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괌에 열렸던, 지구 역사상 가장 거대한 게이트가 공략된 지 불과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구 중국령 베이징의 하늘 위에 또다시 최고기록을 경신하는 게이트가 열리고 있었다.
구구구구구구……!
대지가 진동했다. 퍼스트 카타스트로피 전에는 2천만 명 이상의 인구수를 자랑했던 대도시, 베이징의 폐허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거창하군.”
형체를 보존하고 있는 빌딩 위에 앉은 채 서용우가 중얼거렸다.
그만이 아니었다.
이비연, 리사, 차준혁, 유현애, 이미나, 휴고, 브리짓…….
팀 섀도우리스 전원이 베이징의 폐허에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브리짓이 말했다.
“놈들이 총공세를 취한다는 것은… 게이트가 아닌 다른 수단으로 지구에 온다는 뜻이 아니겠냐고 생각했습니다. 아무런 조짐도 없이 지구에 나타날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군요.”
“다른 수단으로 오는 건 맞지. 저건 우리가 공략해온 게이트가 아니라 순수한 ‘문’이야.”
최후의 게이트는 검은 구멍이라는 점에서 다른 게이트와 똑같아 보였다. 하지만 열리는 각도부터가 달랐다. 고도 1킬로미터 지점에, 하늘 위에서 지상을 굽어보는 형태로 열리고 있었다.
“오버 커넥트의 초대형 버전 같은 거지. 차이점이라면 통과하는 순간 정보세계의 존재가 완전히 물질세계의 존재로 전환된다는 것 정도일까?”
그리고 그 점이 가장 놀랍고 위험한 부분이리라.
최후의 게이트는 계속 커져가고 있었다. 대화를 나누면서 기다리는 동안 800미터에 달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아직 확장이 멈추지 않았다.
유현애가 중얼거렸다.
“백만 대군이라… 만날 삼국지 같은 데서 나오던 그 숫자가 얼마나 많은 건지 직접 볼 기회네요.”
심지어 그 백만 명은 하나하나가 지구 인류의 최상위권 각성자들을 훨씬 능가하는 마력을 보유한 괴물들이다.
“떨지 마.”
용우가 한마디 하자 다들 고개를 저었다.
“무리예요.”
“말이 되는 소릴 하셔.”
“난 안 떨었어.”
휴고가 허세를 부렸지만, 차준혁이 침착하게 지적했다.
“다리가 떨리고 있는데?”
“땅이 울리고 있잖아! 땅에 발 디디고 있으면 당연히 떨리지!”
“음. 그렇군. 미안하다.”
“…….”
차준혁이 진짜로 미안하다는 듯 말하자 휴고가 똥 씹은 표정을 지었다.
그때 용우가 말했다.
“온다.”
마침내 게이트의 확장이 멈췄다. 이 시점에서 게이트의 직경은 1킬로미터를 넘은 상태였다.
물론 지금까지의 게이트하고는 성격 자체가 다르니 크기로는 위험성을 짐작할 수 없다. 하지만…….
“이 크기면 한꺼번에 쏟아지겠는데.”
1킬로미터라는 폭을 생각하면 한꺼번에 투입되는 병력의 수가 어마어마할 것이다.
게이트 확장이 멈추자 팀 섀도우리스 전원은 둘둘씩 짝을 지어서 물러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게이트 너머에서 뭔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라?”
그것은 팀 섀도우리스가 예상한 것과는 다른 존재였다.
1킬로미터 상공에서 빛의 구체 하나가 떨어져 내렸다.
-땅 위의 태양!
종말급 스펠이었다.
땅에 도달하는 순간, 그 빛의 구체가 무시무시한 기세로 확장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폭발과는 달랐다. 분명히 초당 10미터 이상의 속도로 직경이 늘어나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폭발이 아니라 주변을 집어삼킨다고 하는 것이 옳았다.
“청소부터 하겠다는 거군.”
