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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36화 (36/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36화

“미하일이 그걸 받아들였다는 겁니까?”

보고를 받은 국정원장은 몇 번이고 사실 확인을 거듭했다.

그건 국방장관도 마찬가지.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국방장관은 협상을 성공리에 마쳤다는 것보다는 내가 밀리파 레이더기술을 보유 중이라는 것에 더 관심을 보였다는 거다.

“정말로 재우탈레스에 롱보우에 필적할 만한 밀리미터파 레이더 제작기술이 있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대체 그건 또 언제 개발한 겁니까?”

글쎄, 그게 개발된 것이 정확히 몇 년도였더라?

“다른 건 몰라도 그런 전략 물품을 개발했으면 군에 미리 언질 정도는 해줬어야죠.”

“실험실 수준에서의 테스트는 성공했지만 정작 실증은 거치지 못했기에 개발 사실을 알려 드릴 수가 없었습니다. 해서 이번 기회에 러시아의 소프트웨어를 동원해서 검증하자는 거죠.”

“하드웨어의 성능 면에선 자신이 있다는 말입니까?”

그야 물론이다.

난 분명 밀리파 레이더가 개발 되었을 당시 그걸 들고 직접 이스라엘로 향했었고, 성능 테스트를 의뢰했던 엘타 사로부터 공동개발을 제안받았을 정도로 하드웨어적인 측면에서는 인정을 받았거든.

“물론입니다.”

“나 참, 무슨 자신감인지 원. 그나저나 이해가 안 가는군요. 미하일이 대체 무슨 생각에서 자신들의 핵심 기술들을 덜컥 넘겨준다는 건지.”

“밀리파 레이더의 가치가 그만큼 크다는 증거죠. 미니 AWACS 라고도 불리는 물건인 데다 미국에서도 기술유출을 잔뜩 경계하는 건데 왜 욕심이 안 나겠습니까.”

“하면 그런 핵심 기술을 넘겨도 되는 겁니까?”

사실 그 부분에 있어선 나도 고민이 많았었다.

하지만 결국 결정을 내린 이유는 역사적으로 몇 년 후엔 결국 러시아도 밀리파 레이더를 자체 개발한다는 사실 때문.

그럴 바에야 차라리 몇 년 일찍 내가 기술을 제공해 주고 얻을 수 있는 것을 얻어오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다운그레이드 형으로 넘어가게 될 테니까요.”

더군다나 넘겨주는 기술 중 일부 핵심적인 부분은 누락시킬 예정이다.

대략 역사에서 러시아가 개발했던 수준만큼의 것만을 제공하겠다는 거지.

“다운그레이드를 넘겨준다고요? 그랬다가 러시아가 문제 삼으면 어쩌려고요?”

“다운그레이드라고는 해도 탐지거리를 비롯한 여타 시스템적인 기능들은 오리지널에 근접한 수준입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간섭현상에 대한 처리능력의 차이인데, 그 차이를 알아내는 것은 롱보우와 대조분석하지 않는 한은 불가능하기에 걱정하실 것은 없습니다.”

“흠…….”

“결정적으로 안심하셔도 되는 이유는 러시아도 우리가 일정 부분은 다운그레이드를 제공할 거라는 사실을 짐작하고 있을 거라는 점입니다. 제가 아무리 롱보우에 필적한다고 장담은 했어도 그 말을 고스란히 믿지는 않을 거라는 거죠.”

“그걸 어떻게 자신하죠?”

“그들 스스로가 지금껏 그래왔으니까요. 자신들도 다운그레이드를 남발하는 판국에 남들은 안 한다고 생각하겠습니까?”

“…….”

“그럼에도 거래에 응한 이유는 본질을 꿰뚫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아무리 열화판이라고는 해도 오리지널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그럼 굳이 다운그레이드를 할 필요가 있습니까?”

“그렇게 따지면 미국이 우리에게 다운그레이드 한 무기들을 판매 할 필요도 없는 거죠. 사실 성능의 차이는 있지만 그게 또 운용상에서는 큰 무리가 없는 것이 오리지널과 다운그레이드의 차이입니다.”

“허허…….”

