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세계의 귀환자-220화 (220/225)

외전 12

“크으으윽!”

용황제가 신음했다.

뇌전 에너지탄은 한 발, 한 발이 아까 전의 뇌전 구체의 몇 배에 달할 정도로 강력했다. 그런 것이 48발이나 일제 발사되었으니 용황제도 부하들까지 지키기 위해서는 큰 힘을 써야 했다.

후우우우우……!

그 앞에서 광풍이 불어 닥치며, 용황제의 마법이 일으킨 흙먼지를 걷어낸다.

그 속에서 걸어 나온 용우의 몸이 푸른빛에 휘감겼다.

-워 드레스!

어비스에서 개발된 마력 증폭기가 전개되면서 용우의 마력이 더욱 강력해졌다.

용황제가 그런 용우를 향해 마법을 전개했다.

-대지의 군세!

그러자 모래와 암석으로 이루어진 인형 천 개가 나타나 용우를 덮쳤다.

용우가 그들을 보며 손을 뻗었다.

-용의 포효!

그러자 그 방향을 향해 집중된 폭음이 터져 나갔다.

어마어마한 폭음이었다. 앞에 있는 모든 것을 분쇄해 버릴 만한 음파 공격!

콰아아아아아!

용황제가 불러낸 모래와 암석의 인형들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음……!”

용황제가 음파 공격을 막아내면서 인상을 찌푸렸다.

마력이 막강해진 만큼 그의 허공장도 막강해졌다. 지금의 그라면 아무런 대비 없이 대마법사가 혼신의 힘을 다한 일격을 맞아도 멀쩡할 것이다.

그런데도 용우의 공격에는 목에 칼이 날아드는 것 같은 위기감이 느껴진다.

‘놈이 계속 공격하게 놔두면 안 된다.’

단발성 공격만으로도 이 정도 위력이다. 여유를 갖고 마력을 모으면 어떤 공격이 날아들지 예측할 수가 없었다.

-불꽃의 마검군단!

용황제의 오른편에 무수한 불꽃의 검이 나타났다.

-출진!

용황제가 1만 개가 넘는 불꽃의 검을 쏘아냈다. 일제히 쏟아지는 그것은 그 자체로 항거할 수 없는 재앙처럼 보였다.

콰콰콰콰콰콰!

불꽃의 검이 용우가 있는 자릴 휩쓴다.

하나하나가 도달할 때마다 화염 폭발을 일으키고, 그렇게 발생한 폭염이 하나로 뭉쳐지면서 거대한 소용돌이를 일으켰다.

사막의 모래 알갱이들이 그 열기를 버티지 못하고 기화된다. 수만 도에 달하는 초고열이 그 자리를 불태우고, 그 여파로 반경 수 킬로미터가 지옥으로 화하고 있었다.

용황제는 그것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천상의 위엄!

용황제의 양손 사이에 초고열이 응축된 빛의 구체가 형성되었다.

그가 양손을 회전시키며 내밀자 그것이 소용돌이 형태로 풀어져 나가면서 용우가 있는 지점을 강타했다.

콰아아아아아!

눈이 멀어버릴 것 같은 섬광이 연달아 폭발하면서,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소멸해 버릴 열과 압력이 휘몰아쳤다.

지금 용황제가 발한 두 번의 공격만으로도 대륙 제일의 대도시, 벨다디아를 열 번은 초토화시키고도 남을 위력이었다.

하지만 용황제에게 있어서 이것은 어디까지나 견제에 불과했다.

그리고 마침내 용황제가 준비한 진짜 공격이 완성되었다.

-광휘의 심판자!

용황제가 하늘의 태양을 가리키며 마법을 발했다.

별의 돌 세 개의 권능이 연계되면서 마침내 신들조차 두려워할 재앙의 힘을 낳았다.

“맙소사.”

용황제의 힘에 보호받는 제국군이 신음했다.

태양이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둘로 분리되어서 하나는 천공에 머무르고 하나는 지상으로 떨어져 내린다. 적어도 지상에 있는 그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용황제가 담담하게 고했다.

“티끌이 되어 사라져라.”

빛이 폭발했다.

세상 그 자체를 지워 버릴 것 같은 빛이었다.

그 자리에 있는 자들 모두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

오로지 빛만이 그들을 지배하고 있었다.

영원히 계속될 것 같은 빛이었지만, 실제로는 찰나였다.

-천지를 가르는 빛!

일순간 주변이 캄캄해지면서 모든 것이 정지했다.

그리고 그 한복판을 가르듯이 날카로운 빛살이 뻗어나간다.

마치 산 저편에서 어스름을 찢으며 새벽을 알리는 태양빛처럼.