게이트를 통해서 지구로 침입하는 경로가 훤히 드러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작정 병력을 진군시킬 만큼 군단 지휘부는 어리석지 않았다.
“어쩌지?”
“물러나. 범위 밖으로. 저거 봉쇄한다고 마력을 소모하느니 그편이 낫다.”
종말급 스펠 ‘땅 위의 태양’은 지상에 수만 도의 초고열을 머금은, 빛의 구체를 만들어낸다. 직경 2킬로미터 이상까지 확장하는 그 빛의 구체는 그야말로 작은 태양과도 같았다.
그 속으로 집어삼켜진 모든 것은 초고열로 소멸한다. 그리고 빛의 구체로부터 비롯된 열기가 바깥으로 뻗어 나가며 반경 수십 킬로미터를 불태워버린다.
후우우우우……!
실제로 급속도로 확장해가는 빛의 구체 주변에 열풍이 휘몰아치면서 베이징의 기온이 급상승하고 있었다. 잠시 후면 베이징 전역이 생명체가 살아남을 수 없는 불지옥으로 화할 것이다.
하지만 그 지옥을 피하기는 간단했다.
물론 팀 섀도우리스 정도 능력자에게나 해당하는 간단함이지만.
팀 섀도우리스는 땅 위의 태양으로부터 100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지점, 톈진 해안가까지 물러나서 상황을 지켜보았다.
……!
형성을 끝낸 땅 위의 태양이 폭발했다. 이미 불지옥으로 화한 베이징을 대폭발이 휩쓸었다.
지구 인류의 전쟁을 기준으로 보면 전략핵을 투하한 상황이다. 그것으로 전쟁이 끝나거나 아니면 인류를 파멸로 몰고 갈 세계대전의 시발점이 될 수 있으리라.
하지만 군단과의 전쟁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었고, 저 일격은 병력을 투입하기 전의 가벼운 청소작업에 불과했다.
“이제 진짜로 온다.”
그리고 하늘까지 집어삼킨 장대한 흙먼지 속으로 군단의 병사들이 강하하기 시작했다.
1킬로미터를 넘는 게이트에서 초당 수백 명의 병사가 쏟아져 나온다.
그들은 지상에 도달하는 것과 동시에 흩어지면서 군진을 형성했다. 빠르게 후속 병력이 합류하면서 순식간에 군진의 규모가 확대되어간다.
“쳇. 환영 인사로 준비한 건 깨끗하게 날아갔네. 함정을 예상하고 땅 위의 태양을 선택한 거겠지.”
이비연이 혀를 찼다.
저들을 맞이할 준비에 공을 많이 들였다. 저 착지 지점에도 군단을 엿 먹일 함정이 잔뜩 준비되어 있었다.
하지만 종말급 스펠 ‘땅 위의 태양’이 그 모든 것을 소멸시켜버렸다. 종말급 스펠 중에서도 그런 용도로는 강점을 보이는 스펠이었다. 군단 지휘부가 함정을 염두에 두고 선택했으리라.
“하지만 우리가 준비한 환영 인사는 그것만이 아니지.”
용우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손가락을 한번 튕겼다.
그러자 불길한 정적이 베이징의 하늘을 지배했다.
<종말급 스펠이다!>
군단은 머리 위에서 내려오고 있는 거대한 백색의 용을 발견했다.
-눈보라의 용!
하늘과 땅을 잇는 순백의 선, 세상에서 가장 긴 얼음기둥을 그려내면서 종말의 용이 강하해온다.
<예상대로군.>
진입하자마자 종말급 스펠로 공격받는 상황임에도, 군단은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게이트를 통한 병력 투입이 멈췄다.
동시에 몇 명의 고위 언데드를 중심으로 거대한 힘의 흐름이 형성되었다. 그들을 중심축으로 삼아서 수천 병사의 힘이 집중되는 것이다.
콰아아아아아아!
눈보라의 용이 지상에 도달, 순백의 폭발이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방금 전까지 베이징 전역을 가리며 일어났던 흙먼지가 거짓말처럼 쓸려나가고, 모든 것이 하얗게 얼어붙은 동토(凍土)로 화했다.
