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세계의 귀환자-193화 (193/225)

3

시간은 군단의 편이 아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라지알과 군단은 계속해서 불리해진다. 그리고 그것도 마지노선이 무너지기 전까지의 이야기다.

군단원의 수가 특정 수치 이하로 감소하는 순간, 라지알의 힘이 감소할 것이고 그때부터는 걷잡을 수 없는 파멸에 집어 삼켜지리라.

라지알은 애써 초조함을 가라앉혔다.

‘무리를 해서라도 끝을 내야 한다.’

대가 없는 힘은 없다. 라지알 스스로 한 말이다.

그것은 라지알 자신에게도 적용되었다.

그가 쓰는 왕의 권능은 군단이 비축한 영적 자원을 대가로 소모하고 있다. 전략 자원으로 분류될 정도의 비축량이, 단 한 사람의 권능을 구현하는 데 쓰이고 있는 것이다.

그 소모량은 어마어마했다. 용우와 싸우기 시작한 후로는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심정이 어떤 것인지 절절하게 실감할 정도였다.

하지만 설령 이 전투에서 모든 영적 자원을 소모한다 해도, 그는 반드시 이겨야만 했다.

후우우우우…….

그의 주변에 서로 다른 색을 띤 세 개의 빛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대지, 광휘, 뇌전의 권능을 상징하는 불빛들이었다.

“왕의 권능, 그 진가를 보여주마.”

그 불빛이 라지알의 몸에 겹쳐지면서, 라지알의 마력이 더욱 높아지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용우는 살짝 당혹감을 느꼈다.

‘이놈, 아직도 마력을 상승시킬 수 있었나?’

라지알에게 아직 여력이 있다는 것은 간파하고 있었다. 하지만 용우가 생각한 그의 전력은 이런 형태가 아니었다.

설마 아직도 마력 그 자체를 상승시킬 수 있을 줄이야?

‘과출력 모드라는 카드가 남아 있었단 말이지?’

이제 라지알의 마력이 확실하게 용우를 웃돌았다.

“간다!”

라지알의 움직임이 더욱 빨라졌다. 일격일격의 위력이 강해졌다.

물론 용우도 당하고 있지 않았다.

-공허 가르기!

공간을 뛰어넘은 일격이 라지알을 노렸다.

라지알은 그것을 가볍게 피해냈지만, 그 순간 용우의 손에 영롱한 빛을 발하는 커다란 망치가 나타났다.

-형상복원!

열화 복제된 새벽의 해머가 극초음속으로 라지알을 노렸다.

꽝!

라지알은 막아내는 것과 동시에 반격했다.

-라이트닝 버스트!

본래 낙뢰를 받아서 그 에너지를 집중 및 증폭한 다음 쏘아내는 스펠이다. 하지만 에우라스 코어를 가진 라지알은 그런 과정을 생략하고 뇌전 폭풍을 뿜어내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천지를 가르는 빛!

열화 복제된 새벽의 해머가 산산이 터져 나가면서, 그 안에 내재된 권능이 발현되었다.

일순간 주변이 캄캄해지면서 모든 것이 정지했다.

그리고 그 한복판을 가르듯이 날카로운 빛살이 뻗어 나간다.

마치 산 저편에서 어스름을 찢으며 새벽을 알리는 태양빛처럼.

‘이런 식으로 쓸 수 있단 말인가?’

한순간 정지했던 공간의 시간이 다시금 흐르면서, 라지알이 발한 뇌전 폭풍도 갈라져 흩어졌다.

거의 절대방어라고 할 수 있는 권능이었다. 이런 것을 형상복원해서 구현한 열화 복제품 따위로 해내다니, 놀랄 수밖에.

‘아니, 가능한 게 당연하군.’

하지만 라지알은 곧 그 사실을 받아들였다.

지금의 그와 용우는 군주를 아득히 초월한 힘으로 싸우고 있다. 일시적으로 구현한 열화 복제품에 군주급 힘이 담겨 있어도 하등 이상할 게 없었다.

쾅!

용우의 역습에 라지알이 튕겨 나갔다.

그는 곧바로 자세를 바로잡으려고 했지만 용우가 추격해 와서 연속공격을 가하는 게 더 빨랐다.

콰앙!

라지알이 튕겨 나가는 속도가 더 빨라졌다.

꽈과광!

뭔가 해보기도 전에 한 번 더 충격이 가해지면서, 그를 더욱 가속시켰다.

‘이런……!’

라지알이 낭패한 표정을 지었다.

산을 넘고 도시를 가로지른 그의 몸이 인천의 빌딩에 충돌했다.

쾅! 콰쾅! 콰콰콰콰쾅!

인천 시가지를 부수면서 날아간 그가, 인천 앞바다에 처박혔다.

콰아아아아아!

수십 미터에 달하는 물보라가 일어났다.

