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세계의 귀환자-204화 (204/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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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비연이 탄식했다.

<세상에. 칼질하다 늙어 버리겠어. 근데 오빠, 이놈들 영혼 수확 가능할까?>

<될 것 같은데.>

지금까지 상당수의 오버마인드 단말을 파괴했음에도 영혼을 수확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용우는 영혼 수확이 가능하리라 여기고 있었다.

<단말이 파괴될 때마다 영혼으로 추정되는 것들이 놈들의 정신 네트워크를 타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있어.>

영혼이란 생명체가 살아가면서 축적한 기억과 의념이 구성한 일종의 정신체.

오버마인드는 아득한 우주공간을 뛰어넘는 정신 네트워크를 이용, 강력한 영적 인력으로 영혼을 붙잡아두고 있었다.

<아마 단말 개체 수에 따라서 수용할 수 있는 영혼에 한계가 있겠지.>

<결국 다 죽여 버리면, 영혼을 다 수확할 수 있다는 거네.>

<그래.>

오버마인드 자체의 전투 능력만 보면 충분히 상대할 만했다. 시공간에 간섭하고 에너지를 자유자재로 변환시키는 스펠의 힘은 전투적 측면에서 오버마인드가 다루는 권능보다 우위에 있다.

오버마인드는 마력을 쓰며, 그 인지능력이 고차원적인 영역에 닿아 있지만 그럼에도 물리적 우주에 속박되었다는 약점을 가졌다.

하지만 문제는 물리적 우주 안에서는 정말 우주적인 재앙이라는 점이다.

아무리 용우와 이비연이 고차원적인 권능을 다룬다 하더라도 그것은 질적인 문제다. 저 우주적 스케일의 존재를 섬멸하는 것은 양적인 문제인데, 저토록 거대한 것으로도 모자라서 허공장까지 가진 놈들을 섬멸하는 것은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일인가?

<다 필요 없고 그냥 우리 태양계로 전군 돌격시켜서 들이받으면 모든 게 끝나겠지.>

오버마인드가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으로 공격해 오면 용우도 대책이 없었다.

지구로 직접 돌격하는 것은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달을 파괴한다면?

거기까지도 어떻게든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럼 2,735억 7천만 개체가 일제히 태양계 전역을 타격한다면?

결국 태양계를 이루는 천체들이 파괴되거나, 공전 궤도가 바뀌면서 태양계 전역의 균형이 바뀐다. 그리고 그 영향만으로도 연약한 지구 인류가 멸망하기에는 충분했다.

<진심으로 지구 인류를 사랑하는 괴물이라 다행인데?>

<아, 사랑. 빌어먹을 사랑……. 정말로 사랑만이 인류를 구원하는군.>

진저리를 친 용우가 양손대검을 들어 올렸다. 궁극의 융합체-네뷸라가 눈부신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지구 쪽, 준비는 끝났어?>

<세팅 끝났다. 발사할까?>

<발사해.>

그리고 10초 후, 차준혁이 말했다.

<1차분 240발 일제 발사했다.>

동시에 지구의 동료들이 고속으로 이동하는 존재 240개의 좌표를 전송해 왔다.

용우와 이비연은 곧바로 워프 게이트를 열고, 그 좌표의 존재들을 오버마인드의 세력 한복판으로 이동시켰다.

그곳에서 튀어나온 것은 붉은 섬광에 휘감긴 미사일들이었다. 초열투창 스펠로 발사되어 극초음속으로 날아가던 미사일들이 이동된 것이다.

추진제에서 아무것도 분사하지 않는 대신, 그곳에 폭발용 스펠이 세팅된 대량의 마력석이 뭉쳐져 있었다.

<뭐지?>

오버마인드가 놀라는 순간, 미사일의 뇌관이 작동하면서 폭발했다. 그리고 그 폭발에 반응하도록 세팅된 스펠이 작동하면서 마력석도 폭발을 일으켰다.

콰아아아아아아……!

핵미사일 240발이 일제히 폭발하면서 우주공간을 뒤흔들었다.

<처분도 곤란한 구형 핵무기도 처리하고, 인류의 적도 타격하고. 이게 바로 일석이조지.>

그것은 레이저 수소폭탄이 실전 투입되기 전, 인류가 꾸역꾸역 생산해서 쌓아둔 구형 핵무기들이었다.

인류 입장에서는 핵폐기물과 더불어 정말 처치 곤란한 재앙덩어리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것을 지구에서 31억 7천만 광년 떨어진 곳에서 터뜨린 것이다.

초열투창으로 발사해서 마력을 휘감고, 대량의 마력석을 세팅해서 핵무기의 폭발력에 마력을 덧씌우는 과정을 거쳤다. 이 정도면 핵무기의 파괴력 중 절반 정도는 오버마인드 단말들에게 먹힐 것이다.

