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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세계의 귀환자-163화 (163/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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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우는 감추고 있던 마력을 개방했다.

뿐만 아니다. M슈트가 빛을 발하면서 M-링크 시스템이 발동, 거대한 마력이 한층 더 폭증했다.

<마, 말도 안 돼…….>

루가루의 말문이 막혔다.

이런 상황은 상상도 해보지 못했다. 새벽의 해머의 제한을 해제한 상황에서 용우에게 마력으로 압도당하다니?

“네 마력이 위라고 믿고 의기양양했던 것 같은데… 입장이 역전된 소감은 어떻지?”

<큭…….>

루가루가 정신을 다잡았다.

그는 힘에만 의존하는 무식한 스타일이 아니었다. 전투기술에도 자신이 있었다.

‘어떻게든 이 결계에서 빠져나간다. 그러기만 하면 활로가 열릴 거야.’

다행히 결계의 출력은 그렇게 강하지 않다. 외부로 공간이동하거나 텔레파시를 보내는 것은 막혔지만 직접 접촉해서 구멍을 뚫는 것은 충분히 가능해 보였다.

“뭘 생각하는지 뻔히 보인다.”

용우는 싸늘하게 웃으면서 뛰어들었다. 루가루는 용우의 검격을 비껴내고는 블링크했다. 단번에 결계로 접근하기 위함이었다.

-공허 문지기!

물론 용우가 그것을 용인할 리 없었다.

‘그렇게 나올 줄 알았다.’

블링크 자체가 속임수였다. 그는 용우가 카운터 스펠을 펼치는 순간, 블링크를 취소했다. 전투기술이 뛰어난 자라면 이런 일도 가능한 것이다.

그렇게 타이밍을 빼앗은 루가루가 용우를 향해 새벽의 해머를 날렸다.

꽈아아앙!

충격으로 튕겨 나가는 용우 앞에서 새벽의 해머가 눈부신 빛을 발한다.

-박제된 찰나!

새벽의 해머에 내재된, 극한의 효과를 자랑하는 가속의 권능이 발동했다.

초가속에 들어간 루가루가 용우를 덮쳤다. 용우가 자세를 바로잡기 전에 새벽의 해머를 다시금 집어 던진다. 그러자 한순간에 극초음속으로 가속한 새벽의 해머가 관성을 무시하고 튕기듯이 꺾이면서 예측할 수 없는 궤도로 용우를 노리는 게 아닌가?

콰광!

그러나 용우는 그것을 튕겨 내면서 루가루에게 뛰어들었다. 새벽의 해머가 루가루의 손에서 떠난 틈을 노리는 것이겠지만…….

‘걸렸다.’

거짓말처럼 루가루의 오른손에 새벽의 해머가 나타났다.

언제든지 새벽의 해머를 공간이동으로 불러들일 수 있다는 것을 감추고 있었던 것이다. 이 순간 용우에게 카운터를 먹이기 위해서 깔아둔 밑밥이었다.

‘죽어봐라!’

루가루가 용우의 검격을 피하면서 새벽의 해머를 휘두르는 순간이었다.

콰직!

절묘한 타이밍으로 끼어든 이비연의 검이 루가루의 몸통을 꿰뚫었다.

<……!>

격통으로 몸을 비트는 그에게 용우가 속삭였다.

“설마 정정당당하게 일대일 대결이라도 해줄 줄 알았냐?”

그 말에 루가루는 자신이 수싸움에서 용우에게 패배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처음부터 용우는 그가 판 함정을 꿰뚫어 본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비연이 저토록 완벽한 타이밍으로 끼어들 수는 없었다.

파악!

트리니티의 칼날이 루가루의 오른팔을 잘라내었다.

-일시 봉인!

봉인의 효과를 일시적으로 발휘하는 에너지장이 잘려나간 루가루의 오른팔을 감쌌다.

아티팩트와 동급으로 보이는 칠흑의 건틀릿, 그리고 새벽의 해머까지도 그렇게 봉쇄된 것이다.

