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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3화 (3/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03화

“기다리는 동안 탈레스에서 올린보고서를 봤습니다. 우연히도 마침 제게 해결방법이 있기에 제안서를 작성해 본 겁니다.”

진 회장의 시선은 곧장 자신의 책상으로 향했다.

이미 검토가 끝난 서류였던 건가.

그의 관심은 다시 내가 내밀었던 제안서로 향했다.

“이게 사실이야? 미군의 열화우라늄탄보다 관통능력이 20퍼센트나 높다고?”

“그렇습니다.”

“너 이게 뭘 의미하는 줄은 알고 하는 소리야? 관통능력이 20퍼센트 상승하면 현존하는 전차들은 죄다 고철 덩어리가 돼.”

“제가 설마 그걸 모르겠습니까? 한 가지 더 염두에 두셔야 할 점은 생산단가도 기존 텅스텐 탄자보다 저렴하다는 겁니다.”

“미친! 단순히 소재를 바꾸는 것만으로 그게 가능하다고?”

“그게, 말씀처럼 그리 단순하지는 않습니다. 소재가 바뀌면 다중소결 방식도 개선해야 하니까요. 요점은 바로 그 것이죠.”

“…….”

진 회장은 멍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예상했던 반응이다 싶던 순간 그가 난데없이 나를 노려봤다.

“이제 하다하다 기술도둑질까지 하는 거냐?”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뭘 못 알아들은 척이야! 너 한동안 출장을 핑계로 해외로 나돌아 다닌 걸 내가 모를 것 같아? 그 마당에 독일 외에는 엄두도 못 내고 있는 합금기술을 턱 하고 내놓으면 결론은 뻔한 것 아니야?”

현승이가 해외를 돌아다녔다는 것은 기억에 없는 사실이었다.

아니, 워낙 뒤죽박죽인 터라 어쩌면 내가 풀어내지 못한 걸지도 모르지.

그렇다곤 해도, 자식을 고작 산업스파이 짓이나 할 놈쯤으로 여기는 진 회장도 참 대단하다고 밖엔 할 말이 없다.

“오해가 있으신 모양인데, 전 그런 짓을 할 만한 능력이 없습니다. 더군다나 그건 독일의 방식과는 접근방법 자체가 다르고요.”

“…….”

끝내 믿지 못하는 눈초리였다.

증명할 방법은 하나뿐.

마침 진 회장의 책상 옆에 있던 팩스가 눈에 띄었다.

“좋습니다, 그럼 이걸 탈레스연구소에 보내도록 하죠. 그곳 선임연구원들 정도면 이게 독일의 방식인지 아닌지 정도는 구분이 가능할 테니까요.”

진 회장은 내 행동을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다.

이후 팩스가 성공적으로 발송된 것을 확인한 그는 인터폰을 통해 비서를 호출했다.

“탈레스연구소의 명승은 소장에게 방금 보낸 팩스내용 좀 확인하라고 해. 최대한 빨리 검토하고 다시 전화를…….”

“누구라고요?”

왠지 낯익은 이름이었던 터라 나도 몰래 언성이 높아졌다.

고개를 갸웃한 진 회장이 비서를 향해 서두르라는 듯 손사래를 치곤 다시 나를 쳐다봤다.

“뭘 그렇게 놀라? 네 스승이 직접 검증을 한다니까 불안해지기라도 한 거야?”

역시나 잘못 들은 것이 아닌 모양이었다.

하지만 왜?

역사대로라면 평생을 KAIST에서 연구에만 전념했던 내 스승이. 아니 현승이와 나의 스승이 왜 생뚱맞게 탈레스에 소속되어 있는 건지 의문이다.

“명 교수님이 언제 탈레스로 이직을 하셨죠?”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야? 네가 3년 전에 반강제로 끌고 왔다시피 해놓고는.”

순간 뭉쳐진 기억의 고리 중 하나가 풀리며 몇몇 장면이 뇌리를 스쳤다.

지금으로부터 3년 전.

무릎을 꿇어가면서까지 명 교수의 영입에 노력했던 놈의 모습.

변변치 않은 자신의 기반을 그렇게라도 해서 끌어올리려고 싶었던 모양인데, 나로선 놈의 처절한 몸부림이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그런데 왜 역사가…….”

퍼뜩 진 회장을 쳐다봤다.

홀로 중얼대는 내 상태가 의심스러웠던 듯 쳐다보는 눈빛이 꽤나 매서웠다.

“너 혹시 요즘 마약 같은 것에도 손을 대는 거냐?”

“그럴 리가요.”

“그럼 왜 네가 한 일도 기억을……. 됐고, 아무튼 네 말의 진위 여부는 명승은 소장이 판명을 해 줄 거다.”

이후, 진 회장과 나 사이에선 침묵이 감돌았다.

