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세계의 귀환자-155화 (155/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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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종말의 군단이 지구에서 수집한 정보는 늘 정확도가 떨어지고, 낡아빠졌다.

구세록의 계약으로 인해 규칙을 강요받게 된 침략 전쟁, 그 시나리오를 구성하는 총 12단계 중에 7단계에 속하는 이 시점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지금까지 수집한 영적 자원을 대거 투입해 가면서 거점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서용우에 대해서 잘 모른다.

그것은 지금까지 서용우가 그들이 자신의 실체를 파악하지 못하도록 늘 신경을 쓴 결과이기도 했다.

타락체 이비연을 쓰러뜨릴 때만 해도 용우는 관측자들을 처리하고 나서야 전력을 발휘했다. 자신의 정보가 적들에게 넘어가지 않는다는 확신이 서지 않으면 조금이라도 전력을 숨겼다.

그렇기에 군단이 가진 용우에 대한 정보는 구멍투성이에, 왜곡되어 있었다.

그들은 용우가 성좌의 무기를 보유했다는 사실은 알았다. 하지만 성좌의 무기 세 개를 융합시켜서 트리니티를 만들어낸 것은 상상조차 못 하고 있었다.

우우우우우우!

용우의 마력이 해일처럼 주변을 휩쓸었다.

폐허의 파편들이 허공으로 솟구치고 숨도 쉴 수 없는 압력이 주변을 짓누른다. 군주들이 죽 발하고 있던 텔레파시 공격이 깨끗하게 쓸려 나갔다.

<말도 안 돼. 저런 게 존재할 리가…….>

두라크가 아연해졌다.

<기둥을 융합시키다니, 그런 일이 가능했단 말인가?>

그것은 그들이 아는 이 전쟁의 규칙 안에서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 증거가 눈앞에 있다.

‘우리를 능가하는 마력이라니.’

둘을 합친 것 이상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 하나하나와 비교하면 용우 쪽이 더 강하다.

‘철저하게 속았군.’

그 사실을 깨달은 군주들은 의구심을 느꼈다.

‘하지만 왜?’

용우가 뭘 노리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런다 한들 대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군주들을 도망치지 못하게 잡아놓는다 해도 그것은 이 빙의체가 파괴당하기 전까지만 가능한 일이다. 빙의체가 파괴되는 순간 군주의 정신체는 본신으로 귀환하게 되고, 그걸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설마 우리를 봉인할 생각인가?>

그것 말고는 달리 떠오르는 방법이 없었다.

“지금의 나라면 그것도 가능할지도 모르겠군.”

그 말에 용우가 피식 웃었다.

볼더를 죽일 때와 비교해도 용우는 훨씬 더 강해졌다. 트리니티의 힘이라면 군주를 봉인하는 게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런 속셈이었느냐. 잘 만든 함정임은 인정하마.>

<하지만 우리를 무력화하는 게 쉬우리라 생각하지 마라.>

두 군주의 전의가 타올랐다. 함정에 빠졌어도 그들은 절망감을 느끼지 않았다.

그들이 용우의 속셈을 꿰뚫어 보지 못했듯 용우 역시 그들의 전력을 완전히 파악하지 못했다. 용우를 상대로 완전 승리를 거두는 것은 어려울지 몰라도 이 함정에서 빠져나가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글쎄, 어떨까?”

용우가 씩 웃는 순간, 대규모 스펠이 연달아 발동하기 시작했다.

-프리징 필드!

순백의 충격이 주변을 휩쓸었다.

일순간에 반경 1킬로미터 안에 있는 모든 것이 얼음덩어리로 변해 버렸다. 그리고 그 위로 칼날처럼 날카로운 바람이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염동빙결탄(念動氷結彈) 동시다발(同時多發)!

극저온의 한기가 농축된 에너지탄 수십 발이 극초음속으로 쏘아져 나갔다.

-얼음꽃!

한 발 한 발이 소형 전술핵에 필적하는 빙결 폭탄이 주변을 폭격했다.

-얼음정령의 춤!

그 한기 속에서 태어난, 아름다운 얼음 조각상 같은 존재들 수천 개체가 눈송이처럼 어지러운 궤도를 그리며 두 군주에게 날아들었다.

<공허의 영역인가?!>

아무리 마력이 강해도 집중해서 마력을 가공하는 과정도 없이 대규모 스펠을 이만큼이나 한꺼번에 쏟아낼 수는 없다.

두라크는 곧바로 용우가 공허의 영역에 스펠을 저장해 두었다가 해방시켰음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알아차린다 한들 이 압도적인 물량 공세 앞에서는 답이 없다. 사방에서 해일이 휘몰아치는 격 아닌가?

<두라크!>

<등을 맡기지, 소우바!>

소우바가 등을 맞대고 붙자 두라크가 양손을 합장했다.

-천지를 가르는 빛!

군주의 권능이 발동했다.

성좌의 무기 새벽의 해머에 비장되었던 것과 같은 힘이다. 일순간 주변이 캄캄해지면서 모든 것이 정지했다.

