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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세계의 귀환자-219화 (219/225)

외전 11

용황제는 이 상황이 어처구니가 없었다.

별의 돌을 손에 넣어 인간을 초월한 후로 그에게는 적수가 없었다. 그가 위험을 느낀 것은 오직 마왕뿐, 마족조차 전혀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럼에도 그는 늘 힘에 대한 목마름에 시달리며 살았다.

누구도 모르는 잔혹한 진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언젠가 세계를 덮칠 파멸로부터 세계를 구하기 위해서는 더 큰 힘이 필요했다.

고대의 신들조차 저 아래로 굽어볼 수 있는, 진정한 의미에서 절대적인 힘이!

“짐이 하려던 일을 대신한 자여.”

용황제의 장대한 계획에는 66마왕의 박멸도 들어 있었다.

“짐의 수고를 줄여준 것에는 감사하지. 하지만 그대가 저지른 일은 용서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신기한 놈일세.”

용우는 용황제를 빤히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자기 수하들 박살 난 것에는 전혀 화가 안 나는 모양이지? 어차피 쓸모 있는 버러지와 쓸모없는 버러지로 나뉠 뿐 다 똑같다고 생각해서인가?”

“…….”

자신의 말이 무시당하자 용황제가 불쾌감을 드러내며 듯 용우를 노려보았다.

용우는 무시하고 손을 눈앞에 들어 올렸다. 그러자 손바닥 위에 별의 돌-새벽이 나타났다.

“이게 갖고 싶지?”

순간 용황제가 움직였다.

-광휘의 진격!

기습이었다. 황제라 불리는 자가 이렇게 행동하리라고는 누구도 몰랐으리라.

별의 돌-광휘에서 비롯된 권능이 그야말로 광속으로 용우를 쳤다.

-오버 커넥트!

그러나 용황제가 빛을 발하는 순간, 용우의 앞에는 시커먼 구멍이 열리고 있었다.

콰아아아아!

용황제가 발한 무지막지한 섬광이, 그의 머리 위에 열린 워프게이트를 통해서 그 자신에게 쏟아졌다.

“폐하!”

장군들이 당황했다.

황제가 서 있는 곳의 대리석이 그대로 녹아버릴 정도의 초고열 섬광이었다. 지옥 같은 열기가 주변을 불태우고 있었다.

“주변에 민폐가 너무 크군.”

용우가 중얼거렸다.

이대로 싸우면 황궁은 물론이고 이 도시 전체가 증발해 버릴 것이다.

용우는 민간인을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다. 제국군은 몰랐지만 용우는 싸우는 도중에도 이 황궁에서 일하는 비전투원들에게 피해가 갈 것 같으면 보호 스펠을 걸어서 인명 피해를 막고 있었다.

“으음……!”

섬광이 걷히며 용황제가 모습을 드러냈다. 부상은 없었지만 당황한 모습이었다.

용우가 물었다.

“여기 있는 전원이면 되겠냐?”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냐?”

“너 도와서 싸우다 죽을 놈들 명단은 이 자리에 모인 놈들이면 되겠냐고.”

“…….”

“그런 걸로 알도록 하지.”

용우의 모습이 사라졌다.

“아니?!”

용황제가 당황하는 순간이었다.

용우에게서 뻗어나간 빛이 그 자리에 모인 자들, 제국 최정예 병력들을 건드리기 시작했다. 뭔가 타격을 주는 게 아니라 그저 용우와 그들을 잇는 빛의 선이 그어질 뿐이었다.

그런데 그때마다 그 빛을 받은 자들이 사라진다.

‘강제 텔레포트!’

그 현상의 실체를 꿰뚫어본 용황제가 전율했다.

용우는 그들을 특정한 지점으로 텔레포트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대마법사들은 이미 몰살당했지만, 그들을 제외한 나머지도 하나하나가 전술병기라고 할 수 있는 드라칸들이었다.

그런 그들에게 동의 없는 강제 텔레포트를 거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용우에게는 너무나 쉬워 보였다.

순식간에 50여 명의 인원을 황궁에서 없애 버린 용우가 용황제에게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따라와.”

그가 허공에 시커먼 워프 게이트를 열고는 엘리와 함께 그 속으로 사라진다.

홀로 남겨진 용황제는 잠시 굳어 있다가, 이윽고 결심을 굳히고 그 뒤를 따랐다.

그가 워프 게이트를 넘자 그곳은 사막 한복판이었다.

‘놈은?’

용황제는 워프 게이트를 넘자마자 기습당할 것에 대비했다.

하지만 용우는 제국군과 좀 떨어진 곳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여기 정도면 피해를 신경 쓰지 않고… 아니, 쓰기는 써야겠지만 그래도 좀 편하게 싸울 수 있겠지.”

용우가 마음껏 힘을 발하면 이 별 어디에서 싸우건 간에 인류 문명은 끝장난다.

“덤벼봐.”

