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세계의 귀환자-140화 (14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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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9년 4월 현재, 유현애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 중에 하나였다.

원래부터 인지도가 높았지만 팀 섀도우리스가 활동하기 시작한 후부터는 완전히 위상이 달라졌다. 지금의 그녀는 더 이상 신인 취급 따위는 받지 않는다.

그녀는 딱히 연예인 활동을 하지 않았지만 언론의 취재 요청에 깐깐하게 굴지 않는 편이다. 매력적인 외모를 가졌기 때문에 종종 패션 잡지에 화보가 실리기도 했다.

“오늘 스케줄 이걸로 끝이죠?”

막 패션 잡지 화보 촬영을 마친 유현애가 매니저에게 물었다.

“응, 딱히 없어. 왜?”

“아는 사람이 불러서요. 난 놀러 갈 거니까 언니는 이 길로 퇴근하세요.”

“같이 안 가도 괜찮아?”

“괜찮아요.”

“무슨 약속인데?”

매니저의 물음에 유현애는 생긋 웃으며 말했다.

“쇼핑 도우미요.”

* * *

언론에 따르면 서울의 공기는 퍼스트 카타스트로피 전과 비교할 때 훨씬 맑아졌다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 화력 발전소들은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그리고 이제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들은 전기차들이다.

그래서일까? 예전을 기억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도심의 공기는 생각보다 청정한 느낌을 주었다.

“오빠 생각도 그래?”

용우의 차 옆 좌석에 앉은 단발머리 소녀가 물었다.

열예닐곱 살 정도로 보이는 그녀는 초코바를 오물거리고 있었다.

용우는 대답 대신 눈살을 찌푸렸다.

“그거 꼭 차 안에서 먹어야겠어?”

“응! 아, 물론 오빠 차니까 오빠가 꼭 먹지 말라고 하면 안 먹을게.”

“당연히…….”

“그러고 보니 내가 이거 몇 년 만에 먹어보는 거더라? 예전 그 맛 그대로네. 막 눈물 나려고 그래.”

“…먹어. 얼마든지 먹어.”

용우의 말에 행복한 표정을 짓는 단발머리 소녀는 바로 이비연이었다.

용우가 구상한 A안은 성공했다. 처음 시도한 뒤 일주일 동안 잠들어 있던 이비연은 결국 자신의 몸 그대로 부활할 수 있었다.

그게 바로 어제의 일이다.

“근데 보면 볼수록 미래로 날아온 기분이네. 전기차에 자율 주행이라니…….”

“나도 그랬지.”

“오빠는 나보다 더 심했을 것 같아.”

“내 체감 시간으로는 3년밖에 안 지났었지.”

세상이 이토록 크게 변했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 못 했다. 당연히 아무런 각오도 없었으니 충격이 클 수밖에.

“강남이 이렇게 변하다니…….”

이비연이 기억하는 강남은 서울에서 가장 땅값이 높은 곳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녀의 눈에 보이는 것은 지금까지 지나오면서 본 것에 비하면 낙후된 느낌이 드는 거리였다.

용우가 말했다.

“나도 이건 좀 충격이었어. 홍대 부근이 헌터 기업 밀집 지역이 된 것만큼이나…….”

“거기 건물들 재미있더라. 당장에라도 건물이 변신하면서 거대 로봇이 튀어나올 것 같은 느낌이던데.”

이비연이 까르르 웃었다. 그리고 잠시 동안 감상에 젖은 눈으로 강남의 낡은 건물들을 보다가 말했다.

“오빠, 여긴 됐어.”

“안 볼 거야?”

“어차피 우리 집이 남아 있는 것도 아니니까. 괜히 추억만 망가질 것 같아.”

쓴웃음을 짓는 이비연에게 용우가 물었다.

“그럼 약속 시간까지 좀 시간이 많이 남는데, 뭐 할까?”

