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세계의 귀환자-187화 (187/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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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우라스는 휴고가 접근해오는 순간, 공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꽈르릉! 꽈광!

뇌전이 사방팔방에서 쏟아지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다. 뇌전으로 발생한 소음이 굉음의 권능으로 통제되면서 굉음결계를 형성하는 게 아닌가?

‘이런!’

휴고는 섬뜩함을 느꼈다.

아티팩트급 장비들로 마력을 끌어올렸는데도 에우라스의 마력이 훨씬 우위였다. 게다가 권능의 활용이 무시무시했다.

‘기술이 뛰어난 게 아니야. 그보다는…….’

숨 쉬듯이 자연스럽다. 그런 표현이 어울렸다.

뇌전이 춤춘다.

하지만 휴고 역시 뇌전을 다루는 데는 이골이 난 몸이었다. 아티팩트 뇌전의 사슬을 발동해서 대응한다.

폭발하는 뇌전 에너지 일부가 휴고에게 흡수된다. 뇌전 포식자가 수십 개나 펼쳐지면서, 뇌전을 빨아들여 소멸시킨다.

하지만 에우라스는 휴고가 대응을 시작한 그 순간, 다음 행동에 나섰다.

-천지역전(天地逆轉)!

특정 영역의 중력이 뒤집어지면서 휴고가 하늘로 솟구쳤다.

‘이런 젠장!’

휴고가 중력 역전 영역에서 탈출하는 순간, 폭음이 터진다.

-용의 포효!

사방을 쩌렁쩌렁 울리던 음파가 휴고에게로 집중, 궤도상의 모든 것을 분쇄해버릴 만한 음파 공격으로 화했다.

‘이까짓 거!’

휴고는 놀라운 순발력으로 그 공격을 막아냈다.

<놀랍군! 벌레 주제에?>

이 방어에 에우라스도 놀람을 금치 못했다.

휴고는 탁월한 감각으로 음파 공격의 조짐을 파악, 초고속 마력 컨트롤로 소리를 차단하는 차음방벽을 펼친 것이다.

<……!>

하지만 그 순간 뭔가가 휴고를 베고 지나갔다.

‘아.’

휴고는 당하는 순간 그게 뭔지 알 것 같았다.

하지만 사고가 멈춘다.

뭔지 알았다고 생각한 순간, 그 실체가 머릿속에 그려지기 전 사고가 단절되면서 감각이 암전되었다.

텔레파시의 검이었다. 에우라스는 능수능란한 텔레파시로 휴고의 허점을 찔렀던 것이다.

잠깐 정지한 휴고를 노리고 무수한 빛의 궤적이 그어졌다.

콰쾅! 콰콰콰콰쾅!

불규칙한 곡선 궤도를 그리며 날아든 에너지탄들이 휴고를 연속으로 쳐서 날렸다.

<뇌전만 봉쇄하면 끝이다, 설마 그렇게까지 나를 얕보고 있었느냐?>

에우라스가 결정타를 가하려는 순간이었다.

한줄기 섬광이 에우라스를 때린다.

-유성의 화살!

대폭발이 일어나면서 에우라스의 공격이 저지되었다.

“휴우. 아슬아슬 세이프.”

긴장감 없는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1킬로미터 떨어진 지점에서 유현애가 망가진 대 몬스터 저격총을 던져 버리고 있었다.

“휴고, 나한테 빚 하나 진 거야.”

“아이스크림 쏘면 되냐?”

그녀 덕분에 목숨을 건진 휴고가 씩 웃으며 대꾸했다.

차준혁, 유현애, 브리짓, 이미나가 휴고에게 합류했다.

콰과광! 콰과과과과……!

그리고 10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지점에서 리사가 9등급 몬스터 랜드 스타를 상대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그녀가 랜드 스타를 처치하고 합류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여섯 놈인가.>

에우라스가 긴장했다.

설마 부하들이 이렇게 허무하게 당해버릴 줄은 몰랐다. 자신처럼 약화되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전투에 이골이 난 강자들이었거늘.

그리고 지금의 팀 섀도우리스 여섯 명을 상대로는 에우라스도 승산을 장담할 수 없다.

‘나머지 하나가 합류하기 전에, 하나라도 수를 줄인다.’

에우라스가 전술을 결정했을 때, 차준혁 역시 전술을 결정했다.

“변수가 많아. 단번에 끝내지.”

“3분 안에 끝낼 수 있을까?”

“그때는 어차피 우리가 이긴다.”

차준혁은 단호하게 승리를 이야기했다. 다들 그 말에 토를 달지 않았다. 그만한 근거가 있었기 때문이다.

우우우우우우!

그리고 다섯 명의 M슈트가 일제히 빛을 발하면서 거센 마력 파동이 퍼져나갔다.

<이건……!>

에우라스가 멈칫했다.