-프리징 필드!

그리고 일어나는 기세 그대로 얼어붙었다.

기괴하고 두려운 광경이었다.

마치 시간이 정지해버린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반경 10킬로미터 안쪽의 모든 것이 한순간에 얼어붙을 수가 있겠는가?

한순간에 인천항 전부, 그리고 그 너머의 바다 수십 킬로미터까지 얼려버린 용우가 손을 들었다. 그러자 거기에 빙설의 창 열화 복제품이 나타났다.

-프리징 버스트!

용우가 던진 창이 극초음속으로 날아가 얼어붙은 바다를 꿰뚫었다.

하지만 그 공격이 닿는 것보다 라지알이 반격하는 게 빨랐다.

-광휘의 해일!

일순간 세상이 하얗게 변했다.

얼어붙은 바다 안쪽에서 빛이 쏟아져 나온다. 이 세상 전부를 채울 정도의 빛이.

인간이 보는 만물의 형상은 빛이 그려내는 예술이다. 하지만 그 빛이 너무 강해지면 세상은 더 이상 모습을 드러낼 수 없게 된다.

만물이 형상을 잃고, 오로지 단색의 빛만이 가득한 세계.

용우는 그 세계의 완성을 두고 보지 않았다.

-새벽의 문!

그리고 온통 하얗게 덧칠되었던 세계에, 구분 가능한 형상이 나타났다.

밤과 낮의 경계, 어슴푸레한 시간이 용우 주변에 구현되면서 여명이 뻗어 나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세상을 가득 채우는 빛이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가 소멸했다.

-구전광(球電光) 무한연쇄!

마치 그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 무수한 뇌전의 구체가 공간을 점유하며 폭발했다.

-뇌전 포식자!

용우가 곧바로 대응책을 내놓았다. 그의 주변에 나타난 24개의 광점이 뇌전을 빨아들였다.

하지만 라지알은 담담하게 다음 수를 이어갔다.

용우를 향해 날아간 뇌전 구체들은 소멸했지만 다른 곳에 나타난 뇌전 구체들은 멀쩡했다. 그것들이 번쩍이며 라지알에게 집결했다.

-천둥신의 진노!

뇌전계 최강급 공격 스펠이었다.

그것도 한 발이 아니었다. 낙뢰 수십 발을 합친 위력의 스펠이 다발로 구현되면서 뇌전 폭풍이 휘몰아쳤다.

꽈과과과과과……!

용우에게 직격한 뇌전 폭풍이 수십 킬로미터 일대를 집어삼켰다.

동시에 라지알은 그 폭풍 속으로 뛰어들었다.

‘군주 살해자, 네 유일한 약점이지.’

네뷸라에는 뇌전의 권능이 존재하지 않는다.

뇌전 폭풍 속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라지알뿐이었다.

투콱!

뇌전이 미쳐 날뛰는 공간 속에서 라지알의 공격이 용우를 위협했다.

‘하지만 두 번 통용되진 않을 터. 이걸로 끝낸다!’

마력도, 힘도, 속도도 우위를 점한 상태에서 환경까지 자신의 편으로 만들었다. 라지알은 이 뇌전이 스러지기 전에 결판을 낼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어슴푸레한 빛이 일어나 용우를 감쌌다.

‘뭐야?’

동시에 용우가 가속했다.

‘더 가속할 수 있었단 말인가?’

라지알이 놀랐다.

지금까지도 둘은 초가속 상태로 싸우고 있었다. 물질의 움직임을 가속시키는 효과만이 아니라, 시공간에 간섭하는 가속 스펠도 여러 개 중첩한 채로 싸우고 있었기에 모든 움직임이 음속의 수십 배에 달했다.

그런데 용우가 한 번 더 가속해서 전투 템포를 높인 게 아닌가?

투앙!

빗방울 하나가 떨어지듯 가벼운 일격이 라지알의 방어를 때렸다.

콰콰콰콰콰……!

뒤이어 소나기 같은 연타가 쏟아졌다.

라지알이 정신없이 밀리기 시작했다.

서로 마력을 비교하면 라지알이 용우보다 위였다. 격투의 기교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용우가 속도를 더 끌어올리자 그 우위가 무색해졌다.

파밧!

용우의 검, 네뷸라가 라지알의 볼을 스치고 지나갔다.

‘제기랄!’

용우의 공격이 너무 빠르다. 라지알은 공격을 막는 것에만 급급했다.

‘새벽의 권능인가? 여태까지 다 끌어내지 않고 있었던 거군!’

시공간에 직접 간섭이 가능한 권능.

투자되는 마력에 비해 현상의 규모는 작다. 하지만 일대일 전투에서는 다른 어떤 권능보다도 위험했다.

그리고 새벽의 해머와 새벽의 군주 두라크의 코어는 모두 용우의 소유였다.

