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13화
“어서 오십시오, 회장님. 이용문 회장님께선 벌써 기다리고 계십니다.”
며칠 후, 진 회장은 약속대로 삼정그룹 이용문 회장과의 면담자리를 마련했다.
장소는 압구정동에 있는 삼연가든.
당시 골프선수로 유명한 김지희의 부모가 직접 운영을 하는 곳이었는데, 이용문 회장이 유독 그곳의 음식들을 좋아해서 선택된 곳이었다.
“오랜만입니다, 진 회장.”
“그간 별고 없으셨지요?”
두 사람은 꽤나 돈독한 사이처럼 보였다.
우려했던 점들을 죄다 내려놔도 좋을 만큼.
다만 염려되는 것은 그간 재계에 파다했던 현승이에 대한 소문을 그도 알고 있을 것이라는 점인데.
희한하게도 나를 쳐다보는 이용문 회장의 눈빛에선 편견 따위는 엿보이지 않았다.
“자네가 이번에 큰일을 해냈다는 그 둘째로군.”
아니, 편견은커녕 잔뜩 호감을 드러내기까지.
아무래도 철갑탄 수출 건은 내 생각보다 훨씬 더 나에 대한 세간의 소문을 잠식시켜놓은 모양이다.
“처음 뵙겠습니다, 진현승입니다.”
“반갑군. 안 그래도 자네 얼굴을 꼭 한번 보고 싶었던 참이었어. 어디 나뿐일까, 우리 아들놈도 자네에게 관심이 꽤 많더군.”
이용문 회장에게 아들은 오로지 한 명 뿐이었다.
향후 그를 뒤이어 삼정그룹을 지휘하게 될 이영훈.
지금쯤이면 그의 나이가 서른 살 정도?
비슷한 연배인 만큼 내게 관심을 가진다 해도 딱히 이상할 것은 없을 거다.
“그나저나 진 회장님은 요즘 살맛나시겠습니다.”
그는 나와의 짧은 인사를 끝으로 진 회장과의 담소를 이었다.
그 나이 때쯤엔 으레 오고 가는 건강 문제로부터 시작해서 닥친 경제위기에 대한 성토까지.
대체 언제쯤 치고 들어가야 하는 거지?
이대로라면 자칫 본론은 꺼내보지도 못할 분위기였던 터라 내심 초조함이 느껴졌다.
“그래서, MEMS(Micro Electro Mechanical Systems) 기반 센서 모듈을 만들고 싶다고?”
슬슬 시계를 보며 눈치를 살필 무렵 돌연 이회장이 나를 휙 쳐다보며 말했다.
대화중에도 내내 나를 신경 쓰고 있었던 걸까, 질문의 방향이 곧바로 핵심을 뚫고 들어왔다.
“그렇습니다. 자이로를 비롯한 가속도계등, 여타 무기에 들어갈 각종 센서들의 모듈인데, 지금 삼정전자의 공정 수준이면 충분히 제작이 가능할 겁니다.”
“무기에 들어갈 자이로 센서라면 보통은 광학식이나 김벌식을 사용하지 않던가? 반도체 기반은 아무래도 정확도에서 문제가 생길 텐데?”
“통상적으로는 그렇습니다만 그것들은 소형화가 힘들죠. 그리고 제겐 정확도를 끌어올릴 만한 수단이 존재하기에 반도체 기반이 외려 합리적입니다.”
“그렇다 해도 모듈이면 꽤 공정이 복잡해지지 않을까? 그럼 당연히 단가도 올라 갈 것이고.”
“단가 문제는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어차피 그런 점들을 고려하여 가격을 책정한 상태니까요.”
“그건 다행이군. 하지만 극단적인 경우엔 우리도 독립된 사업부를 설립해야 하는 위험성도 있어. 그걸 책임질 수 있겠나?”
그 말은 곧, 일회성 주문은 곤란하다는 뜻이었다.
하긴, 독립된 사업부까지 설립을 해야 하는 상황이면 사업의 지속성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지.
하지만 그 점도 이미 계산은 끝난 상태다.
“이번에 제가 개발을 계획하고 있는 물건은 신형철갑탄의 경우처럼 미군에도 수출이 가능한 품목입니다. 아니, 단지 미국만이 아니라 우리의 우방국이라면 죄다 관심을 가질 겁니다. 어차피 미군이 선택을 하면 그 신뢰성은 보장이 된 것이니까요. 그런 상황이면 사업의 지속성을 염려하실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까?”
순간, 이용문 회장의 눈빛이 흔들렸다.
쐐기를 박기 위해 정밀유도포탄의 효용성과 그 수요처.