그러나 군단은 전혀 피해를 입지 않았다.
“저런 걸 준비하고 있었나.”
이 시점에서 전장에 투입된 군단의 병력은 이미 만 명을 넘었다.
그들 전원이 힘을 모아 거대한 방어막을 구축함으로써 종말급 스펠을 막아낸 것이다.
용우가 눈을 빛냈다.
“그냥 놔두면 귀찮아지겠어. 내가 한번 흔들어놓지.”
“혼자 가려고?”
“아직 놈들의 주력이 전혀 안 나왔어. 우리도 시간이 필요한 건 마찬가지니까 대기해. 골렘들 배치나 신경 쓰고.”
용우는 베이징을 향해 날았다. 한 번에 20킬로미터 지점까지 텔레포트로 이동, 그다음부터는 연속도약으로 땅을 박차면서 달려나갔다. 무시무시한 기세로 가속한 용우의 돌진속도가 순식간에 극초음속을 돌파했다.
군단은 곧바로 용우의 접근을 알아차렸다.
<군주 살해자!>
새하얗게 얼어붙은 지평선 너머로부터 소름 끼칠 정도로 거대한 마력을 보유한 존재가 군단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군단은 곧바로 대응에 나섰다.
-구전광(球電光) 무한연쇄!
-염동충격탄 동시다발!
-땅거인의 손……!
무수한 스펠이 용우를 대상으로 펼쳐진다.
개개인이 펼치는 스펠이 아니다. 화력전을 담당하는 전문가들이, 다른 병사들의 마력을 받아서 본신 마력만으로는 불가능한 화력을 쏟아내었다.
천 개를 넘는 뇌전의 구체가 번쩍인다.
만 개를 넘는 에너지탄들이 소나기처럼 쏟아져 내린다.
사방팔방에서 흙과 암석으로 이루어진 거인의 손 수십 개가 솟아나 용우를 노린다.
“노력은 가상하군.”
하지만 용우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거대한 양손 대검, 궁극의 융합체 네뷸라를 휘둘렀다.
<이런……!>
군단의 지휘관들이 경악했다.
단 한 번 검을 휘둘렀을 뿐이다. 그런데 그 일격으로 그들이 쏟아낸 공격의 절반이 사라졌다.
사라진 절반이 용우에게 직격하는 궤도였기에, 나머지 절반은 날아와서 폭발해도 용우에게 전혀 데미지가 없었다.
-눈보라의 군단!
그리고 용우의 부름에 응하여 얼음으로 이루어진 거구의 전사들 수천 명이 일어나 군단에게 진군해갔다.
-얼음정령의 춤!
한기 속에서 태어난, 아름다운 얼음조각상 같은 존재들 수천이 어지럽게 날아다니며 군단을 강습했다.
꽈아아아아아앙!
그리고 극초음속으로 뛰어든 용우가 군단의 방어막과 충돌했다.
<이런, 제기랄……!>
결계의 중심에 위치한 고위 언데드 여섯이 닥쳐오는 충격에 이를 악물었다.
-필멸자의 세계!
용우를 중심으로 반경 10미터에 해당하는 공간이 흐릿하게 열화되었다.
파직!
용우가 자신을 가로막은 방어막에 네뷸라를 찔러 넣었다. 하지만 그대로 방어막을 돌파하지는 않는다.
파지지지직!
방어막 위를 달려가면서, 마치 돔 형태의 케이크를 자르듯이 방어막을 잘라버렸다!
필멸자의 세계가 만들어낸 영역 또한 용우를 따라서 이동하고 있었다. 이 영역 안에서 용우가 부수지 못할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염동빙결탄 동시다발!
그렇게 만들어낸 틈새로 극저온의 한기가 농축된 에너지탄 수십 발이 쏟아져 내린다.
-얼음꽃!
그보다 더한 위력을 가진 얼음 폭탄 다발이 그 뒤를 따랐다.