그리고 그 한복판을 가르듯이 날카로운 빛살이 뻗어나간다.

마치 산 저편에서 어스름을 찢으며 새벽을 알리는 햇살처럼.

콰아아아아아!

한순간 정지했던 공간의 시간이 다시 흐르면서, 그들을 덮치던 해일 같은 공세가 둘로 갈라진다.

그리고 그 틈으로 두 군주가 상승했다.

-빙결폭(氷結爆)!

그러나 용우는 이미 하늘로 날아오르는 그들의 위를 점하고 있었다.

극저온의 섬광이 그들의 허공장을 강타, 순식간에 거대한 얼음이 형성되고…….

-천지역전(天地逆轉)!

용우를 중심으로 반경 50미터의 중력이 거꾸로 뒤집어졌다.

위로 상승하던 두 군주는 전속력으로 대지로 처박히는 꼴이 되었다.

<이런, 제기랄!>

그러나 군주들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새벽의 두라크는 공간을 왜곡해서 충돌을 회피했다.

-용의 포효!

소우바가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공격을 가했다.

그러자 용우를 향해 집중된 폭음이 터져 나갔다.

어마어마한 폭음이었다. 앞에 있는 모든 것을 분쇄해 버릴 만한 음파 공격!

“큭……!”

계속 공격을 가하려던 용우가 주춤했다.

소우바가 연달아 공격을 가했다.

<오라! 굉음의 마수여!>

그러자 사방에서 폭음이 울려 퍼지면서 진동파가 용우를 덮쳤다. 동시에 정련된 텔레파시 칼날이 용우의 정신을 노리고 날아든다.

두라크 역시 놀고 있지 않았다.

<공허의 영역은 네놈만의 것이 아니지.>

새벽의 군주 두라크는 화력 면에서는 다른 군주들보다 뒤떨어진다. 대신 시공간을 다루는 권능은 전투에서 반칙적인 효과를 발휘했다.

-찰나의 문!

정신을 초가속 상태로 만들고, 찰나지간에 공허의 영역에 수많은 대규모 스펠들을 저장하는 것은 용우만이 가능한 일이 아니다.

두라크 역시 동일한 기술을 쓸 수 있었다. 그는 찰나지간에 그 작업을 끝내고, 용우를 향해 공격을 해방했다.

<죽어라.>

무수한 스펠들이 일거에 용우를 향해 쏟아지는 순간이었다.

“정말이지, 어느 놈이나 수준이 똑같군.”

용우가 차갑게 웃었다.

<무슨……?>

소우바가 경악했다.

막대한 공격을 쏟아낸 두라크의 상반신이 산산조각 나서 흩어지고 있었다.

<저격이라고? 이런 말도 안 되는…….>

아득한 천공에서 날아든 섬광 한 줄기가 두라크를 관통했기 때문이다.

유성의 화살.

에너지탄 사격계 스펠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그 일격이 두라크를 꿰뚫었다.

콰과과과과과……!

하지만 소우바는 저격자를 포착할 수 없었다.

두라크가 일거에 쏟아낸 대규모 스펠들이 연쇄 폭발을 일으켰으니까.

<큭……!>

소우바는 그 폭발로부터 두라크를 감싸느라 용우를 추격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한순간은 치명적으로 작용했다. 텔레포트로 간단히 폭심지를 벗어난 용우가 폭발을 뚫고 돌진했기 때문이다.

<이놈!>

다급해진 소우바가 용우와 충돌했다.

* * *

괌의 하늘, 고도 17킬로미터 지점.

이비연은 성층권에서 지구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이 한 발로 4억 달러라니…….”

그녀는 서용우처럼 M슈트를 입고, 얼굴이 보이지 않는 헬멧을 쓰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몸을 특수 소재로 제작된 강화 외골격이 감싸고 있다. 그 너머에는 커다란 원통형 금속 구조물 2개가 붙어 있고, 거기서부터 좌우 양쪽으로 4미터에 달하는 날개가 뻗어나가 있었다.

한국 게이트 재해 연구소의 걸작, 윙 슈트였다.

대량생산이 불가능한 윙 슈트는 현재 전 세계를 통틀어도 채 16기밖에 없었다. 대당 단가는 4억 달러를 넘는다.

파직, 파지지직…….

그런데 그중 한 대가 망가졌다.

윙 슈트에 달린, 35㎜ 포탄을 쏘기 위한 3.5미터짜리 포신이 박살 나면서 본체까지 엉망진창으로 파손되고 말았다.

이비연이 최대 출력으로 저격을 날린 반동을 감당하지 못한 것이다.

예전에 용우가 망가뜨렸던 일 때문에 좀 더 내구성을 보강하긴 했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이비연이 듀얼 부스트 시스템까지 써가면서 마력을 증폭시켜 일격을 날렸는데 버텨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방금 전의 일격에는 분명 4억 달러 이상의 가치가 있었다.