별의 돌-새벽을 아공간에 던져 넣은 용우가 용황제에게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도발했다.

“짐 앞에서 이토록 오만한 자는 오랜만에 보는군. 마왕 말고는 그럴 수 있는 자가 없었지.”

구구구구구……!

용황제가 노기 어린 표정으로 용우를 노려보며 마력을 개방했다.

3개의 별의 돌-광휘, 빙설, 불꽃이 빛을 발하며 그의 힘이 부하들과는 비교도 안 되는 수준으로 폭증한다.

냉기와 불꽃이 한 공간에 공존하면서 사막을 밝히는 광량이 눈이 아파서 직시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기 시작했다.

“짐에게 쓰러질 자여, 이름을 고하라.”

용황제가 천지를 경동시키는 힘으로 용우를 압박했다. 일반인이었다면 그 압박감으로 정신과 육체 양쪽이 짜부러졌을 것이다.

그러나 용우는 심드렁하게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엘리.”

심지어 용우는 용황제를 무시하고 엘리에게 고개를 돌렸다.

“이제부터 많이 번쩍번쩍 쾅쾅 하겠지만 네가 다칠 일은 없으니까 정신 차리고 잘 보고 있어라.”

용황제가 분노를 터뜨렸다.

“감히 짐에게 무례한 죄, 그 목숨으로 갚게 될 것이다!”

동시에 용황제의 모습이 변하기 시작했다.

“오호.”

용우의 눈이 빛났다.

인간의 모습이었던 용황제가, 자신의 부하들과 마찬가지로 드라칸으로 변하고 있었다.

투명한 빛을 발하는 백금색 비늘의 드라칸이었다.

평균 신장이 3미터 정도인 부하들과 달리 5미터에 달하는 거체였으며, 손에는 마력이 깃든 검을 들고 있었다. 용우가 쓰는 양손대검과 비슷한 크기였지만 5미터의 거구가 들고 있으니 일반 장검처럼 보인다.

용우는 그가 전투태세를 갖추길 끝까지 기다려 준 다음 말했다.

“준비 진짜 기네. 아직 더 기다려 줘야 하냐? 내가 너희 제국 신민이 아니라서 네놈의 지루한 의전을 존중해 줄 의무가 없는데?”

“사라져라.”

용황제는 가타부타 말하는 대신 검을 휘둘렀다.

-광휘의 선고!

검을 휘두른 궤적에서 발생한 빛이 전방을 집어삼켰다.

황궁에서 썼다면 황궁을 일순간에 날려 버렸을 위력의 대마법이었다. 그런 마법조차도 별의 돌 3개를 지닌 지금의 황제는 일순간에, 아무런 부담 없이 발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결과는 그가 생각한 것과는 전혀 달랐다.

“말도 안 돼!”

제국군 속에서 경악의 외침이 터져 나왔다.

-광휘포식자!

용우가 형성한 광점이, 용황제가 발한 거대한 빛을 빨아들여 소멸시켰다.

그리고 용우가 움직였다.

-에어 바운드!

쏜살같이 뛰어든 용우가 용황제에게 주먹을 내질렀다.

퍼어어어어어엉!

용황제가 그것을 막아내는 순간, 공기가 폭발하면서 충격파가 수백 미터 저편까지 내달렸다.

용황제의 거구가 공깃돌처럼 튕겨나갔다.

충격파에 휩쓸린 제국군의 상태는 심각했다. 전원 방어를 단단히 하고 있었음에도 부상자가 속출한 것이다.

용우가 느긋하게 손가락을 들었다. 그 위에 전격 에너지가 모이기 시작했다.

-구전광!

그리고 뇌전의 구체 5발이 용황제를 덮쳤다.

고작 5발이었다.

게다가 하나하나의 직경이 1미터 정도에 불과했기에 용황제는 가볍게 막아내고 반격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의 방어를 때린 뇌전의 구체가 폭발하는 순간, 용황제는 머릿속에 떠올렸던 모든 계획을 수정해야 했다.

꽈과과과과과……!

폭발 지점에서 수천 줄기로 갈라진 뇌광이 종횡무진 내달리며 반경 1킬로미터 공간을 찢어발겼다.

5발의 뇌전 구체가 차례차례 터지면서 충격파가 사방을 휩쓸었다.

부하들이 맞았다면 그 순간 세상에서 사라졌을 위력이다.

“이 정도로는 어림없다.”

그러나 용황제는 그것을 막아내고 용우에게 반격을…….

-염동산탄(念動散彈)!

가하기 전에 용우가 손을 한번 가볍게 털었다. 그러자 수백 발의 에너지탄이 사방을 소나기처럼 강타하는 게 아닌가?

꽈과과광! 꽈과과과과과……!

제국의 마법병대를 전부 모아놓고 융단폭격을 하면 이런 위력이 나올까?

-마격탄(魔擊彈) 동시다발(同時多發)!

