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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26화 (26/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26화

[재우탈레스가 또 한 번의 역사를 썼습니다…….]

보름 후, TBS를 필두로 재우탈레스와 미 국방부와의 계약 소식이 전파를 탔다.

대부분의 언론은 무려 15억불에 달하는 수출 금액에만 호들갑을 떨었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향후 재우탈레스에서 개발될 모든 무기들을 미국이 전 세계에 판매한 F-16에 장착 가능하다는 점.

유일하게 그걸 부각한 것은 한지연 기자뿐이었는데, 그건 내가 그녀에게만 소스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고마워요, 실장님. 덕분에 남들보다 심층적인 기사를 쓸 수 있었어요.

한지연을 집중적으로 밀어준 효과는 예상 밖이었다.

워낙 호의적인 논조에 예전 현승이가 망가트려 버린 재우의 이미지를 거의 회복했을 정도.

아니, 단순히 회복만 한 것이 아니라 이제 재우라는 이름이 제법 사람들의 입에서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한 가지 우려되는 점은 있습니다. 미국은 향후 재우탈레스에서 개발한 무기만을 무장통합 해준다는 조건이기에, 향후 방위산업체들 간에 형평성 문제가 일 수도 있습니다. 이점은 여러 전문가들도 동의를 한 부분이며,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자칫하면 그게 우리나라 무기산업의 발전을 오히려 저해할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합니다.]

물론 모든 언론이 호의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내가 한지연을 이용하듯 경쟁사도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을 터.

일부 경쟁사들의 조종을 받은 언론의 경우는 내내 악의적인 기사로 도배를 했다.

“죄송한데, 저 기사를 보다 보니 궁금한 것이 한 가지 있는데요, 우리에게만 F16 무장통합이 허용되는 것이 저렇게까지 언론에서 씹어댈 일인가요?”

함께 뉴스를 보던 김 비서가 넌지시 물었다.

최근 나를 보다 확실하게 보필한답시고 방위산업 전반에 걸쳐 공부를 시작한 그녀였지만, 그 부분만큼은 이해가 가지 않았던 모양이다.

“전 세계에 판매된 F16의 수는 어마어마합니다. 만약 그 중 절반만 우리가 개발할 무기를 장착한다 해도 족히 수조 원에 달할 이익을 볼 수가 있죠. 그걸 대한민국에서 우리에게만 허용했으니 경쟁업체들이 난리를 치는 것도 당연하죠.”

“그럼 경쟁업체도 무장통합을 허용 받으면 되잖아요.”

“그게 쉽지 않기에 저 난리들인 겁니다. 그걸 계속해서 허용하게 되면 미국으로서는 제살 깎아먹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그걸 쉽게 허용할 리가 없죠.”

“와! 그럼 우리가 큰일을 해내기는 해낸 거네요.”

“물론입니다. 그런데 무장통합이 허용 됐다곤 해도 당장 우리가 팔아먹을 공대공미사일은 없는 상태니 벌써부터 좋아할 것은 없습니다.”

비록 말은 그렇게 했어도 내 속은 이미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전투기에 장착될 무장들이 본격적으로 개발되면 그 부품과 소재들의 기술은 죄다 내 연구소에서 제공될 터.

그것에서 오는 이익은 막상 무기를 조립 및 판매하는 탈레스의 이익과도 비견될 텐데, 결국 그건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 서방이 챙기는 꼴이지 않던가.

'한 마디로 기업들을 목 졸린 가마우지 신세로 만들겠다는 내 계획이 시작 되는 거지. 아니, 탈레스는 이미 시작된 건가?'

막상 생각을 해보니 그도 그랬다.

총 15억불에 달하는 수출금액 중 내 연구소가 소재 및 부품의 기술 제공비용과 영업이익으로 가져갈 금액은 어림잡아 2억불 정도.

그건 재우가 이번 프로젝트로 얻을 영업이익의 절반을 뱉어내는 거나 다름없는데, 이거야 말로 목 졸린 가마우지 신세가 아니고 뭐란 말인가.

