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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팀 섀도우리스 전원이 모인 것은 서용우의 집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파티 때였다.
두 달 만에 봐서 그런지 다들 별로 오랜만에 본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휴고가 이미나에게 말했다.
“미나, 어제 경기 봤는데 연출 좋더라. 나도 참가했으면 좋았을걸.”
“아, 그거 아쉽네. 네가 참가했으면 기부금 총액이 오늘보다 더 많았을지도 모르는데.”
이미나는 반쯤 진심을 섞어서 말하며 웃었다.
웃고 떠들면서 근황을 이야기하는 시간이 지나가자 차준혁이 조용히 물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무슨 일이지? 굳이, 둘이 같이 한국까지 올 만한 일인가?”
“물론 그냥 얼굴 보자고 온 건 아냐. 중요한 안건이 생겼어.”
얼굴 보고 이야기하는 것만이라면 정보공간을 이용하면 된다. 그런데 굳이 현실에서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을 정도로 무게감 있는 안건이라는 뜻이다.
“혹시 제로와 비연의 행방을 아는 사람 있어?”
팀 섀도우리스로 활동하는 동안 브리짓도 멤버들을 편히 대하게 되었다. 브리짓이 존대하는 사람은 서용우 뿐이었다.
“모른다.”
차준혁이 고개를 저었다.
유현애와 이미나도 마찬가지였다.
“작년부터 계속 보름에서 한 달 정도 간격으로 사라지더군. 그 기간 동안은 휴대폰은 물론이고 정보공간으로도 연락이 불가능해.”
차준혁이 덧붙이자 브리짓이 물었다.
“지금은 사라진 지 얼마나 됐어?”
“모르겠군. 우희 씨한테 물어보면 알겠지. 아마 긴급 연락이 가능한 것도 우희 씨 밖에 없을 거고.”
“역시 그 수밖에 없나…….”
브리짓이 한숨을 쉬었다.
차준혁은 불길함을 느끼며 물었다.
“무슨 일이길래 그러지?”
“HU라는 조직이 있어.”
“HU?”
“휴먼 업그레이드. 이름만 들어도 어떤 조직인지 감이 오지?”
아주 직설적인 이름이었다. 브리짓이 말하는 뉘앙스만으로도 그 정체를 추측하기가 어렵지 않았다.
“처음 존재가 드러난 것은 작년 10월.”
게이트 재해가 소멸하고 나서 세계 각지에 분쟁이 불붙기 시작한 시기였다.
“처음 놈들을 포착한 것은 남미였지.”
멕시코에 위치한 제약회사 연구소에는 긴급 대피령이 떨어졌다.
그때까지의 상식을 깨고 재해 지역의 몬스터들이 무리 지어 인간의 영역을 습격하는, 이른바 ‘범람’ 현상이 터졌기 때문이었다.
“미 정보부는 이 상황이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사건의 발단만 보면 이상할 게 없었다. 재해 지역의 ‘범람’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무리 지은 몬스터가 주변을 다 무시하고, 15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는 그 연구소로 직진한 것은 이상한 일이지.”
미 정보부의 인공지능 어드바이저는 사건 발생 후 채 30분도 안 되어서 이 점을 지적했다.
미국 정부는 멕시코 정부의 요청을 받고 휴고 스미스를 중심으로 한 올스타팀 커튼폴을 긴급 투입했고, 뒤로는 특수 정보요원들을 투입해서 연구소를 조사해보았다.
“연구소는 철저하게 폐쇄되어 있었어. 그래서 요원들도 속수무책이었지. 심지어 우리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스캔 기술을 차단하고 있었어.”
그곳의 시큐리티는 최소한 20년은 앞선 기술로 구축된 것 같았다. 기술의 첨단을 달리는 미 정보부가 그렇게 느낄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이런 곳에 흔적을 남기지 않고 침입할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 브리짓 뿐이었다.
“나는 연구소 지하에서 제약회사의 데이터에 존재하지 않는 광활한 지하시설을 찾아냈어.”
HU라 불리는 조직의 연구시설이었다.
“인체실험을 하는 조직인 거지?”
유현애의 눈이 형형하게 타올랐다.
그녀만이 아니라 모두 다 살벌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그들은 동료 멤버인 리사가 어떤 과거를 지녔는지 알았다. 그녀가 그런 일을 얼마나 혐오하는지도. 그렇기에 HU라는 조직에 대한 것도 남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브리짓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하지만 놈들은… 이상해.”
“뭐가?”
“하나부터 열까지. 일단 시큐리티부터가 그랬지.”
