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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47화 (47/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47화

“어떻게 된 겁니까.”

합참에 도착한 난 곧장 지휘통제실로 안내됐다.

여기저기서 아우성이 벌어지고 있었고, 국방장관은 한참 대통령과 긴급통화를 진행 중이었다.

“오전 9시 10분. 연평도에서 대략 40킬로미터쯤 떨어진 적 진지의 반대편 능선에서 다량의 방사포들이 발사되었소.”

질문에 답을 해준 이는 국정원장이었다.

그도 이제 막 도착을 했는지 머리가 잔뜩 땀에 절어 있던 상태였다.

“피해는 정말로 없는 겁니까?”

“다행히 발사 후 곧장 재우가 개발한 대(對) 포병 레이더가 그걸 감지했고, 불과 수 초 만에 대응탄이 발사되어 죄다 요격했소. 그나저나 북한이 어지간히 당황한 모양입니다. 결국, 해안포까지 동원한 것을 보면.”

“확실히 포탄 요격도 성공을 한 겁니까?”

“실은 나도 그것 때문에 놀라고 있는 상태입니다. 원래 포탄의 요격은 힘들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렇긴 했는데, 애초 계획보다 유도시스템이 개선된 상태입니다.”

사실 놀란 것은 내가 더했다.

단지 이론일 뿐일 거라 예상했던 포탄 요격에 성공했다니.

상황이 이러면 최인배 그 친구에게 큰 상이라도 내려줘야 할 상황이다.

아니, 상이 문제가 아니라 진지하게 대화를 좀 나눠봐야 할 상황이라고 해야겠지.

“그나저나 우리 측 대응은 어떻게 하기로 했습니까?”

문득 그 점이 떠올라 물었다.

적이 발포를 한 와중에 우리라고 가만히 있었을까.

마침 그 말을 들었는지 대답은 국방장관에게서 들려왔다.

“사건 발생 10분쯤 후에 우리도 연평도에 임시 배치 된  K-9 시제차량을 통해서 적 진지를 향해서 스마트 포탄을 발포했소. 그 결과 적의 해안포들은 죄다 격멸됐고, 능선 너머에 있던 방사포 진지들도 초토화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스마트 포탄을 썼다고요?”

상황이 이런 식으로 돌아갈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었다.

HVP에 이어 스마트 포탄까지.

이건 그야말로 재우가 개발한 무기들의 성능 입증의 장이나 다름없지 않던가.

“현장화면이 전송되고 있습니다.”

한창 생각에 빠져 있을 무렵 현장 상황을 분석 중이던 장교 한 명이 대형 모니터를 손으로 가리켰다.

곧 화면이 밝아지는 것과 동시에 등장한 것은 바다 건너 북의 해안포 진지에서 피어오르는 자욱한 연기.

애초 역사와는 반대되는 그 장면에 왠지 모를 묘한 기분이 등줄기를 스치고 지나갔다.

“저쪽에선 또 다른 대응은 없었습니까?”

“아직은 없었소. 하지만 각하께선 저쪽에서 2차 도발을 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원점을 타격하라는 명령을 하셨소. 해서 약 5분 후면 우리 측에서 다시 포격을 가할 텐데, 아마 이번 목표는 북 4군단 포병여단의 본진이 될 겁니다.”

상황은 예상보다 심각해져 갔다.

만약 2차 포격이 가해지는 날엔 단순한 대응의 수준을 넘어가는 상태.

즉, 군과 정부는 지금 확전까지도 감안하고 있다는 거다.

젠장, 설마 여기서 남북 간의 전면전이 시작되는 것은 아니겠지?

“현장 지휘관에게 발포 명령 하달해.”

결국, 장관의 입에선 발포 명령이 떨어졌다.

그 명령은 곧장 해병대 사령관에게 하달되었고, 다시 무전을 통해 현장에서 대기 중이던 지휘관에게 전달됐다.

쿠구궁!