파탄 난 부자 관계에서 오는 어색함.

한 40여 분쯤 지났을까, 드디어 비서실 직원이 문을 열고 들어섰다.

“회장님! 명승은 소장님께서 통화를 부탁해왔습니다.”

비서의 전언에 진 회장이 즉시 책상으로 향했다.

말은 박하게 했어도 표정에서만큼은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는 상태.

그런 면에서 보면 그도 아직은 현승이를 마음속에서 완전히 밀어낸 것은 아닌 모양이다.

“……그런가. 알겠네. 그래. 그런 건 묻지 말고. 명 소장 자네가 보기엔……. 아니, 그래서 결론이 뭔데?”

진 회장은 통화를 하는 내내 나를 힐끗힐끗 쳐다봤다.

곧 전화를 끊고 다가오는 그의 표정에서 누명이 벗겨졌음을 확신했다.

“당최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알 수가 있나. 너, 대체 이걸 어디에서 구한 거야?”

“그동안 동기들과 교내 연구소를 빌려서 진행했던 연구과제 중 하나였습니다.”

“이걸 네가 개발했다고?”

불신은 좀처럼 삭혀지지 않았다.

그 또한 공학자로서의 현승이가 어느 정도의 수준인 것쯤은 알고 있었을 것임에도.

이래서 한번 깨진 신뢰는 회복하기가 어렵다는 거다.

“아버지께선 제가 금속공학으로 박사과정까지 마쳤다는 것을 잊으신 겁니까?”

“누가 그걸 몰라? 하지만 저건 네 스승조차도 미처 생각을 못했던 방식이라고 하잖아.”

“명 교수님께서 생각을 못했다 해서 저도 못해야 한다는 법은 없죠. 외람된 말이지만 지식 평준화의 시대에서 신기술의 개발은 대부분 창의력에서 비롯됩니다.”

“…….”

“못 믿으시겠습니까? 그럼 제가 탈레스연구소에 있을 때 명 교수님보다 먼저 개발해낸 나노 크롬 화합물은 어떻게 설명 하실 거죠?”

실제로 현승이는 몇몇 연구과제에 있어서 명 교수보다 앞선 적이 있었다.

놈의 기억을 더듬다 우연히 찾아낸 건데, 지금 상황에선 그게 적당한 항의 수단이지 싶었다.

“이거 원…….”

진 회장은 손가락으로 연신 팔걸이를 두드렸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영원히 열릴 것 같지 않던 그의 입이 슬며시 말을 뱉어냈다.

“그래서, 뭘 어쩌겠다는 거야?”

“뭘 말입니까?”

“이런 큰 패를 그냥 내놨을 리는 없고, 뭔가 원하는 것이 따로 있을 것 아니야.”

그거야 당연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선 당장 수용 가능한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감조차도 오지 않는다.

“혹여 다시 탈레스로 복귀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그렇게 해 주지. 대신 구매팀장 이상의 직책은 줄 수 없어.”

다행히 그가 먼저 확실한 상한선을 제시했다.

문제는 구매팀장이라는 자리가 회사의 정책 방향을 전혀 관여할 수 없는 위치라는 것.

왠지 핀트가 엇나가고 있는 느낌이다.

“개발팀장 자리를 주십시오.”

“뭘 달라고?”

진 회장은 어림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젠장, 성질 같아선 차라리 독립을 하고 싶다만 군수산업의 인프라 구축이 어디 하루 이틀 사이 가능한 것이어야지.

인력, 설비. 그리고 자본금까지.

그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주 고객이 군이라는 것인데, 이제 막 설립된 신생 방산 업체가 군의 신뢰를 얻는다는 것은 사실상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즉, 무슨 수를 써서라도 탈레스를 손에 넣는 편이 내 계획을 이루기 위한 지름길이라는 소리지.

“왜 하필 개발팀장을 원하는 것인지나 물어보자. 솔직히 네 입장에선 구매팀장 자리가 더 구미가 당길 텐데? 그래야 몰래 빼먹을 것도 좀 생길 테고.”

“착각하고 계시는 군요. 애초 돈이 목적이었다면 차라리 저 기술을 다른 곳에 팔아버렸을 겁니다. 아마 LIC넥스윈 정도라면 꽤 후한 값을 쳐줬겠죠.”

“…….”

순간 날 선 시선이 날아왔다.

끝까지 피하지 않자 잔뜩 힘이 들어갔던 그의 미간이 슬며시 풀린다.

“아침부터 뭘 잘못 먹은 거야?”

“무슨 말씀이십니까?”

“네놈답지가 않잖아. 평생 피하기만 하던 애비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대드는 것도 그렇고, 언제 지금처럼 딱 부러지게 소신을 밝힌 적이 있었어?”

