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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45화 (45/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45화

“흠흠…….”

임 차장과 함께 청와대에 도착한 난 한동안 접객실에서 대기 중인 상태였다.

그가 함께 불려온 이유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상태.

그 탓에 더더욱 긴장한 임 차장은 연신 불안한 빛을 내비치고 있었다.

“그거 압니까, 진 전무님?”

“…….”

“요즘 같아서는 정말로 평범한 직장인이 되고 싶어요.”

“왜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해야죠. 아시겠지만 며칠 전까지만 해도 전 밀리파 레이더의 성능 테스트 결과가 안 좋을까 싶어서 내내 가슴을 졸이고 살았었잖아요.”

“아…… 그랬었죠.”

“그러다 그게 해결이 되자 또 영문도 모르고 청와대로 불려왔지 않습니까. 뭐 사실 대외 정보 파트장인 내가 청와대에 불려오는 것이 딱히 이상한 일은 아니지만서도. 문제는 내가 불려오는 경우가 대부분은 좋은 일은 아니었다는 것이죠. 그러니 지금 내 마음이 편하겠습니까.”

얼핏 이해가 가는 대목이었다.

하긴, 정기적인 보고 외에 대외 파트장이 따로 청와대로 불려올 일이 사건 사고 외에 또 있을까.

게다가 상대는 하필 이 나라 최고의 권력자.

내가 그의 입장이었어도 청와대가 그리 편한 곳은 아니었을 거다.

그나저나 정말로 임 차장은 왜 불러들인 거지?

“두 분 들어가시죠.”

잠시 대기할 것을 부탁했던 비서실장이 우릴 향해 손짓했다.

옆에서 긴 한숨 소리를 내뱉는 임 차장을 보고 있자니 그 긴장감이 내게도 전해져 온다.

“처음 뵙겠습니다, 대통령님.”

대통령의 인상은 TV 화면에서 봐왔던 그대로였다.

인사를 건네자 밝은 미소를 지어 보인 그는 곧 앞에 있던 의자를 손짓했다.

“직접적인 대화는 없었지만, 왠지 낯설지가 않군요. 편하게 앉으세요.”

그 말에 임 차장과 난 곧장 의자에 착석했다,

그러자 다시 집무실의 문이 열리며 국정원장이 들어섰고, 곧 대통령을 향해 짧은 눈인사를 한 후 우리 앞에 몇 장의 서류들을 내려놨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 제가 대통령님을 대신하여 상황 설명을 하겠습니다.”

“…….”

“진 전무님께는 유선상으로 미리 알려드렸지만, 오늘 핫라인을 통해 전 러시아 국가보안위원회 서기가 대통령님과의 통화를 요구했습니다. 통화 목적은 국가 최고 전략기술의 교환에 관한 협의. 그리고 러시아 측에서는 우리가 사전에 그들의 대외정보국장에게 요구했던 조건을 받아들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조건을 받아들이겠다면, 우리 기술이 드러날 만한 실험을 하지 않는다는 것에 동의했다는 겁니까?”

놀란 마음에 되물었다.

애초 말은 그렇게 했지만 큰 기대를 하지 않았었던 부분이니까.

순간 국정원장은 나를 향해 시선을 주었고, 곧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긍정을 표했다.

“내가 말했잖소. 어지간히도 똥줄이 타는 모양새라고. 어쨌건, 최대한 빨리 답신을 달라고 요구를 해온 상황이라서 급하게 진 전무를 불러들인 겁니다. 참고로 대통령님께서 이미 긍정을 표하신 상태입니다.”

결국, 정부도 마음을 굳힌 모양이었다.

그 상황에서도 굳이 나를 부른 이유는 기술의 주인이 정부가 아닌 민간업체이기 때문.

아무리 국가 간의 기밀회담이고 협의라고는 해도 기술의 주인인 내 의사를 무시할 수는 없었을 거다.

“전 이미 동의했지 않습니까.”

“그래도 재차 확인은 해야죠. 기술 교환 이후 대처방안도 논의해야 하고.”

국정원장은 옅은 미소로 대꾸했다.

