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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세계의 귀환자-201화 (201/225)

7

종말의 군단은 침략 대상을 찾아 헤매는 과정에서 외계 존재를 관측했다.

그리고 그것은 외계 존재 또한 종말의 군단을 관측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는 그들과 접촉하고 싶었다. 하지만 실패했다.”

그들을 향한 외계 존재의 구애는 무참히 실패했다. 구세록의 룰을 강요받는 군단은 외계 존재의 간섭을 완전히 무력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신 외계 존재는 군단의 행적을 관측함으로써 지구 인류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우리는 너희를 안 순간, 사랑에 빠졌다.”

이제는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외계 존재는 겨우 손에 넣은 마음이 고독에 삼켜져 죽어감을 두려워했다.

그리고 그 고독을 해소할 수 있는, 지구 인류라는 존재를 찾아낸 것이다.

“포식자의 사랑인가. 정말이지 우주적인 변태 새끼들이로군…….”

배고픈 사자가 눈앞의 토끼를 사랑한다면, 그건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용우는 납득하는 대신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 왜 이런 짓을 하고 있는 거지?”

외계 존재가 말한 바에 따르면, 그들은 여태까지 외부의 생명을 발견하는 순간 덮쳐서 포식해왔다. 포식이라는 행위를 통해서 상대가 지닌 가능성과 융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류를 상대로는 그런 방법을 취하지 않았다.

지금 용우가 보고 있는 것은, 지구 인류 입장에서 보면 그야말로 코즈믹 호러였다. 우주적인 존재가 지구 인류를 포식하고 싶어 하는 갈망을 드러내며 구애해오는 상황인 것이다.

그런데 더 무서운 것은, 지금 이 상황이 저 외계 존재 입장에서는 최대한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접근이라는 점이다.

“우리가 너희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네놈들이 말하는 ‘사랑’이 어떤 건지는 알겠어. 하지만 그게 왜 이런 짓을 할 근거가 되지?”

만약 상대가 인간이었다면 대답해주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외계 존재는 오히려 용우의 질문에 즐거워하는 것 같았다.

“너희는 매우 뛰어난 정신을 지녔다. 상상력, 다양한 형태의 공감능력 그리고 그것을 전파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있지. 그것들이야말로 우리에게 있어서 그 무엇보다도 가치 있는 보물이다.”

“왜?”

“지구 인류와 융합을 끝내고 나면, 우리는 또다시 기나긴 고립을 견뎌야 할 것이다. 어쩌면 영원한 고립일지도 모르지.”

말하자면 외계 존재는 정신적 엔트로피를 늦추는 능력이 너무 약했다.

외부에서 새로운 자극이 가해지면 그때그때 감정을 발산할 뿐, 그것으로 다른 자극을 만들어내는 상상력이 없었다. 또한 그렇게 만들어낸 자극에 다양한 방식으로 공감하며 새로운 자극을 생산하는 공감능력도, 그 자극을 전파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없었다.

분명 여러 자아가 있지만, 그뿐이다. 일단 고립되면 정신적 엔트로피 상태에 빠져서 마음이 죽어가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구 인류에게는 그 고립을 견뎌낼 상상력이라는 무기가 있었다.

외계 존재가 ‘고립’이라고 여기는 상황은, 지구 인류에게 있어서는 매우 당연한 상황이었다. 종말의 군단이 나타나기 전까지 지구 인류는 이 넓은 우주 안에 다른 지적 생명체가 있긴 있는지 걱정하고 있었으니까.

“지구 인류와의 융합은 최대한 조심스럽게 진행할 것이다. 지구 인류가 지닌 가능성을 완벽하게 확보할 수 있도록.”

“네놈들이 하던 대로 포식을 통해서는 가질 수 없나?”

“그동안 많은 지구인을 포식해봤지만,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용우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하지만 외계 존재는 그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고 말을 이었다.

“그래서 이런 방법을 택하게 되었지. 이들은 매우 유능하고, 이들을 통해서 우리는 외적 자극도 얻을 수 있으니까.”