고(故) 권희수 박사의 최고 걸작 ‘M-링크 시스템’이 발동하면서, 다섯 명의 마력이 폭증했기 때문이었다.

한정된 시간 동안 출력을 두 배까지 증폭시키는 이 시스템의 존재는, 지금의 에우라스 입장에서는 심장을 찌르는 비수나 다름없었다.

<웃기지 마라…….>

에우라스는 밀려드는 절망감을 느끼며 마력을 전개했다.

<내가 이런 곳에서 쓰러질 것 같으냐!>

“물론.”

차준혁이 차갑게 대꾸했다.

그리고 산개한 팀원들이 일제히 공격을 가했다. 전원이 커다란 대(對) 몬스터 저격총으로 에우라스를 겨누고 방아쇠를 당긴다.

꽈과과과광……!

아티팩트급 장비들로 한번, 그리고 M-링크 시스템으로 또 한 번 마력을 증폭한 채 발하는 에너지탄.

그것이 고용량 증폭탄두로 몇 배나 증폭된 위력을 발한다.

그 대가로 값비싼 총기가 일회용으로 망가져 버리지만, 상관없다. 군주에게 데미지를 줄 수 있다는 메리트를 생각하면 그 손실은 새 발의 피였으니까.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지구 문명의 힘이었다.

마력을 증폭시키는 것은 물론, 각종 스펠 효과가 내재된 장비는 제1세계의 작품이다. 군단이 쓰는 장비도 전부 제1세계와의 전쟁에서 노획하거나, 아니면 타락체가 된 장인들이 만들어냈다.

지구 인류는 아직 이런 물건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하지만 지구 문명의 진수는 생산력에 있다.

지구 인류가 만들어낸 헌터 장비는 전부 대량 생산이 가능한 것들이었다. 그것들은 소모성인 대신 탁월한 파괴력을 자랑하며, 완벽하게 규격화되어 있기에 얼마든지 동일한 대체품을 만들 수 있었다.

그러한 강점이, 군단 수준으로도 상위권에 속할 마력 보유자에게 활용된 결과는 무시무시했다. 에우라스가 절망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위력이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하, 하하하하!>

에우라스는 만신창이가 된 채 웃었다.

에너지체인 그에게는 부상이라는 개념이 없다. 그럼에도 그의 상태를 표현하기에 가장 적절한 말은 만신창이였다.

누적된 타격으로 에우라스의 허공장은 걸레짝이 되었다. 마력도 바닥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의 의식이 들어 있는 뇌전 코어도 데미지를 받아서 깨져나가고 있었다.

‘놈들이 옳았군.’

자신은 연습 상대에 불과했다. 저들에게는 그렇게 오만할 자격이 있었다.

저들이 단순히 끝장낼 생각으로 덤볐다면 벌써 승부가 났으리라. 하지만 저들은 에우라스에게서 굉음의 도끼를 온전히 회수하고 싶어 했고, 그래서 손해를 감수해가면서 에우라스의 전력을 깎아내고 있었다.

그럼에도 끝이 다가온다.

에우라스는 뇌리에 선명하게 울리는 사신의 발소리를 들으며 생각했다.

‘라지알, 빌어먹을 왕이여.’

불과 한 시간 전까지만 해도 그는 군단의 승리를 믿고 있었다.

아무리 군주 살해자가 강하다 해도, 머릿수의 격차가 너무나 압도적이었다. 그리고 왕의 권능을 손에 넣은 라지알은 본신 마력을 아득히 초월한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지구 인류에게는 제약이 사라져 총공세를 가할 수 있는 군단을 막을 방법이 없다. 그렇게 판단했다.

‘너는 이길 수 있겠느냐? 이놈들을 상대로?’

하지만 지금은 모르겠다.

에우라스는 눈앞에서 피어오르는 마력의 불빛을 보았다. M-링크 시스템의 빛이 아니었다. M-링크 시스템의 유지시간은 이미 끝났고, M슈트의 빛도 꺼졌으니까.

저들이 장착한 아티팩트가 발하는 것과 똑같은 불빛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성대하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나는 알 수 없구나. 내가 먼저 가서 너를 기다리는 꼴이 될지, 아니면 이걸로 영원히 다시 볼일이 없을지…….’

에우라스는 맞설 수 없는 절망 앞에서 눈을 감았다.

* * *

전투가 끝났다.

팀 섀도우리스 여섯 명이 에우라스를 쓰러뜨리는 과정은 일방적이었다. 여섯 명의 연계 앞에서 에우라스는 손쓸 도리 없이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교전 시간도 짧았다. 팀 섀도우리스 여섯 명이 게이트에 진입하고, 에우라스를 쓰러뜨리기까지는 불과 10분밖에 안 걸렸으니까.

코어 몬스터로 설정되었던 에우라스가 쓰러지자 120미터급 게이트가 소멸 단계에 들어갔다.