<크윽……!>

루가루가 왼손을 들어 자신의 몸을 꿰뚫은 이비연의 검을 붙잡았다. 허공장의 반발력을 이용해서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노이즈 버스트!

이비연이 그걸 기다려줄 리가 없었다.

체내로부터 발생한 힘이 루가루의 마력 흐름에 노이즈를 발생시킨다.

“왜 세상에 히든카드를 준비하는 게 자기뿐이라고 생각하는 거지?”

이비연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루가루의 몸통을 갈라 버렸다.

그리고 루가루가 뭔가를 하기도 전에 그 머리통을 용우가 걷어차서 대지에 처박았다.

꽈아아아앙!

충격을 받은 지면이 원형으로 터져나가고 흙먼지가 치솟았다.

용우가 말했다.

“자기는 높은 곳에서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으니 그렇지.”

“하긴 이 모든 일이 구세록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되었다고 하니, 자기들이 뭐라도 된다고 생각할 만도 하네. 진짜 재수 없다.”

이비연이 아니꼽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용우가 피식 웃었다.

“그럼 이야기를 들어볼까?”

“…….”

순간 잠깐 의식이 날아갔던 루가루의 눈에 빛이 돌아왔다.

그의 몸이 허공에 녹아들듯이 사라졌다.

텔레포트가 아니었다. 물질세계와 꿈의 세계를 오가는 몽상가의 능력을 사용한 것이다.

“어쩌면 이렇게 예상대로만 행동하는지 모르겠군. 이래서야 우리가 예언자라도 된 것 같잖아?”

“그러게.”

용우의 말에 이비연이 시큰둥하게 손가락을 튕겼다.

파지지직……!

그러자 허공의 한 지점에서 격렬한 스파크가 발생, 그곳에서 튕겨 나온 루가루가 요란하게 땅에 처박혔다.

“그 알량한 능력을 구명줄로 여기고 있었냐?”

용우가 비아냥거렸다.

이비연이 흡족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나야. 완벽해.”

“…….”

“왜? 할 말 있어?”

“없어. 너 잘났다.”

“헤헹. 오빤 진짜 나한테 감사의 절이라도 올려야 한다니까. 나 없으면 어쩔 뻔했어?”

이비연이 우쭐거렸다.

꿈의 세계로 탈출한 루가루가 다시 끌려온 것은, 이비연이 펼친 결계 때문이다. 그녀는 리사의 협력을 받아 연구하는 것으로 몽상가의 능력이 어떤 작동 원리를 가졌는지 파악했던 것이다.

“꿈의 세계로 들어간다는 특질을 가졌을 뿐, 본질적으로는 정보세계 진입이나 영체화와 다를 게 없지.”

그리고 이비연은 그 두 가지 사례가 차단되는 결계를 펼칠 수 있었다.

확신할 수 있다. 이제는 굳이 결계 안에 가두지 않더라도 루가루를 추적해서 붙잡는 게 가능하다.

콰드드득……!

용우와 이비연은 제압당한 루가루를 가만 놔두지 않았다.

용우의 공격이 루가루의 갑옷을 부숴서 뜯어낸다. 그리고 이비연의 타격으로 발생하는 노이즈가 마력의 흐름을 방해하고, 그의 마력을 지속적으로 소모시켰다.

“으, 아…….”

결국 루가루는 갑옷이 파괴되면서 강제로 변신을 해제당했다. 뿐만 아니라 늑대인간 변신까지 풀려서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차준혁이 물었다.

<끝난 건가?>

“그래. 그럼 이제 이야기를 들어봐야겠는데… 너도 물어보고 싶은 게 있나?”

<아니, 듣고 싶은 건 대충 다 들었다. 혹시 생각나면 그때 물어보지.>

“그래.”

용우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루가루의 몸통을 밟았다.

“어, 어떻게…….”

완전히 제압당한 루가루는 인간 소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아직 앳된 소년이 만신창이가 되어 있는 모습은 끔찍했다. 절로 동정심이 생길 모습이다.

