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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14화 (14/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14화

[오늘 아침, 삼정 그룹이 미래 전략에 대한 계획안을 발표했습니다.]

약 보름 후, 이용문 회장은 정말로 내 조언에 따라 본격적인 파운드리 진출을 선포했다.

하긴, 이미 검증된 90나노 공정이라면 펩리스들이 발주하는 위탁물량을 죄다 빨아들이는 것이 가능한 마당에 그냥 있는 것 자체가 바보 같은 짓이지.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끝내 알파칩을 포기했다는 건데, 사실 그건 내가 굳이 상관할 바는 아니다.

나야 어차피 삼정의 CPU설계능력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생산능력이 필요한 거니까.

[삼정은 5년에 걸쳐 총 30조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할 것을 의결하였으며…….]

'추진력 하나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군.'

솔직히 그 부분은 무서울 정도였다.

아무리 확실한 패가 쥐어졌다곤 하나, 이렇듯 순식간에 베팅을 한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일까.

미래에 삼정이 세계적인 업체로 성장한 이유가 조금은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자네가 원하는 대로 400억에 합의를 하도록 하지. 100억은 주식으로, 그리고 300억은 현금으로. 차후 발주 수량에 따라 개런티는 따로 지급하는 것으로 하겠네.

그로부터 이틀 후, 이용문 회장은 내가 제안했던 기술비용의 수준을 인정하겠다는 통보를 해왔다.

향후 2년간 삼정이 기술을 독점한다는.

그리고 90나노 기반이 본격화 되었을 때는 러닝 개런티를 따로 지급받는 조건으로.

양측 모두 만족할 만한 결과였기에 딱히 협상의 어려움은 없었다.

-그나저나 45나노 이하의 기술도 연구 중인 건가?

“물론입니다. 만약 그때도 기술 제공을 받으실 의향이 있으시다면 삼정을 1순위 협상 대상으로 만들어드리죠.”

-그러지 말고 차라리 내게 연구소를 넘길 생각은 없나? 자네가 제시하는 조건을 최대한 맞춰주도록 노력해보겠네.

“죄송합니다만, 그건 사양하겠습니다.”

-아쉽군. 그럼 차후 45나노 이하의 공정을 우리보다 먼저 개발하게 된다면 그땐 약속대로 우리가 1순위 협상 대상이 될 수 있기를 바라네.

“물론입니다, 조건만 맞는다면.”

계약은 그것으로 마무리가 됐다.

이제 남은 것은 생산을 담당할 탈레스에 미리 필요한 설비들을 구매 및 재배치하는 것.

한동안 뜸했던 공장을 다시 방문해야 할 이유가 생겨났다.

'300억이면 연구소 운영비용으로는 충분하겠군.'

사실 그 정도면 연구소가 자체적으로 올린 첫 수익치고는 훌륭한 편이었다.

당분간 투입될 추가자금에 대한 부담감을 단숨에 날려 버릴 정도.

어디 그뿐일까, 지금의 기술 추세라면 2년 후에도 90나노 공정을 독점하는 것은 삼정일 터, 러닝 개런티에 의한 수익의 규모가 가히 천문학적인 수준에 이를 거다.

'즉, 향후 연구소가 자금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을 일은 없을 거라는 의미지.'

***

“안녕하십니까, 신설된 센서 모듈 사업부의 이진수 팀장입니다.”

그로부터 사흘 후, 삼정에서 자이로 센서와 가속도계의 개발을 담당할 최고책임자가 나를 찾아왔다.

나이는 대략 40대 중반쯤.

비록 태도는 공손했으나 순간순간 배어 나오는 거만함이 아무래도 삼정맨으로서의 자부심에 취한 인물인 듯 보였다.

“이, 이걸 직접 개발하셨다고요?”

하지만 그 거만함은 오래가지 못했다.

내가 내민 설계안을 마주한 순간부터 눈빛이 달라진 그는 조금 후엔 처음 자대배치를 받은 이등병과 다를 바 없는 태도로 나를 쳐다봤다.

“대체 이런 완벽한 설계안을 어디에서 만드신 겁니까?”

“제가 그걸 말해 드릴 의무는 없겠죠?”

“죄, 죄송합니다.”

“뭐 그렇다고 죄송할 것까지야. 그런데 개발 기간을 좀 더 앞당길 수는 없겠습니까?”

“이 정도면 굳이 실증 단계를 거칠 필요가 없으니 6개월이면 가능합니다. 다만 신뢰성 문제가…….”

“신뢰도는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실제로 신뢰성만큼은 문제 될 것이 없었다.