국방장관은 헛웃음을 뱉어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다 또 무슨 생각이 떠오른 건지 갑자기 그의 눈매가 좁혀진다.

“잠깐, 그럼 그들도 우리에게 다운그레이드를 제공할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설사 그렇다 해도 상관은 없습니다. 정작 제가 필요한 것은 비행제어시스템인데, 그것만큼은 절대로 건드릴 수가 없거든요.”

“뭣 때문에요?”

“그걸 건드렸다간 자칫 대형 사고가 발생하니까요. 다운그레이드라고 해도 성능에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킬 만한 것은 건드리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거야 그렇기는 하죠. 그럼 남은 것은 부품의 내구성인데, 그에 대한 대처는 있습니까?”

사실 부품의 내구성은 대부분 소재와 열처리 기술에 의해 좌우된다.

하지만 회귀 전, 이미 우리나라는 급격히 가까워졌던 독일 및 이스라엘과의 여러 협력 사업을 통해 비약적인 소재기술의 발전을 이루었던 상태.

일부 몇몇 부품들을 제외한다면 사실상 문제 될 것은 없다.

“물론이죠.”

“…….”

국방장관은 미심쩍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지만 곧 표정이 풀리는 이유는 아마도 종잡을 수 없는 재우의 기술력 수준 때문일 거다.

스마트 포탄과 신형 철갑탄과 같은.

즉, 미국조차도 달려와서 구매를 해갈 정도의 무기수준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튀어나오는 의심을 억제하고 있는 거지.

아니나 다를까, 곧 그의 입에선 장탄식이 뱉어졌다.

“하긴, 금속으로도 충격흡수제를 만드는 소재 기술력을 가진 회사인 마당에…….”

기술력이라는 말을 듣고 보니 문득 알려야 할 사실이 떠올랐다.

내가 계획하고 있는 공격헬기의 수준.

그게 지금 군이 상상하는 것과는 차이가 크다는 사실을.

“한 가지 알아두셔야 할 점이 있는데, 우리가 개발할 공격헬기에 장착될 레이더는 밀리파 레이더가 아닙니다.”

“그건 또 무슨 말입니까.”

“사실 밀리파 레이더의 최고봉이라는 롱보우도 점점 발전하는 지상군의 대응 능력에 점점 그 위상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해서 전 아예 AESA를 장착하는 것을 구상 중입니다.”

그건 회귀 전 미국이 구상했던 것이었다.

기존에 비해 압도적인 작전능력의 향상은 물론 부분적인 전자전 능력도 갖추게 한다는 의도에서.

당황스러웠던 걸까, 국방장관은 물론 국정원장까지도 턱을 한 뼘이나 떨어트렸다.

“그게 가능합니까?”

“충분히 가능합니다.”

국방장관은 단호한 내 대답에 잠시 허공을 쳐다봤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한참을 가는 눈으로 무언가를 고심하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이던 그는 대뜸 다시 나를 쳐다봤다.

“미안한데, 우리 일단 그건 비밀로 합시다. 그리고 혹여 우리가 만든 공격헬기가 차후 수출이 되더라도 그 부분은 제외하는 것으로 해야 할 겁니다.”

의도가 뭔지는 알 것 같았다.

앞으로 우리도 전략적인 우위를 한가지쯤은 확보하자는 거겠지.

애초 나도 그 점은 염두에 두고 있던 터였다.

“제가 비록 사업가라고는 해도 팔아야 하는 것과 팔지 말아야 하는 것 정도는 구분할 줄 압니다.”

“이해해주니 고맙군요.”

국방장관은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이야기가 대충 마무리되어 간다고 느낀 건가.

잠시 전화기를 들고 밖으로 나갔던 국정원장이 슬며시 대화에 끼어들었다.

“대화 중에 죄송한데, 방금 대통령님과 통화를 했습니다.”

“…….”

“협상의 성공을 축하한다고 하시더군요.”

“그 말씀은…….”

“그렇습니다. 약속대로 차후 대한민국의 대형 공격헬기 개발 사업은 재우에게 돌아갈 겁니다.”

분명 기뻐해야만 할 소식이었다.

그럼에도 올라오는 씁쓸함의 이유는 예산 때문.