그리고 장차 군수 시장에 미칠 파급력 등, 보다 디테일한 근거들을 제시하자 그의 미간이 점점 좁혀졌다.
“허허…….”
내내 듣고 있던 이용문 회장은 갑자기 실없이 웃어 보였다.
의아한 마음에 고개를 갸웃하자 그가 긴 한숨과 함께 말을 뱉어냈다.
“자네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문득 우리 삼정그룹은 방산 부문을 정리해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군.”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솔직히 누가 미사일을 대처하는 포탄을 만들 생각을 했겠는가. 이건 수를 앞서가는 것을 넘어서 아예 미래를 창조하는 수준인데, 이래서야 우리가 앞으로 자네와 경쟁이나 할 수 있겠어?”
“별 말씀을…… 그렇다 해도 경쟁이 없으면 발전이 무뎌지는 법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우리 삼정은 매번 자네 뒤치다꺼리나 하라고?”
“뒤치다꺼리라기엔 챙기실 수익이 지나치게 많죠.”
받아친 농담에 그가 옅은 미소로 응수했다.
그런데 영 마음에 없던 소리만은 아니었던 건가.
그는 이후로도 계속 방위 산업을 지속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아닌 게 아니라, 이것저것 신경 쓰이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야. 게다가 반도체에 비하면 수익은 또 어찌나 쥐꼬리 수준인지 원. 솔직히 나로선 방산 분야를 계속 끌고 갈 이유를 모르겠어.”
그 부분은 벌써부터 염려할 일은 아니었다.
어차피 18년 후쯤이면 삼정그룹은 방위 산업 분야를 통째로 재우탈레스에게 넘기게 되는 것이 역사적 사실이니까.
이유는 주력인 반도체에 집중을 하겠다는 거였는데, 사실 효율성 측면에서 보면 옳은 선택이었다고 본다.
“아무튼, 그 의뢰를 받아들이지. 그리고 혹시라도 차후 또 위탁할 품목이 있다면 그땐 굳이 자네 아버지를 내세울 것 없이 나를 직접 찾아오도록 하고.”
그가 내뱉은 마지막말은 내 난제들을 완전히 해소해 주는 것이었다.
센서는 단지 시작일 뿐, 향후 각종 무기 개발에 필요한 반도체들을 내 입맛대로 위탁 생산해줄 곳은 오로지 삼정뿐이었는데, 그걸 단숨에 해결해 주는 말이었거든.
특히나 근 미래에 내 연구소가 세상에 내놓을 질화갈륨소자와 군용 CPU를 생각하면, 삼정이 ‘멀티프로젝트 웨이퍼’ 사업부를 개설하게 만드는 것은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다.
“그나저나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자네 의견을 좀 듣고 싶군.”
혼자 실없이 웃고 있던 차에 이용문 회장이 돌연 뜬금없는 말을 뱉어냈다
무엇에 관한 의견을 듣겠다는 거지?
시선을 똑바로 마주치자 그가 다시 말을 이었다.
“우리 삼정전자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충고해줄 말이 없는지 묻고 있는 걸세.”
“갑자기 그걸 왜 제게…….”
“실은 얼마 전에 우리 삼정 테크윈이 주관하는 파티에서 주한미군사령관을 만난 적이 있다네. 당시 그가 말하길 자네처럼 미래를 정확히 내다보는 사람은 처음 봤다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하더군. 어차피 기회가 주어졌으니 나도 그 식견을 좀 들어보고 싶어서 한 질문일세.”
얼핏 보면 꼭 무당을 찾아온 손님 같은 투였다.
황당한 마음에 슬쩍 진 회장을 쳐다봤지만 그 역시 호기심 가득한 눈빛을 보내고 있을 뿐이었다.
“굳이 그러시다면 포기하시지 말라는 말을 해드리고 싶군요.”
“포기하지 말라니 뭐를?”
이용문 회장은 의아하다는 투로 쳐다봤다.
“CPU 시장. 즉, 삼정에서 DEC사와 공동 개발중인 알파칩 말입니다. 현제 DEC가 경영악화로 좌초 위기에 있어서 삼정도 거의 손을 들어 버린 것으로 알고 있는데, 차라리 DEC를 인수해서라도 CPU 개발을 지속해야만 앞으로 20년 후의 삼정이 진정한 반도체 업계의 왕으로 군림할 수 있을 겁니다.
“무슨…….”
그는 입을 벌린 채 나를 쳐다봤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한참을 눈동자가 이리저리 굴러다니는가 싶더니 곧 긴 한숨을 뱉어냈다.