“영화라도 볼까? 요즘 영화면 막 화면 밖으로 영상이 튀어나오고 그러는 거 아냐?”

“전용 헤드기어 쓰고 보는 VR(가상현실) 영화들은 그런 것도 있긴 있어.”

“그런 영화 보고 싶어.”

“검색해 볼게.”

곧 용우는 휴대폰으로 현재 상영 중인 VR 영화를 띄워주었다.

이비연이 그중 하나를 고르자, 용우는 곧바로 가까운 영화관으로 향했다.

두 사람은 티켓팅을 하고 콜라와 팝콘 콤보를 산 뒤 영화 상영 시간을 기다렸다.

“팝콘 진짜 오랜만이다.”

“뭐든지 그렇잖아.”

“응. 진짜 그립네.”

이비연은 캐러멜맛 팝콘을 오물거리며 너무나도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곧 영화 상영 시간이 되었다.

VR 영화가 상영되는 대형관에 입장해서 자리에 앉은 이비연이 투덜거렸다.

“광고하느라 10분 늦게 시작하는 건 바뀌지도 않았네.”

“그러게. 나도 영화관에 잘 안 와서 깜빡했군.”

퍼스트 카타스트로피 이후 14년, 세상은 정말 SF 영화에 나오던 것처럼 바뀌었는데도 변하지 않은 것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중 하나가 예전에도 욕먹던 프렌차이즈 영화관의 정책이라는 게 어이가 없었다.

그래도 영화는 재미있었다.

배경은 인류가 게이트 재해를 해결한 먼 미래, 미지의 외계 종족이 지구를 침략한다.

그러나 이미 게이트 재해를 극복한 인류는 터무니없이 강력한 전력으로 침략군을 초전에서 몰살시키고, 게이트 기술로 그들의 본거지를 쳐서 끝장내 버린다는 내용의 SF 블록버스터 영화였다.

최신 VR 기술이 적용된 블록버스터 영화는 퍼스트 카타스트로피 이전, 조악한 안경을 쓰고 보는 것만으로 티켓값을 한참 올려 받던 3D 영화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뛰어난 기술 수준을 체감할 수 있게 해주었다.

“재밌었어. 근데 각본은 영 꽝이네. 저렇게까지 앞뒤가 안 맞게 만들 수 있다니, 오히려 대단해 보여.”

“그런 각본에 2억 달러 넘는 제작비가 투입되는 것도 예전이나 지금이나 안 변한 것 중 하나지.”

피식 웃은 용우의 휴대폰에서 띠리링 하는 알림음이 울렸다. 휴대폰을 본 용우가 말했다.

“저쪽은 이미 도착했다는군.”

“아, 영화 시간이 좀 길었지. 어떻게 할 거야?”

“차는 나중에 가지러 오면 되니까 바로 가지.”

용우는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간 다음 이비연과 함께 약속 장소로, 정확히는 대형 쇼핑 센터의 빌딩 위로 텔레포트했다.

이미 해가 저물어서 하늘은 캄캄해져 있었다. 그러나 주변은 형형색색의 불빛으로 밝혀져 있고 그 안에 수많은 사람들이 보였다.

이비연은 빌딩 옥상 난간에 서서 그 풍경을 내려다보다가 용우를 돌아보며 물었다.

“오빠, B안은 뭐였어?”

“그걸 이제 와서 묻는 거야?”

“지금 생각났어. 어차피 성공했으니 상관없잖아? 알려줘.”

잠시 이비연을 보던 용우가 말했다.

“A안이 실패했으면… 널 언데드로 만들었을 거야.”

“뭐?”

“몬스터처럼 에너지 코어를 형성하고, 영혼으로 그것을 컨트롤하는 존재를 뭐라고 하지?”

“그야… 언데드지.”

충격을 받은 이비연의 목소리가 떨려 나왔다.

“하지만 언데드라니… 날 해골 괴물로 만들 생각이었단 말이야?”