내 생각엔 변함이 없음을 전하려 시선을 다시 대통령에게 주려는 차, 문득 의아한 점이 하나 떠올랐다.

“그런데 러시아 대통령이 아니고 고작 전 국가보안위원회 서기 출신이 전화를 했다고요?”

사실이라면 형평성에 어긋나는 처사였다.

이쪽은 그래도 한 나라의 대통령인데, 저쪽은 왜…….

그런데 그때, 국정원장이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은 고작, 이라는 표현을 쓸 수 있는 인물이 아니오. 우리 측 정보에 의하면 곧 러시아의 총리와 대통령 권한 대행직을 맡을 존재이며, 이변이 없다면 내년에 대통령 자리에 오르는 것이 확실시되는 인물이죠. 하니 지금으로서는 그가 러시아를 대표한다고 해도 딱히 무리는 아닙니다.”

“아…….”

난 푸틴이라는 이름 한마디에 모든 것을 이해했다.

의외인 것은 그를 향한 국정원의 분석이 생각보다 완벽했다는 것.

확실히 국가 정보원이라는 기관을 만만히 볼 곳은 아니라는 생각이 뒤따랐다.

“자자, 일단 중요한 일부터 처리를 합시다.”

생각이 깊어질 무렵 대통령이 나섰다.

퍼뜩 정신을 차리고 쳐다보자 그가 조금은 결의에 찬 표정으로 내 눈을 마주 봤다.

“진현승 전무가 정식으로 동의를 했으니 조금 후 난 러시아의 요구에 응할 겁니다. 그럼 사전합의에 따라 기술 교환은 즉시 이루어질 텐데, 그 임무는 임 차장이 직접 담당을 하게 될 겁니다.”

이제야 임 차장이 함께 불려온 이유가 이해됐다.

하긴, 이런 중대한 일을 그가 아니면 누가 처리할까.

그나마도 나쁜 소식은 아니라는 것에 안도한 건지 임 차장의 표정은 아까와는 달리 한껏 밝아져 있었다.

“자, 그럼 이제 남은 문제는 기술 교환 이후 우리의 대처방안인데…… 진 전무 생각은 어떻소?”

그때, 대통령이 다시 입을 열었다.

“뭘 말입니까?”

“우리 측이 제공하는 기술은 전적으로 재우의 것이지 않습니까? 그걸 조건으로 교환한 러시아의 기술들을 정부 마음대로 할 수는 없지요.”

“…….”

“그러니 내 생각에는 러시아로부터 받은 것들을 전략기술로 지정하여 유출은 통제하되, 기술의 소유는 재우에게 있는 것으로 합의하는 것이 어떨까 싶군요.”

“그렇게 해주신다면 저로서는 더 바랄 것이 없죠.”

사실 그건 당연한 조치였다.

그럼에도 안도의 한숨이 드는 이유는 그것들이 워낙 중요한 전략기술들이기 때문.

솔직히 정부가 그걸 핑계로 이런저런 부분에서 양보를 요구했다면 나로서도 골치가 좀 아팠을 거다.

“좋습니다. 그럼 그렇게 결정하는 것으로 하죠. 참, 한 가지 협의를 더 할 것이 있는데, 솔직히 난 그 기술을 그냥 묵혀 두는 것은 좀 손해라고 봅니다. 물론 진 전무와 국정원장께서는 그렇게 결정을 하셨다고는 들었지만.”

“…….”

그 말에 힐끗 국정원장을 향해 시선을 주었다.

슬며시 입술이 벌어지는 폼이 둘 사이에선 뭔가 다른 이야기가 오간 모양이다.

“그 말씀은, 설마 조기에 자체 전투기 개발을 시작하자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하지만 지금 진행 중인 초음속 훈련기 사업은 어쩌고요? 그것만도 예산이 빠듯한 마당에 가능하겠습니까?”

“초음속 훈련기는 그대로 진행을 할 겁니다. 그걸 중단했다가는 미국의 시비가 만만치 않을 테니까.”

“그럼 어떻게…….”

