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세계의 귀환자-161화 (16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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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가루는 한 곳에 머무르지 않는다.

종종 사다모토 아키라의 맨션에 나타나지만, 그곳에 머무르는 시간도 짧다. 그는 기본적으로 신출귀몰한 존재였다.

그런 루가루는 요 며칠간은 아예 사다모토 아키라 앞에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팀 섀도우리스가 괌에서 작전을 수행한 이후부터였다. 그때 받은 충격으로 정보 수집에 전념하느라 사다모토 아키라 앞은 물론이고 아예 지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것이다.

‘모르겠군.’

그가 모습을 감추는 방식은 이비연이 추측한 대로였다.

몽계유영(夢界遊泳).

인류의 꿈이 공유하는 영역, 꿈의 세계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이다.

‘대체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 거지?’

꿈의 세계에서 원하는 정보를 찾는 것에는 여러 가지 제약이 존재한다.

일단 대상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어야 하고, 그 대상이 꿈을 통해 정보를 발신해야 한다. 만약 대상이 꿈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면 그 꿈을 엿보려는 시도가 위험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루가루는 신중하게 움직였다.

끝을 알 수 없는 힘을 보여주는 서용우, 그리고 이비연과 몽상가인 리사의 의식에는 절대로 직접 접촉하지 않도록 주의했다.

그래도 정보를 얻을 수는 있었다. 다만 꿈의 세계를 이용한 정보 수집은 그렇게 효율이 좋지는 않다. 차준혁의 경우는 워낙 다니엘 윤에 대한 꿈을 악몽으로 꾸는 일이 많아서 내면을 읽어내기 쉬웠을 뿐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불특정 다수로부터 꿈의 형태로 발산된, 파편화한 정보를 주워 모아서 쓸모 있는 것을 거르고 거른 다음 짜맞추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것은 정신이 아득해지는 작업이었고, 루가루에게는 이 일을 도와줄 인력도 없어서 모든 것을 혼자 해내야 했다.

차준혁 앞에서는 그의 마음을 꿰뚫어 보며 모든 것을 다 파악하고 있는 척했지만 그것은 그를 흔들기 위한 허세였다.

‘타락체를 원래대로 되돌린 것도 그렇고… 군주들을 네 명이나 잡다니.’

루가루는 며칠 동안 꿈의 세계를 유영하며 정보를 수집한 끝에 괌에서 일어난 일의 전체상을 알아낼 수 있었다.

팀 섀도우리스가 새벽의 두라크와 굉음의 소우바, 두 군주를 추가로 잡았다.

‘어비스에서 생존자가 나온다는 건, 이렇게나 위험한 일이었나?’

종말의 군단과 달리 루가루는 서용우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구세록의 시나리오대로라면 결코 존재할 수 없었던 이레귤러.

지구 인류보다 훨씬 강대하고 마력을 상식으로 여겼던 제1세계, 제2세계의 어비스에서도 그런 존재는 나오지 않았다.

군단의 제한적인 개입으로 인해서 몇몇 제물들이 타락체가 되어 빠져나갔고, 그것은 어비스의 목적을 생각하면 큰 손실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위해 어비스에 진입했다가 죽은 군단의 전력이 그 손실을 메꿔주었다. 어비스에서 죽는 순간 그들도 어비스의 목적을 완성하기 위한 영적 자원으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타락체가 되어 군단의 일원으로 편입되는 것 말고 어비스에서 산 채로 나갈 방법은 없었다.

적어도 이 전쟁의 설계자들은 그렇게 믿고 있었다.

‘영적 에너지의 수급량이 떨어지는 것만 걱정했지 설마 판을 뒤집어엎는 존재가 나올 줄은…….’

그것은 루가루의 배후에 있는 자들도 상상 못한 일이었다.

루가루가 조금이라도 더 많은 정보를 모으기 위해 작업을 계속하고 있을 때였다.

파지지직……!

일순간 그의 마력이 통제에서 벗어나며 격렬하게 날뛰기 시작했다.

“뭐야?”

순간 루가루는 깜짝 놀랐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큭……!”

꿈의 세계를 유영할 때 그는 영체화된 상태가 된다. 영체화 상태에서 마력이 폭주하는 것은 곧 죽음의 위험으로 직결되었다.

그는 긴급히 물질세계로 탈출했다.

우당탕!

황급히 탈출하느라 좌표를 확인할 겨를도 없었다. 그가 있던 꿈의 세계와 겹쳐 있던 장소는 오사카의 대형 서점이었다.

보기 좋게 정렬되어 있던 매대가 쓰러지면서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사태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파지지지직!

루가루의 마력이 날뛰면서 허공장이 확장, 책들을 찢어발겼다. 순식간에 서점 안이 폭격이라도 맞은 것처럼 엉망진창이 되고 거기에 휘말린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다.