미 정보부를 경악시킨 시큐리티 기술만 해도 이상하다. 너무나 이상하다.
하지만 브리짓을 놀라게 한 것은 그 정도가 아니었다.
“텔레포트를 차단하는 기술이 적용되어 있었어.”
“뭐?”
다들 경악했다.
“오버 커넥트는 못 막았어. 하지만 블링크나 텔레포트로 직접 이동하려고 하면 텔레파시 노이즈를 이용해서 좌표 설정을 방해하는, 일종의 재밍 기술이 적용되어 있었지.”
“그런 게 가능해?”
“불가능해. 적어도 내가 아는 한으로는.”
브리짓이 모른다는 것은, 사실상 지구상의 기술로 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혹시나 해서 아직 살아있는 마력학의 3대 석학을 만나서 확인해봤지.”
과거 마력학의 5대 석학이라 불리던 인물 중에 한국의 권희수와 미국의 브래드는 사망했다. 한미 합동 연구 프로젝트가 진행될 때 군단이 대공세를 가해서 한국 게이트 재해 연구소를 파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의 나카모토 사유키, 대만의 리우 샤오화, 독일의 프란츠 슈하이머 세 명은 아직 건재했다.
“하지만 그들도 모르고 있었어. 그런 것은 아직까지는 불가능하다고 딱 잘라 말했지.”
팀 섀도우리스 멤버들은 전원 강력한 텔레파시스트였다. 인간의 태도와 말이 진심인지 거짓인지 판별하는 것 정도는 쉬운 일이었다.
차준혁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럼 그건 설마… 지구상의 기술이 아니라는 건가?”
“아마도.”
“설마 군단이나 구세록의 잔당이라도 남아 있는 건가?”
“처음에는 그런 의심도 들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아니라고 생각해. 하지만 그 이야기를 하기 전에 일단 하던 이야기부터 끝낼게. HU의 연구시설에는 텔레포트 차단 기술 말고도 놀라운 것이 있었어.”
지하시설에 있던 것은 인체실험의 흔적만은 아니었다. 몬스터들이 그곳을 표적으로 삼은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그곳에는 강력한 텔레파시 발생기가 있었어.”
인간의 세포조직과 몬스터의 사체를 융합시켜서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 굳이 분류하자면 유기물을 이용해서 만들어낸 바이오 메카라고 할 수 있으리라.
“끔찍한 물건이었지.”
산전수전 다 겪은 브리짓조차 그것을 봤을 때 강렬한 혐오감으로 몸이 굳어 버렸다.
“분석 결과, 그 텔레파시 발생기는 지휘관 개체를 모방하려 하고 있었어.”
“뭐? 그럼…….”
“몬스터를 통제할 수 있는 텔레파시 패턴을 연구하다가 만들어낸 성과였던 거지. 그때의 재해 지역 범람은 예기치 못한 사고였을 거고.”
미 정보부는 총력을 집중해서 HU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사 작업이 진행될수록 그들은 공포에 사로잡혔다.
“상식적인 눈길로 보면 팬텀도 이상한 조직이었지. 하지만 HU는 훨씬 더 이상해.”
HU은 철저한 점조직이었다.
인력의 이동과 자본의 흐름만으로는 그들을 추적할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막대한 자본력과 조직력이 있어야만 할 수 있는 짓을 하고 있었다.
뛰어난 연구인력을 모아서, 훌륭한 연구시설에서 연구를 진행하는 것 말이다.
“그 지하 연구시설만 해도, 연구소 데이터에는 존재하지도 않았고 연구소의 누구도 그들의 존재를 몰랐지.”
자신들의 발밑에서, 자신들의 물품을 써가면서 끔찍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도 아무도 그 존재를 몰랐다. 브리짓이 직접 연구소장은 물론이고 그와 연결된 상부까지 조사해봤는데도 그랬다.
“그런 연구시설이 하나가 아니었어.”
미 정보부는 지금까지 세계 각지에서 7개의 HU 연구시설을 찾아냈다.
“분명히 같은 조직이야. 연구성과도 공유하고 있는 것 같아. 그런데 전혀 연결고리를 찾을 수가 없어.”
연구원들도 그 사실에 대해서 의문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 의문보다 금단의 연구에 훨씬 큰 욕망과 집착을 드러냈다.
“섬뜩한 일은 또 있었지.”
처음 발견한 HU 연구시설에서 회수한 바이오 메카.