무기개발 사업이라는 것이 애초 막대한 예산을 필요로 하는데, 그게 언제 확보가 될지 나로선 알 수 없지 않은가.

“문제는 예산인데…….”

역시나 국정원장은 곧바로 핵심을 짚었다.

행여 부정적인 이야기가 나올까 싶어 가슴을 졸이고 있던 차, 갑자기 국방장관이 희망에 찬 말을 던졌다.

“아마 내년 예산에 반영이 가능할 겁니다.”

“어떻게요? 이미 차기년도 국방 예산은 의회심의가 끝났을 텐데요?”

“실은 내년 예산에 공격헬기 획득사업을 위한 타당성조사비용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비록 수십억에 불과하지만 액수가 중요한 것은 아니죠.”

그건 맞는 말이었다.

어차피 공격헬기 개발 사업이 한 두 해에 끝마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일단 사업 자체를 시작한다는 것이 중요하지 첫해 예산의 규모가 얼마인지는 중요치 않다.

그나저나 이 시대에 공격헬기 사업을 위한 타당성 조사를 시행했다고?

“하지만 그건 아파치 구매를 위한 예비조사 비용 아닙니까?”

의문은 국정원장으로 인해 해소됐다.

그럼에도 당황스러운 점은 군의 아파치 구매시도가 내가 알던 시간대와는 다르다는 사실.

아무래도 역사가 또 뒤틀린 모양이다.

“원래는 그랬죠. 하지만 미국으로부터 판매거절 통보를 받았습니다.”

그래, 그나마 그 점은 역사대로 흘러갔네.

“그래서, 그걸 자체개발 쪽으로 전용하겠다고요?”

“그렇습니다. 뭐 의회의 재심의를 받아야 하는 과정이 있기는 한데, 크게 어렵지는 않을 겁니다. 지금 국회 국방위원들이 죄다 여당 쪽 인물들이라서.”

그 말은 마치 한 줄기 빛과도 같았다.

역사가 뒤틀린 것은 뒤틀린 거고, 그게 외려 전화위복이 되는 상황이면 나로서는 환영해야 할 상황 아닌가.

절로 지어지는 미소를 주체하지 못하고 입매를 뒤틀던 순간, 갑자기 국방장관이 나를 빤히 쳐다봤다.

“…….”

“그나저나 최근 보안사령부에서 보고를 하나 받았는데, 최근 중국군 정보사령부와 일본 자위대 소속 정보부처 애들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하더군요. 난 그게 왠지 현무 탄도미사일 개발 사업과 연관이 있지 않나 싶은데…… 혹시 주변에서 수상한 낌새가 없었습니까?”

“별다른 일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국정원 요원들이 저를 감시. 아, 아니 보호하고 있는 상황인 마당에 제게 접근하기가 쉽지도 않았을 테고요.”

잠시 했던 말실수가 마음에 걸려 재빨리 국정원장을 쳐다봤다.

다행히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 그의 표정은 태연했고, 곧 국방장관이 다시 말을 이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이제 연구소의 보안은 군이 감당해야 하지 않을까 싶군요. 명색이 군의 비닉사업을 주도하는 곳인데 정작 군이 모른 척하고 있을 수는 없죠.”

이번엔 국방장관이 슬쩍 국정원장의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다행히 오해의 소지는 없었던 듯 국정원장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거 좋은 생각 같습니다. 현장에서의 돌발 상황에 대한 대처는 아무래도 특전사나 특임대원들이 더 뛰어나니까요. 우린 그럼 군을 대신해서 중국과 일본의 정보부 애들 움직임을 감시하는 것으로 하죠.”

국방장관은 그 말에 안도의 빛을 내비쳤다.

막상 제안하기는 했으나 국정원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은 아닐까 싶었던 거겠지.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국정원장이 고작 그런 문제로 자존심을 내세울 만큼 어리석은 인물은 아니었다는 거다.

“진 전무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나야 어차피 보안이 더 철저해지면 좋은 셈이니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자 국방장관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흠…….”

막상 일이 흘러가는 것을 보니 내심 현실감이 찾아왔다.

드디어 현무가 세상에 빛을 보게 되는구나, 싶은.