쾅!

결국 용우의 공격이 라지알의 방어를 웃돌았다. 호쾌한 올려 차기가 라지알을 하늘로 쳐 날렸다.

쾅! 콰쾅! 콰콰콰쾅!

공간을 격하는 연속공격이 라지알을 높이, 더 높이 쳐 올렸다.

용우가 차갑게 웃었다.

‘못 참고 달려들 줄 알았다.’

절박한 상황에 빠진 라지알은 심리적 허점을 드러내고 말았다. 그리고 용우는 그 허점을 찌를 비장의 패를 준비해두고 있었다.

‘성층권까지 날아갔군.’

라지알은 순식간에 고도 40킬로미터를 돌파했다. 용우도, 라지알도 서로를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거리가 아니었다.

하지만 용우는 구세록의 권능을 써서 라지알을 바로 앞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포착했다.

철컥……!

그의 손에는 4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포신이 잡혀 있었다.

윙 슈트에 탑재되었던, 35㎜ 포탄을 쏘기 위한 포신이었다.

용우는 권희수의 마지막 연구성과를 손에 넣은 시점부터 가능한 모든 준비를 했다.

크로노스 그룹의 기술자들이 밤을 새워가며 용우를 위해 만든 ‘일회용’ 35mm 포 역시 그중 하나였다.

우우우우우우우!

M-링크 시스템이 발동, M슈트가 타오르는 듯한 빛을 발했다.

그 자체로 거대한 폭풍우와도 같았던 용우의 마력이 폭발적으로 증폭된다. 행성을 집어삼키는 거대한 존재감이 대기를 뒤흔들었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용우는 절대적인 마력 통제력으로 그 마력을 극한까지 압축했다. 물질이었다면 중력붕괴가 일어나고도 남았을 정도로 압축된 마력이 스펠의 형태로 35mm 증폭탄두에 실렸다.

-유성의 화살!

그리고 별조차 부술 수 있는 일격이 발사되었다.

……!

발사 시점에서 표적과의 거리는 41킬로미터.

하지만 그 거리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한없이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발사된 에너지탄이 표적을 꿰뚫었다.

* * *

일순간, 지상의 모든 존재가 움직임을 멈췄다.

“…….”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는 군단만이 아니었다. 그들을 학살하던 팀 섀도우리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맙소사.”

아메리카 대륙에서 군단과 격전을 벌이던 휴고가 숨을 삼켰다.

지금, 한반도의 인천 앞바다에서 상상도 못 할 일이 일어났다.

그곳에서는 언제 지구 그 자체를 파괴해도 이상하지 않을 힘을 가진 자들이 격돌하고 있었다. 그리고 방금 전, 별을 부수는 힘이 천공을 꿰뚫었다.

그 신화적 힘의 발현을 모두가 느꼈다. 마력을 다루는 자라면 누구나 압도당할 수밖에 없었다.

“설마 끝난 건가?”

휴고와 함께 싸우던 브리짓이 아연해하며 중얼거렸다.

* * *

하늘을 불태우던 혼탁한 구름에 커다란 구멍이 뻥 뚫렸다.

“크억……!”

그 구멍 너머, 고도 41킬로미터 지점에서 신음이 터져 나왔다.

성층권의 허공에서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라지알이 품었던 융합체, 그것을 중심으로 마치 누군가 허공에 그림을 그리듯이 한 사람의 모습을 나타내는 것이 아닌가?

그것은 무(無)에서 유(有)가 태어나는 과정처럼 보였다.

“내가… 살아있나?”

완전히 소멸했다가 되살아난 라지알이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되살아난 것은 육체뿐이다. 장비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기에 라지알은 알몸으로 성층권에서 낙하하고 있었다.

‘어째서 살아있는 거지?’

분명히 일격에 숨통이 끊어졌었다. 심지어 핏방울 하나 남기지 못하고 소멸하는 죽음이었다.

‘설마 왕의 권능은, 왕을 불사의 존재로 만드는 건가?’

라지알이 흠칫 몸을 떨었다. 왕의 권능이 그 추측이 옳다고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군단의 왕이 된 시점부터 라지알은 불사의 존재가 되었다. 죽어도 얼마든지 되살아난다.

하지만 그 불사에는 제한이 있었다.

왕의 인장이라 할 수 있는 융합체가 존재해야 한다. 그리고 부활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많은 영적 자원이 소모된다.

‘의존할 수 없다.’

라지알은 곧바로 그 불사성에 낮은 평가를 내렸다.

서용우에게는 ‘필멸자의 세계’라는, 융합체를 파괴할 수단이 있다. 또한 군단의 영적 자원은 무한하지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쓸모없는 것은 아니다. 충분히 활용할 만한 무기였다.

‘잠깐.’

문득 라지알은 섬뜩한 사실을 떠올렸다.

