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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24화 (24/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24화

침을 삼키는 마이클의 표정은 꽤나 볼만 했다.

마치 변변한 미사일 하나 만들어내지 못했던 이 나라에서 그런 고도의 기술력이 가능할 리가 없다는 듯.

하지만 내겐 전 세계적으로 신뢰받던 반도체와 센서들로 이루어진 정밀유도기술이 존재했고, 고작 155미리는 물론, 5인치 함포용 포탄에도 적용이 가능한 상태다.

[이동 중인 목표를 타격한다면 유도 기능도 있다는 건데, 보내주신 카탈로그엔 그런 언급이 없었지 않습니까.]

[그 점은 미안하게 됐습니다. 보안을 위해서 공개 전까지는 핵심 기능들은 밝힐 수가 없었거든요. 한 가지 덧붙이자면 저 포탄은 옵션에 따라 레이저유도. 또는, 공중 및 지상. 그리고 해상용 탐지레이더에 의한 유도가 가능합니다.]

[…….]

마이클은 기가 차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왜 아니겠어.

사실이라면 이건 그야말로 미사일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마당에.

사실 미래엔 로켓과 미사일. 그리고 포탄의 경계를 허무는 것이 무기시장에 흐르는 기류였기에 내겐 별스럽지 않는 일이었지만, 막상 이 시대의 사람들에겐 충격이 만만치 않았을 거다.

[잠시 안내 말씀 드리겠습니다. 일부 내빈께서 늦게 도착을 하신 여파로 행사가 잠시 지연되고 있습니다.]

그때, 장내 안내방송을 통해 갑자기 행사의 지연을 알려왔다.

어지간한 초대 손님들은 죄다 자리에 있던 상황.

의아한 마음에 행사장 입구를 향해 시선을 주자 웬 정복 차림의 미군 장성한명이 헌병들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걸어오고 있었다.

“제프리 대장이 여긴 어떻게…….”

가장 먼저 그를 알아본 것은 이동욱 연합사 부사령관이었다.

그 말에 얼핏 쳐다본 사내의 어깨엔 별이 무려 4개나 달려있던 상태.

그걸 나만 본 것은 아닌 듯, 주변 사람들이 일제히 술렁이기 시작했다.

[오랜만입니다. 이동욱 부사령관.]

[참모총장님께서도 그간 별고 없으셨지요?]

의문의 미군에게 서둘러 다가간 이동욱 대장은 그와 한참 인사를 나눴다.

그사이 재빨리 합류한 마이클이 뒤를 이어 그와 무언가 이야기를 주고받더니 대뜸 내가 있던 방향을 쳐다봤다.

[미스터 진!]

마이클은 멀뚱히 서 있는 나를 향해 손짓했다.

몰려든 사람들을 뚫고 다가선 순간, 마이클은 마치 왕의 귀환을 알리는 듯한 표정으로 사내에 대한 소개를 이었다.

[이분은 미 해군참모총장이신 제프리 대장이십니다.]

[안녕하십니까, 재우탈레스의 정책실장 진현승입니다.]

소개가 끝남과 동시에 거의 반사적으로 손을 내밀었다.

웃는 모습이 인상적인 제프리 대장은 맞잡은 손을 놓지 않은 채 한참 동안이나 나를 쳐다봤다.

[…….]

[아! 미안합니다. 이렇게 젊은 분이라고는 미처 생각을 못했거든요.]

[저도 총장님께서 이렇게 젊다고는 생각 못했습니다.]

입에 발린 말은 아니었다.

겉으로만 보면 외려 마이클 중장보다 훨씬 젊어 보이는 얼굴.

평생을 짠 바닷바람을 상대해야 했을 인물이 저 정도로 젊어 보이기란 사실 쉽지 않은 일이다.

[인사치레라도 듣기엔 좋군요. 그나저나, 원래는 해군 장관께서 오시기로 되어 있었는데, 부득이한 사정으로 내가 오게 되었습니다. 미리 연락을 드리지 않은 것은 보안 문제 때문이었으니 이해해 주기 바랍니다.]

그 말에 힐끗 마이클을 쳐다봤다.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가 곤혹스러운 눈치.

결국 그는 가감 없이 사실을 털어 놓는 편을 택했다.

[실은, 재우탈레스의 이번 프로젝트는 미 해군에서도 주시를 하고 있던 상태였습니다. 때문에 행사 참관 초대장이 날아왔을 때 해군 장관께서 직접 참여를 결정하셨었죠.]

미 해군의 관심을 유도한 것은 애초 내 의도였다.

필요는 수요를 충족시키는 법.

가뜩이나 함포용 스마트 포탄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던 미 해군이라면 당연히 관심을 가질 것이라는 생각에서.