사실 사람들은 우리나라가 만든 무기들에 명품 소리를 자주 가져다 붙이기는 하는데,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명품은 바로 현무4다.

“마침 문정동에 있는 특전사 대원 중 일부를 차출하는 것이 가능하다는군요. 자, 그럼 그리 알고 오늘은 이만 회의를 마칩시다.”

사실 현무의 등장이 빠른 것은 아니었다.

비록 비공개로 진행하기는 했지만, 우리나라가 현무 탄도미사일을 개발한 시기도 거의 이 시기쯤이었으니까.

하지만 내가 세상에 내놓으려는 것은 초기형이 아닌 후기형의 현무.

쉽게 말해서 버전 자체가 다르다는 건데, 그걸 염두에 둔다면 사실상 역사를 앞선 것이나 다름없다.

‘현무가 왜 진정한 전략 미사일로 불렸는지 확실하게 보여주지.’

******

-현승아. 지금 문밖에 소도 때려잡을 것 같은 사람들이 와 있는데 이거 어떻게 된 거냐.

며칠 후, 국방장관의 약속대로 연구소의 보안책임자는 특전사 요원들로 교체됐다.

가뜩이나 군 복무 경험이 없던 희원은 그들이 주는 위압감에 잔뜩 주눅이 들어 전화를 걸었고, 난 그간의 사정을 알려 그를 안심시켰다.

“좀 불편해도 참아. 괜히 보안에 구멍이라도 뚫려서 개발 사실이 유출되는 것보다야 나으니까.”

-내가 그걸 몰라? 그저 하나같이 생긴 것이 꼭 저승사자들 같아서 말도 못 붙일 분위기라서 그렇지. 그나저나 너 지분 매입한다고 하지 않았었냐? 내 생각엔 지금이 딱 적기이지 싶은데?

희원의 말처럼 최근 주가는 다시 바닥을 치고 있었다.

계속되는 코소보 전쟁의 파급력이 결국엔 국제 경제까지 영향을 미친 상황.

그 탓에 회복되어 가던 경제는 다시 구름이 드리워졌고, 대부분의 종목들이 하락세를 이어갔다.

“안 그래도 슬슬 매입에 나설 생각이다.”

재우탈레스 역시 그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최근 연이은 상승세로 거의 배에 가까운 가격을 형성 했었지만 거품이 빠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

거기에 대외적인 악재가 겹치다 보니 상승분의 절반 정도는 다시 반납을 해버린 상황이다.

“김 비서. 잠시 내 방으로 들어와요.”

희원과의 통화를 끝낸 후 즉시 김 비서를 불러들였다.

마침 탈레스에서 올린 보고서를 정리 중이던 그녀는 갑작스러운 내 호출에 놀라 즉시 뛰어 들어왔다.

“네, 전무님.”

“바쁜 와중에 미안하지만 부탁을 할 것이 한 가지 있습니다. 혹시 우리 재우그룹의 주거래 증권사가 대유증권이었던가요?”

“그렇습니다.”

“그럼 그쪽 담당자에게 연락해서 조만간 내가 지분을 매입할 테니 대주주 지분매입 준비를 좀 해달라고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곧바로 준비하겠습니다.”

김 비서는 마치 예상하고 있었던 일이라는 표정과 함께 돌아섰다.

뭐가 생각난 걸까, 이내 멈칫한 그녀가 다시 몸을 돌리며 나를 쳐다봤다.

“참, 그제 에어로스페이스의 진현철 대표님께서 입국을 하셨답니다.”

“그래요?”

별스럽지 않다는 듯 대꾸했다.

뭔가 할 말이 또 남은 듯 쭈뼛거리던 김 비서가 다시 내게 다가오려는 찰나, 갑자기 그녀와 내 휴대폰이 동시에 울어대기 시작했다.

“어? 회장님 비서실인데요?”

김 비서의 전언과 동시에 내 휴대폰을 쳐다봤다.

내게 걸려온 전화 역시 진 회장의 번호.

왠지 불길한 마음에 전화를 받자 저편에서 착 내리깔린 진 회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당장 본사로 들어와야겠다.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겁니까?”

-모터시치 인수 건 말이다. 아무래도 그게 문제가 될 것 같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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