“80점은 줘야겠군. 리허설로 이 정도니 본무대에서는 더 잘할 수 있겠지.”

그 전투에 대한 평가를 내린 용우의 눈길이 다른 곳으로 향했다.

군단의 세계, 왕의 섬에 열린 게이트들이 빠르게 공략되고 있었다. 군단의 전력 피해는 거의 없는 상황이었다.

아무리 봐도 굳이 구세록에 축적된 영적 자원을 소모해가면서 게이트를 연 의미가 없어 보였다. 괜히 손해만 본 게 아닐까?

하지만 용우는 무덤덤했다. 처음부터 이럴 줄 알고 있었던 것처럼.

“오빠.”

문득 이비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준비 끝났어.”

“수고했어.”

“고작 그거야? 정말 죽기 살기로 고생했는데 하나도 안 도와줘 놓고서!”

“안 도와준 게 아니라 못 도와준 거지. 내가 그런 쪽으로는 무능하잖아.”

“흥. 나 없었으면 어쩌셨을까?”

이비연이 토라진 척하자 용우가 웃었다.

“나도 좋은 소식 하나 알려줄게.”

“뭔데?”

“에우라스의 영혼을 포획했다.”

“오호.”

이비연이 눈을 빛냈다.

“놈에게는 지옥에서 마지막을 관람할 기회를 주도록 하자.”

구세록의 기능을 손에 넣은 지금, 군단이 인류에게 해온 일들을 갚아줄 수 있게 되었다.

언데드라 불리는 자들은 죽음을 두려워하게 될 것이다. 죽음 그 자체만이 아니라 사후에 그들을 기다릴 지옥을!

“그동안 약탈해간 만큼, 아니 이자까지 쳐서 되돌려받도록 하지.”

용우가 웃자 이비연도 환하게 웃었다.

* * *

군단이 왕의 섬에 열린 모든 게이트를 공략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 대가는 부상자 몇 명뿐. 전력 소실은 전무하다고 봐도 좋았다.

하지만 라지알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놈들의 의도를 모르겠군.’

게이트 안에는 골렘이 있었을 뿐이었다. 딱히 위험한 수작은 없었던 것이다.

‘정말 그냥 가볍게 찔러봤을 뿐이란 말인가?’

이 시점에서 그럴 의미가 있을까? 저만큼의 골렘이라면 차라리 결전에 투입해서 머릿수 차이를 메꾸는 게 좋지 않았을까?

마음에 걸리는 점은 또 있었다.

‘에우라스의 반응이 사라졌다.’

제3세계를 흔들어놓기 위해 보낸 에우라스의 반응이 사라졌다. 그와 같이 보낸 여섯 명의 부하 역시 마찬가지였다.

‘군주 살해자인가?’

제3세계에 심어놨던 병력이 전부 섬멸된 지금, 군단은 제3세계를 실시간으로 살필 방법이 없었다. 제한된 정보를 갖고 추측할 따름이다.

‘약간이라도 시간을 벌어주길 바랐거늘.’

설마 이쪽이 왕의 섬에 열린 게이트를 전부 공략하기도 전에 당해버릴 줄이야.

그들이 세운 계획대로라면 그럴 수가 없었다. 필시 예상하지 못한 사태가 벌어진 것이리라.

‘이 골렘도 그렇고, 역시 놈들이 구세록을 장악한 거겠지.’

그것은 군단 입장에서 상정할 수 있는 최악의 가능성이었다. 그렇기에 라지알은 그 가능성이 현실화됐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라지알의 눈이 먼 곳을 향했다.

물리적인 지점을 향하는 게 아니다. 왕의 권능이 그의 인식을 군단의 세계 바깥까지 확장하고 있었다.

마침내 장벽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서서히 약해지던 장벽이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라지알은 왕의 권능으로 전군에 목소리를 전했다.

“때가 왔다.”

본래대로라면 마지막 문이 열린 후에야 벌어졌을 결전이 앞당겨졌다.

심지어 원래대로라면 마지막 문이 열린 후에도 할 수 없었던 일, 아무런 제약도 없는 전군 총공세가 시작될 것이다.

“종말의 군단.”

마침내 장벽이 무너졌다. 라지알의 눈이 지구를 향했다.

보인다.

뿌연 안개에 쌓인 것처럼, 실시간으로 관측하는 게 불가능했던 지구의 모든 것이 생생하게 보였다.

라지알이 미소 지으며 왕의 권능을 발현했다.

서로 다른 세계를 잇는 게이트가 열린다. 지금까지 열린 그 어떤 게이트보다도 거대한 게이트, 그리고 지금까지와 달리 게이트 브레이크 같은 제약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순수한 ‘문’이.

“진군하라.”

71만 7,467명의 언데드가 지구를 향해 진군하기 시작했다.

Chapter58 Battlefie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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