
“그거야 그렇겠죠. 하지만 제가 걱정하는 것은 그들을 지휘할 인물들입니다. 즉, 현직에 있는 실력 있는 지휘관들도 몇몇은 필요하다는 소리죠.”
“일단 그 부분도 이야기는 해 보겠습니다.”
국정원장은 흔쾌히 대답했다.
이내 시계를 힐끗 쳐다보는 폼이 또 무슨 약속이라도 있는 모양새.
아니나 다를까, 그가 넌지시 대통령을 거론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오늘은 이만 가봐야겠군요. 실은 1시간쯤 후에 각하와의 면담이 잡혀있거든요. 아! 그리고 저 전화기들은 이제 안심하고 쓰셔도 됩니다.”
삐이!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책상 위에 있던 인터폰이 요란한 소리를 뱉었다.
상황이 절묘했음을 느낀 듯 국정원장과 임 차장은 옅은 웃음을 지으며 방을 나섰고, 난 즉시 수화기를 들었다.
-회장님, 연구소 소프트웨어 개발부의 최인배 씨 도착하셨습니다.
최인배는 파견 근무자 1호로 지정되었다.
이 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소프트웨어 개발실력을 가진 그라면 러시아의 소프트웨어 개발 노하우를 습득하는 것에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다행히도 그는 내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고, 앞으로 며칠 후면 출발할 예정이다.
“안녕하셨습니까 회장님.”
서류상으로 확인된 그의 나이는 올해로 정확히 서른 살이었다.
나보다 고작 세 살 어린 나이.
같은 KAIST 출신이라는 공통분모로 인해서 회사 오너와 직원 사이에서 오는 거리감은 그다지 없었다.
“최근 전투기용으로 개발 중인 AESA의 자동지형추적 알고리즘을 완성했다죠?”
“네, 회장님께서 김희원 원장님을 통해 주신 미완성 소스들을 기초로 손을 좀 봤는데, 의외로 제 기능을 하더군요.”
그가 천재라는 점은 이번에 다시 한번 증명됐다.
회귀 전, ADD에서도 미처 완성하지 못했던 레이더를 이용한 지형추적기술.
난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걸 1년 전쯤 연구팀에 건넸었는데, 그걸 최인배가 보란 듯이 완성해 버린 거다.
당시 ADD의 개발자들이 5년이나 걸렸어도 완성하지 못했던 것을.
“아무튼, 최인배씨 같은 인재가 내 주변에 있다는 것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하는 말인데, 다른 분들과는 달리 최인배씨의 파견 기간은 1년이면 충분할 겁니다.”
“네? 아니 왜 저만…….”
“최인배씨는 그때쯤 맡아야 할 일이 따로 있거든요.”
그건 이미 내가 보유 중인 KFX의 소프트웨어 개선작업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었다.
한때 우리가 완성 직전까지 갔었던 각종 소프트웨어들.
하지만 기체가 전보다 대형화되고 또 무장을 비롯한 여타 항전시스템이 바뀔 것을 예상한다면 당연히 그에 합당한 개량을 거쳐야 하는데, 난 그걸 책임질 자로 최인배를 가장 적합한 인물로 꼽은 상태였다.
“제가 따로 맡아야 할 일이라면 어떤…….”
“우선은 항공전자 통합 실험시스템 구축에 투입될 겁니다.”
항공전자 통합 실험시스템은 주요 전자장비들과 부품들을 상호간섭 없이 통합할 수 있도록 테스트 및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즉, 개발된 기체의 임무 컴퓨터를 중심으로 무장과 센서, 그리고 항법 시스템을 통합하는 작업에 있어서 그걸 검증해 주는 시스템.
회귀 전, 우리나라는 그 부분을 해외업체와 공동개발하여 구축했었는데, 그 탓에 시스템을 개조하려면 매번 해외의 힘을 빌려야만 하는 어려움을 겪었고.
결국, 그 단점을 극복하고자 2005년쯤 KAI가 국산화를 시도하여 성공했었다.