잠시 후, 대기 중이던 K-9 중 다섯대가 순차적으로 불을 뿜는 것이 군의 CCTV 영상을 통해서 전해져왔다.

엄청난 포연과 함께 날아간 것은 분명 내가 개발한 스마트 포탄들.

비록 여기서 볼 수는 없지만, 아마 수 분 후면 적 4군단 포병여단에서는 대난리가 날 거다.

[군이 2차 포격을 시작했습니다. 발포된 포탄의 수는 총 서른 발이며…….]

뒤늦게 상황을 전하기 시작한 언론사들로 인해 TV는 온통 연평도의 모습을 비추고 있었다.

화면만으로 보면 마치 도발을 시작한 것이 우리 쪽인 것만 같은 착각이 들 정도.

하다못해 대피 중인 민간인들의 얼굴에도 다급함은 엿보이지 않았다.

“…….”

한참 후, 난 잠시 시계를 쳐다봤다.

마지막 포격 이후 대략 30분의 시간이 지난 상황.

그럼에도 적의 대응이 없다는 것은 필시 확전을 우려하고 있다는 의미인데, 난 부디 그들이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기 만을 바랄 뿐이다.

“장관님!”

그때, 통제실의 문이 열리며 영관급 장교 한 명이 다급히 뛰어들어왔다.

무슨 급한 상황이 벌어지기라도 한 듯 거의 형식적인 수준의 인사만을 날린 그는 곧장 장관을 향해 노란색의 종이 한 장을 건넸다.

“북측에서 보낸 긴급 전문입니다. 확전 방지를 위해 서로 포격을 멈추자는 군요.”

“하아…….”

그 말에 통제실 전체가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그건 국방장관도 마찬가지.

의연했던 대처와는 달리 그 역시 자못 긴장을 했었던 모양이다.

“진 전무는 아무렇지도 않은 겁니까. 실전이 벌어지는 것을 본 것은 처음이었을 텐데.”

힐끗 나를 쳐다본 국방장관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잠시 역사가 뒤틀린 원인을 분석하느라 생각에 잠겨있었을 뿐, 나라고 떨리지 않았다면 그건 거짓말이지.

머리를 긁적여 보이자 그가 다시 말을 잇는다.

“하긴, 어차피 확전은 불가능했으니까.”

“......”

“여기서 더 확전이 일어났다면 아마 미국과 러시아, 그리고 중국에서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겁니다. 게다가 전쟁이 애들 장난도 아니고, 당장 인민들 먹일 쌀도 없는 나라가 무슨 전쟁을 일으키겠습니까.”

그는 짧게 혀를 차며 의자에서 일어났다.

앞으로 해결해야 할 일이 걱정인 듯, 긴 한숨을 내쉰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나를 쳐다봤다.

“아마 진 전무도 한동안은 나 못지않게 시달릴 겁니다. 하니 미리 각오하세요.”

“…….”

의아한 마음에 쳐다봤다.

그러자 장관은 대뜸 손가락을 들어 어딘가와 통화 중인 위관급 장교들을 가리켰다.

“지금 통제실로 걸려오는 전화 중 절반은 정말로 우리의 피해가 없는지를 확인하는 전화들이오. 미국을 비롯해서 이스라엘과 영국. 하다못해 아랍에미리트까지.”

그 말에 다시 통화 중이던 장교들에게 시선을 줬다.

그제야 들려오는 통화내용들.

절로 긴 한숨이 뱉어진다.

*******

[이번 포격 사건으로 인해 북의 피해가 생각보다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우리 측 반격으로 인해 연평도 인근 북의 해안포들은 대부분 파괴되었습니다. 더불어, 해안 진지와는 100킬로미터쯤 떨어진 북 4군단 포병여단의 본진 역시 심각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일부 소식통에 의하면 사상자의 수만 해도 2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군은 우리 측 피해가 전무 했던 원인을 새로운 방어시스템 구축사업의 성과라고 발표했습니다. 일명 HVP 시스템이라고도 불리는 방어시스템은 재우탈레스에서 이번에 새로 개발한…….]

