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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25화 (25/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25화

끼익!

몇 시간 후, 연락을 받은 우리 군의 주요 인사들이 다급히 행사장을 찾았다.

갑작스러운 결정에 놀란 걸까.

차에서 내리는 장성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어안이 벙벙하다는 표정이었고, 마침 도착한 오중근 합참의장은 이동욱 대장을 붙잡은 채 몇 번이고 사실 확인을 거듭했다.

“정말로 도입을 결정했답니까?”

“그렇습니다. 저도 워낙 갑작스러운 일이라서 이거 원…….”

“대체 무슨 생각이랍니까? 자체적인 운용 검증도 하지 않고 도입을 결정 했다가 문제가 생기면 어쩌려고요?”

“어차피 우리 구축함이 운용가능한 상황이라면 무리가 없다고 생각한 거겠죠. 그런데 수출 승인은 어떻게 그리 빨리 난 겁니까?”

“수출 승인에 대한 타당성 재고 요청은 이미 한 달 전부터 있어 왔던 차였습니다. 재우가 스마트 탄을 개발한다는 사실을 이미 주시하고 있었던 상태였던 거죠. 게다가 상대가 하필 미국이잖아요.”

이동욱 대장은 수긍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이내 힐끗 나를 쳐다본 그는 아차 싶은 표정으로 합참의장에게 나를 소개했다.

“참, 여긴 재우탈레스의 진현승 실장입니다.”

그 말에 오중근 합참의장의 시선이 즉시 나를 향했다.

꽤나 할 말이 많아 보이는 듯한 표정.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던 탓인지, 그는 단지 우악스럽다 싶을 정도로 강한 힘으로 내 손을 붙잡는 것으로 관심의 표현을 대신했다.

“이거 전혀 예상치 못했던 자리에서 첫인사를 나누는구려. 합참의장 오중근이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재우탈레스 정책실장 진현승입니다.”

“뭐 자세한 이야기는 차차 하기로 하고, 혹시 이동욱 부사령관을 통해서 이야기는 전해 들었는지 모르겠군요.”

그건 아마도 GPS의 확보를 말하는 걸 거다.

슬며시 고개를 끄덕이자 오중근 합참의장은 마침 다가오는 제프리 대장을 힐끗 살피곤 속삭였다.

“수출도 수출이지만 그 문제만큼은 꼭 해결을 해야만…….”

[여기서 이럴 것이 아니라 캠프로 가시죠.]

그의 말은 끼어드는 제프리 대장에 의해 잘려나갔다.

왜 굳이 자리를 옮기려는 걸까.

의아한 마음에 고개를 갸웃해 보이자 마이클이 읊조리듯 말했다.

[아무래도 우리 캠프에서는 도청 염려를 안 해도 되는 상황이니만큼…….]

난 그제야 저들이 매번 협상 장소로 캠프를 고집하는 이유를 이해했다.

쯧, 누가 보면 지들은 우방을 상대로 정보수집을 안 하는 줄 알겠네.

전 세계에서 가장 감청을 많이 하는 나라가 바로 미국인 마당에.

[사실대로 말하자면 난 해군 장관에게 이미 전권을 위임받고 온 상태입니다. 하니 내 말이 곧 미 해군의 공식적인 입장임을 밝히는 바이며 협상에 앞서 미리 조율해야 할 부분이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캠프에 도착한 제프리 대장은 곧장 본론을 끄집어냈다.

어찌 보면 마이클 중장과도 자못 비슷한 성향이다 싶은 인물.

협상 대상으로서는 내가 가장 선호하는 스타일이다.

[말씀하시죠.]

그는 대답에 앞서 무언가를 메모지에 휘갈겼다.

워낙 악필이었던 터라 쉽게 알아볼 수 없는 단어들.

하지만 그게 미국 주요 방산업체들의 이름이라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게 무슨 뜻이죠?]

[만약 미 해군이 스마트 포탄의 도입을 결정하면 여기 적혀 있는 업체들이 죄다 들고 일어날 겁니다. 어쩌면 대통령께서 곤란을 겪으실 정도로.]