‘왜 놈이 추격해오지 않지?’

자신이 되살아난 시점에서, 용우는 그 사실을 파악했을 것이다.

그런데 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인가?

추격해오기는커녕 공격하는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라지알은 곧 그 답을 알 수 있었다.

* * *

쿠구구구구…….

굉음이 잦아들고 있었다.

용우는 박살 나버린 35mm 포를 내던졌다.

‘혹시나 했는데 정말로 불사신인가?’

그러면서 성층권에서 라지알이 되살아나는 것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되살아나는 동안에는 정신을 제대로 차릴 수 없을 것이다. 그 틈을 노려서 한 번 더 같은 공격을 먹일 수도 있을 터.

하지만 용우는 빗나갈 가능성이 높은 공격에 마력을 소모하는 대신 다른 길을 선택했다.

우우우우우…….

네뷸라가 빛을 발한다. 영롱한 빛이 폐허가 된 인천항을 감싸고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용우가 아공간에서 대 몬스터 저격총을 꺼내 손에 쥐었다.

‘강한 소수를 상대하기 위한 체제가 정말 잘 확립되어 있는 건 알겠다. 짜증 날 정도군.’

고작 여덟 명 밖에 안 되는 팀 섀도우리스가 수십만 대군과 대적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성좌의 화신이 되어 군주급의 마력을 행사한다지만, 적의 숫자는 수십만이다.

잡병들조차 6등급 몬스터 수준의 마력을 가졌고, 그들 수만 명의 힘을 하나로 묶어 거대한 힘의 흐름을 자아낼 시스템까지 갖추고 있다.

그것은 군주조차 사냥할 수 있는 힘이다.

정면으로 대적했다면 아무리 성좌의 화신이라고 해도 이미 패배했으리라.

‘왕의 권능이라는 것 때문이겠지.’

이비연이 알기로 군단의 전투 시스템이 이 정도로 막강하지는 않았다. 필시 라지알이라는 왕이 탄생하면서 예전에는 불가능한 일이 가능해진 것이리라.

‘권 박사가 아니었다면 이기기 어려운 싸움이었을지도 모르겠어.’

개개인의 마력이 높은 것만으로는 이 머릿수 차이를 극복할 수 없었다.

구세록의 권능으로 압도적인 정보 우위를 쥐고, 현대화기를 쓸 수 있기에 치고 빠지는 식으로 싸울 수 있는 것이다.

‘자, 그럼 어디 얼마나 대비가 잘 되어 있는지 볼까?’

용우가 총구를 허공에 대고 그대로 방아쇠를 당겼다.

* * *

군단은 가짜 지구 곳곳의 17개 포인트에 흩어져 있었다.

그들은 적의 존재가 명확해진 시점부터 집결하기 시작했다. 대단위로 뭉치면 뭉칠수록 강해지기 때문이었다.

이탈리아 로마에 진입한 1만 7천 병력은 워프 게이트를 통해 독일 베를린에 집결했다. 그리고 프랑스 파리의 병력과 힘을 연결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그런 그들을 한줄기 섬광이 덮쳤다.

<……!>

까마득한 상공 어딘가에 워프 게이트가 열린 시간은 그야말로 만분의 1초도 안 되는 찰나.

하지만 광속에 가까운 에너지탄이 공간을 넘어오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콰아아아아아아!

그 일격이 그들의 방어막을 꿰뚫고 대폭발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들이 사태를 파악하기도 전에, 2격과 3격이 그들을 덮쳤다.

* * *

라지알은 성층권에서 그 참사를 지켜보았다.

“…….”

말도 안 되는 짓이었다.

한반도 인천에서 쏜 공격이, 거의 동시적으로 베를린을 덮친다니.

하지만 공격자가 서용우라면 말이 됐다. 라지알도 비슷한 일을 할 수 있을 테니까.

라지알이 부활의 후유증을 다스리는 잠깐 사이, 서용우가 죽인 군단원의 수는 4천을 넘어가고 있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빠져나갈 길이 막혀 버렸다.’

서용우는 소름 끼치도록 철저했다.

그는 라지알에게서 모든 선택지를 빼앗았다. 라지알에게 차분히 생각을 정리하고, 전투를 준비할 자유 따위는 없었다.

그에게 허락된 것은 오로지 앞뒤 가리지 않고 필사적으로 서용우에게 덤비는 것뿐이었다. 그것이 절대적으로 불리한 입장임을 알면서도 그럴 수밖에 없었다.

“군주 살해자……!”

라지알은 그 절망감에 울분을 터뜨리며 강하하기 시작했다.

그런 그의 움직임을 포착한 용우는 방금 전의 사격으로 망가진 총기를 던져버렸다.

“불사의 왕, 그 대단한 권능의 바닥이 어딘지 시험해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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