그리고 그 기술은 당연히 내가 보유 중이고.
“저보고 SIL(system integration laboratory)을 개발하라는 겁니까?”
“그렇게까지 걱정스러운 표정 지을 것 없습니다. 대부분의 소스들은 이미 내가 보유 중이니까. 아마 최인배씨의 실력이면 우리 실정에 맞는 SIL구축이 가능할 겁니다.”
“…….”
최인배는 눈을 끔벅였다.
그냥 두면 출처를 물을 기세.
슬쩍 대화의 방향을 뒤틀었다.
“참, 전해 들은 바에 의하면 ADA(에이다)에도 능통한 편이라고 하던데, 사실입니까?”
“물론입니다. 바로 그 점 때문에 노키드가 저를 영입하려고 했었던 거니까요.”
ADA는 대규모 프로그램 개발과 유지보수에 용이한, 그리고 현존하는 언어 중 가장 강력하고 광범위한 기능을 가진 프로그램 언어였다.
또한 미 국방부의 표준 프로그램 개발언어이기도 하고.
하지만 프로그램 자체가 워낙 다루기 까다롭다 보니 점차 사용자를 찾기가 힘들어지는 추세인데, 아마 노키드가 최인배의 그런 능력을 샀던 모양이다.
“저 그런데…….파견 인원이 총 몇 명이나 되는 겁니까?”
빤히 쳐다보는 내 시선이 부담스러웠던 듯 그가 찻잔을 들며 넌지시 물었다.
아차 싶은 마음에 잠시 웃어 보이곤 그를 향해 서류 한 장을 건넸다.
“최인배 씨를 포함해서 총 24명 정도가 수호이 설계국으로 파견될 겁니다. 또한 모터시치에서 그만큼의 인력들이 우리 쪽으로 파견될 예정이고요.”
“모터시치는 용케 우리나라에 인력 파견하는 것을 동의한 모양이죠?”
“거긴 이제 우리가 소유했으니까요. 물론 쉽지는 않았습니다만, 우크라이나 정부에 먹인 돈이 하도 많아서 가능했습니다. 참, 한 가지 주의하셔야 할 점은 파견 기간에는 절대로 외부와 접촉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저야 고작 1년 동안이니 상관없다 쳐도 다른 연구원들이 그걸 받아들이겠습니까?”
“답답한 것은 이해합니다. 해서 생활에는 전혀 불편함이 없는 환경을 제공할 예정이고. 만약 그래도 거부한다면 그 연구원의 경우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제외해야겠죠.”
“전 충분히 버틸 수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하니 절 제외할 생각은 마십시오.”
그는 밝게 웃으며 너스레를 떨었다.
전달해야 할 것은 아직 남아 있는 상태.
또 한 장의 종이를 건네며 말을 이었다.
“이건 비밀 서약서입니다. 그리고 국정원 측에서 해당 연구원들의 가족들을 케어한다는 것에 동의한다는 약정서이기도 하고.”
“케어라기보다는 감시 같은데, 가족들도 감시한다는 말입니까?”
“사안이 사안이니만큼, 불온 세력이 가족들에게 접근할 가능성이 있거든요.”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서류에 사인했다.
무슨 생각을 한 걸까, 이내 휙 다시 고개를 들더니 나를 쳐다본다.
“그런데 연구원들의 안전은 확실히 책임져 주시는 겁니까?”
“그 점은 염려 안 해도 됩니다. 일단 국정원 측에서도 안전을 위해 파견을 나갈 것이고, 러시아 대외정보국에서도 협조를 해주기로 했으니까. 그리고 혹시 비상상황이 발생할 시에는 제가 알려드리는 번호로 즉시 전화를 하시면 됩니다.”
“전화하면 누가 달려오기라도 하는 건가요?”
“달려오기는 할 텐데, 좀 무서운 여자가 올지도 모릅니다.”
막상 내가 말을 뱉어내고도 헛웃음이 나왔다.
나타샤.
그녀의 얼굴이 다시 떠올랐거든.