단지 그게 미래에서 온 설계 방식이기 때문이 아니라, 이미 오랜 기간에 걸쳐 무기제작에 사용되어 왔던 제품의 실질적인 설계안이었기에.

애초 군사용 부품은 신뢰성이 중요한데, 그 탓에 난 비록 최첨단은 아니지만 수없이 많은 분야에서 이미 검증이 끝난 설계안을 제공해준 거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럼 전 이만…….”

구체적인 개발 일정의 조율을 끝낸 책임자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섰다.

뭔가 또 할 말이 남았던 걸까, 문을 나서던 그가 갑자기 휙 하고 다시 돌아서선 나를 쳐다봤다.

“왜요, 빠트리신 것이라도 있으십니까?”

“아, 아니 그냥 좀…….”

그는 혼란스러움의 표정을 잔뜩 드러낸 채 다시 돌아섰다.

내가 왜 그 속을 모를까.

아마 지금쯤 그는 자신이 우물 안 개구리에 불과했다는 사실에 꽤나 자괴감을 느끼고 있을 거다.

'자, 그럼 이젠 군으로 하여금 스마트 자주포탄의 효용성을 인식시켜줘야 하는 작업이 필요한데…….'

실은 그게 다른 어떤 문제보다 더 중요했다.

아무리 뛰어난 무기를 만들어도 써주는 이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니까.

물론 북의 장사정포들이 골칫거리였던 군으로서는 그 해결방법이 생긴 셈이니만큼 솔깃할 수도 있겠지만, 난 자칫 수년에 걸쳐 진행 될지 모를 군의 소요체계를 따를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다.

[긴급 속보를 전해드리겠습니다. 오늘 새벽, 나토가 코소보 사태에 즉각 개입을 천명했습니다. 소식통에 의하면 곧 나토는 세르비아에 대한 공습을 감행하기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그때, 날씨나 보자는 심정으로 켜두었던 사무실의 TV에서 느닷없이 역사적 사건을 알려왔다.

20세기 유럽 최악의 비극인 유고 내전.

그 대단원의 막을 올리는 신호탄인 코소보 전쟁과 관련된 뉴스가.

당장 경제위기 극복에만 온 정신이 쏠려 있던 터라 이 나라는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지만, 사실 저건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전쟁 중 하나였다.

'나토가 벌써 세르비아를 공습한다고?'

중요한 점은 바로 그것이었다.

원래 나토의 세르비아 공습은 1999년쯤 벌어졌던 사건이라는 것.

지금 98년임을 감안하면 족히 1년이나 사건이 앞당겨진 건데, 이러면 또 역사의 변곡점이 발생한 거다.

'응?'

당황스러운 마음으로 나토군 사령관의 인터뷰 내용을 보고 있던 와중 뭔가 익숙한 물체가 그들의 뒤편을 스쳐 지나가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B2?'

그건 바로 미 공군이 개발한 B2 스텔스 전략폭격기.

'그러고 보니 저때 B2가 전장에 처음 투입 되었었지 아마?'

아니, 비단 B2만이 아니라 온갖 첨단 무기들이 저 코소보 전쟁을 통해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것 봐라?”

그 순간 머리에 팍 하고 스파크가 튀었다.

혹시나 싶은 마음에 채널을 돌리자 이번엔 CNN에서 방영 중이던 뉴스가 화면을 장식한다.

“그럼 그렇지.”

걸프전에서 그랬듯, 이번에도 CNN 뉴스의 초점은 미군이 선보일 온갖 무기들에 맞춰져 있었다.

뭐 그거야 이 당시의 미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군수산업체의 막강한 영향력 아래에 있었기에 굳이 따지고 자시고 할 문제는 아니고.

정작 내 시선을 끈 것은 미 공군 소속 부사관들이 B2 폭격기에 조금 특이한 외형을 가진 폭탄들을 장착하는 장면이었다.

'JDAM!'

순간 머릿속이 환해졌다.

저건 이제껏 고민해오던 내 문제. 즉, 우리 군에게 스마트 자주포탄의 효용성을 설명해야만 하는 수고를 한 방에 해결해 줄 만한 물건이기에.

다급한 마음에 즉시 전쟁 관련 뉴스들을 스크랩하기 시작했고, 그중 난 저 JDAM과 연관된 영상만을 잔뜩 녹화했다.

'이해가 안 가는 군. 내가 왜 여태 저걸 생각 못했지?'

***

[한국 시간으로 오늘 오전 6시, 결국 나토가 세르비아를 공습했습니다.]