그러나 용우도, 이비연도, 차준혁도 한 줌의 동정심도 느끼지 않았다.

“어떻게… 여길 알아내고 함정을 판 거지?”

“그런 게 궁금한가?”

용우가 어이없다는 듯 실소했다. 이 상황에서 그런 의문에 집착한단 말인가?

물론 용우는 그의 의문을 풀어줄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용우는 괌에서 두 군주와 싸우면서 몽환포영을 펼쳤을 때, 그곳을 관측 중이던 루가루를 역추적하는 데 성공했다.

본래대로라면 구세록의 관측 능력은 용우라 할지라도 인지할 수 없었다. 하지만 몽환포영으로 구축된, 용우의 성역이라고 할 수 있는 세계는 그런 한계를 뛰어넘었다. 구세록의 관측을 차단하는 것은 물론이고 역추적까지 해낸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일시적이었고, 그 후로는 루가루의 위치를 알 수 없었다.

그렇기에 용우는 차준혁을 이용했다. 몽환포영의 영역 안에서 차준혁이 루가루와 연락을 주고받고, 루가루가 지정하는 공간좌표로 이동 당하게 하자 손쉽게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다.

“타카야마 준이치는 어떻게 되었지?”

“…….”

루가루는 입을 다물고 용우를 노려보았다.

용우가 물었다.

“새벽의 해머가 너에게 계승된 게 어떤 의미인지는 알겠지?”

“…….”

“아직 정신 못 차렸군. 불굴의 정신력을 가졌다고 자부하나? 아니면…….”

용우가 눈을 빛냈다.

“어차피 육신의 고통은, 육신을 초월한 너를 굴복시킬 수 없다고 생각하나?”

루가루가 흠칫했다. 용우의 말에서 풍기는 뉘앙스가 의미심장했기 때문이다.

용우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몸은 그릇일 뿐.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모양인데… 내 앞에서 그렇게 생각하던 놈들은 다 믿음이 무너지는 아픔을 겪고 비명을 질렀지. 네놈은 어떤지 볼까?”

루가루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 * *

종말의 군단은 충격에 빠져 있었다.

영원불멸의 존재라고 여겨졌던 일곱 군주 중 네 명이 죽었다.

뿐만 아니다. 그들의 코어까지 소실되었기에 그 힘을 계승하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

주인 없는 왕궁에는 무거운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비어 있는 옥좌 앞에 앉아있는 자는 네 명.

타락체들의 우두머리 라지알, 그리고 세 명의 군주였다.

“설마 우리가 시간에 쫓기게 될 줄은 몰랐군.”

타락체들의 우두머리, 라지알은 주인 없는 왕궁에서 중얼거렸다.

지금까지 그들은 시간에 쫓겨본 적이 없었다. 언제나 빨리 시간이 흘러서 그들에게 걸린 제한이 풀리기만을 기다리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입장이 바뀌었다.

“시간이 없어.”

서용우가 그들에게 입힌 타격은 결정적이었다. 군단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경험해본 적 없는 궁지에 몰렸다. 벼랑 끝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상황이었다.

“권능의 기둥에서 완전히 빛이 사라지기 전에 조치를 취해야 한다.”

왕의 섬에 존재하는 거대한 일곱 개의 기둥, 권능의 기능은 일곱 군주와 연결된 권능의 원천이다.

왕의 섬을 중심으로 묶여 있는 군단의 세계를 올바른 형상으로 유지하는 역할을 하며, 언젠가 탄생할 왕을 위한 지식과 권능을 보관하고 있었다.

그런데 네 명의 군주가 살해당하면서, 그들과 연결된 네 개의 기둥도 서서히 빛이 꺼져가고 있었다.

그 빛이 완전히 꺼지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남은 기둥만으로 군단의 세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군단은 어떻게든 그 빛이 꺼지는 것을 막으려고 했다. 지식과 권능을 다루는데 뛰어난 존재들이 모여서, 군단이 비축한 막대한 영적 자원을 투입하며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그래 봤자 파멸의 시기를 늦출 수 있을 뿐이지. 우리의 자원도 무한하지는 않아…….”