지구의 고학력자를 이용해서 인간과 자신들을 완벽하게 융합할 방법을 연구하는 것.

그것이 그들이 선택한 방법이었다.

“그래서 인간의 정신을 살려놓은 건가?”

“그렇다. 조작을 가해두기는 했지만, 인간 스스로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쓸모가 없지.”

그것이 HU라는 기괴한 조직의 진실이었다.

용우가 눈살을 찌푸렸다.

“이해가 안 가는군.”

“어떤 부분이 그런가?”

“네놈들은 어떻게 그런 방법을 쓸 수 있게 된 거지?”

장구한 세월 동안 생명체가 보이면 포식하는 것밖에 몰랐던 놈들이다. 단일한 존재가 아니라 여러 자아의 군집체임에도 외부의 자극 없이는 사고력을 유지하기도 힘들었던 놈들이 이런 방법을 떠올리고 실행할 수 있단 말인가?

“타당한 의문이군. 이건 우리가 생각한 방법은 아니다. 모방했다.”

“누구를?”

“HU라 불리는 조직을 만든 존재의 방식을.”

“너희 말고 다른 외계 존재인가?”

“그렇다. 그들은 우리가 볼 때도 이질적인 존재이지만, 우리와 한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어떤?”

“지구 인류를 향한 사랑.”

“…….”

용우는 눈앞의 코즈믹 호러를 향해 내면의 폭력성이 맹렬하게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형태는 다르지만, 그들이 품은 인류를 향한 사랑은 우리에게 뒤지지 않았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들의 방식을 모방했고, 이 방식이 매우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이 우리의 존재를 불편하게 여겼기에 마찰을 빚었지만, 일단은 휴전협정을 맺었다.”

“…후우.”

용우는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눈을 번뜩였다.

“야.”

“듣고 있다.”

“나불나불 궁금증을 해소해줘서 고맙다. 이제 죽여줄게.”

“오, 벌써 대화를 끝내는 건가? 나는 며칠 밤낮으로라도 네 궁금증을 풀어줄 의향이 있는데 아쉽군.”

“왜지?”

“네가 우리가 모르는 미지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너에 대해서, 지구 인류의 규격을 초월한 강력함의 원천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

구구구구구…….

닥터 엘리엇의 말과 함께 연구시설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제는 힘으로 제압하고 알아보는 수밖에 없겠군.”

그 현상이 의미하는 바를 알아차린 용우가 눈을 가늘게 떴다.

“재밌군. 정말 감쪽같은 위장인데? 아니, 위장이라기보다는…….”

주변 풍경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었다.

너무나 비현실적인 광경이었다.

첨단 연구설비가 녹아내리듯이 다른 무언가로 변한다.

표면이 검은 각질로 보이는 괴물의 몸 일부였다.

“변신인가? 물질의 구성 정보를 완벽하게 모방할 수 있다니, 훌륭한 능력이야. 그리고 징그러워.”

연구시설 전체를 텔레포트 시킬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했다.

이곳 전체가 외계 존재의 육체였기 때문이다.

지구의 첨단기술이 적용된 연구 설비를 집어삼킨 다음 자신의 육체를 변화시켜 완벽하게 재현한다. 외계 존재는 그런 일도 가능한 존재였던 것이다.

‘스펠로는 지극히 제한적으로나 가능한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내는군. 특기 분야가 다르다 이건가?’

감탄하는 용우에게 닥터 엘리엇이 말했다.

“지난번에는 확실히 놀랐지. 우리의 무력 제압 단말을 압도하는 지구 인류라니.”

리사를 상대로 투입했던 무력 제압 단말은, 그 하나만으로도 지구 문명을 제압할 수 있을 정도의 힘을 가졌다.

원래는 지구인을 상대하기 위해 만들어낸 것도 아니었다. 그들이 모방한, HU를 만들어낸 외계 세력의 분쟁에 대비한 전쟁 병기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런 존재가 지구인에게 간단히 제압당해 버렸으니 당황할 수밖에.