“허허, 이 자리에서 그런 이야기를 들은 줄은 생각도 못 했군. 하지만 아무리 알파칩의 성능이 대단하다고 해도 지금처럼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 NT와의 호환에 동의하지 않으면 결국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일세. DEC도 결국엔 그걸 극복하지 못해서 저 지경이 된 거라는 사실을 알고는 있나?”
“그래서 차라리 더 과감한 투자를 결정하시라는 겁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마소를 설득해야죠. 만약 회장님께서 지금 알파칩을 포기하신다면 미래엔 그 시장에 다시 진입하시기 위해서 어마어마한 돈을 쏟아 부으셔야만 할 겁니다.”
이용문 회장은 멍하니 나를 쳐다봤다.
“물론, 쉽지는 않겠죠. 마이크로소프트 입장에서는 시장의 90퍼센트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인텔의 압력을 무시할 수도 없을뿐더러, 저들의 동맹은 꽤 끈끈하니까요. 하지만 경제계의 동맹이란 결국 돈의 논리에 의해 좌우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틈을 노리다 보면 결국 답은 나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듯한 표정이었다.
아니, 그럴 필요성을 못 느끼겠다는 듯한 표정.
하긴, 당장은 메모리 분야만으로도 성장세가 엄청난 삼정에게 시스템반도체의 중요성을 역설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을까.
역사가 그랬듯, 그는 결국 현실에 안주하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제법 흥미로운 이야기였네만, 우리로서는 그렇게까지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네. 아무튼, 진 회장님은 좋으시겠습니다. 이렇듯 통찰력이 대단한 아들을 두셨으니…… 솔직히 제 아들로 삼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군요.”
이용문 회장은 다시 진 회장과의 담소를 이어가려했다.
말은 칭찬일색이었어도 막상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내 조언에 실망한 눈치.
하지만 이후의 이야기를 듣는다면 생각이 달라질 거다.
“그럼 일단 파운드리 시장을 먼저 공략해보심이 어떻겠습니까?”
“응?”
그의 시선은 다시 나에게로 돌아왔다.
제법 그럴듯한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걸까, 눈빛이 꽤 초롱초롱하다.
“어차피 삼정이 CPU 설계 분야에서 손을 뗀다면 펩리스들로서는 기술유출의 우려를 접어도 되는 상황이니 안심하고 위탁 생산을 맡기지 않겠습니까?”
“그럴 가능성은 있지. 하지만 정작 돈이 될 만 한 곳들은 대부분 우리 삼정처럼 종합반도체 업체들인 데다, 미세공정 분야에서도 우리보다 앞서 있네. 다른 펩리스들도 우리가 특별한 메리트를 가지고 있지 않은 한에는 위탁 생산을 맡길 이유가 없고.”
“그럼 메리트를 제시하면 되죠. 예를 들면 지금 저들이 개발 중인 180나노 공정보다 몇 단계쯤 앞선 공정기술을 가졌다거나.”
“꿈 같은 이야기를 하는군.”
이용문 회장은 그 말에 너털웃음을 뱉어냈다.
하지만 끝까지 진지함을 잃지 않은 내 표정 때문일까, 곧 그의 얼굴 역시 잔뜩 굳어진다.
“만약 꿈이 아니라면 어쩌시겠습니까?”
“…….”
“예를 들면 마의 벽이라는 90나노 이하로 스케일링이 가능한 기술이 제게 있다면.”
순간 나를 쳐다보는 그의 눈빛은 꼭 동네 미친놈을 보는 듯했다.
하긴, 아직은 130나노 공정조차도 개발 단계에 있는 것이 세계적인 반도체업계의 흐름인 마당에야.
하지만 나에겐 정말로 90나노 공정기술이 존재했고, 이미 그걸 연구소를 통해서 실증까지 해 놓은 상태다.
피식.
한참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던 그가 결국 헛웃음을 뱉어냈다.
이내 그의 입이 다시 열리려는 차, 난 오늘을 위해 준비해온 종이 한 장을 꺼내어 그의 앞에 들이밀었다.
“이게 뭐지?”
“그게 바로 90나노의 벽을 뚫은 기술의 핵심 개념도입니다.”
“…….”
“아마 회장님께서도 기존의 기술로는 130나노까지가 스케일링의 한계라는 것쯤은 잘 알고 계실 겁니다. 해서 저희는 전류의 이동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한계를 극복했죠.”
“전류의 이동도를 높여서 해결했다?”
“그렇습니다. 일명 Uni axial strain silicon transistor. 단언하건대, 이 기술이라면 90나노를 넘어서 45나노 공정까지도 무리 없이 개발이 가능할 겁니다.”
순간, 이용문 회장의 눈이 부릅떠졌다.