“그래도 재우로서는 미래 먹거리만큼은 확실하게 마련한 것 아닌가요?”

“일단은 그런 셈이죠.”

사실 따지고 보면 내 이익은 그게 다가 아니었다.

향후 미국에게 이전 될 기술들은 재우가 아닌 내게서 나온 것.

그럼 로열티는 당연히 내 몫인 셈인데, 결론적으로 보면 이 프로젝트의 영광은 재우가. 하지만 그 열매만큼은 내가 따먹게 되는 상황이 되는 거다.

“그럼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겠네요. 앞으로 잦은 야근을 한다 해도 불평하지 않겠습니다.”

김 비서는 뒤늦게 의욕을 드러냈다.

뭣 때문일까, 이후 한참을 더 뉴스를 지켜보던 그녀는 돌연 표정을 바꾸며 불평했다.

“그런데 누구일까요?”

“뭐가 말입니까?”

“저렇듯 악의적인 기사를 쏟아내게 하는 곳 말이에요. 전 아무리 봐도 저게 누군가의 사주를 받은 기사라고 밖에는 생각이 되지 않거든요.”

역시나 그녀도 나와 같은 느낌을 받았던 모양이다.

하긴, 단순히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는 것치고는 지나치게 논조가 악의적이긴 하지.

한데 뭐 그럴 만한 경쟁업체가 어디 한 두 곳일까.

그래도 굳이 떠올려 보자면 지금 상황에서는 S&U가 가장 유력했다.

이 나라에서 재우탈레스를 제외하면 유일하게 화약과 포탄을 생산하는.

미래에 대한민국 차기 전차의 파워팩 미션 개발업체로 선정되기는 하지만, 결국엔 실패하여 엄청난 비난의 대상이 되었던 곳.

사업의 방향성이 우리와 거의 흡사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그들이 가장 유력하다.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실장님.”

딱히 신경 쓸 문제는 아니었다.

대부분의 언론들은 이미 우리에게 호의적이고, 지금 이 나라는 기술 불모지나 다름없던 방위 산업 분야에서 미국의 인정을 받은 것에 취해 있는 상태니까.

아마 저런 식의 발악이 그다지 오래가지는 못할 거다.

“신경 쓰지 않습니다. 그나저나 합참에서 주최한다는 축하연이 몇 시라고요?”

“오늘 오후 6시입니다. 계룡대에서 있을 예정이니 서두르시는 것이 좋을 듯싶네요. 참, 입고 가실 수트는 미리 준비해두었으니 염려 마세요.”

“그럼 김 비서도 어서 준비해요”

“네?”

김 비서는 대뜸 동행을 요구하는 내 말에 멍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마침 책상 위에는 국방부에서 날아든 초대장이 펼쳐져 있던 상태.

대답 대신 슬쩍 그걸 내밀며 문구의 한 부분을 짚었다.

“가족동반이라고 되어있네요. 그런데 그게 저와 무슨 상관이…….”

“가족동반이면 꽤나 시끄러울 것 아닙니까. 당연히 이런저런 불필요한 인물들과 대화를 해야 하는 경우도 생길 테고. 문제는 내가 그런 분위기에 영 적응을 못한다는 거죠.”

“…….”

“쉽게 말해서 김 비서가 내 방패막이가 되어줘야 한다는 겁니다.”

“…….”

***

“재우탈레스 진현승 실장님과 일행 통과하십니다.”

도착한 계룡대의 주차장은 이미 수많은 차량으로 가득했다.

수없이 많은 별들을 단 차량들의 행렬이 놀라웠던 듯 김 비서는 연신 입을 다물지 못한 상태.

사실 나 역시도 이렇듯 많은 장성들을 본 것은 회귀 전 현무4 미사일의 시험발사 당시를 제외하곤 처음이다.

“오! 진현승 실장.”

로비에 들어서자 오중근 합참의장이 가장 먼저 나를 반겼다.