[…….]

틀린 말은 아니었다.

지금은 미국 정치권에서 방위산업체들의 로비가 가장 활성화 되어 있던 시대.

가뜩이나 철갑탄의 수입도 반대를 무릅쓰고 이루어진 상태에서 더 이상 그들의 반발을 억누르고 해외에서 무기를 도입하기는 힘에 부쳤을 거다.

[그래서요?]

[해서 우린 라이선스 제작 방식을 원합니다. 그게 미 군수산업체들의 입을 다물게 할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셈이죠.]

잠시 고민이 스쳤다.

라이선스 생산 방식이라 해서 저들이 단가를 올려줄 리는 만무하고. 결국 수익의 일정부분은 날아간다고 봐야 할 터.

하지만 미 해군의 경우엔 워낙 도입물량이 많을 것이다 보니 마냥 포기하기에도 뭣하다.

[대신 육군 역시 지상 발사형 포탄의 도입을 적극 검토하겠습니다.]

한창 계산 중이던 와중 마이클이 떡밥을 하나 던졌다.

육군의 물량까지 소화를 한다면 손해분을 충당하는 것쯤은 가능한 상황.

문제는 그게 어차피 계산에 들어있었던 부분이라는 건데, 뭔가 생각을 좀 달리 해봐야 한다.

“진현승 실장. 이번에 어떻게든 군용 GPS를 확보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됩니다.”

곁에 있던 오중근 합참의장이 나를 다그쳤다.

행여 일이 틀어질까 싶어 안달이 난 표정.

머릿속을 떠돌던 생각을 정리한 끝에 대답했다.

[대신 미군의 GPS를 우리 군에 판매해주십시오.]

씨익.

제프리와 마이클이 동시에 미소를 내비쳤다.

설마 예상했던 요구조건이었던 건가.

하긴, 이쪽의 약점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이 미군이니 그렇다 해도 이상할 일은 아니다.

[좋습니다, 최대한 서둘러 의회에 승인을 요청하죠.]

[혹시라도 승인이 거절될 가능성은 없겠죠?]

[상원은 물론 하원의 주요 국방위원들이 죄다 방위산업체들과 연관이 있는 인물들입니다. 즉, 자신들에게 돌아갈 이익을 걷어찰 이유가 없다는 소리죠.]

꾸욱!

대답과 동시에 오중근 합참의장의 주먹이 콱 쥐어졌다.

이로써 우리 군의 숙원사업 중 하나를 해결했으니 당연한 결과.

하지만 내 손해에 대한 보상은?

미안하지만 난 이제부터 날아간 파이에 대한 보상을 주장할 생각이다.

[죄송하지만 조건이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순간 모든 이들의 표정이 동시에 굳어졌다.

제프리와 마이클은 물론 오중근 합참의장까지.

하긴, 모두가 만족할 만한 협의결과를 도출한 마당에 다시 재를 뿌리는 것과 다름없는 상황이니 표정이 썩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GPS로 만족할 수 없다는 말입니까?]

[단지 GPS하나만으로는 솔직히 제 손해가 크죠. 해서 말인데, F-16시리즈에 걸린 무기장착 제한을 해제해 주십시오.]

[……뭘 해제하라고요?]

[정확히 말하자면 향후 재우탈레스가 개발할 무기들 전부를 F-16시리즈에 무장통합 해달라는 거죠.]

아마 들어주기 힘든 조건이었을 거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자신들이 수출한 전투기에 다른 곳에서 개발한 무기들을 장착하는 걸 쉽게 허용하지 않으니까.

뭐 말로는 소스코드의 유출 및 여타 핑계를 대고는 하는데, 결과적으로는 제 무기를 팔아먹기 위한 꼼수 임은 분명하다.

그래서 자체 플랫폼의 보유가 중요한 거고, 그게 미래에 우리나라가 자체 전투기 개발을 시도했던 가장 큰 이유였지.

[아니 갑자기 왜 불똥이 그쪽으로…….]

[왜요, 그건 불가능한 겁니까?]