사흘 후 미국을 중심으로 한 나토군은 결국 언론의 발표대로 세르비아를 공습했다.

나로선 더 이상 계획을 미뤄둘 수 없는 터라 즉시 김태익 중장에게 전화를 걸어 면담을 요구했다.

“김태익 중장님?”

그를 첫 목표로 삼은 이유는 그나마 내가 접촉하기 쉬운 인물이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하필 이 나라 육군 전력의 거의 절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7기동군단장이라는 것도 한몫했고.

아마 그라면 스마트 포탄의 효용성을 누구보다 확실하게 알아봐 줄 거다.

“오랜만이군.”

역시나 그와 면담 약속을 잡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애초 진 회장은 물론, 내게도 호의적인 존재였으니까.

의외였던 것은 약속장소에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인 이동욱 대장도 함께 있었다는 건데, 막상 그와 마주치자 지난번 마이클이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그가 했던 당부가 떠올랐다.

“안 그래도 조만간 부사령관님께도 연락을 드리려 했던 참이었습니다.”

“오해 한 모양이군. 난 분명 자네가 여유로울 때 연락을 달라던 거였으니 그렇게 미안해할 필요 없네.”

이동욱 대장은 머쓱해 하는 나를 애서 배려했다.

특이한 것은 그가 정복차림이었다는 것.

왠지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낸 느낌인데, 굳이 이렇게까지 해서 나를 만나려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아! 요즘 코소보 전쟁 때문에 정부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태라네. 미국의 힘이 유럽에 집중되면 자칫 북이 도발을 할 수가 있거든. 덕분에 한미연합사도 언제 청와대에 불려갈지 몰라서 상시 정복 차림으로 대기 중이지.”

마치 내 속을 읽고 있는 듯한 대꾸였다.

저런 스타일이 상대하기가 제일 까다롭다는 것은 몇 번의 경험을 통해서 알고 있던 사실.

앞으로는 말 한마디조차도 주의를 기울여야만 할 듯하다.

“그나저나 이번 코소보 사태에서 미국이 지상군까지 동원할 거라고 생각하나?”

자리에 엉덩이를 붙이는 순간 이동욱 대장이 뜬금없는 말을 내뱉었다.

혹여 내게 한 말인가 싶어 쳐다봤지만 다행히 그의 시선은 김태익 중장에게로 향해 있었다.

“그럴 것 같지는 않습니다. 소말리아 사태 이후 전쟁 참가에 대한 여론이 워낙 안 좋아서 미국 정부로서도 부담이 크거든요.”

“그래도 세르비아가 이번엔 워낙 경악스러운 짓을 많이 해 놔서…… 하긴, 내부를 단속하는 것이 더 중요한 마당이면 굳이 무리를 할 이유가 없지.”

두 사람은 나로 인해서 중단되었던 대화를 이어가려는 듯 보였다.

누가 군인 아니랄까봐 주제는 역시나 코소보 전쟁의 흐름에 대한 예측들.

놀라운 것은 미군이 이번만큼은 지상군의 투입을 배제할 것이라는 저들의 예상이 역사와 정확히 일치했다는 거다.

역시 군 최고 전략가들이라는 소문이 괜히 붙은 것은 아니라는 거지.

“전 잠시 음료 좀 주문하고 오겠습니다.”

연신 토론 중인 두 사람을 뒤로 하고 카운터로 향했다.

미리 섭외를 해두었던 장소였던 터라 카페주인과는 이미 안면이 있던 사이.

주문과 함께 준비해 두었던 녹화 CD를 건네자 그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나를 향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나저나 선배님도 의장님 소식은 들으셨죠?”

되돌아온 자리에선 어느새 한동훈 합참의장의 거취 문제가 화제가 되어 있었다.

그나마 불명예제대만큼은 피하고 싶었던 듯, 서둘러 전역을 해버린 한동훈 대장은 최근 방산 업체 중 가장 선두권에 있던 S&U의 대외업무담당 이사로 스카우트 된 상태였다.

“그 양반도 참 대단하지. 그래도 한때는 장관 자리까지 넘보던 양반이 기껏 방산 업체로 자리를 옮길 줄이야 누가 알았겠어. 아! 그렇다고 방산 업체를 무시해서 하는 말은 아닐세.”

말을 뱉어내던 이동욱 대장은 서둘러 변명했다.

어색한 미소를 지어보이자 그가 다시 말을 잇는다.

“아무튼, 자네로서는 그리 반갑지 않은 소식 일게야. 그래도 명색이 합참의장 출신이 경쟁사의 간부 자리를 차지했으니까.”