“하지만 한번 겪은 이상 똑같은 실수는 하지 않는다. 네가 무력 제압 단말을 쓰러뜨린 그녀 이상으로 강하다고 할지라도, 우리 뱃속에 들어온 이상 승산은 없다. 그리고…….”

파지지직!

완전히 괴물의 뱃속처럼 그로테스크하게 변해버린 공간 속에서, 스파크가 튀기 시작했다.

“도망칠 수도 없다.”

용우는 바깥에 안티 텔레포트 필드를 펼쳐서 외계 존재가 연구시설째 도망치는 것을 차단했다.

그런데 정체를 드러낸 외계 존재는 용우가 이곳에서 벗어날 수 없도록 강렬한 재밍 기술을 사용해 공간좌표 설정을 막아버린 것이다.

“브리짓이 말한 기술이 이거였군.”

하지만 용우는 당황하지 않았다. 재미있다는 듯 씩 웃었을 뿐이었다.

“에일리언, 내가 너희들에게 선물을 주지.”

“무슨 뜻이지?”

“내가 너희들의 코즈믹 호러가 되어주겠다는 뜻이다.”

용우의 눈이 서늘한 빛을 발했다.

* * *

쿠구구궁……!

굉음이 울리며 파리 시가지가 들썩거렸다.

일순간 찾아온 진동에 파리 시민들은 비명을 질렀다. 파리는 지진과는 거리가 먼 도시였으니까.

하지만 다행히 진동은 한번으로 그쳤다.

파리 시민들은 불안해하며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눈에 띄는 이상은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그들의 눈길이 미치지 않는 곳, 지하 깊은 곳에는 거대한 공백이 발생해 있는 상태였다.

* * *

쿠구구궁……!

굉음이 울리며 흙먼지가 자욱하게 일었다.

사막 한복판이었다. 끝없이 펼쳐진 사막 한복판에 육중한 무언가가 떨어졌다.

그것은 거대한 정육면체였다. 검푸른 생체조직으로 이루어진 그 정육면체의 면적은 뉴욕 고층빌딩보다도 더 거대했다.

파아아아……!

그 한복판을 가르며 빛의 칼날이 모습을 드러냈다.

“텔레포트를 막는 능력만큼은 인정해주지. 하지만 애당초 도망칠 생각도 없었는데 텔레포트를 막아봤자 무슨 소용이야?”

에너지 칼날로 생체 정육면체를 베어버리며 나온 것은 용우였다.

이 거대한 정육면체 살덩어리가 바로 HU 연구시설로 변신하고 있었던 외계 존재였다.

외계 존재는 자신의 몸속에 용우를 가둔 채로 제압하려고 했지만,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그 여자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최대한 고평가하려고 노력했는데, 그럼에도 우리 예측이 물렀군.”

닥터 엘리엇이 말했다.

용우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닥터 엘리엇이라고 했던가? 미안해.”

“뭐?”

“나는 인간 닥터 엘리엇, 당신을 구할 생각이 없다. 내가 보기에 인간으로서의 당신은 이미 글렀어. 하지만 사과는 해둬야 할 것 같군. 당신을 죽여서 해방시켜주고, 그리고 당신을 유린한 저 외계 존재에게 복수해주겠다.”

“인질로서의 가치가 없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인가? 딱히 너를 상대로 인질극을 벌일 생각은 없었다.”

고개를 갸웃하는 닥터 엘리엇에게 용우는 쓴웃음을 지었다.

“아니, 그냥 해둬야 할 말이라고 생각했을 뿐이야. 닥터 엘리엇뿐만 아니라 당신들 모두 마찬가지지.”

용우의 말이 강력한 텔레파시에 실려 퍼져 나갔다.

그 자리에 있는 자들, 외계 존재에게 잠식당한 인간 모두에게 그 목소리가 닿았을 것이다.

“외계 존재, 너를 뭐라고 부르면 좋을까?”

“내게는 이름이라는 개념이 없다. 하지만 사랑하는 인류가 상상해낸 존재 중에서 마음에 드는 이름이 있군.”