여러 장성들과 환담을 나누고 있던 그는 마치 나와는 오랜 인연이 있었던 관계인양 호들갑을 떨었다.

“오는 길이 어렵지는 않았는지 모르겠군.”

“염려해주신 덕분에 편하게 왔습니다.”

“그거 다행이군. 참, 인사들 하게나. 안 그래도 지금 자네 이야기로 한창 대화의 꽃을 피우고 있었던 차였어.”

잠시 형식적인 인사를 건넨 그는 모여 있던 여러 장성들을 향해 나를 이끌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가장 눈에 뜨인 것은 역시나 김태익 중장과 이동욱 대장.

그동안 쌓아온 인연 탓인지 그들과는 고작 눈인사에 불과한 행위만으로도 끈끈한 유대감이 느껴졌다.

“어디까지 말하다 말았지? 아! 무장통합 이야기를 하다 말았군.”

합참의장은 못다 한 이야기를 풀어 놓으려는 듯 대중들을 향해 말을 이어갔다.

우스운 것은 정작 기밀이 될 만한 내용들은 교묘하게 피해갔다는 것.

아마도 그건 이 연회의 구성원 중에 섞여 있는 민간들을 의식한 행동일 거다.

“그나저나, 행사가 시작되기 전에 자네와 따로 이야기 좀 했으면 싶은데. 어때, 잠시 시간 좀 내주겠나?”

한창 흥을 올리던 오중근 대장은 갑자기 내 귓가에 속삭였다.

이른 도착을 한 덕분에 아직은 시간적 여유가 있던 터.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자 그가 내 팔을 이끌고 로비 한구석으로 향했다.

“무슨 문제라도 생긴 겁니까?”

“문제가 생길 것이 뭐가 있겠나. 단지 자네에게 묻고 싶은 것이 좀 있어서 그렇지.”

“무슨…….”

“지난번 제프리 대장과의 협상 중에 자네가 HVP인가 뭔가를 거론하지 않았던가.”

“초고속 투사체를 이용한 근거리 대공방어시스템 말씀이십니까?”

“그래, 그거. 정말로 재우에서 그런 시스템을 개발 중인 건가?”

“물론입니다.”

“그럼 혹시 그걸 우리 군에도 적용하는 것도 가능하고?”

“…….”

“사실 돌아와서 가만히 생각을 좀 해봤네. 당시 자네는 함정 방어용으로 그걸 제프리 대장에게 제안했었지만, 아무리 생각을 해도 난 그게 우리 육군에도 도입이 가능할 것 같다는 말이지. 자네 말대로 탄두만 바꾸고 유도시스템만 갖추면 지상에서도 사용이 가능한 것 아닌가?”

딱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함정을 향해 날아오는 것들을 요격하는 것이나 지상 목표물을 향해 날아오는 것을 요격하는 것이나 다를 바는 없지.

아마도 그는 휴전선 인근에서 북이 대량 발사한 로켓들을 방어하는 것에 HVP가 효과적일 것이라는 생각을 떠올린 모양인데, 실은 회귀 직전 우리 군이 ‘아이언 돔’을 대신하여 구축한 전방의 근거리 대공방어시스템도 바로 그것이었다.

“자네 생각은 어때? 그게 가능하다면 정말 획기적인 방어시스템을 구축 하게 될 것 같은데 말이야.”

이런 상황을 대충 예상은 했었다.

막말로 내가 만든 물건을 남이 더 잘 활용한다면 누가 그걸 납득할까.

아마 그는 우리보다 효율적으로 스마트 포탄을 활용하는 것이 가능한 미국을 보며 억울함을 느낀 모양이다.

“하지만 우리가 HVP를 이용한 대공방어시스템을 구축하려면 그에 합당한 탐지 레이더시스템을 확보해야만 합니다.”

“그 점은 나도 알고 있네. 해서 말인데, 재우에서 탐지 레이더의 개발이 가능한지가 궁금하군.”

“가능은 합니다. 돈만 있다면.”

“그래?”

합참의장의 얼굴이 한껏 밝아졌다.