“그런 건 아니야. 뭐, 네가 싫다면 다른 방법도 있는데, 당장 널 전력으로 쓸 수 있는 방법은 그 정도였거든.”

용우의 구상은 하스라와 볼더 코어 일부를 떼어내서 융합, 이비연을 위한 새로운 코어를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네가 그 코어를 장악한다면, 그 코어를 중심으로 육체를 만들 수 있지. 분신을 만드는 요령으로. 구조적으로는 언데드지만 아마 살아 있는 육신이 누리는 감각 자체는 다 누릴 수 있었을 거야.”

“아, 과연. 그런 방법이 있구나…….”

이비연이 감탄했다. 용우가 얼마나 고심해서 방법을 짜냈는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게 성공할 경우, 시간이 좀 주어지면 진짜 몸도 가질 수 있게 될 거야.”

“그건 또 어떻게?”

“A안이 실패한다는 건 네 피와 살에서 재생된 육체는 쓸 수 없다는 뜻이지. 하지만 다른 육체라면 어떨까?”

용우는 인류가 지속적으로 연구해 온 생명공학의 정수, 클로닝을 이용할 생각이었다.

“지금 기술로도 인체 그 자체를 완벽하게 구현하는 건 좀 힘든 모양이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는 치료 스펠을 더해주면 해결되거든. 네 몸은 아니지만, 어쨌든 인간의 몸을 가질 수 있었을 거야.”

“…….”

치밀하게 여러 가지 방법을 준비한 용우의 설명에 이비연은 말문이 막혔다.

“나 지금 좀 감동했어.”

“감동하는 타이밍이 좀 늦은 것 같은데.”

용우가 키득거릴 때였다.

조금 떨어진 곳에 한 사람이 텔레포트로 나타났다.

“왜 여기로 오는 거예요? 차 타고 온 거 아니에요?”

그렇게 물은 것은 유현애였다.

그녀를 본 이비연이 탄성을 흘렸다.

“와…….”

“왜?”

“연예인 같아서. 진짜 예쁘다…….”

“아, 패션 잡지 화보 찍고 오는 길이라 힘 좀 팍 준 거예요. 거기 스타일리스트들 실력이죠.”

부끄러워하며 말한 유현애는 확실히 그런 칭찬을 들을 만한 모습이었다.

문득 유현애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근데… 이비연 씨 맞죠?”

“맞아요.”

“비연 씨라고 부르면 될까요? 앞으로 같은 팀이 될 텐데 이건 좀 딱딱한가?”

“그냥 비연이라고 불러도 돼요. 현애 씨가 저보다 언니일 텐데…….”

“그건 아니지.”

“응? 뭐라고 했어, 오빠?”

이비연이 째려보자 자기도 모르게 한마디 했던 용우가 재빨리 입을 다물었다.

유현애가 아하하, 하고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언니라고 부를게요.”

“음…….”

잠시 고민하던 이비연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그래요. 전 그럼 현애라고 부르면 될까요?”

“말 놓으세요, 그냥.”

“그, 그럴까?”

첫 만남부터 거침없이 거리감을 좁혀 오는 유현애의 태도는 이비연에게는 좀 당황스러웠다.

사실 그녀도 어비스에 끌려가기만 해도 활달한 중학생이었다. 하지만 어비스에서 3년을 보내고 나니 인간을 대하는 것 자체가 거대한 장벽으로 느껴졌던 것이다.

‘역시 친화력은 이 녀석이 최고지.’

용우가 오늘 유현애를 부른 것도 그래서였다.

“밥부터 먹을까요, 아니면 쇼핑부터?”

용우가 유현애를 부른 것은 이비연의 옷을 사주기 위해서였다.

어제 부활한 이비연은 진짜 아무것도 가진 게 없었다. 아직 신분 문제도 해결이 안 되어서 휴대폰조차 없는 처지였다.

지금 입고 있는 옷은 리사 옷을 빌려 입은 것이었고, 본인의 옷을 사는 것에는 유현애의 도움을 받기로 한 것이다.