의미를 이해했다는 증거.
역시나 이 나라 최고의 반도체 업체의 수장 자리는 괜히 주어진 것이 아닌 모양이다.
“이, 이걸 자네가 개발했다고?”
“정확히는 제 연구소가 개발했다고 해야겠죠.”
“…….”
그는 좀처럼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긴, 세계적인 반도체 업체들도 헤매던 것을 이름도 모르는 연구소가 개발했다는 것이 쉽게 믿어질 일은 아니겠지.
하지만 역사적으로 봤을 때, 세상을 놀라게 할 기술의 등장은 항상 예측하지 못했던 곳에서 튀어나왔었다는 점을 주지해야만 한다.
“자네가 반도체 연구소를 왜…….”
“꼭 반도체 연구에만 국한된 곳은 아닙니다. 하지만 반도체 설계 역시 주된 연구 분야중 하나죠. 설명을 덧붙이자면, 삼정처럼 저희 연구소에도 KAIST 출신들이 잔뜩 포진해 있는 상태라는 겁니다.”
아마 그 말이 의심을 불식시킬 수 있을 핵심 포인트였을 거다.
같은 조건을 가진 상황에서라면 기술의 중심이 반드시 삼정이 되라는 법은 없다는 의미지.
예상처럼 그의 눈빛은 서서히 흔들리기 시작했고, 조금 후 나를 쳐다보는 그의 시선은 이글거리다 못해 불타오를 지경이었다.
“대체 지금 무슨 말들을…….”
곁에서 내내 이야기를 듣고 있던 진 회장이 슬그머니 끼어들었다.
설명을 위해 입을 열려는 순간, 이용문 회장이 다급히 진 회장을 제지하더니 곧 나를 똑바로 쳐다봤다.
“미안합니다, 진 회장님…… 그런데 왜지?”
“뭐가 말입니까?”
“이 정도로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했다면 자네가 직접 반도체 시장에 뛰어들어도 상관은 없잖아.”
“이미 뛰어든 것이나 마찬가지죠. 조금 전에 제가 반도체 연구소를 가지고 있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아니 내말은, 왜 직접 생산을 할 생각은 안 하느냐는 말일세.”
그건 IDM. 즉 종합반도체 업체인 삼정의 주인다운 발상이었다.
개발과 생산을 불가분의 관계로 생각하는.
하지만 그건 미래 반도체 시장이 어떤 식으로 흘러가는지 예상하지 못하기에 하는 말이다.
“이미 삼정이라는 협력 가능한 업체가 있는 마당에 제가 수십조 원씩 투자를 해서 공장을 세워야 할 이유는 없죠. 그 정도 돈이 있지도 않을 뿐더러.”
“…….”
“쉽게 말해서, 떡은 떡집에 맡기는 편이 낫다는 소립니다.”
“그 말인 즉, 우리 삼정이 파운드리 역할을 하라는 뜻인가? 자넨 펩리스가 되는 거고?”
“정확합니다. 사실 고작 무기에 들어갈 반도체부품의 조달을 위해서 공장까지 설립하는 것도 우스운 일 아니겠습니까? 뭐 그래도 기왕 기술을 개발한 마당이면 그걸 확실하게 이익으로 연결시키겠다는 것이 제 생각인데, 결국엔 그게 펩리스들의 철학과 일맥상통하는 거죠.”
순간 그의 눈빛이 착 가라앉았다.
기대와 불안. 그리고 두려움이 한 대 뭉쳐진.
표정을 들키고 싶지 않았던지 그는 곧바로 내가 건네준 종이를 흔들며 화제를 전향했다.
“그거 아나? 이게 사실이면 우리 삼정은 메모리 분야에서도 초격차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 자네도 알다시피 미세공정이 꼭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거든.”
“제가 설마 그걸 모르겠습니까. 그렇기에 더 회장님께 기회를 드리는 것입니다.”
“그 점이 이해가 안 간다는 말이야. 이 사실을 알면 전 세계 모든 반도체 업체들이 달려들 마당에 왜 굳이 삼정을 선택 한 건지.”
“글쎄요, 기왕이면 대한민국 업체가 먼저 시장의 우위를 차지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라는 대답은 지나치게 가식적이고. 솔직히 회장님께 제일 많은 돈을 뜯어 낼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해두죠.”
피식.
이용문 회장은 또다시 헛웃음을 내뱉었다.
처음과는 다른 의미의 웃음.
이내 그는 표정을 굳힌 채 뚫어지게 나를 쳐다봤다.
“이로서 확실해졌군.”
“…….”
“자넨 절대 적으로 만들어서는 안 되는 인물이라는 것 말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