[가능하고 아니고를 떠나서 재우탈레스가 생산하는 무기 중에서 전투기에 인티 할 만한 것이 어디 있다고요?]

[아직은 없지만 조만간 개발할 예정입니다. 최우선으로는 한국형 JDAM을 개발 예정 중에 있죠.]

[…….]

제프리 대장은 설마 그게 가능할까 싶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와는 달리, 마이클은 한껏 진지한 표정으로 제프리를 향해 속삭였다.

[아주 가능성이 없는 말은 아닙니다, 총장님. 막말로 그 작은 포탄에 정밀유도 기능을 죄다 집어넣은 기술을 보유한 업체가 고작 유도 키트 하나 개발 못하겠습니까?]

[…….]

순간 제프리 대장의 얼굴이 핼쑥해졌다.

분위기가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을 느낀 듯 내 곁에 있던 오중근 합참의장이 넌지시 속삭였다.

“이보시게, 진현승 실장. 물론 그게 성사가 된다면야 우리 군으로서는 환영 할 상황이긴 해도 일단은 GPS부터 확보를 하는 것이…….”

“아니요, 차후에 다시 이런 기회가 주어질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제게도 생각이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건 자신했다.

난 지금 저들이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반대급부를 내세울 예정이거든.

워낙 단호한 눈빛 때문이었던지 합참의장은 차마 말은 못한 채 입술만 앙다물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제프리 대장은 난색을 표했다.

협상이 틀어질 것을 우려한 듯 마이클이 재빨리 제프리에게 속삭였다.

[총장님, 그러지 마시고 일단 대통령님께 알려서 의회에 재가를 요청하심이 어떻겠습니까? 어차피 미스터 진은 지금 F-16만을 인티 대상으로 하고 있지 않습니까.]

어이.

고작 거기서 속닥거려봐야 다 들리는데.

[하지만 무장통합을 하려면 재우만이 아니라 우리도 일부나마 소스코드를 공개해야 한다는 것 몰라? 그리고 그걸 허용했다가 F16 보유국들이 재우에서 개발한 무장을 더 선호하게 되면? 그땐 뒷 일을 어떻게 감당하려고.]

[하지만 선례가 없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그리고 재우에서 정작 공대공 미사일 개발에 성공할 거라는 보장도 없고요.]

마이클은 슬쩍 내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혹여 내 자존심이 상했을까 싶었던 거지.

미소를 지어보이자 그가 머쓱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이 친구. 방금 자네 입으로 한 말 잊었어?]

그때, 제프리가 다시 반발했다.

[네?]

[이렇듯 정밀유도가 가능한 포탄을 개발할 정도의 기술력을 가진 업체가 공대공 미사일을 개발 못하겠어?]

[…….]

[아무튼, 그건 내 권한 밖의 일일세.]

역시나 제프리 대장은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나로서도 물러설 수 없는 이유는 무장통합이 허용되어야만  F-16을 운용하는 다른 국가들에게 차후 내가 개발할 무기들을 팔아먹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

즉, 스마트 포탄과는 비교조차도 되지 않은 규모의 시장이 열리느냐 마느냐의 기로에 서있는 건데, 결국 이쯤에선 나도 저들이 혹할 만한 반대급부를 제시해야만 한다.

[대신, 계약조건을 바꾸죠.]

[…….]

[라이선스 생산의 허용. 그리고 비용을 부담하신다면 2년쯤 후엔 아예 기술이전을 해드리죠. 단, 미국이 그걸 생산해서 다른 국가로 수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조건하에.]

마이클은 기술이전이라는 말에 입이 한껏 벌어졌다.

하지만 수출불가라는 조건이 마음에 걸린 걸까, 정작 제프리의 표정엔 변화가 없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을 이전 해주겠다는 겁니까.]

예상처럼 제프리가 다시 나섰다.

[일단 포구압력을 극복할 소재기술과 음속의 세 배에 이르는 포구 속도 구현이 가능한 신형 장약 기술을 대표로 말할 수 있겠죠. 즉, 미군이 당장 필요로 하는 기술들 말입니다.]

[흠…….]