“이런…….”

루가루는 자신이 저지른 일에 화들짝 놀라서 도망쳤다.

텔레포트로 그 자리를 벗어난 그는 인적이 전혀 없는 산속에 와 있었다.

“제기랄. 어떻게 된 거지?”

곧 그는 자신의 마력이 폭주한 원인을 파악했다.

‘사다모토 아키라가 죽은 건가? 설마 제로 그 자가?’

사다모토 아키라가 보유하고 있었던 새벽의 해머가 1순위 계승 후보였던 그에게 계승되었기 때문이다.

곧 마력을 안정시킨 그는 새벽의 해머를 쥐고 상태를 살펴보았다.

“역시…….”

그리고 현 시점의 1순위 계승 후보로 설정된 인물이 서용우인 것을 보고는 입술을 깨물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군. 젠장. 이러면 행동이 더 제한되는데…….’

루가루가 사다모토 아키라를 지금까지 살려둔 이유는 서용우의 능력이 어디까지인지 파악하질 못했기 때문이다.

사다모토 아키라가 그를 피해 다니는데도 추적해서 잡을 수 있을까? 만약 서용우에게 그런 추적 능력이 있다면 새벽의 해머를 빼앗는 것은 조금이라도 뒤로 미루는 편이 나았다.

그리고 루가루의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하필 자신이 몽계유영으로 정보를 수집하는데 전념하는 동안 이런 사태가 벌어지다니…….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놈의 위험성이 커진다. 이렇게 되면 오히려 함정을 파고 한 번에 사로잡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는데.’

루가루의 전투능력은 어지간한 타락체를 훨씬 능가한다. 거기에 새벽의 해머까지 계승한 지금은 서용우와 일대일로 겨뤄도 확실하게 승리할 자신이 있었다.

문제는 서용우 하나는 감당할 수 있어도 팀 섀도우리스 전원을 감당할 자신은 없다는 것이다.

“골치 아프군. 일단은 관망하는 수밖에 없나?”

루가루가 투덜거릴 때였다.

그의 코트 주머니에 있는 휴대폰이 격하게 진동했다.

“음?”

꿈의 세계에 있을 때는 전혀 쓸 수 없는 물건이다. 그리고 사실 그의 명의도 아니고, 인터넷을 검색하거나 게임할 때 말고는 쓸 일도 없었다.

하지만 며칠 만에 꿈의 세계에서 현실로 돌아오자, 부재중 전화 알림이 주르륵 떴다. 그가 번호를 알려준 두 사람 중에 하나가 연락을 해온 것이다.

“해결됐군.”

루가루는 미소를 지었다.

* * *

인적이 드문 곳은 흔해 빠졌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보는 눈이 없는 곳은 드물었다. 인류가 구축한 시스템은 문명이 파괴된 곳에도 구석구석까지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차준혁은 인류의 관측 기술이 미치지 않는 곳, 소멸한 게이트 내부 필드에 와 있었다. 지금 만나기로 한 누군가가 알려준 좌표를 따라와 보니 이곳이었다.

이윽고 상대가 나타났다.

코트의 후드 아래로 어둠이 가면처럼 얼굴을 가리고 있는 자, 정체불명의 몽상가 루가루다.

“보안은 괜찮은 건가?”

그를 본 차준혁이 물었다.

구세록의 계약자들은 게이트 내부를 관측할 수 있다. 애비게일 카르타와 브리짓 카르타가 이곳을 발견할 가능성도 있지 않겠는가?

“걱정할 필요 없어. 살펴볼 수 있는 리스트에서 감춰놨으니까.”

“그런 것도 가능한가?”

“간단한 일이지.”

“…….”

차준혁이 그를 가만히 노려보았다. 구세록의 계약자인 그 입장에서는 루가루의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넘길 수가 없다. 지금까지 의존해온 관측 능력이 누군가에 의해 조작되고 있었단 뜻 아닌가?

루가루가 물었다.

“마음은 정했나?”

“네 말이 진실이라는 보장은?”

“지금부터 조금씩 믿음을 쌓아 가면 되지 않을까? 난 네게 많은 걸 줄 수 있어. 사실 네가 구세록의 계약자로서 활용할 수 있는 권능들은 지금보다 훨씬 많지. 그걸 하나하나 풀어주겠어. 넌 다른 구세록의 계약자와는 차별화된, 특별한 권한을 얻어서 구세록의 퀘스트를 받을 수 있을 거야.”

“퀘스트?”

게임 용어로밖에 안 들리는 말에 차준혁이 눈살을 찌푸렸다.

“편의상 그렇게 지칭한 건데 이해하기 쉽지 않나? 구세록이 네게 공적을 요구할 거야. 설마 죽은 자를 소생시키는 소원인데 공짜로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

차준혁은 잠시동안 루가루를 빤히 노려보았다. 하지만 루가루는 어둠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어서 표정을 알아볼 수가 없다.