<일단 2차분도 세팅해줘.>

<알겠다. 2,735억이라니 지구상의 핵무기를 다 써봤자 몇이나 줄일 수 있을지 모르겠군…….>

차준혁이 질렸다는 듯 중얼거렸다.

용우가 말했다.

<그건 걱정하지 마.>

그가 공간왜곡장을 펼쳐서 방금 전의 공격으로 발생한 에너지를 한곳으로 집결시켰다.

<같은 수법이 계속 통할 것 같은가?>

하지만 오버마인드도 가만히 보고 있지 않았다. 이미 용우의 수법을 보고 학습했기에 70만 개체와 또 70만 개체, 그리고 또 70만 개체를 각각 다른 지점에 포진시킨 다음 시간차 공격을 퍼부었다.

……!

정신파 폭풍이었다.

한 행성 문명을 멸망시키고도 남을 정신파 폭풍이 우주공간을 집어삼켰다.

“고작 그 정도로?”

그러나 용우는 코웃음을 쳤다.

그가 네뷸라를 한번 휘두르자 에너지 칼날이 한없이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뻗어나갔다.

그리고 그 궤도에 걸려든 정신파 폭풍이 종잇장처럼 찢어지는 게 아닌가?

<이럴 수가?>

용우가 발한 일격은, 거기에 실린 에너지량만 보면 정신파 폭풍에 비할 바가 못 된다.

하지만 초고밀도로 집중된 데다가 정신파를 흩어놓는, 텔레파시의 정보를 지워 버리는 힘이 실려 있어서 정신파 폭풍을 무력화해 버렸다.

“너야말로 처음에도 재미 못 본 수법을 두 번째로 써먹으면 뭐 달라질 거 같냐?”

용우가 코웃음을 치고는 말했다.

“그래도 한 가지는 알겠다. 지구에 보낸 단말은 정말로 공들여서 만든 거였군.”

지구에서 싸웠던 무력 제압 단말은 하나하나가 9등급 몬스터를 우습게 때려잡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모든 오버마인드 단말이 그 수준으로 강력한 것은 아니다.

눈에 띄는 대형 단말들은 그 이상의 강력함을 지녔지만, 가장 수가 많은 작은 단말들은 4등급 몬스터보다도 못한 수준이었다.

‘어차피 수십 수백만 단위로 연동해서 거대한 힘을 내긴 하지만.’

그럼에도 하나하나의 힘이 약하다는 것은, 용우 입장에서는 충분히 찔러볼 만한 약점이었다.

‘그렇게 연동해서 내는 힘은 정밀하거나 고밀도로 효율화된 게 아니라 그저 우주적 재해를 흩뿌릴 뿐.’

용우처럼 인간 사이즈이면서 우주적 권능을 가진 존재와 싸울 때는 효율성이 크게 떨어진다.

-염마용참격!

용우가 공간왜곡장으로 집중한 핵폭발 에너지로 에너지 칼날을 형성해서 뻗어냈다. 에너지 칼날이 500킬로미터를 넘는 길이로 뻗어나가는 광경은 거대한 혜성이 우주공간을 내달리는 것 같았다.

그 검이 휘둘러지자 10만 개체를 넘는 오버마인드 단말이 터져 나간다.

-보이드 바운드!

그리고 그 궤적이 사라지기 전에, 그 속에서 무수한 공간 붕괴가 일어나면서 연쇄 폭발이 일어났다.

-끝없는 미궁!

용우는 거대한 공간왜곡장을 펼쳐 그 폭발 에너지, 그리고 찢어발겨진 오버마인드 단말을 구성하던 물질을 한 지점으로 집결시켰다.

뿐만 아니다.

쿠구궁……!

오버마인드의 본거지 행성 주변을 도는 3개의 위성, 지구의 달보다는 훨씬 작은 천체가 차례차례 파괴되었다.

<달을? 무슨 생각이지?>

오버마인드가 의아해했다. 3개의 위성에는 오버마인드 단말이 전혀 배치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달보다도 훨씬 작다고는 하지만 천체를 부수는 행위에는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했다. 이 상황에서 용우와 이비연이 오버마인드를 공격하는 대신 위성을 부순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우리는 지구 인류와는 다르다. 위성을 파괴해 봤자 우리에게 타격을 줄 수는 없음을 모르는가?>

만약 달이 파괴된다면 지구 중력의 밸런스가 요동칠 것이고, 그 여파만으로도 지구 인류는 몰살당할 것이다.

그러나 오버마인드는 모든 개체가 우주여행이 가능한 우주 생명체였다. 위성이 파괴된 여파 정도로는 생존을 위협받지 않는다.

“나도 알아. 지금 너희들 하는 짓을 다 봤는데 설마 이걸로 너희가 죽기를 기대하겠냐?”