제법 파격적인 조건이었음에도 제프리는 여전히 벽을 허물지 못 했다.

그만큼 무장통합 문제는 다루기가 쉽지 않다는 거지.

그렇다면 그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저들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이익을 부각시키는 수밖에.

[미국으로서도 손해는 없을 텐데요? 다른 건 둘째 치고, 일단 미군 내의 수요는 죄다 미국 군수업체들이 생산을 하는 상황이니 불만을 잠재울 수 있지 않습니까. 더군다나 우리가 제공할 기술들을 활용한다면 미 해군의 꿈도 이룰 수 있게 될 테고요.]

[미 해군의 꿈이라면, 구체적으로 뭘 말하는 겁니까.]

[예를 들자면 HVP의 현실 구현이 가능해 지겠죠.]

HVP(hyper velocity projectile)란 날아오는 순항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초고속 투사체를 뜻한다.

즉, 값싼 포탄으로 대함 및 대공방어를 대처하는 시스템.

사실 그건 미국이 스마트 포탄의 개념연구와 동시에 구상했던 건데, 결국 그게 현실화 된 것은 2018년 쯤으로 기억한다.

그후, 우리 군 역시 실용화에 성공했고.

[HVP에 대해선 또 어떻게…….]

예상처럼 제프리의 눈이 한없이 커다래졌다.

하긴, 미 해군도 이제야 개념 연구를 시작한 분야가 엉뚱하게도 내 입에서 거론 되었으니 당연할 밖에.

이제야 그가 두르고 있던 철벽에 확실한 틈을 만들어낸 느낌이다.

[포탄으로 미사일을 대처하겠다는 생각을 한 마당에 그것으로 대공방어를 하겠다는 생각은 안 했겠습니까?]

[그거야…… 한데 스마트 포탄이 정말로 HVP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겁니까?]

[사실 HVP용 투사체로 스마트 포탄보다 좋은 것은 없습니다. 문제는 탐지수단과 전자유도 체계의 개선인데, 이미 위상배열 레이더를 보유한 미국이야 탐지수단을 걱정할 일은 없고, 전자유도 체계만 개발된다면 그 시스템을 적용하는 것에 별 무리가 없을 겁니다.]

제프리 총장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와 동시에 내내 대화를 듣고 있던 오중근 합참의장이 슬쩍 끼어든다.

“정말로 스마트 포탄이 대공방어에도 활용이 가능 한 거요?”

“우리 군의 경우엔 당장은 힘들고, 미국은 전자유도체계만 개발하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허어…….”

오중근 합참의장은 복잡 미묘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연신 GPS만을 주창하던 그가 갑자기 입을 꾹 다문 채 대화를 경청하기 시작했다.

[그럼 혹시 재우탈레스는 그 유도체계를 개발하는 것이 가능합니까?]

한동안 깊은 고민에 빠진 듯한 표정을 지어 보이던 제프리 대장이 다시 물었다.

결국 미끼를 물어버린 거지.

그렇다고 이대로 긍정해버리면 애먼 기술 하나만 더 제공해 주는 결과가 발생할 터.

이쯤에서 슬쩍 발을 빼야 한다.

[개발 중에 있습니다.]

[혹시 개발에 성공하면 그 유도체계도 우리에게 기술이전이 가능한 겁니까?]

[그건 곤란하죠. 고작 전투기 무장통합 정도와 바꿀 기술이 아님은 총장님께서도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대신 탄체에 대한 기술제공은 가능합니다. 그리고 원한다면 유도체계는 합리적인 수준에서 구축해 드리겠다고 약속드리죠.]

제프리 총장은 안타까움의 한숨을 뱉어냈다.

그럼에도 표정이 어둡지 않은 이유는 꼭 기술이전이 아니라도 HVP만 구축되면 미 해군으로서는 수백억 달러의 예산절감이 가능하다는 점을 염두에 둔 걸 거다.

벌떡!

불현 듯 그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곧 주한미군사령관과 무언가를 속삭이던 그는 갑자기 책상 위에 있던 검은색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

[해군참모총장 제프리 모건이오. 대통령님께 핫라인 연결해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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