결국 아쉬운 쪽은 차준혁이다. 그가 물었다.

“공적을 쌓으면 내 소원을 이룰 수 있다는 건가?”

“그것만이 아니지. 구세록의 계약자에게 기다리고 있는 운명, 그 힘의 대가를 청산하고 영광을 누릴 수 있을 거야.”

“적어도 그것만큼은 지금 들어야겠어. 그 운명이란 뭐지?”

“하긴 그 정도는 알려주는 게 예의겠군.”

루가루가 키득거리며 웃었다.

“혹시 알고 있나? 군단 놈들은 구세록의 계약자를 ‘기둥의 제물’이라고 부르지.”

“알고 있다. 우리도 그 뜻을 궁금해하고 있었지.”

“기둥의 뜻은 알고 있겠지. 하지만 왜 기둥을 사용하는 자가 ‘제물’이라고 불릴까?”

“빙빙 돌리지 말고 요점을 말해.”

“아, 미안하군. 그건 그들이 제물로 바쳐지는 존재이기 때문이야. 기둥을 중심으로 한, 군단으로부터 세계를 지키는 방벽을 유지하기 위해서 말이지. 일종의 인신공양이지.”

차준혁의 표정이 얼어붙었다. 루가루는 그런 반응을 즐기듯이 설명을 계속했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지. 지구 인류에게 군단에 저항할 힘이 주어진 것도 그만한 대가가 치러졌기에 가능했던 거야. 어비스라는 대가가 말이지.”

24만 명을 제물로 삼아서 완성된 의식이 인류에게는 각성자라는 힘을 부여했고, 군단에는 행동의 제약을 강제했다.

“각성자 튜토리얼도 마찬가지야. 각성자 튜토리얼로 소환된 후보자 중 사망자는 생존자들에게 힘을 부여하기 위한 제물이 되지. 영적 자원은 오로지 생명체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거든. 그래서 군단은 굳이 게이트 재해를 통해서 인류의 영혼을 수집하고 있는 거야.”

충격적인 사실이었다. 각성자들이 얻는 힘은 결국 인신공양의 대가라는 소리 아닌가?

차준혁이 물었다.

“그 힘은 마력과는 다른 건가?”

“다르지. 영혼은 마력을 생산하는 근본 같은 거야. 생명체의 정신적 활동을 통해서 발생한 정보를 바탕으로 형성되지. 그래서 인간의 영혼은 지능이 낮은 동물들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가치가 높아. 굳이 수치화한다면 최소한 10만배 이상. 그리고 보편적이지 않은 체험으로 인한 정보가 누적된 영혼은 더더욱 가치가 높지.”

여기서 말하는 보편성은 일반적인 기준이 아니었다.

“일반적으로는 인간이 인식할 수 없는 영역에 대한 체험이지. 사후세계처럼 인간의 인지영역을 넘어선 영역에 정신이 도달했을 때…….”

“마력을 쓰는 각성자의 영혼이 가치가 높은 것도 그런 맥락인가?”

“이해가 빨라서 좋군. 그래. 그리고 구세록의 계약자의 영혼은 그런 의미에서 일반적인 각성자보다도 월등히 가치가 높지. 그리고 ‘빙의’를 쓸수록 그 가치는 더더욱 높아지고.”

“빙의할수록 가치가 높아진다? 왜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말이었다.

왜냐하면 다니엘 윤은 그에게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면 빙의라는 수단을 쓰지 말라는 유언을 남겼으니까.

다니엘 윤은 빙의할 때마다 그 대가로 정신이 오염되는 것을 견뎌내는 것과는 별개로, 마치 저주에 사로잡히는 것 같은 불길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루가루가 말했다.

“빙의해봤으니까 그게 단순히 시체를 자기 몸처럼 쓰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는 건 알겠지.”

“물론 알고 있다.”

“빙의는 영적 자원을 발생시키는 방법이야. 구세록의 계약자에게 빙의당한 각성자의 영혼이, 구세록의 계약자의 영혼에 오염당하면서 구세록에 바쳐지는 제물이 되지. 너희들이 죽음의 리스크를 피하면서 본체와 다름없는 힘을 휘둘러대는 대가야.”

“…….”

차준혁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 말대로라면 구세록의 계약자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인신공양을 하고 있었다는 소리가 아닌가?

“그게… 우리가 모르는 구세록과의 계약 내용이었나?”

그렇게 묻는 차준혁의 목소리가 떨렸다. 루가루는 즐거워하는 듯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계약 내용의 일부지. 그리고 그런 일을 반복할 때마다 구세록의 계약자의 영혼이 갖는 가치는 큰 폭으로 올라가.”

“제물로 바쳐진다는 건 어떤 의미지?”