브리짓이 회수해서 미 정보부가 비밀구역에서 분석을 진행하고 있던 그 물건은 어느 날 갑자기 강탈당했다.
“강탈?”
의아해하는 이미나에게 브리짓이 고개를 끄덕였다.
“HU의 존재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어. 그래서 우리는 단번에 그들을 박멸하기보다는 실체를 파악하는 것을 우선했지.”
브리짓은 지금까지 찾아낸 그들의 연구시설을 파괴하지 않았다.
인체실험의 모르모트로 끌려와 있는 사람들만을 구출해서 비밀 시설로 보내고, 그들이 그런 모르모트를 수급하는 각지의 범죄조직을 공격해서 파이프라인을 끊었을 뿐이었다.
“눈치챌 수밖에 없는 이상이니까, 놈들이 뭔가 반응할 거라고 생각했지.”
연구시설을 버리고 이동한다면 그 과정에서 뭔가가 드러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전혀… 그런 게 없었어.”
그들은 어느 날 갑자기 홀연히 사라져버렸다.
심지어 연구시설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모두 사라지고, 그곳에는 을씨년스러운 빈 공간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현실에서 벌어진 일이 아니라 심령현상 같았다. 이런 일이 계속되자 브리짓도 오싹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지난달에 무언가가 일을 벌였지.”
정체 모를 무언가가 등장하는 순간, 모든 관측장비가 정지되었다.
그 무언가는 비밀구역을 지키던 인력 대부분을 잔인하게 살해하고, 바이오 메카를 탈취해서 사라졌다.
“이동방식은 공간이동이 분명해.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았으니까.”
“구세록의 탐지 기능으로도 추적할 수 없었나?”
“없었어.”
이야기를 듣는 모두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이 자리에 모인 다섯 명 모두 걸어 다니는 재앙이나 마찬가지다. 마음만 먹으면 인류를 멸망시킬 수 있는 권능의 소유자가 아닌 이가 없었다.
그런데 지금 브리짓이 이야기하는 위협은 그들에게도 미지의 두려움을 안겨주었다.
“제로만 쓸 수 있는 상위 기능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르지.”
“그래서 찾아온 건가?”
“그것만은 아니야.”
“그럼?”
“리사가 HU와 접촉했어. 우리가 아직 모르던 곳에서…….”
그 말에 다들 브리짓의 속내를 이해할 수 있었다.
유현애가 말했다.
“아저씨한테 해명하러 온 거구나.”
“그래.”
“해명하는 김에 이제 아저씨 힘도 빌리고.”
“그래야만 하는 이유도 있어. 사실 리사가 HU와 접촉한 것만 문제가 아니야.”
“음? 무슨 소리야?”
“HU의 연구시설은 두 가지인데, 이 둘이 완전히 극단적으로 달라.”
브리짓이 양손을 깍지 끼며 더없이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하나는 인위적으로 각성자를 만들어내는 방법을 연구하고, 하나는 인간과 몬스터를 융합시킨 그로테스크한 괴물을 만들어내려 하고 있어.”
“두 가지 테마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는 건가?”
차준혁의 말에 브리짓은 고개를 저었다.
“지금까지 조사 결과를 보면 그게 아닌 것 같아. 똑같이 HU라는 이름을 쓰고 있을 뿐, 둘은 다른 조직이야.”
* * *
<리길순.>
그 이름을 들었을 때, 리사는 자기도 모르게 몸서리쳤다.
자신이 잊고 싶었던 과거를 끄집어내는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그게 네 이름인가.>
리사는 자신의 과거를 불러낸 자를 바라보았다.
“너는 뭐지?”
사위는 정적에 휩싸여 있었다.
별이 너무 많아서 쏟아질 것처럼 아름다운 밤하늘 아래, 인간을 괴롭히는 영하 20도의 한기가 지배하는 사막이 펼쳐져 있었다.
‘이동 당했어.’
조금 전까지만 해도 리사는 최첨단 기술이 적용된 연구시설 안에 있었다.
군단의 종말 이후, 리사는 전 세계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본래 그녀는 더 이상 자신에게 주어진 권능을 휘두를 일 없는, 평범하고 평온한 삶을 살아갈 생각이었다. 이제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복수를 이루고, 세계를 구했음에도 그녀의 악몽은 끝나지 않았다.
서울에는 거대한 상흔이 새겨져 있었다. 군단의 대공세가 인류에게 새긴 흉터 자국을 볼 때마다, 리사의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속삭였다.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된다고.