“일단은 비밀리에 부품 개발부터 시작하자는 거죠. 러시아제 전투기의 고질적인 문제가 바로 그 점이니 그것부터 해결을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

“그 후, 적절한 때가 되면 본격적인 개발로 확대를 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어차피 부품에 대한 해결책은 내가 가지고 있으니까.

그러나 문제는 예산.

아무리 부분적인 개발과정이라고는 해도 최소 수천억은 들어갈 사업을 어떻게 비밀리에 진행하려는 건지 모르겠다.

“비용확보는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공식적인 사업이 아닌 상황에서는 의회에 예산증액 신청도 못 할 텐데요?”

“어차피 의회를 통한 예산 확보는 불가능합니다. 그랬다간 미국에서 헬기 개발 사업처럼 딴지를 걸어올 것이 분명하니까요. 해서 난 편법을 쓸 예정이오.”

“…….”

“국정원에 대외정보습득사업 예산 중 일부는 감사를 받지 않아도 됩니다. 일단은 그걸 동원하죠.”

“…….”

“왜요, 그걸로는 부족합니까? 내가 알기로는 국정원 대외사업비가 어림잡아 1조 원에 가까운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중 천억 정도는 전용하는 것이 가능할 겁니다.”

“하지만 천억 정도로는…….”

“그럼 어쩔 수 없죠. 군의 일부 시설개선 사업을 뻥튀기해서라도 마련을 해보는 수밖에는.”

그 말을 듣는 순간 불현듯 회귀 전에 있었던 사건 하나가 떠올랐다.

병사들의 생활환경 개선 사업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뻥튀기되어 문제가 되었었던.

당시 언론은 그걸 군의 주요 비리 사건으로 규정하고 집중포화를 가했지만 희한하게도 흐지부지되어 넘어갔었던 사건.

혹여 그것도 이런 식의 대처였었던 걸까?

그러고 보니 당시 내가 ADD의 수장으로 있을 때도 몇 번이나 정상적인 루트를 통하지 않은 자금들이 유입되고는 했었는데, 어쩌면 내 예상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어떻습니까. 그 정도면 부품 개선 사업 정도는 진행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소만.”

“네…… 가능할 것 같군요.”

왠지 넋이 빠지는 느낌이었다.

그러다 퍼뜩 떠오른 것은 기왕 자체 개발 전투기 사업을 할 요량이면 시대에 뒤처진 물건을 만들어서야 의미가 없지 않을까 싶은 생각.

즉시 대통령을 향해 제안을 던졌다.

“각하께선, 아니 대통령님께선 만약 우리가 4.5세대 전투기 개발이 가능하다면 시도하실 의향이 있으십니까?”

“4.5세대?”

“네, 미국이 최근 개발한 5세대 전투기 F22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그에 준하는 스텔스 능력과 무장능력을 갖춘 전투기 말입니다.”

“…….”

대통령은 황당하다는 듯 나를 쳐다봤다.

어디 그뿐일까, 국정원장과 임 차장 역시 동그란 눈을 하고 있었지만 난 상관하지 않은 채 말을 이었다.

“만약 그게 개발된다면 많은 이점이 있습니다. 지금 군이 시행을 예정 중인 차기 전투기 사업도 대체할 수 있고, 무장 장착의 자유로움으로 인해서 독자적인 작전능력을 구축할 수도 있죠.”

“하지만 우리가 스텔스 전투기를 개발할 만한 기술력이 있는 겁니까?”

“충분히 가능합니다. 어차피 엔진과 비행제어 시스템은 러시아와의 기술 교환으로 습득이 될 테니 부품 개선만 하면 되고, 형상을 비롯한 복합소재와 스텔스 기능을 갖게 할 메타물질. 그리고 여타 항전 장비들은 이미 재우에서 확보 중입니다. 문제는 내부 무장창에 대한 기술확보인데, 그건 버전 업그레이드를 통해서 차차 진행하면 됩니다.”

“…….”

“게다가 전투기 개발에 있어서 제일 중요한 것 중 하나가 통제 레이더인데, 그건 우리 재우가 이미 개발 중인 AESA의 기술을 활용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

대통령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고민이 되는 걸까, 얼핏 새어 나오는 한숨이 무척이나 고뇌에 찬 듯한 느낌을 주었다.

