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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세계의 귀환자-222화 (222/225)

외전 14

<아니……?!>

용황제는 자신이 인식하지도 못한 찰나에 공격을 받았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쾅!

뒤이어 강렬한 발차기가 그의 몸통을 때렸다.

<크악……!>

일격에 허공장을 뚫어버리는 발차기였다.

충격이 몸통을 관통, 몸통뼈와 내장을 모조리 박살 내고 그 뒤쪽에서 폭발했다.

-빙설의 나선!

용황제가 몸을 재생하면서 동시에 반격했다.

극저온의 냉기 파동이 나선을 그리면서 용우에게 날아들었다.

“냉기로 해보자고?”

용우는 방어조차 하지 않았다.

일순간에 거대한 빙산을 만들어낼 수 있는 냉기 공격이었지만, 용우에게 다가가는 순간 네뷸라에 흡수되어 사라져 버린다.

<말도 안 돼……!>

용황제는 자기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차라리 힘으로 압도당했다면, 혹은 뭔가 기기묘묘한 기술을 썼다면 납득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별의 돌-빙설을 가진 자신이 발한 냉기 공격을 흡수해 버리다니?

“하찮다.”

-빙결폭(氷結爆)!

용우가 손가락으로 용황제를 가리키자 한줄기 광선이 그를 강타했다.

한없이 절대영도에 가까운 냉기 파동이 폭발하면서 그를 얼려 버린다.

<이럴, 리, 가…….>

얼음 기둥으로 변해 버린 용황제는 경악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별의 돌-빙설에서 비롯되는 권능이 전혀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냉기 현상에 대한 지배권이 완벽하게 용우에게 쥐어져 있는 것이다.

<그, 렇다, 면……!>

용황제의 몸에서 불꽃이 일어났다.

그를 가둔 얼음이 일순간에 증발하면서 대량의 수증기가 폭발한다. 그 속에서 청색의 불덩어리가 용우를 향해 쏘아져 나왔다.

“얼음 다음에는 불꽃인가?”

하지만 마찬가지였다.

용우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불꽃이 모조리 네뷸라로 빨려 들어갔다.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쓴다는 말이 딱 맞는군.”

아까 전까지의 용우와, 네뷸라를 쓰는 용우는 그야말로 천지 차이다.

‘이놈들의 마법은 응용폭은 넓은 편이지만 한계가 명확해.’

사실 용우는 별의 돌-새벽만으로도 용황제를 쓰러뜨릴 자신이 있었다. 위험부담을 질 이유가 없었기 때문에 확실한 수단을 택한 것뿐.

용황제는 전력을 다할 기회가 없었기에 자신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잘 모른다. 힘의 한계를 모른다는 것은 즉 그 힘의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의미다.

“넌 정말 오만한 놈이군. 그래서 나태하고.”

<뭐라고? 짐이 나태하다고?>

용황제가 분노했다.

스스로의 오만함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자신은 분명 오만했다. 그리고 오만할 자격이 있는 존재였다.

눈앞의 적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분명 그랬다.

하지만 나태했다니?

신들의 유산을 계승한 후로 인류를 구원하겠다는 단 한 가지 목적만을 보며 달려온 인생이었다. 단 한 순간도 허투루 쓰지 않았고, 게으름 피우지도 않았다.

그런 자신에게 나태하다고?

“그래. 바쁘게, 열심히 산 것 같기는 한데… 그렇다고 해서 나태하지 않았던 건 아니지.”

용우의 말에 용황제가 격노하며 힘을 쥐어짜낸다. 그의 주 무기라고 할 수 있는 광휘의 권능이 일어나 별을 뒤흔들 파괴력으로 뻗어나간다.

하지만 소용없다.

지금 용황제가 발한 공격은 지구의 전략핵을 능가하는 위력이었다. 종말급이라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마법이다.

그럼에도 아무런 결과도 낳지 못한다.

용우에게 다가가는 순간, 네뷸라에 빨려 들어가 소멸했을 뿐이다.

<이럴 수가… 이럴 리가 없어!>

용황제는 악몽을 꾸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별의 돌이, 하나를 손에 넣은 것만으로도 그를 이 세계 최강자로 만들어주었던 신의 권능이 이토록 철저하게 무력할 리가 없지 않은가?

“너는 재앙의 악마를 두렵다고 말하면서도, 그들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진 않았어. 정말 두려워하긴 했나? 그들이 나타나도 나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서야 자기 전력이 어느 정도인지도 모르고 살 수가 없잖아?”

용황제는 끝없이 더 큰 힘을 갈구해 왔다.

하지만 이미 손에 넣은 힘이 어느 정도인지, 그 힘에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잠재되어 있는지 탐구하는 일에 소홀했다.