용우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공간왜곡장에 삼켜진 에너지는 지구 문명을 몇 번 멸망시키고도 남을 무지막지한 양이다. 또한 물질의 질량 역시 지구 인류 전원, 그리고 그들이 이룩한 문명을 이루는 물질의 질량 총합을 넘어섰다.

<땔감 추가로 투입할게!>

용우와 행성 반대편에 있던 이비연은 소행성군을 포착, 워프 게이트를 열어서 용우의 공간왜곡장 속으로 던져 넣었다.

거대한 질량의 물질이 한 지점에 집결하고, 공간왜곡장에 갇혀 한 방향으로 진행하는 것만을 강요받는 에너지가 더해지면서 최악의 현상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바로 중력붕괴였다.

<중력붕괴? 고작 이것만으로?>

오버마인드가 놀랐다. 중력붕괴는 이렇게 쉽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다. 지구의 고학력자들을 통해 학문적 지식을 얻었기에 더욱 그 사실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경계심을 느낀 오버마인드가 용우를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

텔레파시 재밍으로 10억 킬로미터 권역을 장악하고 별조차 부수는 공격을 퍼붓지만, 소용없다.

용우는 물질세계와 정보세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면서 오버마인드의 공격을 무력화했다. 그리고 용우를 핀포인트로 때리지 못하고 광역으로 흩뿌려진 파괴 에너지는 모조리 공간왜곡장으로 빨려 들어갔다.

분명 오버마인드는 물리적 파괴 능력에 있어서만은 용우와 이비연조차 능가한다. 그러나 마력을 다루는 권능이 고차원적인 영역에 달하지 못했다는 것은 이 두 사람을 상대하기에는 너무나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우리는 상상도 못 할 정도로 오랫동안 우주를 돌아다녔으니 몇 번이나 본 적이 있겠지.”

용우는 중력붕괴를 일으키는 공간왜곡장의 중심부에 대량의 마력을 퍼부으며 금단의 스펠을 발동했다.

“오버마인드, 내가 한 가지는 너한테 감사한다. 우리 태양계에서는 이런 짓도 못하거든. 네 본거지로 불러줘서 고맙다. 다른 건 몰라도 네 인류에 대한 사랑만큼은 인정해 줄게. 그러니까…….”

용우의 눈이 형형하게 빛났다.

“그 사랑 갖고 꺼져.”

종말급 스펠이란 한 문명에 종말을 가져올 수 있는 힘을 가진 스펠.

지구 기준으로 봐도 그것은 최소한 전략병기급의 재앙이다.

그런데 종말급으로 분류되는 스펠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당연히 상황에 따라서 그 파괴력과 쓸모가 달랐고…….

-공허의 입!

그 위험성 또한 여러 단계로 나뉘었다.

이것은 종말의 군주도, 최고위급 초월권족도 단신으로는 사용할 수 없었던 권능의 산물.

문명이 아니라 세계 그 자체를 파멸시킬 수 있는 힘.

“사상의 지평선 관광이나 해라.”

오버마인드의 본거지 행성 앞에 발생한 블랙홀이 모든 것을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이, 이건……!>

오버마인드가 경악했다.

지성을 획득하기 전, 수억 년 동안이나 우주를 헤매고 다녔기에 알고 있었다. 저것은 우주에서 결코 만나서는 안 되는 최악의 재앙이다!

그런데 그 재앙이 자신의 본거지 별에서 채 1만 킬로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나타났다. 우주 곳곳에서 무수히 발생하지만, 얼마 버티지 못하고 소멸하는 양자블랙홀과 달리 별을 집어삼키다 못해 항성계 전부를 집어삼킬 수도 있는 크기였다.

<이건… 이런, 건… 불가, 능, 해……!>

오버마인드가 절규했다.

이런 크기의 블랙홀은 있을 수 없다.

용우가 공간왜곡장으로 그러모은 물질의 질량, 그리고 에너지는 어마어마했다. 하지만 블랙홀을 형성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건 그렇지. 인공지능한테 계산시켰더니 말도 안 된다고는 하더라. 지구인 고학력자만 골라서 써먹더니 똑똑한데?”

용우가 코웃음을 쳤다.

“근데 그럼 네가 하는 짓은 말이 되는 것 같냐? 애당초 물리법칙상으로는 불가능한 걸 가능하게 하는 게 ‘권능’이라는 거란다.”

마력은 세계의 정보를 조작하여 현상을 일으킬 수 있는 힘.

그렇기에 지구 인류가 구축한 과학 지식으로는 불가능한 일도 얼마든지 일으킬 수 있었다.

<크아, 악……!>

오로지 정신파만이 우주공간에 메아리치는 가운데, 모든 물질이 블랙홀로 수렴되어 간다.

우주에 전개했던 수백억 개체의 오버마인드 단말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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