“그럼 차기 전투기 사업자 선정을 한동안 미뤄둬야 한다는 건데……. 일단 그 부분은 차후 논의를 합시다. 나, 이거야 원. 갑작스레 꿈같은 이야기를 듣고 있다 보니 정신이 하나도 없군요.”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문제임은 나도 이해한다.

하긴, 시간이 필요하겠지.

하지만 얼마 후면 반응이 올 거다.

그게 가능한지에 대한 확실한 증거를 내어놓으라는 반응.

“그나저나 부탁이 하나 있는데, 혹시 내달에 있을 미국 순방길에 진현승 전무도 참석을 좀 해줄 수 있겠습니까? 대략 30명 정도의 경제인단체 인물들이 동행할 예정인데, 함께 참여해 줄 수 있겠느냐는 말입니다.”

“…….”

의아한 마음에 국정원장을 쳐다봤다.

내 반응을 예상했던 듯 그가 즉시 설명을 덧붙였다.

“실은 미국의 요청이 있었습니다. 이번 순방단에 꼭 재우탈레스의 진현승 전무를 포함 시켜달라고.”

“저를 왜요?”

“나도 그게 의외긴 한데, 힌트가 될 만한 것이 있다면 미국도 우리가 원자 스핀 자이로를 개발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거요. 며칠 전, 한미연합사를 통해서 우리의 원자 스핀 자이로의 보유 여부를 넌지시 떠봤다고 하더군요.”

결국엔 일이 그렇게 됐나 보다.

하긴, 러시아가 눈치를 채고 있던 마당에 미국이 모르고 있다면 그게 더 이상하겠지.

한데 만약 그게 이유라면 나를 부르는 이유는 하나뿐일 거다.

기술을 얻어내기 위한 압박.

“알겠습니다. 준비하도록 하죠.”

올라오는 긴장감을 억누르며 대꾸했다.

상황이 탐탁지 않았던 것은 마찬가지인 듯 내내 인상을 찌푸리고 있던 대통령이 다시 입을 열었다.

“꼭 그들의 요구를 들어줄 필요는 없습니다. 만약 진 전무가 거부하겠다면 나도 끝까지 버틸 의향은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어차피 러시아에게도 팔아먹는 마당에 미국에게 못 팔 이유는 없으니까요. 차후를 위해서 그편이 낫기도 하고요.”

“차후를 위하다니. 뭘 말입니까?”

“아무리 조심한다고 해도 결국 시간이 지나면 우리 기술이 러시아에게 넘어갔다는 걸 미국도 알게 될 겁니다. 물론 우리야 우기겠지만 의심의 눈빛은 피할 수 없죠. 하니 차라리 미국에게도 판매를 해서 닥칠 반발을 최소화해 놔야죠.”

“흠…….진 전무 생각이 그렇다면 나도 부담감은 좀 덜겠군요. 좋습니다, 그렇게 결정을 하죠.”

대통령은 그 말을 끝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갑작스레 닥친 일들이 부담스러웠던 듯 얼굴엔 잔뜩 피로가 쌓여 있는 모습.

실은 그만이 아니라 나 역시도 당장 휴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절실했다.

“아!”

그때, 걸음을 옮기던 대통령이 다시 돌아섰다.

또 무슨 일인가 싶어 쳐다보자 그가 옅은 미소로 말을 이었다.

“HVP 구축사업은 어찌 돼가고 있습니까? 미 해군에서도 몇 번이고 그 문제로 우리 국방부를 귀찮게 하고 있다던데.”

무심코 헛웃음이 뱉어졌다.

정작 개발 주체인 내가 아니라 군을 귀찮게 한다는 말 때문에.

당장 소식은 궁금하고, 그렇다고 직접 나를 압박하기는 눈치가 보이고.

결국, 만만한 우리 군을 재촉하는 모양인데. 사실 그건 미 해군이 얼마나 HVP 구축에 관심이 많은지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안 그래도 조만간 좋은 소식을 전해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통령님께서 예상하시는 것보다는 훨씬 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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