“죽을 뻔했다가 살아나고 보니 철이라도 든 모양이죠. 실은 문득 거울을 보다가 이대로 객사하면 기분이 더러울 것 같다는 생각은 했습니다.”

진 회장은 헛웃음을 뱉어냈다.

시답지 않았던 내 대답이 그저 농에 불과하지만은 않다고 느낀 걸까, 어느새 표정도 전보다는 한결 풀어져 있는 느낌이다.

“그렇게까지 탈레스를 고집한다는 건, 이제 네 형은 신경 안 쓰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되는 거냐?”

그 말을 듣자 기억의 고리가 또 하나 풀렸다.

현승이의 이복형이자 탈레스의 전무이사인 진현철.

그리고 현승이에게는 늘 목에 가시 같았던 존재.

맞아, 그놈이 탈레스에 있었지.

“상관없습니다.”

심드렁하게 대꾸하곤 차를 홀짝였다.

현승이라면 몰라도 내가 놈을 두려워 할 이유는 없으니까.

의외의 대답이었는지 진 회장이 눈을 반짝였다.

“좋아, 그런 각오라면 나도 밑지는 셈 치고 한 번만 더 믿어 보도록 하지.”

작심하듯 말한 그는 곧장 시계를 쳐다봤다.

딜이 성사됐으니 이젠 나가보라는 의미.

어차피 나도 목적은 이뤘으니 이 불편한 분위기에 계속 매몰되어 있을 생각은 없다.

“그럼 저는 주변 정리를 하고 있겠습니다.”

똑똑!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저 왔습니다, 아버님.”

곧이어 문을 열고 들어선 자는 다름 아닌 진현철.

내긴 그리 익숙하지 않았던 얼굴이었건만, 희한하게도 놈을 알아보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오랜만이군요.”

“그래, 오랜만이다. 복귀를 한다고?”

“…….”

“문밖에서 기다리다가 들었다. 너도 알다시피 아버님 집무실의 방음 상태가 영 엉망이잖아?”

“글쎄요, 제 경험에 의하면 문에 아예 귀를 대고 있지 않고서는 소리가 새어 나오지는 않던데요?”

“짜식, 따지는 건 여전하구나. 아무튼 축하한다. 안 그래도 탈레스에 요즘 쓸 만한 인재가 없어서 고생하고 있었는데 잘됐네.”

호인이다 싶은 미소와는 달리 눈 밑 주름이 잔뜩 성을 내고 있었다.

아무리 포장하려 해도 본심은 숨길 수가 없는 거지.

저런 놈을 상대했었던 것이 또 언제였더라?

왠지 앞으로가 꽤 재미있어질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럼 전 이만…….”

***

“이게 마지막 자료입니다. 상무님.”

인사발령을 기다리는 일주일간은 거의 지옥과도 같았다.

동네 마트도 아닌, 거대 그룹 전체의 사업 현황과 재무제표를 확인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니까.

그나마 ADD에서의 경험을 통해 쌓인 노하우가 있었기에 다행이지, 경영에 대해 전혀 모르는 입장이었다면 아마 눈이 돌아가도 몇 번은 돌아갔을 거다.

“수고했어요, 김 비서. 이만 퇴근해도 좋습니다.”

“상무님께서 아직 업무 중이신데 그럴 수는 없죠. 참, 방금 확인한 건데, 올 1분기에 재우그룹의 재계 순위가 27위로 뛰어올랐네요.”

“그건 재우그룹이 성장을 해서가 아니라 전대미문의 경제위기를 버티지 못한 다른 기업들이 몸집을 줄인 결과입니다.”

“아…….”

“미안한데, 퇴근 안 할 거면 거기 있는 서류들이나 좀 건네줄래요?”

그녀는 눈을 반짝이며 서류뭉치를 건넸다.

계열사 총람.

아마 한동안은 이것만 파고들어야 그나마 답이 좀 나올 거다.

“흠…….”

이 시대의 재우그룹은 총 7개의 계열사만을 보유 중이었다.

돈이 된다면 닥치는 대로 덤벼들던 다른 대기업들과는 확실히 차별된다고 할까.

더군다나 이 어려운 때에도 대부분이 흑자경영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진 회장의 수완이 남다르기는 한 모양이다.

“건설과 의료재단을 제외한 유통과 보안 관련 업체들은 올 1분기에 다시 흑자로 돌아섰군요. 뭐 이건 됐고, 재우그룹 소속 방산계열사들과 관련된 것들만 따로 좀 추려 주세요.”

사실 내게 있어 건설과 유통, 그리고 의료재단의 동향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단 하나의 품목만 제대로 개발해도 부가가치 창출이 어마어마할 방산과 소재 분야를 두고 굳이 그런 것들까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을까.

특히나 막대한 비리의 온상이 될 건설과 경제변화에 민감한 유통의 경우는 만약 내가 회장 자리에 오른다면 정리대상 일 순위가 될 거다.