하지만 그 관심의 정도가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막말로 해군참모총장도 부담스러운 마당에 해군 장관까지 직접 날아올 생각이었다니.

“흠…….”

그때, 불현듯 미 해군 무기도입의 최종결정권자가 바로 해군 장관이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런데 그런 막강한 권한을 가진 존재가 우리의 무기시연을 직접 참관하기를 원했다?

이거 왠지 희망이 더해지는 느낌이다.

[자자, 깊은 이야기는 조금 후로 미루고, 우선 행사에나 집중합시다.]

제프리 대장은 마치 자신이 행사의 주역인양 어수선해진 분위기를 정리했다.

때마침 포신이 각을 잡고 내 신호를 기다리고 있던 상황.

사람들이 다시 의자에 엉덩이를 걸치는 것을 확인하곤 수신호를 올리자 다시 장내방송이 들려왔다.

[곧 발사될 포탄의 탄착점은 강화도 소재의 군 사격시험장입니다. 내빈들께서는 준비된 스크린을 통해 현장 영상을 지켜보실 수 있습니다.]

“시작하는군.”

이동욱 대장이 나지막이 말을 뱉어냈다.

쾅!

순간 지축을 울리는 소리와 함께 불을 뿜는 포신.

이후 방송 안내를 기억한 사람들의 시선은 일제히 스크린으로 향했다.

쿠궁!

조금 후, 무려 100킬로미터를 날아간 포탄이 인근에 있던 레이저 조사기의 유도를 받아 견인 중이던 테스트용 차량의 상부를 직격했다.

탑 어택.

장갑이 가장 취약한 전차의 포탑을 노린 공격 방식인데, 빈약한 승용차가 대상이다 보니 차량 자체가 아예 분해가 되어 사방으로 파편이 비산했다.

[…….]

얼핏 살펴본 제프리 대장의 표정은 잔뜩 굳어져 있었다.

마치 심중을 들키지 않으려 애쓰는 듯.

그렇다고 그게 숨겨질까, 유난히도 빠른 속도로 까딱이는 손가락이 그가 흥분하고 있음을 대변하고 있었다.

[2탄 준비 중입니다.]

조금 후 안내방송과 함께 재장전을 거친 자주포가 다시 불을 뿜었다.

쾅쾅쾅!

총 3발.

그것도 포신의 각도를 조종하여 시간차를 두고 발사하는 모습.

이유를 눈치챈 듯 마이클의 입에서 기함이 터져 나왔다.

[동일지점에 착탄을 시도하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퍼버벙!

세 발의 포탄이 떨어진 위치는 조금 전에 가루가 되어 버린 차량의 바로 위였다.

그건 공산오차가 지극히 제한적임을 증명하는 명확한 증거.

당황한 제프리 대장이 마이클을 향해 휙 하고 고개를 돌렸다.

[저기까지의 거리가 얼마라고?]

[100킬로미터입니다.]

[그럼 거의 단거리 미사일의 사거리잖아!]

[그런 셈이죠. 애초 우리 국방부에서 주목했던 점도 바로 그 점이고요. 더군다나 저 파괴력은…… 정말로 단거리 미사일 못지않은데요?]

예리한 지적이었다.

작디작은 포탄으로 미사일을 대체하려면 화력의 증강은 필수.

다행히도 세계적인 수준의 화약 제조업체인 재우탈레스에는 기존보다 세배에 이르는 폭발력을 가진 화약 제조기술이 존재하는 상태였고, 난 그 화약을 저 포탄에 도입했다.

[그래, 저 정도 화력이면 확실히…….]

제프리 대장은 처음과 달리 감정을 숨기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놀라긴 아직 이르지.

당신이 관심을 가질 만한 것은 이제부터 등장하거든.

[곧이어 5인치 함포용 스마트 포탄의 테스트가 이어지겠습니다. 내빈 여러분께서는 계속해서 스크린을 주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또 한 번의 안내방송이 울리며 화면이 바뀌었다.

이번에 스크린에 등장한 곳은 진해 앞바다.

곧이어 카메라가 구축함을 비추기 시작하더니 을지문덕함의 5인치 함포가 입력된 좌표를 찾아 방향을 틀었다.

힐끗.

순간 제프리 대장을 쳐다봤다.

입을 꾹 다물고 있던 그는 옆에서 누가 죽어 나가도 모를 정도로 고도의 집중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쾅쾅쾅쾅쾅!

함포에서 발사된 스마트 포탄은 총 다섯 발이었다.

목표물은 100킬로미터쯤 떨어진 동해상의 바지선.

퍼버벙!

역시나 조금 후 테스트를 위해 잔뜩 쌓여있는 컨테이너가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차례로 폭발하기 시작했다.

