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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세계의 귀환자-135화 (135/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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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인류 최강의 인간과 종말의 군단에서도 손꼽히는 강력함을 자랑하는 타락체.

콰콰콰콰콰콰!

둘이 검투를 벌이자 주변이 박살 나기 시작했다.

일진일퇴의 공방이다.

용우가 자유자재로 공간을 뛰어넘으며 맹공을 가하니 이비연은 아슬아슬하게 피하면서 밀려난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그녀는 어지러울 정도로 빠르게 공간을 넘나드는 용우의 움직임에서 규칙성을 파악하고 반격을 가한다. 앞에서, 옆에서, 뒤에서 공격을 가하는 순간 그녀의 검이 그곳에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오빠의 능력은 지금의 나와 격투전을 벌이기에는 상성이 안 좋아.”

이비연이 경고했다.

확실히 그랬다. 용우가 지닌 악의를 통찰하는 능력은 전투에 있어서 예지에 가까운 효과를 발휘한다.

하지만 타락체 이비연에게는 감정이 없다.

그녀는 용우를 파괴한다는 목적을 위해 합리적인 수단을 선택할 뿐, 악의를 품지 않기에 용우에게 강하다.

“그리고 오빠는 예전부터 검투로 나한테 이겨본 적 없잖아? 오빠답지 않게 왜 굳이 불리한 싸움을 하지?”

이비연의 움직임은 기묘했다. 용우는 분명 그녀보다 빨리 움직였고, 그녀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고 보고 있는데도 공격의 조짐을 감지할 수가 없었다.

상대가 노리는 타점을 미끄러지듯이 비껴나고, 상대가 시선이나 움직임을 보고 예측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공격이 튀어나온다.

그것은 괴물을 상대하기 위한 전투법이 아니다.

인간을 죽이는 데 특화된 살인기예다.

그 무서움을 알고 있으면서도 용우는 굳이 검투를 고집했다.

콰아아아아앙!

모든 방위를 점하고 힘으로 맞부딪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강요한다.

피할 수 없는 격돌의 순간, 충격파가 주변을 휩쓸었다.

이비연은 아슬아슬하게 용우의 공격을 비껴서 받아내었다. 하지만 용우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자세를 바꾸면서 그녀를 허공으로 쳐 올렸다.

투앙! 투아앙! 투아아앙!

그리고 그녀를 따라 솟구치면서 연속 공격을 가한다.

이비연은 압도적인 맹공을 곡예에 가까운 기술로 받아냈지만, 그럼에도 용우가 의도하는 대로 계속 하늘로 솟구치는 것을 막지 못했다.

한번 격돌할 때마다 속도가 더욱 가속한다. 중력을 거스르고 솟구치는데도 가속이 어마어마해서 둘이 싸우는 고도가 순식간에 5킬로미터를 돌파했다.

“무슨 생각이야, 오빠? 이대로 우주로 나가기라도 하려고?”

“물론 그런 건 아니야.”

용우가 그리 말하는 순간이었다.

-오버 커넥트!

천공에 열린 워프 게이트가 이비연을 집어삼켰다.

용우와 이비연이 솟구치는 속도는 이미 극초음속에 도달했다.

‘아.’

그런데 워프 게이트를 통과하는 순간, 날아가는 방향이 바뀌었다.

워프 게이트 너머에는 곧바로 산맥이 기다리고 있었다.

콰과과과과과과……!

미처 반응할 새도 없이, 이비연이 산에 처박혔다.

그 기세로 산봉우리 하나를 부수면서 관통하고, 그다음 산봉우리에 처박히자 충격으로 주변의 지반이 터져 나간다.

그에 비해 용우는 워프 게이트에 진입하는 순간 텔레포트를 펼쳐서 충돌을 피했다.

공간 간섭계 스펠의 유무는 이렇게까지 극명한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너랑 지구에서 싸우는 건 너무 민폐가 심하거든.”

지금의 용우와 이비연이 전력으로 치고받는 것은 9등급 몬스터 둘이 치고받는 것보다 훨씬 더 여파가 크다.

둘의 전장으로 나고야는 너무 좁다. 용우는 이비연을 상대하면서 피해가 그 너머로 확장되는 것을 막을 자신이 없었다.

“그랬구나. 하긴 지구는 어비스가 아니지. 오빠 입장에서는 환경도 생각해야 한다는 걸 생각 못 했네.”

이비연이 무너진 산의 잔해를 뚫고 일어났다.

그만한 충돌이었는데도 그녀에게는 대미지가 없다. 단순한 물리적 타격만으로는 강력한 허공장을 지닌 그녀를 해할 수가 없었다.