“여기 있습니다.”

김 비서가 가장 먼저 들이민 서류들은 ‘재우디펜스’와 관련된 것들이었다.

재우그룹 소속 3대 방산분야 계열사 중 하나이며 진현필 회장이 실질적인 컨트롤 타워를 맡고 있는 곳.

어차피 디펜스의 주력이 전차와 자주포 같은 기갑 분야라는 것쯤은 익히 알고 있던 사실이고.

주로 관심을 가지고 살핀 것은 어떻게 농기계 따위나 만들던 회사가 고작 10년 만에 대형 중공업 회사로 성장이 가능했느냐는 부분이었다.

“대체 합병을 몇 번이나 한 거야.”

결과는 의외였다.

무려 다섯 차례에 걸친 M&A.

게다가 매번 자기보다 덩치가 큰 회사를 흡수한 것으로 되어 있는데, 왠지 정상적인 것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진 회장의 로비 능력이 어마어마했던 모양이군.'

아무리 봐도 권력의 힘이 자본 시장의 법칙을 눌렀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합병 대상들이 부채에 찌든 부실기업들이었다면 몰라도, 대부분은 견실한 업체들뿐이었으니까.

뭐 지금 상황에서 그게 중요할까 만은 씁쓸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다음 서류는 에어로스페이스 관련 문건입니다.”

“고마워요.”

에어로스페이스는 항공관련 업체였다.

애초 전투기의 창정비를 위해 설립됐지만, 지금은 각종 항공기의 엔진을 라이선스 생산하는 업체로 발돋움한 곳.

이변이 없다면 미래엔 대한민국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4.5세대 전투기의 핵심 협력업체 중 하나가 될 곳이기도 하다.

“후우, 이제 탈레스 하나만 남은 건가요?”

탈레스는 내가 곧 입사할 곳이자 최우선적으로 손에 넣어야만 하는 회사다.

가장 큰 이유는 재우탈레스가 바로 재우그룹의 핵심이자 지주회사기 때문에.

결국 탈레스를 장악하면 디펜스와 에어로스페이스는 자연스레 내 손에 넣게 되기에 애초부터 그곳을 목표로 한 거였다.

“최근 개발 진행 중인 품목의 보고서는 어디에 있죠?”

탈레스가 중요한 두 번째 이유는 바로 파이프라인이 어마어마하다는 것 때문이었다.

고작 포탄이나 화약, 또는 여타 무기제작에 필요한 소재들을 생산하는 것이 뭐가 대단하냐고 말할지는 몰라도, 실은 그 기반들이 바로 무기 시장에서는 빼 놓을 수 없는 축이며 거대한 성장 동력이기도 하다.

“와! 상무님도 이것 보셨어요? 탈레스의 매출이 다른 곳들보다 월등히 높은데요?”

“당연한 겁니다. 소재 없이 무기가 만들어지지는 않으니까. 더군다나 무기소재들의 부가가치는 엄청나거든요.”

“그래서 상무님이 그렇게 탈레스를 고집하셨군요.”

그녀는 진심으로 감탄했다는 투였다.

무심히 흘려넘기고 페이지를 넘기려는데, 문득 탈레스의 재무제표에서 조금 독특한 점들이 눈에 띄었다.

“탈레스가 R&D에 책정한 금액이 왜 이 모양인 겁니까?”

“저도 이상해서 확인을 해 봤는데요. 최근 발주된 사업들 대부분이 정부 주도 장기 프로젝트들뿐이라서 그렇다고 합니다.”

쉽게 말해 아직 물건이 납품 되지 않아서 대금을 못 받았다는 거다.

대금을 못 받았으니 당연히 R&D에 투자할 돈이 없는 거고.

그렇다곤 해도 고작 400억에 불과한 R&D 투자 금액만으로 새로운 무기 개발을 한다는 건 한계가 있다.

'아무리 봐도 최소 반년 후까지는 목돈이 들어올 구석이 없어 보이는데. 쯧, 상황이 이러면 지금 진행 중인 신형 철갑탄 개발의 성공 여부가 더 없이 중요해진 건가?'

그나마 전차 포탄은 개발과 동시에 양산이 가능한 품목이기에 자금의 회전율이 빠르다.

그게 결국엔 개발자금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의미.

어떻게든 이 프로젝트를 성공시켜야 할 이유가 하나쯤은 더 생겨난 셈이다.

“어!”

그때, 갑자기 김 비서의 휴대폰이 진동했다.

통화버튼을 누름과 동시에 나를 향해 지어지는 환한 미소.

굳이 듣지 않아도 내용을 알 것 같았다.

“실장님! 내일부터 바로…….”

“표정만 봐도 알겠네요. 이제 김 비서도 각오하는 것이 좋을 겁니다. 진짜 고생문이 열릴 테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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