“상관없습니다.”

나로선 솔직한 심정이었다.

설사 그의 잔존 세력이 군에 남아 있다 해도 그건 고작 한 줌에 불과 할 뿐.

더군다나 무기 시장은 압도적인 성능이 최우선인 곳인데, 고작 끈 떨어진 전직 장성의 힘으로는 시장의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치기가 어렵다.

“하긴, 이번 인사이동 때 핵심 추종세력들은 죄다 한직으로 밀려나서 그 양반 입장에서는 당장 할 수 있는 것이 없기는 하지. 아마 S&U도 큰 걸 바라고 모셔간 것은 아닐 걸세.”

이동욱 대장은 그 말을 끝으로 얼음이 가득 담긴 커피를 들이켰다.

종종 나를 곁눈질하는 것으로 봐선 따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모양새.

“말씀하시죠.”

은근슬쩍 치고 들어가자 그가 들고 있던 커피잔이 순간 주춤했다.

“뭘 말인가?”

“저에게 정말 하고 싶으신 말이 따로 있으신 것 아니었습니까?”

“…….”

그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곁에 있던 김태익 중장을 쳐다봤다.

눈빛 교환이 오고 간다 싶더니 곧 이동욱 대장의 얼굴에선 이제까지와는 다른 표정이 지어졌다.

“이것 참…… 역시 자네도 사업가는 사업가로군. 맞아, 실은 긴히 부탁할 것이 있어서 굳이 합석을 할 수밖에 없었네.”

“경청하겠습니다.”

그는 또다시 뜸을 들였다.

쉽게 꺼내기가 어려운 말이라면 분명 내가 받아들이기 힘든 부탁일 터.

수없이 많은 경우의 수를 세어봤지만 이러다 할 답은 나오지 않았다.

“들은 소문에 의하면 5년 후부터는 미군에게 공급하는 신형철갑탄이 완제품이 아닌 재료로 납품된다던데, 사실인가?”

“그렇습니다만, 그게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문제가 될 것이 뭐가 있겠나. 단지 난 혹시 그때쯤 차라리 그 기술을 미국에게 팔 생각은 없는지 묻고 싶었네.”

“기술을 팔라고요?”

“정확히는 그걸 담보로 미국과 딜을 좀 해줬으면 싶은 거지.”

“…….”

내 침묵에 이동욱 대장이 잔뜩 긴장하는 빛을 보였다.

막말로 민간이 가진 기술을 담보로 군의 필요를 채우겠다는 말을 하는 상황에서 당당하다면 그게 더 이상하지.

요구를 들어주고 아니고를 떠나서 대체 뭘 얻으려 그런 무리한 부탁을 하는 것인지가 궁금했다.

“무엇을 대상으로 딜을 하라는 겁니까?”

“미군의 군용 GPS. 지금 상업용 GPS를 사용 중인 우리로서는 그게 꼭 필요하다네. 대신, 우리 군도 재우그룹이 차후 손해를 볼 부분에 대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보상을 해주겠네.”

무슨 말인지는 이해했다.

전략 자산임을 핑계로 미군은 콧대만 높이며 군용GPS의 판매를 거부하고 있고.

그렇다고 우리나라 경제 수준에서 수십 개나 되는 위성을 띄울 능력은 더더욱 없고.

결국 군이 생각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미국이 혹할 만한 조건을 내세워 저들의 GPS를 임대하도록 유도하는 것뿐인데, 당장 그럴 만한 것이라고는 내가 개발한 철갑탄 외에는 없었을 거다.

“그건 곤란합니다. 말로는 손해를 보전해주시겠다고는 해도 향후 말이 바뀌지 않으리라는 것을 누가 장담합니까.”

“그거야…… 하지만 그때가 되면 재우그룹의 수익성도 하락할 것 아닌가. 혹은 미군이 자체적으로 기술을 개발할 가능성도 있고.”

“수익성이 하락한다 해도 군이 보전해 줄 수 있는 수준은 아닐 겁니다. 그리고 미군은 절대 그 기술을 개발하지 못합니다. 5년이 아니라 10년이 지난다 해도.”

이동욱 대장은 차마 반박할 엄두를 내지 못한 채 입술만 짓씹었다.

그나마 애국심을 들먹이지 않는 것만도 다행이랄까.

잠시 들고 있던 커피를 홀짝이곤 다시 그를 쳐다봤다.

“하지만 실망하실 건 없습니다. 미국은 곧 우리에게 군용 GPS를 팔게 될 테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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