그들에게는 앞선 두 번의 전쟁, 그리고 지구에서 수집한 막대한 영적 자원이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소모한다면 얼마 안 가 바닥을 드러내고 말 것이다.

“역시 불멸의 코어를 되찾아오지 않으면 우리는 파멸한다.”

<분석자들의 예측으로는 빙설의 기둥이 기능을 정지하기까지 앞으로 80일 정도.>

대지의 군주 트라드가 입을 열었다.

그는 용의 머리를 가진 거인으로, 암석과 금속으로 이루어진 몸을 갖고 있었다.

“80일이라…….”

라지알이 중얼거렸다.

군단의 세계에서 시간 개념은 침략의 대상에 따라서 바뀐다. 지구를 침략하고 있는 지금, 그들의 시간 개념은 지구에 맞춰져 있었다.

<그리고 빙설의 기둥이 기능을 정지하는 순간, 우리의 세계는 3분의 2로 줄어들 것이다.>

“그것도 낙관적으로 봤을 때고, 최악의 경우 반 이하로 줄어들겠지. 구획 정리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가능할까?>

“불가능하지. 세계의 어디가 붕괴하고 어디가 남을지는 우리도 예측할 수 없으니까.”

군단의 세계는 혼돈에 침식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권능의 기둥은 그것을 막아주는 가장 큰 울타리를 형성한다.

이 울타리의 일각이 붕괴하면 혼돈의 침식이 단숨에 진행될 것이다. 지금까지의 침식이 파도라면 그 순간에 덮쳐올 것은 해일이라고 할 수 있을 터.

그 해일이 어디로 향할지 예측하는 것은 군단의 기술력으로는 불가능했다.

“모든 군단원을 왕의 섬으로 모으는 수밖에.”

<영지를 포기하라는 건가?>

뇌전의 군주 에우라스가 불쾌감을 드러냈다.

군주들은 각각 작은 문명이라고 할 수 있는 규모의 영지를 거느리고 있다.

그 영지는 각각이 독립된 세계로, 이 모든 것이 시작되기 전부터 존재해왔다. 군주 입장에서는 쉽게 포기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라지알이 차갑게 웃었다.

“운이 좋다면 그 영지가 1차 침식 이후에도 살아남겠지. 하지만 그 후에도 세 번의 침식이 더 기다리고 있다. 그때까지도 너희들의 영지가 멀쩡할까?”

<…….>

“사태에 대한 해결책이 나오기 전까지는 불가피한 조치다. 영토를 잃을지언정 군단의 전력을 잃어서는 안 돼. 지금은 후자가 훨씬 더 중요하다.”

<왕의 섬으로 모으면 모으는 대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하지만 침식으로 다 같이 소멸하는 것보다는 낫다. 감수할 수밖에 없어.”

군단의 세계가 여러 세계로 나뉘어 있는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각각의 세계를 이루는 자원이 유한하기 때문이다. 군단이 아무리 많은 영적 자원을 획득해도 하나의 세계에 투입할 수 있는 양에는 한계가 있다.

그리고 이것은 하나의 세계에서 생존할 수 있는 군단원의 수를 제한하게 된다. 물질세계의 식량 문제와 비슷한 문제가 그들을 괴롭히는 것이다.

<그 전에 하스라의 코어를 되찾는 수밖에 없군.>

“어떻게?”

<…….>

“지금 시점에서 우리는 놈들과 정면승부를 벌일 방법이 없어.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돌격하는 족족 놈들의 함정에 걸리지 않았나.”

<그럼 이대로 말라 죽자는 거냐?>

“아니. 그럴 수는 없지.”

라지알은 자신들을 이렇게까지 몰아세운 적, 서용우에게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정체가 뭔지 모르겠지만 단 한 명의 존재로 인해서 이렇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해봤으니까.

“기다릴수록 파멸이 가까워질 뿐. 움직일 수밖에 없다.”

라지알은 자신이 생각한 전략을 말했고, 군주들은 동의했다.

Chapter51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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