“자기 한계를 모른다는 건 벽에 부딪친 경험이 없다는 거지. 벽에 부딪친 적이 없으니 어떻게 뛰어넘을까 궁리해 본 경험도 없어. 그러니까 이렇게 한심한 꼴일 수밖에.”

궁리한 적이 없으니 자기 힘의 본질을 모른다. 따라서 그것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에 대한 연구도 없었다.

물론 용황제가 무능한 것은 결코 아니다.

그는 본래부터 마법에 뛰어난 재능을 가진 자였고, 별의 돌을 손에 넣은 뒤로는 대마법사의 경지에 올랐다.

하지만 그가 힘을 활용하는 방식은 기존 마법의 한계에 갇혀 있었다.

별의 돌이라는, 신적인 권능의 산물을 가졌으면서도 그 권능을 해체하고 연구해서 마법의 영역을 넓히지는 않았다.

용황제의 노력은 철저하게 더 강대한 힘을 손에 넣는 것에만 치중되어 있었다.

그 노력으로 수백 명의 드라칸을 만들었고, 그 드라칸들을 제물로 써서 일시적으로나마 한계를 초월한 힘을 갖게 된 것은 대단하다고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그뿐이지. 아무리 큰 힘을 가졌다고 해도, 그 힘을 제대로 쓸 수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지?”

<웃기지 마라……!>

용황제를 미친 듯이 공격을 퍼부었다. 초당 수십 발이나 폭발하는 에너지의 향연은 이 별의 인류 문명을 멸망시키고도 남을 위력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표적에 도달하지 못한다. 아무것도 부수지 못하고 공허에 삼켜져 사라져 버린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용황제는 자신이 처한 현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공격이 전혀 먹히지 않는다.

뭘 해도 용우가 한발 앞서서 그 공격을 무력화해 버리고 있다.

용황제는 별의 운명을 결정할 마력을 가졌다. 그 마력으로 인해 신체 능력이 어마어마하게 상승해 있었다.

뿐만 아니다. 거기에 신체 능력을 더욱 상승시키는 각종 강화마법을 걸었고, 가속마법으로 사고속도와 반응속도를 극한까지 가속시키기까지 했다.

<설마 예지능력이라도 있는 건가?>

그런데도 용우는 그가 하는 모든 행동을 사전에 파악하고 봉쇄해 버리고 있다.

이 세계의 마법으로는 도달 불가능한 영역, 미래를 읽는 예지의 힘이 작용하지 않고서야 그럴 수가 있겠는가?

“예지능력이라. 내 동료 중에 가진 놈이 있긴 하지.”

용우가 피식 웃으면서 공격을 가했다.

쾅!

충격이 용황제를 관통한다.

<크악……!>

용황제가 정신없는 상황 속에서도 반격을 가한다.

투학!

그러나 반사적으로 반격하는 순간, 기술이 완성되기 전에 용우의 공격이 꽂힌다.

쾅!

용황제가 뭘 하려고 해도, 뭔가 결과를 내기 전에 저지당한다.

주먹을 뻗기 전에, 마력을 모으기 전에, 마법을 발하기 전에…….

용황제는 정말로 아무것도 해보지 못하고 농락당하고 있었다.

용우에게 예지능력이라도 있지 않고서야 이럴 수 있단 말인가?

“생각이 줄줄 새어나오는군. 텔레파시가 주체가 안 되는 모양이야.”

용황제는 갑자기 수십 배로 커진 마력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다. 타격을 받고 정신이 흐트러질 때마다 생각하는 게 줄줄 텔레파시로 흘러나온다.

“안쓰러울 정도군.”

용우가 쿡쿡 웃었다.

용황제가 이런 식으로 농락당하는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속도 차이였다.

이 세계의 마법에는 시공간에 간섭하는 계통이 없었다.

텔레포트조차도 마왕의 권능에 기대고 있을 뿐, 마법사 개인의 성취가 아니었다.

따라서 용황제의 가속마법은 어디까지나 신체 능력을 상승시키고, 사고속도를 빠르게 하는데 그치고 있다.

시공간 간섭으로 초가속에 들어간 용우가 보기에는 하품 날 정도로 느릴 수밖에 없었다.

“이제 더 보여줄 것도 없어 보이니까, 그만하지. 마무리는 특별히 네가 추구하던 방식으로 해줄까?”

그리고 용우의 마력이 해방되었다.

<……!>

일순간 용황제의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해 버렸다.

자신이 일생을 걸고 추구해 왔던 것이 눈앞에 있었기 때문이다.

세계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절대적인 힘!

<재앙의 악마가 이토록 강했단 말인가……?>

용황제는 자신이 떨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 그만큼 그의 의식은 용우가 드러낸 마력에 사로잡혀 있었다.

이 순간, 대륙의 모든 마법사가 이 힘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자신들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 세계의 운명이 결정됨을 알고 공포에 사로잡혔으리라.