콰아아아아아!

한순간 정지했던 공간의 시간이 다시금 흐르면서, 세상 그 자체를 지워 버릴 것 같은 빛이 갈라진다.

그리고 용우가 모습을 드러냈다.

“마력이 나하고 대등한 수준이군. 대단한데?”

용우는 터럭 하나 상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정말로 감탄했다는 듯, 그러나 명백히 내려다보는 태도에서 나오는 용우의 말에 용황제의 눈이 치켜 올라갔다.

“죽음을 피하는 솜씨만큼은 쥐새끼 뺨치는 수준이로구나. 하지만 그게…….”

“성좌의 권능을 셋이나 갖고도 고작 그 정도밖에 안 되는 거군. 별의 돌이 다 하는 거고 네 본신 마력은 좁쌀만 하네.”

용황제가 움찔했다.

그 말은 단순한 도발이나 비아냥이 아니었다. 용황제 자신도 느끼고 있는 약점을 정확히 찌르고 있었다.

지금 용황제가 발하는 ‘전력’에서 그 자신의 본신 마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정말로 얼마 안 되었으니까.

물론 용황제의 본신 마력도 결코 약하지 않았다. 인세에서는 초인, 그중에서도 최강으로 불리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그의 적은 인세의 규격을 초월한 존재다.

“대충 네 한계가 어느 정도인지는 다 구경했으니 이제부터는 나도 무기 좀 써볼까?”

용우는 태평하게 말하며 허공에 손을 뻗었다. 그러자 아공간에서 별의 돌-새벽이 나타났다.

-형상변화!

별의 돌-새벽이 빛을 발하며 거대한 양손대검으로 변해 용우의 손에 쥐어졌다.

“설마…….”

그것을 본 용황제는 한 가지, 절망적인 가능성을 떠올렸다.

“이제까지는, 별의 돌을 쓰지 않았단 말인가?”

“그것도 몰랐어?”

용우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두 사람의 마력은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다.

즉 용우의 본신 마력과, 별의 돌 3개를 풀가동한 용황제의 마력이 대등한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지금의 용우는 회복을 끝낸 몸이다. 즉 어비스 종국의 힘을 되찾았기에 거의 종말의 군주와 필적하는 본신 마력을 지니고 있었다.

용황제 자신의 힘이 더 거대해지지 않는 한, 별의 돌 셋을 가져봤자 이 정도가 한계인 것이다.

“말도 안 돼…….”

용황제의 목소리가 떨려 나왔다.

“거짓말이다! 인간이, 별의 돌을 능가하는 힘을 가질 수 있을 리가 없다!”

파악!

순간, 용황제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짐의 팔이……!’

그가 부릅뜬 눈으로 소리가 난 쪽을 바라보았다. 왼팔이 잘려서 하늘로 날아오르고 있었다.

“믿든 말든 네 마음대로 해라. 네 마음가짐이 어떻건 정해진 결과가 변하진 않을 테니까.”

용우는 한 손으로 휘둘렀던 양손대검을 거두면서 말했다.

사박…….

그의 발이 뜨겁게 달구어진 모래를 밟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용황제는 그 소리에 움찔해서 한 걸음 물러났다.

그리고 그 사실에 수치심을 느꼈다.

“웃기지 마라……!”

용황제는 이를 악물었다.

“짐에게는 인류를 구원할 사명이 있다. 짐이 아니면 인류는 멸망하고야 말 터! 너 같은…….”

거기까지 말하던 용황제가 헉 하고 숨을 삼켰다.

“그렇구나! 네놈의 정체를 알았다!”

“뭔데?”

용우가 재미있다는 듯 묻자 용황제가 더없이 날카로운 눈으로 쏘아보며 말했다.

“별에 봉인되었던 재앙의 악마! 벌써 이 세상에 강림한 것인가?”

확신에 찬 용황제의 말에 용우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이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용우는 엘리를 바라보았다. 용우는 엘리와의 약속을 지켰다. 엘리는 이 전투가 시작된 이래 줄곧 용우와 용황제의 모습을 가장 잘 살필 수 있는 지점에 있었다.

용우와 눈이 마주친 엘리가 고개를 저었다. 그녀도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소리였기 때문이다.

“운명은 잔혹하군.”

그 앞에서 용황제는 자기 말에 도취되어 탄식하고 있었다.

“앞으로 백 년은 유예가 있으리라 생각했거늘. 짐이 일곱 개를 다 모으기도 전에 인류에게 종말의 시련이 내리는가.”

용황제의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언젠가 닥쳐올 거라고 생각했던 재앙이었다. 그래도 아직은 먼 훗날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아득한 고대, 신화가 현실이던 시절의 존재들이었으니까.