“죽음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 된다는 거지. 지구 인류가 상상한 사후세계와 비슷해. 살면서 겪은 ‘특별한 체험’을 영원히 반복하면서 영적 자원을 토해내지. 그 영혼이 완전히 말라 비틀어져서 소멸할 때까지 계속.”

“…….”

한 마디로 지옥에 떨어진다는 소리 아닌가?

할 말을 잃은 차준혁에게 루가루가 말했다.

“어때? 이런 운명을 피할 기회를 주겠다는 거야. 물론 이런 운명에 떨어져서 고통 받고 있는 네 은인을 구원할 기회도 함께.”

“네 정체는 뭐지?”

“구세록의 사도. 지금은 그렇게만 알아두면 돼. 더 이상의 정보는 서로 좀 더 신뢰를 쌓은 후에 하자고. 일단은 네 각오를 증명해야겠지. 네가 우리 쪽에 선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줘.”

루가루는 차준혁의 어깨에 손을 짚으며 말했다. 그를 노려보던 차준혁은 체념한 듯 한숨을 쉬며 물었다.

“내가 뭘 하면 되는 거냐?”

“제로를 붙잡고 싶으니까 협력해.”

“서용우를? 왜지?”

“그는 이레귤러니까. 본래대로라면 살아있어서는 안 되는 인간이야. 가장 가치 있는 제물이 죽음을 거부함으로써 인류는 더 큰 위험에 처하게 되었지. 이제라도 바로잡아야 해.”

“…그렇군.”

차준혁이 자신의 어깨를 짚은 루가루의 왼손을 잡았다.

“알겠다.”

“잘 생각했어.”

루가루가 고개를 끄덕일 때였다.

“역시 넌 믿을 만한 놈이 아니야.”

차준혁의 싸늘한 말이 루가루의 귀를 파고들었다.

-접촉파괴!

스펠이 발동하면서 루가루의 왼손이 터져나갔다.

“무, 무슨?”

루가루가 놀라는 순간, 차준혁의 발차기가 그의 몸통에 꽂혔다. 폭음이 울리며 튕겨 나간 루가루가 땅에 처박혔다.

“하! 주제도 모르는 놈이!”

루가루는 블링크로 공간을 뛰어넘으면서 자세를 바로잡았다.

“죽어서도 이 선택을 후회할 거다.”

격노한 루가루의 목소리에 짐승이 으르렁거리는 것 같은 울림이 섞였다.

카르릉! 카릉!

늑대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며 루가루의 옷이 찢겨 나갔다. 타카야마 준이치라는 소년의 몸이 두 배 이상 부풀어 오르면서 눈동자가 푸른 하얀 털의 늑대인간으로 변신한다.

뿐만 아니다. 흑색의 건틀릿이 나타나서 루가루의 오른손을 감싸고, 영롱한 빛을 발하는 새벽의 해머가 그 손에 쥐어졌다.

쿠구구구구구…….

강대한 마력이 전개되면서 주변이 뒤흔들렸다.

그동안 차준혁 역시 광휘의 검을 소환하고 변신을 완료했다. 하지만 루가루의 마력이 그의 마력을 압도하고 있었다.

“여기가 네 무덤이다.”

차준혁은 퇴로가 차단되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루가루는 주변에 결계를 쳐두고 있었다. 텔레포트도, 바깥으로의 텔레파시도 봉쇄당했다. 구세록의 정보공간으로 들어가는 것도 차단당한 상태다.

<나는 시스템의 유저, 네놈은 관리자쯤 되겠지.>

“그걸 알면서도 날 배신할 생각을 했나?”

<배신한 건 내가 아니라 너다.>

“뭐?”

<네놈을 믿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 그런데 믿기에는 너무 허접했어. 지금 이 순간까지도 그걸 거듭 확인하게 되는군.>

차준혁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때였다.

파아아아아!

사방에서 빛이 솟구쳤다.

“결계?”

루가루가 경악했다. 그가 펼친 결계 위를 감싸듯이 대규모 결계가 구축되는 게 아닌가?

“상상력이 부족한 놈이군.”

그리고 루가루의 뒤쪽에서 비웃음이 들려왔다. 루가루가 놀라서 뒤를 돌아보는 순간…….

쾅!

강렬한 충격이 그를 쳐서 지상에 처박았다.

그리고 그를 공격한 자, 서용우가 그 앞에 내려서며 웃었다.

“상상력이 조금이라도 있었으면 차준혁이 네 제안을 거절한 시점에서 도망쳤어야지.”

루가루는 식은땀을 흘렸다.

나타난 것은 서용우만이 아니었다. 이비연, 리사, 유현애, 이미나, 휴고, 브리짓까지 팀 섀도우리스 전원이 그를 포위하고 있었다.

“수작을 부린 대가를 치를 시간이다, 사기꾼.”

Chapter50 내려다보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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