콰과과과과광!
순백의 폭발이 군단의 진 내부를 뒤흔들었다. 착탄 지점에 있던 언데드들이 빙결 당해서 터져나갔다.
그리고 용우의 검에 갈라진 방어막이 소멸했다. 그 바깥에 소환되어 있던 얼음전사와 얼음정령의 대군이 기다렸다는 듯 돌진했다.
<이, 이건 말도 안 돼!>
군단은 패닉에 빠졌다.
그들은 소수의 강자를 상대하기 위한 전술 체계를 완벽하게 확립했다. 만 명 이상이 투입되어 군진을 갖춘 시점에서, 군주급의 적이라고 하더라도 맞설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었다.
그런데 용우는 그들이 상정한 모든 상황을 박살 내 버렸다.
방어막을 힘으로 깨는 것도, 교묘한 기술로 해제하지도 않았다. 모든 불멸성을 필멸의 영역으로 끌어내리는 권능을 발현해 케이크를 자르듯이 잘라버린 것이다.
<저지부대! 막아! 1초라도 좋으니 놈을 멈추게 해!>
용우가 방어막을 파괴하고 나서 불과 10초.
그동안 군단의 전사자는 천 명을 넘어가고 있었다.
<설치는 건 거기까지다!>
그런 용우에게 저지부대가 돌진했다.
24명으로 구성된 저지부대는 근접전을 담당하는 12명과 원호를 담당하는 12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하나하나가 최소 8등급 몬스터 이상의 마력을 가진 고위 언데드들이었다.
투아아아아앙!
그들이 용우와 격돌했다.
“호오.”
용우가 눈을 빛냈다.
구세록을 손에 넣어서 성좌의 무기에 걸려 있던 제약을 해제한 지금, 용우가 다루는 마력은 어마어마했다. 장기전을 염두에 두고 출력을 조절하고 있었지만, 지금 개방한 것만으로도 군주의 두 배에 달했다.
즉 8등급 몬스터를 능가하는 마력이라고 해봤자 용우 앞에서는 잔챙이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그런 존재가 용우와 충돌한 반발력을 버텨낸 게 아닌가?
‘확실히 전하고는 다르군.’
용우가 왕의 섬에 침투해서 학살전을 벌였을 때와는 달랐다.
그때는 병력이 긴급 출동해서 중구난방으로 싸웠다. 본진에서, 수적으로 압도하는 싸움이었는데도 병력 활용이 비효율적이었다.
그것은 본진이 그런 식으로 공격당하는 경우를 상상 못 해봤기 때문이리라. 매뉴얼에는 존재할지도 모르지만, 실제로 그런 상황을 상정하고 훈련한 경험이 없으면 그럴 만도 했다.
하지만 지금의 군단은 제대로 된 병력 활용을 보여주고 있었다. 특히 전장에 존재하는 다수 병력의 힘을 하나로 모아, 필요한 국면에 집중시키는 기술은 놀라웠다.
‘하긴 허우룽카이도 하던 짓을 이놈들이 못하면 그것도 이상하지.’
다수의 마력을 한 명에게 몰아주는 기술은 허우룽카이가 연구했고, 용우 역시 모방해서 구현하는데 성공했다.
군단은 그 기술을 월등한 규모와 세련된 방식으로 운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 봤자다. 어차피 자기 힘이 아니지.’
용우가 차갑게 웃었다.
<크으으윽……!>
용우와 맞붙은 언데드 전사들은 이를 악물었다. 막대한 압력이 그들을 부숴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너무 아끼는군. 기왕 나를 막게 할 거면 좀 더 팍팍 주지 그랬어?”
용우가 그들을 비웃었다.
그들에게 집중된 힘은 용우와 대적하기에 부족했다. 일격을 막은 것은 대단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쾅!
직접 검을 맞대고 있던 언데드 전사가 터져 나갔다.
파악!
검이 비스듬한 선을 그리자 그 궤적에 걸려든 언데드 둘이 산산조각난다.