한동안은 연평도 포격 사건이 뉴스의 대부분을 장식했다.

덕분에 HVP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 극에 달한 상황.

워낙 성공적인 결과를 보여줬기 때문일까, 여론은 점점 HVP 시스템의 조기 구축을 부르짖기 시작했고, 처음엔 자못 부정적이었던 국회의원들도 언제 그랬냐는 듯 태도를 바꿨다.

[북은 이번 사태가 4군단장의 과잉 충성에 의한 결과라는 통지문을 전해왔습니다. 사실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우리 정부는 확실한 재발 방지책을 요구할 예정입니다.]

예상대로 북한은 꼬리 자르기에 나섰다.

책임자였던 4군단장은 지금쯤 숙청이 되었을 터.

그럼에도 재발 방지에 대한 확약을 강조한 정부는 결국, 휴전선 인근의 방사포 부대들을 한참 뒤로 물리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쯧, 얄팍한 수를 쓰는군. 어차피 스마트 포탄의 사거리에 겁이 나서 물러서는 것을 누가 모를까.”

아마 이번 기회에 북의 전략엔 어마어마한 변화가 올 거다.

무려 150킬로미터를 날아가서 정밀 타격을 하는 스마트 탄의 성능을 직접 체험했으니 그건 당연한 결과.

아마 저들도 한동안은 사거리를 연장하기 위한 대구경 방사포의 개발에 열을 올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게 의미가 있을까.

어차피 휴전선 인근에 시스템이 갖춰지는 날엔 이미 그 일대는 난공불락의 요새가 되는 상황에서.

“전무님, 미 해군 참모총장님의 전화입니다.”

국방장관의 예언은 현실화됐다.

미 국방부를 비롯하여 영국과 이스라엘. 그리고 여타 우방국의 군 관계자들로부터 걸려온 전화가 이것으로 열 통째.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피해왔지만, 정작 제프리의 전화만큼은 피해서는 안 된다.

[오랜만입니다, 제프리 총장님.]

-다행히 통화가 되는군요. 내 보좌관이 하도 통화가 안 된다고 해서 내가 직접 전화를 걸어봤소,

[그런 일이…… 이거 죄송하게 됐습니다. 이번 사태로 하도 여기저기서 전화가 많이 걸려오다 보니 잠시 전화를 꺼두었던 참이었습니다.]

-이해합니다. 전 세계에 연평도 포격 사건이 토픽으로 보도가 된 상황이니까. 그동안 HVP에 대해서 시큰둥하던 우리 육군도 지금 난리가 난 마당에 다른 나라들은 오죽했겠소. 그래서 말인데, 이제 슬슬 우리도 대화를 나눠봐야 하지 않겠소?

[물론입니다. 한데 죄송하지만, 며칠 후에 논의하면 안 되겠습니까?

-왜요,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문제는 무슨 문제가 있겠습니까. 실은 제가 곧 이번 한미 정상 회담의 경제인단에 포함되어 미국을 방문하는데, 그때 총장님을 찾아뵈려고 하는 중이었습니다.]

-오오! 그거 듣던 중 반가운 소리군요. 하면 그때 진지한 대화를 나눕시다.

제프리의 목소리는 한껏 톤이 올라갔다.

정작 약속은 했지만 불안했었던 거겠지.

혹여 다른 우방국들이 미국보다 앞서 시스템 구축을 요구할까 싶어서.

하지만 나도 바보는 아니다.

만약 그랬다간 강력한 방패 하나가 사라져 버리는 건데 내가 미치지 않고서야 그런 선택을 할 리가 없다.

-그나저나 나도 준비는 해야겠군요.

[무슨 준비 말입니까?]

-뭐긴 뭐겠습니까. 미스터 진을 맞을 준비를 하겠다는 거죠.

왠지 의외다 싶은 말이었다.

내가 무슨 대통령도 아니고 갑자기 웬.