“내 손에 죽은 외계 침략자 리스트에 그 이름으로 넣어줄 테니까, 말해봐.”

“오버마인드.”

“골라도 딱 자기 같은 걸 골랐군. SF가 꽤 입맛에 맞았던 모양이야.”

“판타지보다는 그렇더군. 내가 처음 접촉한 게 미국인 SF 마니아였던 영향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러냐.”

혀를 차는 용우의 손에 한 자루 양손 대검이 소환되었다. 강력한 마력이 뿜어져 나오는 양손 대검을 본 닥터 엘리엇, 아니 외계 존재 오버마인드가 눈을 가늘게 떴다.

“평범한 검은 아니로군. 지구 인류의 기술로 제작 가능한 검이 아닌데?”

“전리품이지.”

“우리를 관측했던 자들이 만든 것인가? 흥미롭군. 그 또한 좋은 소재가 되겠어.”

오버마인드가 주변을 둘러보며 물었다.

“여긴 어디지? 대기 구성은 지구와 동일하지만, 지구상에 존재하는 장소가 아니군?”

그는 파리의 지하에 있던 연구시설, 정확히는 자신의 일부가 사막 한복판에 오게 된 과정을 이해했다.

거대한, 그리고 이동하는 워프 게이트가 지하에 출현해서 그를 집어삼켰던 것이다.

“글쎄다.”

“넌 정말 아무것도 대답해주지 않는군.”

“너와 달리 적에게 정보를 나불거리는 걸 좋아하질 않아서.”

용우가 코웃음을 쳤다.

이곳은 게이트 내부 필드였다. 하지만 예전에 써먹었던 곳은 아니었다.

게이트 내부 필드의 정체는, 몬스터의 정체와도 비슷했다.

세계를 침식하는 혼돈을 소재 삼아서 정보세계와 물질세계 양쪽 모두에 속하는 특별한 공간을 만들어낸 것이다.

구세록과 왕의 권능, 두 가지를 모두 손에 넣은 용우는 지금까지 존재했던 모든 게이트 내부 필드를 손에 넣어 재조립할 수 있었다.

지금에 와서는 작은 게이트 내부 필드는 전장으로 써먹기도 애매하기에, 여럿을 하나로 합쳐서 커다란 필드를 만들어낸 것이다.

그렇게 재조립해서 커다란 필드를 여럿 만들어냈고, 마음만 먹으면 소량의 영적 자원을 소모하는 것만으로도 환경을 바꿀 수 있게 만들었다.

즉 아군에게 완전히 유리한 전장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이렇게 만들어낸 환경 속 자원을 지구에 수급할 수도 있지.’

용우가 원한다면 거의 무한히 자원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인류가 지구상에 존재하는 자원을 다 쓴다 해도 해결책이 있는 셈이다.

“어디 실력 좀 볼까?”

“음?”

그때 오버마인드가 흠칫했다.

그 반응을 본 용우가 감탄한 표정을 지었다.

“여기서도 텔레파시 통신 상태가 막힘이 없나? 대단한 놈일세.”

이 전장에는 텔레파시로 외부와 교신하는 것을 차단하는 조치가 취해져 있었다.

구세록의 초월권족이나, 군단이라면 외부와의 연결이 차단당했을 것이다. 그런데 오버마인드는 게이트 내부 필드가 아닌 외부, 지구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아차리고 있었다.

생체조직을 물질로, 그것도 첨단 기계설비로 변신시키는 능력도 그렇고……. 아무래도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마력을 활용하고 있어서 그런 것 같았다.

오버마인드가 말했다.

“그녀와 너, 두 사람만이 아니었군. 여덟 명인가? 아니면 더 있나?”

팀 섀도우리스 전원이, 오버마인드 세력이 운용하는 HU 연구시설을 동시에 급습했다.

용우가 차갑게 웃었다.

“일단 지구에 뿌리 내렸던 네 더러운 세포조직부터 전부 치워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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