“짐의 예상이 너무 물렀구나. 하지만 짐은 늘 이 순간을 준비해 왔다. 단 한순간도 허투루 쓰지 않았노라!”

용황제가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이변이 일어났다.

“호오.”

용우는 흥미를 느꼈다.

지금까지의 용황제도 분명 이 별의 최강자였다. 그가 발한 공격은 전술핵을 능가하는 파괴력을 갖고 있었다. 그가 하고자 한다면 이 별의 생명을 몰살시키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리라.

하지만 그런 그도 용우의 적수가 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용우가 다른 장비는 일체 쓰지 않고 이 세계에서 얻은 별의 돌-새벽을 쓰는 것만으로도 그는 압도적인 열세에 처하고 말았다.

“내, 내 몸이……!”

“녹는다! 내가 녹고 있어! 아아아악!”

사막에서 비명과 절규가 메아리쳤다.

용우가 강제 텔레포트시킨 50여 명의 드라칸이 녹아내리고 있었다.

“폐하!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옵니까?”

장군 하나가 용황제를 보며 경악과 불신을 드러내었다.

그는 남들보다 뛰어난 정신력과 마법 실력의 소유자가 분명했다.

정신력이 뛰어나지 않다면 자신의 몸이 녹아내리는데 제정신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고, 마법 실력이 뛰어나지 않다면 녹아내린 동료들이 특정한 목적으로 정제된 마력 덩어리가 되어 용황제에게 흡수되는 것을 파악할 수 없을 테니까.

용황제는 그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이룰 수 없는 소망을 이룬다는 것은,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가능한 일이다.”

“그 말씀은, 설마…….”

“이 세계를 지키기 위해서다. 너희의 희생이 새로운 시대를 위한 초석이 되리라.”

“폐하! 당신이 어떻게 우리에게 이럴 수가 있는가?”

용황제의 대답으로 상황을 파악한 장군은 크나큰 배신감을 느꼈다.

그는 벨다드가 아직 왕국이던 시절에 용황제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대륙을 피로 물들이는 장대한 정복 전쟁을 함께했다.

용황제의 웅대한 야망을 선망하였고, 인류를 구원하고자 하는 숭고한 뜻을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충성의 대가가 육체는 물론이고 영혼까지도 인신 공양의 제물로 바쳐지는 것이라니!

“이 악마! 구세를 이야기하는 자가 어찌 이토록 사악할 수가 있단 말이냐!”

“얼마든지 원망해라. 인류를 구할 수 있다면 그 어떤 죄라도 짊어질 것이다.”

용황제는 오랫동안 충성한 신하가 원망과 저주의 말을 퍼붓는데도 흔들리지 않았다.

생명과 영혼, 이 세계에 의미를 부여하는 존재가 순수한 자원으로 변해 용황제에게 흡수된다.

이 자리에 있던 50명의 드라칸만이 아니다.

벨다드 제국의 지배계급은 드라칸뿐.

그 말은 용황제가 지난 세월 동안 무수한 인간에게 은총을 내려 드라칸으로 만들어주었다는 뜻이었다.

이 순간, 광활한 제국령 곳곳에서 천 명에 달하는 드라칸들이 녹아내리며 어마어마한 양의 영적 자원이 용황제에게 흡수되고 있었다.

구구구구구……!

사막이 진동한다.

처음부터 잡아먹기 위해 초인적인 힘을 부여해준 존재, 드라칸 천 명을 제물로 집어삼킨 용황제에게서 극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봐라, 엘리.”

용우는 용황제에게서 익숙한 모습을 보았다.

어비스에서 죽은 자의 영혼을 집어삼키며 강림했던 성좌의 아바타, 그리고 지구에서 구세록의 계약자가 변신했을 때의 모습이었다.

“저게 바로 네가 부르고자 했던 성좌의 화신이다.”

광휘, 빙설, 불꽃 세 가지 아바타의 모습이 환영처럼 떠올라 겹쳐졌다. 그리고 그 셋이 하나로 뭉뚱그려지며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해간다.

5미터에 달했던 용황제의 거구가 다시금 인간 사이즈로 축소되었다.

백색 바탕에 백금색의 문양이 들어간 갑옷이 용황제의 전신을 감싸고, 등 뒤에서 빛이 펄럭이는 망토처럼 분출되기 시작했다.

<네 오만에 감사하마, 재앙의 악마여.>

아까 전과는 격이 다른 마력을 뿜어내는 용황제가 용우와 마주섰다.

<이 자리에서 너를 막고, 구세의 첫 걸음을 내디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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