[혹시 제 안전 문제가 걱정되시는 거라면 신경 쓰시지 않아도 됩니다. 따로 동행하는 경호원의 수만도 다섯 명에 달하니까요.]

-경호 때문이 아니오. 대외적으로 보여주기 위함이지.

[......]

-실은 나도 얼마 전 재우가 겪은 일을 잘 알고 있습니다. 참고로 미국 군수 산업체의 생리를 나만큼 잘 알고 있는 사람도 없죠. 해서 미 해군이 직접 경고를 보내겠다는 말입니다.

[......]

******

8월 15일.

드디어 대통령이 미 순방길에 올랐다.

동행하는 경제인들의 수만 해도 무려 30명.

취재를 위해 동승하는 기자들의 수도 그에 못지않다.

“진현승 전무님.”

기자들 중엔 익숙한 인물도 끼어 있었다.

한지연.

TBS 보도국 소속의 기자이며 나와는 그동안 꽤 유대관계를 다졌던 인물.

사실 짬밥으로 치면 저런 새파란 햇병아리가 이 비행기에 탄다는 것이 가당키나 할까.

아마도 나와 그녀의 관계를 고려한 데스크의 결정이었을 거다.

“오랜만이군요 한 기자님.”

“잠시 옆자리에 앉아도 될까요?”

“물론이죠.”

그녀는 잠시 생긴 틈을 이용하여 내 곁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뭔가 물을 것이 많은 눈치.

하지만 당장은 나도 딱히 해줄 말은 없다 보니 대화의 대부분은 잡담에 불과했다.

“그런데 결혼은 안 하세요?”

“네?”

“이젠 나이가 꽤 차셨잖아요. 게다가 진현필 회장님의 연세도 있으시니 집안에서 독촉이 꽤 있었을 것 같은데요?”

그 부분에선 할 말이 없었다.

당황스러움에 머뭇거리는 순간 다행히 비서실장이 비행기에 오르며 기자들을 한 곳으로 몰아붙였다.

“자자! 미안하지만 기자분들께서는 이제 지정된 좌석으로 가주시기 바랍니다.”

결국, 자리에서 쫓겨난 한지연은 샐쭉한 표정으로 제 자리를 찾아갔다.

뒤이어 휴대폰을 비롯한 전자 기기들의 전원을 꺼달라는 안내 방송이 나오던 차.

갑자기 내 휴대폰이 요란하게 진동했다.

“응?”

혹여 회사인가 싶어 확인한 액정엔 모르는 번호가 찍혀 있었다.

평소였다면 그냥 무시하고 넘어갔으련만.

왠지 느낌이 이상해서 즉시 문을 향해 걸어갔다.

“잠시 통화 좀 하고 와도 되겠습니까?”

“그러시죠, 어차피 각하께서 아직 탑승하시기 전이라서 여유는 있습니다.”

비서실장의 허락을 구하곤 비행기를 빠져나왔다.

곧 통화버튼을 누르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 미스터 진. 내가 누군지 알겠소?

잘못 들은 것이 아니라면 알렉세이의 목소리가 분명했다.

그런데 그가 갑자기 왜.

[무슨 일입니까.]

-무슨 일은 무슨 일이겠소 미스터 진이 아메리카에 출장을 간다기에 인사차 전화를 한 거죠.

[…….]

-농담이오, 농담. 실은 알려줄 것이 하나 있어서 전화했소.

[뭘 말입니까?]

-모터시치 말입니다. 우리 러시아는 만약 재우가 그곳을 인수한다면 굳이 반대하지 않을 생각이오. 하니 혹시라도 미국에서 협상이 들어오면 절대로 꿇리지 마시오.

순간 당황스러웠다.

무슨 의도일까 싶어 되묻자 그가 한바탕 웃으며 대답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권한 대행 및 총리께서 미스터 진에게 관심이 많으십니다. 뭐 일종의 선물이라고 생각하면 될 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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