용우가 하늘로 날아오르며 다시금 손을 털었다. 그러자 48발의 에너지탄이 사방팔방으로 흩어져서 떨어졌다.

콰아아아아아앙!

한 발, 한 발의 위력이 대형 항공폭탄을 능가하는 파괴력이었다.

그런 에너지탄 48발이 동시에 사막을 강타하자 모래 먼지가 시야에 보이는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일진광풍(一陣狂風)!

용우가 슥 고개를 돌리자 광풍이 일어나 바람을 걷어내었다.

그것은 그야말로 최대 풍속의 폭풍과도 같아서 어마어마한 규모의 모래 먼지조차 일거에 쓸어내고, 그 속에 있던 제국군을 장난감처럼 하늘로 날아오르게 만들었다.

“괴물……!”

이 자리에 있는 제국군은 용황제가 신뢰하는 제국 최정예, 산전수전 다 겪은 자들이었다. 또한 일인군단이라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드라칸들이기도 했다.

그런 그들이, 평생 자신의 적에게 들어왔던 말을 용우를 보며 내뱉고 말았다.

용우는 완벽하게 무력한 그들을 무시하고 용황제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아직도 주제 파악이 안 되냐?”

용우는 자신을 굳은 표정으로 바라보는 황제를 도발했다.

“내 인내심도 슬슬 한계야. 그냥 죽여 버리기 전에 보여줘 봐. 이 별에 네 개밖에 없는 성좌의 힘을.”

용황제는 스스로의 오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눈앞의 적은, 그가 바라보고 이해해 온 세계 속의 존재가 아니다.

마왕조차 아득히 초월한 무언가였다.

이 세계의 상식에 갇힌 힘으로는 당해낼 수 없었다.

“…전력을 다해보는 건 정말 오랜만이군.”

별의 돌을 하나만 가졌을 때도 전력을 다할 일이 없었다. 그때 이미 세상 모든 것이 그의 발아래 있었으니까.

마왕과 상대했을 때도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 그때는 이미 별의 돌 두 개를 가졌으니까. 용황제의 힘은 지상에 강림한 마왕을 가볍게 패퇴시킬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설마 별의 돌 세 개를 가진 지금에 와서 전력을 다할 일이 생길 줄이야.

“전장을 아무것도 없는 이 땅으로 옮겨준 것에 감사하마.”

용황제의 백금색 비늘이 눈부신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빛으로 그려낸 실루엣으로 변해 버린 그가 말했다.

“지금의 짐은 힘 조절을 할 자신이 없으니.”

용황제의 힘은 너무나 거대해져 있었다. 삼라만상의 운명을 뜻대로 정할 수 있는 힘이다. 천재지변을 능가하는 이런 힘으로 인세의 일을 처리한다는 것은 끔찍한 부조리였다.

“혹여 일격에 사라진다 해도 짐을 원망하지 말기를…….”

“자기 힘도 모르는 놈이 참 말 많네.”

용우가 한심하다는 듯 용황제의 말을 잘랐다.

광포한 마력의 폭풍을 휘감은 용황제가 입을 꾹 다물며 마법을 발했다.

-종말의 문!

용황제를 중심으로 빛기둥이 솟구쳤다.

천지를 둘로 분단하며 뻗어나간 빛의 선이 양옆으로 확장되면서, 그곳에서 파멸의 해일이 쏟아져 나왔다.

……!

모든 것이 빛에 휩싸여 불타오르는 것 같았다.

공격 방향에 제국군이 있었다면 그들 또한 증발했을 것이다.

그러나 용황제는 그들을 등진 채로 용우를 향해 공격을 가했고, 공격과 동시에 결계를 펼쳐서 부하들이 여파에 휩쓸리지 않도록 보호했다.

콰과과과과……!

빛의 해일이 부채꼴로 확장되면서 10킬로미터 저편까지 휩쓸었다. 그 범위에 휩쓸린 모든 것이 빛으로 환원되면서 대폭발을 일으켰다.

용황제는 그 대파괴를 지켜보면서 더욱 강대한 마력을 일으켰다.

‘죽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오만함을 버렸다. 적이 전력을 다해 멸해야만 하는, 신화적인 존재임을 인정한 바였다.

그 겸허함이 그를 살렸다.

-염동충격탄(念動衝激彈)!

한 발의 에너지탄이 빛의 해일을 뚫고 극초음속으로 날아들었다.

추가 공격을 준비하던 용황제는 에너지탄이 발사된 것을 감지한 순간, 곧바로 마력을 방어에 쏟아부었다.

에너지탄이 용황제의 다중 방어막을 절반 정도 관통, 결국 궤도가 틀어져서 다른 곳으로 날아가 버렸다.

꽈아아아앙!

수 킬로미터 저편에서 대폭발이 일어났다.

그리고 그게 시작이었다.

-염동뇌격탄 동시다발!

용황제가 지배하지 못하는 힘, 뇌전의 힘이 실린 에너지탄 48발이 일제히 그 지역을 강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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