‘설마 이 거리에서 정밀한 저격이 가능할 줄이야. 이런 측면으로는 또 엄청 대단하네, 21세기.’

이 일격은 치밀하게 계산된 함정의 일부였다.

용우는 작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군주들의 인지 거리 한계치가 어느 정도 될지 가늠하는 작업을 거쳤다. 그리고 이비연조차 인지할 수 없다고 확신하는 거리에서의 저격을 시도했다.

그것은 지구이기에 가능한 저격이었다.

아무리 이비연의 마력이 강대하다고 해도, 그리고 마력 컨트롤 기술이 뛰어나다 해도 그것만으로는 성층권에서 17킬로미터 저편의 지상을 저격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심지어 적은 가만히 있는 것도 아니고 초고속으로 움직이며 격렬한 전투를 벌이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하지만 용우와 이비연에게는 그것을 가능케 할 요소들이 있었다.

이비연은 텔레파시로 용우의 감각을 공유해서 타이밍을 포착했다.

미국의 인공위성들과 고고도 정찰기의 관측 데이터, 그리고 당장 현장에서 싸우고 있는 용우의 전술 시스템이 윙 슈트와 연계되어서 저격을 서포트했다.

수만 분의 1초 단위를 포착해 내는, 인간의 한계를 아득히 초월한 정확성.

결정적인 것은 이비연 본인의 능력이었다.

원거리 사격계 스펠 중에서 최고의 탄속과 위력을 자랑하는 스펠, 유성의 화살.

듀얼 부스트 시스템으로 증폭된 이비연의 마력으로 발사되고, 사냥꾼의 축복 12연쇄로 초가속된 그 스펠의 탄속은 초속 10만 킬로미터에 도달했다.

17킬로미터 저편의 표적을 꿰뚫으면서도 시간 차가 없는 것이나 다름없는 수준이었던 것이다.

“그럼…….”

이비연은 엉망진창으로 망가진 윙 슈트를 아공간에다 집어넣었다.

“가볼까?”

그녀는 아무런 주저 없이 지상을 향해 몸을 던졌다.

물론 낙하의 부유감이 그녀를 휘감은 것은 찰나의 일이었다. 텔레포트가 발동하면서 이비연의 몸이 지상에 내려섰다.

“새로운 녀석인가?”

이비연이 텔레포트한 지점은 용우와 군주들이 싸우고 있는 지점이 아니었다.

괌 각지로 흩어진 팀 섀도우리스와 싸우고 있는 타락체들 앞이었다.

“후훗.”

처음 조우한 상아인 타락체는 이비연을 알아보지 못했다. 이비연은 M슈트를 입고, 용우처럼 얼굴이 보이지 않는 헬멧을 썼기 때문이었다.

콰직!

그렇기에 상아인 타락체는 이비연의 무서움을 짐작하지 못했다.

유유히 다가간 이비연의 일격이 그의 심장을 꿰뚫었다.

“이, 이런……?”

이비연이 헬멧 속에서 하얗게 웃었다.

-에너지 드레인!

상아인의 마력이 이비연에게 빨려 들어오면서, 그 몸이 미라처럼 바짝 말라비틀어졌다.

* * *

용우는 두 군주를 거침없이 밀어붙이고 있었다.

<으윽……!>

소우바가 신음했다.

이비연의 저격으로 두라크는 큰 타격을 입었다. 코어 역할을 하는 아티팩트가 부서지면서 마력이 누출되고 있었다.

인간으로 치면 중상자나 다름없는 상태다. 두라크의 전력이 크게 저하되자 소우바는 용우의 공격을 방어하는 데 급급했다.

<이런…….>

그런 소우바는 절망적인 정보를 포착했다.

‘또 하나가 당했다. 이렇게 빨리 당하다니…….’

조금 전까지만 해도 타락체들은 팀 섀도우리스를 압도하고 있었다.

개개인의 기량만 해도 팀 섀도우리스의 일원들과 동급 혹은 그 이상인 자들이다. 그런데 두 배가 넘는 머릿수를 자랑하니 팀 섀도우리스는 도망 다니면서 버티는 것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런데 이변이 발생했다.

‘그 저격자다.’

두라크를 저격한 누군가가 전장에 난입하자 순식간에 전황이 뒤집히고 있었다.

“와, 디자인 멋지네. 본체보다 훨씬 나은걸?”

그리고 저격자, 이비연은 순식간에 타락체 다섯을 처리한 다음 용우와 군주들의 전장에 나타났다.

그녀와 마주한 소우바는 경악했다. 감각을 엄습하는 마력 파동이 익숙했기 때문이다.

<설마…….>

있을 수 없는 가능성을 떠올리는 그의 앞에서 이비연이 헬멧을 벗었다.

땀에 젖은 검은 단발머리가 흘러내린다. 더 이상 붉은색을 띠지 않은 이비연의 눈동자가 소우바를 향했다.

“내 목소리를 듣는 건 처음이지, 굉음의 군주님?”

이비연이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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