한국으로 돌아오기 직전, 난 알렉세이에게 우리 연구진들의 안전을 특별히 부탁했었는데, 그는 그 청탁에 대한 대답으로 나타샤를 지목했었다.
언제든 전화를 주면 그녀가 달려갈 거라고.
“무슨 말씀이신지…….”
“뭐가 됐건 안전은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입니다.”
“그럼 다행이고요. 하면 언제 출발하면 됩니까?”
“그건 김희원 연구소장이 다시 언질을 줄 겁니다.”
최인배와의 대화는 그걸로 끝이었다.
돌아서 방을 빠져나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안타까운 마음과 기대가 동시에 마음을 파고든다.
‘쯧, 젊은 나이에 외지에 박혀 썩는다는 것이 쉽지는 않지. 그나저나 윤 대표님은 왜 아직 연락이 없지?’
그러고 보니 에어로스페이스의 윤 대표로부터는 아직 연락이 없다.
노키드와의 분쟁으로 중단된 엔진부품 생산라인 점검을 위해 창원으로 내려간 것이 어제건만.
혹여 무슨 문제라도 생겼나 싶은 생각이 들 때쯤, 다행히 전화벨이 울렸다.
“네 윤 대표님. 무슨 문제라도 생긴 겁니까? 한참을 기다렸습니다.”
-미안하네. 점검해봐야 할 것이 어디 한두 곳이라야지.
“그래서 결과는요?”
-일부 시설개선은 필요하겠지만 라인 자체는 문제없어. 그런데 정말 여기서 다시 엔진부품 조립이 재개될 가능성이 있는 거야?
사실 그건 나도 장담할 수 없는 문제였다.
막말로 자체 전투기 개발사업이라는 것이 무조건 지지만 받을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니까.
찬성하는 자가 있으면 당연히 반대하는 자도 있을 것이고, 또 그사이 미 업체들의 온갖 로비를 비롯한 훼방이 있을 가능성도 크지.
하지만 나로선 승인이 된다는 것을 가정하고 있어야만 한다.
그래야 이런저런 부차적인 문제의 해결을 위해 소모되는 시간을 줄일 수 있을 테니까.
-아무튼, 자네 말대로 돈은 좀 들어도 상관없으니 라인 점검과 관리는 철저하게 하라고 말하고 올라가는 길이네.
“수고 많으셨습니다.”
전화를 끊자 옅은 두통이 몰려왔다.
잠시 휴식이라도 취하려 소파로 향하려는 순간, 이번엔 김 비서가 다시 방에 들어서며 탈레스의 소식을 알려왔다.
“회장님, 탈레스의 명승은 소장님께서 인력 수급 보고서를 보내셨습니다.”
젠장, 이러다 정말 쓰러지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
이거 아무래도 진현철을 다시 불러들이는 것을 진지하게 고려해봐야겠는데.
“피곤하시면 조금 이따가 다시 올릴까요?”
“아니, 괜찮으니 이리 주세요.”
명승은 교수는 정부가 제공하는 비밀 예산으로 시작된 부품 소재개발 중 일부 사업을 담당하고 있었다.
단순히 내 연구소에서만 감당하긴 지나치게 비대해진 소재개발 프로젝트.
더군다나 핵심 장비들의 보유능력은 탈레스가 우위에 있다 보니 내린 결정이었는데, 지나고 보니 사실상 옳은 결정이었다.
‘그나저나 본격적인 전투기개발 시점이 되면 라인 구축이 문제가 될 텐데…….’
사실상 그 점은 문제가 심각했다.
인력이야 최악의 경우 모터시치의 숙련된 인력들을 끌고 오면 된다지만 그것도 라인이 존재해야 가능한 것 아닌가.
“가만!”
그때 순간적으로 생각 하나가 뇌리를 스쳐 갔다.
KAI.
거기라면 충분히 해결책이 된다는.
차라리 우리가 KAI를 흡수하는 것은 어떨까…… 하는.
'안 될 것도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