<그럴 리가… 그렇다면 신들이 막을 수 있었을 리가 없다!>

만약 용우가 재앙의 악마라면, 용황제의 계산은 하나부터 열까지 철저하게 틀렸다는 뜻이다.

지금 용황제가 느끼는 힘은 도저히 대적할 엄두가 안 나는 수준이었다. 설령 별의 돌 일곱 개를 전부 모은다고 해도 용우의 발치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다.

“그렇겠지.”

사실 용우가 지금 개방하고 있는 마력도 전혀 전력이 아니었다.

굳이 영적 자원을 소모해 가며 구세록의 힘이나 왕의 권능을 끌어올 것까지도 없다. 시청자, 오버마인드, 크록시아를 멸살시키면서 얻은 새로운 힘도 마찬가지다.

그저 궁극의 융합체-네뷸라를 쥔 상태에서 발휘할 수 있는 전력의 2할을 개방한 것만으로도 용황제는 전의를 상실하고 말았다.

“이제 네가 필요 없는 세계를 만들어주지.”

<뭐라고? 그게 무슨 소리지?>

“보면 안다.”

용우가 웃었다. 잔인한 악의가 담긴 웃음이었다.

“일단 달부터 처리할까?”

용우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순간 주변의 풍경이 바뀌었다.

“어?”

엘리가 놀라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사막 한복판이었는데, 갑자기 주변이 광활한 어둠으로 변해 버렸다.

“여, 여긴 어디죠?”

“우주. 너한테는 세계의 바깥이라고 하는 게 더 알기 쉬울까?”

용우와 엘리는 달의 지표면에 내려섰다.

지구의 달과 마찬가지로 호흡할 공기가 없었지만 엘리는 아무런 불편을 느끼지 못했다. 고작 이 정도로 생명을 위협당한다면 일찌감치 용우와 용황제가 벌이는 전투에 휘말려서 죽었을 것이다.

‘확실히 이 세계는 지구와 닮았군. 인간과 닮은 유사인류가 있는 것도 그렇고, 일종의 평행세계 같은 관계인가?’

용우는 달의 지표면에서 엘리의 세계, 지구와 놀랍도록 닮은 행성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엘리의 고향 행성과 달은, 용우 입장에서 보면 지구와 달의 복사판 같았다.

물론 생태계가 다르고, 문명의 형태가 다르고, 대륙의 수와 모양도 다르다. 하지만 행성의 크기, 달의 크기, 행성과 달의 거리는 거의 똑같았다.

용우는 엘리를 데리고 달의 한 지점으로 향했다.

항상 엘리의 고향 행성이 보이는 위치에 거대한 괴물의 석상이 있었다.

“이건 뭐죠?”

“놈이 말한 재앙의 악마.”

키가 50미터도 넘는 거대한 석상이었다.

머리는 괴물이었지만 몸이나 팔다리는 인간과 닮은 윤곽을 갖고 있었다.

용우는 이 석상 속에 거대한 힘을 지닌 영혼이 갇혀 있음을 감지했다.

‘특이한 봉인이군.’

용우가 아는 봉인은 지정한 대상을 별개의 시공간에 격리시키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 봉인은 대상의 신체를 석화시킴으로써 신체 활동은 물론이고 사고 활동까지, 나아가서는 영적 활동까지 완전히 동결시켜 버리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영적 활동에 대한 동결력은 약해지는 것 같군.’

평범한 인간이라면 신체가 석화된 시점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그러나 강대한 권능을 지닌 존재라면 영적 활동이 가능해진 시점에서 신체의 석화 상태를 깨버릴 수도 있었다.

그 외에는 외부의 충격으로 석화된 몸이 부서질 경우에도 봉인이 깨진다. 하지만 석상 주변에는 태양빛을 에너지원으로 삼아 유지되는 강력한 결계가 구축되어 있어서 우주에서 날아드는 운석 등을 비껴내게 되어 있었다.

‘이대로 가면 봉인이 깨지기까지는 800년쯤?’

용우가 석상을 분석해서 얻은 자료를 입력하자, 구세록이 순식간에 분석을 완료해서 답을 알려주었다.

‘당장 멸망할 가능성을 걱정하기에는 너무 먼 세월이군.’

물론 용황제는 이런 정보를 알 수 없어서 불안해한 것이었지만 말이다.

<무슨 짓을 하려는 거냐? 설마……?>

용우는 용황제를 내버려두고 엘리만 달에 데려왔다.

하지만 용황제는 달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 있었다. 용우가 굳이 텔레파시로 전달해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만둬라! 달에 봉인된 것은 파괴신 다우바! 그가 깨어나면 모든 것이 멸망한다!>

“그렇게 겁먹을 정도로 무서운 놈도 아니야.”

용우는 피식 웃으며 검을 휘둘렀다.

쾅!

50미터를 넘는 거대한 괴물의 석상, 파괴신 다우바의 봉인이 터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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