용우가 말했다.

“쇼핑이 짧게 끝날 리가 없으니까 밥부터 먹지.”

“뭐가 좋아요? 생각나는 거 있어요?”

“점심 때 일식 먹었으니 그거 말고 다른 거면 뭐든 좋아요.”

“그럼 파스타 먹으러 가요. 맛있는 집이 있으니까.”

“아, 파스타 좋아요. 근데… 이런 데서 파스타 먹으면 비싸지 않아요?”

이비연이 조심스럽게 말하자 유현애가 움찔했다. 지금 자신이 무슨 말을 들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 반응을 본 용우가 큭큭 웃자 이비연이 얼굴을 붉혔다.

“왜, 왜 웃어?”

“그런 걱정을 하는 게 너무 웃겨서.”

용우는 당혹스러워하는 유현애에게 말했다.

“얘가 금전 감각이 중학생 때 멈춰 있어서 그래. 어비스에 끌려갔을 때 열여섯 살이었거든.”

집이 강남이었기에 금전 감각이 궁핍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용돈 받아서 쓰는 중학생이기에 지금 같은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유현애가 어색하게 웃었다.

“그, 그랬군요. 설마 그런 말을 들을 줄은 몰라서… 농담하시는 줄 알았어요.”

유현애는 타락체 이비연과 직접 싸워본 일은 없다. 그러나 그녀가 얼마나 위험한 존재인지는 귀가 따갑도록 들어서 마음속에 그녀에 대한 공포심이 자리 잡을 정도였다.

그런데 그녀에게서 정말 평범한 학생 입에서 나올 법한 말을 들으니 적응이 안 된다.

‘브리짓이 끔찍하다고 했던 게 쬐끔 이해가 가네.’

브리짓은 재앙 그 자체였던 이비연이 용우를 만나는 순간 평범한 소녀 같은 면모를 보인 것이 끔찍하고 기괴하게 느껴졌다고 했다.

유현애는 조금이지만 왜 브리짓이 그런 감상을 느꼈는지 이해할 것 같았다. 브리짓처럼 목숨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만난 게 아니라서 끔찍한 건 아니지만 마음속에 각인된 이미지와 너무 달라서 당황스럽다.

용우가 말했다.

“여기 파스타값이야 네가 걱정하는 것보다 더 엄청나지. 그동안 물가가 얼마나 올랐는지 체감할 수 있을 거야.”

“하지만 걱정할 필요 없어요. 보니까 이 아저씨가 지갑 역할로 나온 것 같은데, 한국에서 이 아저씨보다 돈 많은 사람이 그렇게 많진 않아요. 아저씨, 오늘 쇼핑에 금액 상한선 같은 거 없는 거죠?”

“없지. 마음껏 질러.”

“와…….”

이비연이 멍청하니 용우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지금 오빠가 엄청 멋있어 보였어.”

“그 전까지는 안 멋있었고?”

“엄청은 아니고 쬐끔 멋있었지.”

이비연이 한쪽 눈을 찡긋하자 용우가 실소하며 걸음을 옮겼다.

“그럼 가자. 쇼핑 내비게이션, 앞장서.”

“사람 불러놓고 내비게이션 취급이에요?”

“코디네이터 유현애 씨라고 불러주랴?”

“그거 좀 괜찮네요. 아, 근데 잠깐만 기다려 봐요. 나 여기 온 김에 변장 좀 하고 갈래요.”

“변장?”

이비연이 의아해하자 용우가 설명해 주었다.

“얘 유명인이거든. 그것도 엄청.”

“아, 그럼 진짜 연예인?”

“연예인은 아닌데 웬만한 스타보다 더 유명해.”

용우가 팀 섀도우리스에 대해서 설명해 주자 이비연이 납득했다.

“그런 거구나. 그럼 진짜 유명할 만하네. 무슨 지구 방위대 같은 느낌이잖아?”