[고작 127미리 포탄의 폭발력이 어떻게 저렇게…….]

저도 몰래 침을 삼킨 제프리 대장이 부릅뜬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잠시 목을 축이곤 그와 똑바로 눈을 마주쳤다.

[말씀 드렸지 않습니까. 저 포탄에는 동일한 질량에서 기존보다 세배에 달하는 폭발력을 지닌 화약이 장착 된 상태라고요. 아마 저 정도면 소형 단거리 미사일 정도의 화력은 충분히 따라잡을 겁니다.]

[그건 그렇다 치고, 굳이 연사를 한 이유는 뭡니까?]

[그건 미사일은 가질 수 없는 장점을 보여드리기 위함입니다.]

[미사일이 가질 수 없는 장점?]

[한 발에 수십억씩 하는 미사일을 저렇듯 하나의 목표에 여러 발 쓰는 것은 사실상 낭비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포탄이라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드린 겁니다.]

[그러니까, 물량 전술이 가능함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제프리는 그제야 이해를 했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지만 그를 제외한 우리군 관련자들은 여전히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상태.

이번엔 그들을 위해 구체적인 설명을 이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구축함의 방어시스템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됩니다. 대공미사일과 대공포.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날아오는 대함미사일과 항공기를 상정한 방어체계고, 음속의 세 배로 날아오는, 무수한 정밀유도 포탄을 죄다 막아낸다는 건 사실상 무리입니다.”

[음속의 세배? 포탄의 포구속도를 그렇게까지 끌어올렸다고요?]

순간 제프리 대장이 끼어들었다.

한국말을 아주 모르는 것은 아니었구나.

아니, 핵심을 콕 집어 되묻는 것을 보면 내 예상보다 한국어 실력이 대단할 지도 모른다.

[구축함의 이중격벽을 뚫기 위해선 단순히 폭약의 성능만 높인다고 해결이 되는 것은 아니니까요. 결국 운동에너지가 관건이라는 소린데, 그걸 극대화하기 위해서 우린 신형장약을 개발한 상태입니다.]

“그렇다면야 사실상 게임은 끝이지. 막말로 분당 스무 발씩 초음속미사일을 퍼부어 대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그걸 무슨 수로 방어할까. 설사 아음속 미사일이라고 해도 힘든 마당에. 아마 그건 이지스 함이라도 막기 힘들 게야.”

듣고 있던 이동욱 대장은 주변인들을 배려하려는 듯 한국말로 설명을 덧붙였다.

그제야 이해를 한 군 관계자들이 고개를 끄덕인 순간, 제프리 대장이 대뜸 내 소매 깃을 붙잡으며 물었다.

[혹시나 싶어서 하는 말인데, 지금보다 사거리를 연장하는 것이 가능합니까?]

[랩탄. 즉, 보조 추진 로켓의 성능을 개량하면 충분히 가능하겠죠. 마침 개발이 진행 중인 터라 2개월 후쯤이면 최대사거리를 120킬로미터까지 증가시키는 것이 가능할 겁니다.]

[지금도 기존의 랩탄보다 몇 배나 더 나은 성능을 보여주고 있는 마당에 더 개량할 여지가 남아 있다고요?]

[오해하신 모양인데, 우리가 개발한 지능형 포탄에 장착된 랩탄은 기존의 것입니다. 그럼에도 사거리가 길어진 이유는 포구속도와 활공능력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킨 덕분이죠. 그러니 당연히 랩탄의 성능개량은 여지가 있는 셈 아니겠습니까.]

[…….]

[아무튼, 랩탄마저 개량이 된다면 미 해군으로서는 그야말로 금상첨화일 겁니다. 단거리 초음속 대함미사일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지상목표물까지도 타격하는 것이 가능해서 초수평선 상륙작전도 지원 할 수 있으니까요.]

듣고 있는 제프리 대장의 얼굴에 익숙한 표정이 지어져 있었다.

욕심.

예전 신형 철갑탄의 수출 문제를 두고 논의를 했을 당시 마이클이 보였던 바로 그 표정.

이로서 수출 가능성을 낙관해도 좋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려는 순간, 그가 놀랄만한 말을 내뱉었다.

[실은, 이미 입국 전부터 대한민국 합동참모본부에 양해를 구해둔 상태입니다.]

[무슨…….]

[만약 재우탈레스가 개발한 스마트 포탄이 미 해군의 요구 성능을 충족하게 되면 수출 승인을 해주십사 하고…… 그런데 보아 하니 요구 성능은 이미 넘어선 것 같군요.]

[…….]

[그런 의미에서 하는 말인데, 행사가 끝나고 진지하게 대화를 좀 나눠야 할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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