설마 싶은 마음이 들려는 순간, 그가 다시 질문을 이었다.

“하면 개발 기간은 얼마나 걸릴 것 같은가.”

“글쎄요,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하면 대략 1년 정도? 다시 말하지만 문제는 예산이죠.”

“예산은 걱정하지 말게나.”

“…….”

황당한 마음에 눈을 끔뻑였다.

행여 누가 들을까 싶었던 듯 잠시 주변을 살핀 그는 한 걸음 더 다가서선 말을 이었다.

“실은 어제 있었던 합참 회의에서 내년에 예정된 육군의 전력증강사업을 포기하고 그 예산을 HVP를 이용한 근거리 대공방어시스템 구축에 활용하자는 것으로 의결 됐네.”

“내년에 예정되었던 전력증강사업을 포기한다고요?”

“그래, 사실 그 전력증강사업이라는 것이 결국엔 북의 장사정포에 대응하기 위한 근거리 대공방어시스템 도입사업이었는데, 자네가 미 해군에게 제안한 HVP가 딱 적당하지 않은가. 곧 국회에 의결 내용을 알리고 다시 심의를 받을 생각인데, 이변이 없는 한은 사업 시행이 가능 할 거야 ”

내년에 예정했던 육군의 전력증강사업이 북의 장사정포를 대응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던 정보였다.

역사적으로도 이 시기에 군이 그런 사업을 했던 기억도 없고.

결과적으로는 또 역사가 뒤틀렸다는 건데, 왠지 내가 일으킨 나비효과가 점점 큰 태풍을 만들어내는 느낌이다.

“흠…….”

그런데 이번엔 그 나비효과가 나에게만큼은 큰 이익을 가져다줄 것 같다.

이 시대에 그런 고도의 방어시스템 구축이 가능한 존재라곤 나 하나뿐.

쉽게 말해서 저건 나보고 그 사업을 먹으라는 것과 다를 바가 없지 않은가.

“그런 중요한 정보를 제게 미리 말씀하셔도 되는 겁니까?”

“어차피 곧 소요제기가 될 사안인 마당에 못할 것도 없지. 그리고 자네가 우리 군에 해준 것이 얼마인데, 나도 염치가 있다면 그 정도 정보쯤은 줘야 면이 살 것 아닌가.”

합참의장은 어깨를 펴며 말했다.

마치 이것으로 내게 진 빚 중 하나를 갚았다는 듯.

하긴, 그 정도 사업정보라면 빚을 탕감하기엔 충분한 수준이다.

“뭐라 감사의 인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군요.”

“감사는 됐고, 아무튼 군이 당장 소요 재기를 한다 해도 사업시행까지는 시간이 걸릴 거야. 그때까지는 그 시스템의 개발이 완성 되었으면 좋겠군.”

“그 부분은 걱정 놓으셔도 됩니다.”

사실상 개발은 1년이면 충분했다.

어차피 멀티 밴드 위상배열 레이더를 비롯한 유도시스템 기술들은 죄다 확보를 하고 있으니까.

가만, 그나저나 회귀 전에 우리 군이 HVP를 구축하기 위해 얼마나 썼더라?

“예산의 규모는 어느 정도입니까?”

“타당성 조사를 끝내봐야 알겠지만 대략 2조 원 규모일 걸세.”

그렇게만 진행 된다면 나로서는 꿀을 빠는 거나 다름없다.

애초 개발비의 대부분은 지속적인 실험에서 소모되는데, 난 이미 완성된 기술을 보유 중이기에 그 실험 자체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거든.

더군다나 핵심이 될 레이더의 소자개발은 필시 내 연구소가 감당할 터.

잘하면 수익의 절반은 탈레스가 아닌 내 연구소가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최소 5천억에서 최대 1조까지.

가만, 상황이 이러면 이거 단순히 어부지리로 주워 먹는 수준이 아닌데?

이러면 미국에게 HVP를 제안했던 것은 그야말로 신의 한 수였던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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