“진짜로 그런 일을 하고 있지.”

“오빠 이야기를 들으니 세상이 진짜 변하긴 변했구나 싶네. 이게 현실의 이야기라니…….”

그녀 자신도 초인적인 힘의 소유자인데도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사이 유현애가 변장을 마쳤다.

“어때요?”

“몰라보겠네요.”

이비연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유현애는 긴 금발 머리 가발과 모자, 그리고 도수 없는 뿔테 안경을 썼을 뿐이다. 그것만으로도 다른 사람처럼 인상이 바뀌었다.

“이 정도만 되어도 대부분은 못 알아봐요. 그럼 가죠.”

“…….”

이비연이 흠칫했다. 유현애가 거침없이 그녀의 손을 붙잡았기 때문이다.

그녀의 반응을 본 유현애가 아차 하며 물었다.

“아, 미안해요. 손잡는 거 싫어해요?”

그러자 이비연이 황급히 손을 내저었다.

“그런 게 아니라 그냥… 다른 사람이 선뜻 손을 잡는 게 너무 오랜만이라서요.”

“…….”

그 말에 유현애는 그녀가 어비스에서 얼마나 지옥 같은 시간을 보냈을지 생각하며 안타까운 감정을…….

“반사적으로 공격할 뻔했거든요. 보통 손을 잡히면 죽이거나 죽거나 둘 중 하나의 상황이었기 때문에…….”

…느낄 뻔했다.

‘농담인가?’

그렇게 생각하며 이비연의 얼굴을 봤지만 웃음기라고는 없이 진지하다. 완전 진지하다.

용우가 끼어들었다.

“현애 네가 실수했어. 얘는 아직 이 세상에 돌아온 지 하루밖에 안 됐다고.”

“…….”

내가 잘못한 건가? 그런 건가?

혼란스러워진 유현애가 이비연을 바라보자 그녀는 정말 다행이라는 듯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아냐, 오빠. 내가 정신 줄을 꽉 잡고 있어야지. 실수로 힘 조절 까먹고 툭 건드리기만 해도 사람이 죽을 수 있는 거잖아.”

그 말에 유현애는 정말 자신이 한 행동이 사자의 아가리에 얼굴을 처넣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음을 깨달았다.

‘죽음은 내 생각보다 더 가까이 있었구나…….’

식은땀을 흘리는 유현애에게 용우가 피식 웃으며 물었다.

“겁먹었어?”

“아, 아니거든요?”

유현애가 발끈해서 부정하자 용우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 금방 익숙해질 테니까. 어차피 너도 힘 조절 까먹고 사람 치면 죽는 건 똑같잖아?”

“그거야… 그렇지만.”

“그리고 다른 사람이라면 모를까, 너는 비연이가 쳐도 한 방에 죽을 일은 없어. 사경을 헤매긴 하겠지만 그 정도는 내가 얼마든지 살려줄 수 있고.”

“지금 그걸 위로라고 하는 거예요?”

“물론 아니지.”

“…….”

“왜?”

용우가 뻔뻔하게 묻자 유현애가 정말 싫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봐 주고는 이비연에게 손을 내밀었다.

“가요. 비싼 밥 먹고 비싼 옷이랑 비싼 가방이랑 비싼 신발이랑 비싼 액세서리를 펑펑 지르자구요.”

“아…….”

이비연은 잠시 자신에게 내밀어진 유현애의 손과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마치 유현애가 왜 자신에게 손을 내민 건지 알아볼 수 없는 사람처럼.

하지만 유현애는 그 행동에 당황하지 않고 미소 지은 채로 기다려 주었다.

“…네.”

잠시 후, 이비연은 조심스럽게 유현애의 손을 잡았다. 마치 조금이라도 힘을 주면 깨져 버릴 무언가를 만지는 것처럼…….

두 사람이 손을 잡고 가는 것을 보며 용우는 흐뭇하게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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