결코 만족할 수 없고, 결코 행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고민하던 리사는 그 목소리가 자신의 진심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문명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한 지역들을 돌아다니면서 폭력과 악의에 유린당하는 힘없는 사람들을 구제해왔다.
그러던 중 리사는 용서할 수 없는 적을 만났다.
HU라 불리는 정체불명의 조직.
분쟁지역의 무력 집단들에게 인간을 모르모트로 제공받아서 금단의 연구를 진행하는 자들이었다.
리사는 그들과 거래하던 무력 집단을 몰살시키고, 그대로 HU의 연구시설을 무자비하게 파괴했다.
그리고 이 조직의 실체를 추적하기 시작했지만 전혀 실마리를 잡을 수가 없었다.
아무리 점조직이라고 해도 연결고리가 아예 존재하지 않을 리는 없다. 일반적인 방법으로 조사한다면 몰라도 리사처럼 조직원들의 정신을 텔레파시로 탈탈 털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모자라서 죽은 자의 영혼까지 붙잡아놓고 고문할 수 있으면 어떻게든 추적이 가능해야 정상이다.
하지만 HU는 그런 과정을 거쳤음에도 연결고리를 찾을 수가 없었다.
리사는 그 사실에 오싹함을 느끼면서도 다른 수단으로 그들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인간 모르모트를 수급할 만한 곳을 모조리 덮치기 시작한 것이다.
그 결과 최근 치열한 영토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이라크 지역에서 HU로 의심되는 조직을 찾아냈고, 그들의 연구시설로 쳐들어가서 때려 부수던 중이었다.
연구시설 안의 복도 모퉁이를 도는 순간 풍경이 변했다. 아무것도 없는 사막 한복판으로.
<방벽이… 치직, 강력하… 치직… 군… 치지직.>
상대의 목소리에 노이즈가 깔렸다. 리사가 정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벽을 강화했기 때문에 텔레파시가 제대로 닿지 않는 것이다.
“목소리.”
그러자 상대가 입을 열었다.
“이걸 목소리라고 부르는 거겠지. 음파로 소통한다니, 저열하고 생소한 방식이야…….”
놀랍게도 상대는 또렷한 발음의 한국어로 말하고 있었다.
리사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말했다.
“누구냐고 물었어.”
“아아, 그래. 지구인 리길순이여.”
상대의 모습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장신의 흑인 남자의 모습으로.
그제야 리사는 방금 전까지만 해도 상대가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어둠의 실루엣으로만 보였던 그것은 인간과 전혀 닮지 않은 무언가였다.
‘몬스터?’
아니, 몬스터가 아니다. 적어도 리사가 아는 몬스터 중에는 그런 실루엣을 가진 존재가 없었다.
“너희들의 언어를 빌려서 내 존재를 설명하자면, 그래…….”
흑인 남자가 고개를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다.
“무력 제압 단말.”
“단말?”
“그래. 단말이지.”
흑인 남자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우우우우우…….
그리고 해일 같은 마력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대다수가 마력을 다루지 못하는 열등한 지구 인류 중에 너처럼 강력한 존재가 있다니 놀랍군. 하지만 결국 이 행성에 묶여있는 작은 존재일 뿐.”
흑인 남자의 눈이 푸른 빛으로 물들었다. 그리고 그 빛이 전신으로 퍼져나가면서 몸 전체가 빛으로 이루어진 실루엣으로 화한다.
“광활한 우주에 존재하는 잔혹한 진실을 알려주마. 너는 우리가 인류를 이해하기 위한 소재가 될 것이다.”
“목소리로 소통하는 게 생소하다더니, 실제로 해보니까 정말 재밌나 보네. 그렇게나 수다스러운 걸 보니.”
리사는 코웃음을 치고는 한 걸음 내디뎠다.
쿠구구구구…….
그리고 그녀의 존재감이 급격히 커져가기 시작했다.
“무슨……?”
빛으로 화한 외계 존재가 흠칫했다. 리사의 마력이 그가 파악한 것보다 몇 배나 커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앞에서 리사가 권태로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고마워. 힘으로 해보자고 덤벼줘서.”
그렇지 않았다면 리사는 미로를 헤매는 기분을 느껴야 했을 것이다. 그녀의 막강한 능력에도 불구하고 HU의 실체를 추적하는 과정은 막막했으니까.
하지만 이제 적의 실체가 드러났다. 힘으로 그녀를 핍박하겠다고 나선 순간, 리사가 품었던 막연한 공포감은 씻은 듯이 사라졌다.
“나도 선언해둘게. 너는 우리가 너희를 이해하기 위한 소재가 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