<막아!>
원호를 담당하는 12명이 급히 스펠을 퍼부었다. 텔레파시 공격과 저주 공격 다발이 날아든다.
하지만 소용없다. 용우는 그 공격을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비껴내면서 근접전을 담당하는 언데드들을 학살한다.
<제기랄! 이 괴물……!>
순식간에 근접전 담당들이 몰살당하자, 원호 담당들이 비명을 질렀다.
용우가 그들을 하나하나 죽여 나갈 때였다.
-유성의 화살!
제2우주속도로 날아든 섬광이 용우를 노렸다.
콰아아아앙!
하지만 용우는 악의를 통찰하는 능력으로 장거리 저격을 사전에 알아차렸다. 단 한걸음 움직인 것만으로 공격을 피해내고는 위를 올려다보았다.
<크악!>
그 와중에 앞에 있던 적을 베어버리면서.
“이제 슬슬 주력이 나오기 시작하는 건가?”
용우를 저격한 것은 검은 갑옷을 입은 해골기사였다.
그 뒤로 다시금 언데드 병사가 초당 수백 명씩 쏟아져 내리기 시작한다. 용우가 그들을 향해 손을 쓰려 하자 해골기사가 달려들었다.
꽈아아아앙!
용우와 해골기사가 서로 반대편으로 튕겨 나갔다.
“좀 하는데?”
용우가 씩 웃었다.
<으음……!>
해골기사가 신음했다. 그의 갑옷 어깨 파츠가 날아가고, 어깨뼈가 박살 났다가 다시 복원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정도로 끝났다는 점이 놀라웠다. 해골기사의 마력은 군주의 절반을 넘는 수준이었다.
‘이건 좀 대단한데?’
그 사실에 용우도 놀랐다.
다수의 힘을 한 개체에게 집중해준다. 그게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한계는 명확하기 마련이었다. 왜냐하면 한 개체의 그릇이 담을 수 있는 허용량이 있으니까.
그런데 이 정도의 힘을 구현한다?
<역시 강하군.>
<하지만 어차피 혼자서 막을 생각도 없었다.>
게다가 그런 놈이 하나가 아니다. 용우 앞에 서는 놈들만 열 명이었다.
과거 볼더를 쓰러뜨렸을 때, 그의 최측근이었던 해골 기사 대장은 부하들의 힘을 자신에게 모아 볼더의 본신 마력과 필적하는 힘을 구현했었다.
하지만 그건 그가 그만큼 특출한 존재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놈들이 이런 걸 할 수 있었다면 초월권족이 버틸 수 있었을 리가 없는데?’
그리고 용우가 군주들을 연달아 살해하면서 날뛰는 것도 진즉 가로막혔어야 했다. 아무리 구세록의 제약이 있다지만 군단의 본진에서는 이 힘을 쓸 수 있었을 것 아닌가?
‘뭔가 있군.’
용우의 감이 경고했다. 군단의 전력은 그가 예상한 것을 뛰어넘는다고.
그리고 그 감은 정확했다.
라지알 스스로 왕이 되면서 발현한 왕의 권능이 군단의 전력을 비정상적으로 끌어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너는 우리가 막는다, 군주 살해자.>
“자신감이 넘치는군. 가능할 것 같아?”
<막는 것만이라면 충분히. 너는 아무것도 못 해보고 패배하게 될 것이다.>
묘한 뉘앙스였다. 용우가 눈살을 찌푸릴 때였다.
[오빠.]
이비연의 통신이 날아들었다.
[다른 곳에도 게이트가 열리기 시작했어. 현재 파악된 것은 다섯. 서울, 오사카, 뉴욕, 타이베이, 파리… 아, 지금 모스크바와 몬트리올, 베를린이 추가됐어.]
“…….”
해골 기사가 웃었다.
<이제는 알겠지? 네가 우리를 쓰러뜨리기 전에, 너희 세계가 멸망한다.>
종말의 해일이 밀려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