“여긴 어디야?”

이비연이 자신이 처박힌 산의 정상에 올라서면서 물었다.

“오래전에 사라진 게이트 안.”

이곳은 용우가 확보한 소멸한 게이트 내부 필드 중에서 최대급인 곳이다.

하스라를 처치했던 곳 이상으로 거대한, 애비게일 카르타에게 공간 좌표를 제공받은 곳.

과거 9등급 몬스터가 출현했던 90미터급 게이트 내부 필드였다.

이곳의 광활함은 지금까지 용우가 경험한 다른 게이트 내부 필드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용우와 이비연이 전력으로 치고받기에 충분한 전장이었다.

“지구에서 죽을 수 없는 건 좀 슬퍼지네.”

이비연이 처연하게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그녀의 감정과 별개로 육체가 움직인다. 1킬로미터 상공에서 자유낙하하고 있는 용우를 향해서 수십 줄기의 섬광이 날아올랐다.

“…그래. 여기서 끝낼 거야.”

동시에 용우도 반격했다.

용우가 손가락을 튕기는 순간, 이비연은 절망적인 예감을 느꼈다.

“아…….”

그녀는 한순간의 망설임조차 없이 도약 스펠로 뛰어올랐다. 땅을 박차고 날아오르는 순간 초음속에 도달할 정도로 빨랐지만…….

콰과과과과과과………!

산을 통째로 날려 버리는 대폭발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어마어마한 폭발이었다.

인류가 만들어낸 파괴 병기 중 이만한 파괴력을 자랑하는 것은 몇 개 없다. 그리고 이것은 전술핵급으로 분류되는 TNT 2만 톤급의 레이저 수소폭탄이 자아낸 폭발이었다.

그것도 한 번으로 그치지 않는다.

폭발의 진동이 퍼져 나가자 불과 수십 미터 떨어진 곳에서 동급의 폭발이 일어나고, 또 그만큼 떨어진 곳에서 동급의 폭발이 연쇄하면서 모든 것을 파괴한다.

지구에서 일어났다면 폐허가 된 나고야만이 아니라 중경권 전역을 잿더미로 만들고도 남았을 폭발이었다.

“…….”

용우는 텔레포트로 20킬로미터 이상 멀어진 곳에서 대폭발이 연쇄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3개월은 누군가를 죽이기 위한 준비를 하기에는 아주 긴 시간이다.

용우는 그 시간 동안 이비연을 죽이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미국으로부터, 정확히는 애비게일 카르타로부터 대용량 마력 반응 탄두를 탑재한 전술급 레이저 수소폭탄 다수도 그 준비의 일부였다.

용우가 폭발용으로 세팅해 둔 대량의 마력석과 연쇄 폭발을 일으켰으니 아무리 이비연이라고 해도 무사할 수 없다.

그럼에도 용우는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형상복원!

아공산에서 쏟아진 대량의 마력석이 한 점으로 집결하면서, 빙설의 창의 모조품을 만들어내었다.

-초열투창!

그리고 저주의 힘이 깃든 창이 극초음속으로 쏘아져 나갔다.

저주가 유지되는 한 이비연의 위치는 용우에게 실시간으로 탐지되고 있다. 대폭발이 퍼져 나가는 상황이라도 예외가 아니다.

콰과광!

그런데 날아가던 창이 갑자기 폭발했다.

솟구치는 폭연 속에서 발사된 섬광이 창을 요격한 것이다.

“역시…….”

용우가 중얼거릴 때였다.

하늘에서 섬광이 소나기처럼 쏟아져 내리며 그를 때리기 시작했다.

“이 정도로 죽으면 곤란하지.”

이비연이 쏘아 올렸던 수십 줄기의 섬광, 그것이 천공에서 굴절되면서 궤도를 바꿔서 용우를 노린 것이다.

뿐만 아니다.

-광휘의 세계수.

빛이 하늘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이비연이 레이저 수소폭탄의 폭발 에너지를 변환, 자신의 마력과 융합해서 하늘로 쏘아 올렸다. 그리고 그 에너지를 순환 및 확장시키면서 모든 것을 찢어발기는 빛의 결계를 만들어낸 것이다.

그 규모는 실로 어마어마했다. 수십 킬로미터에 걸쳐 하늘이 빛으로 가득 차 있었다.

“유감이야, 오빠.”

이비연은 거대한 빛의 결계를 등지고 있었다.

용우가 준비한 함정에서 빠져나온 것은 놀랍지만 멀쩡한 것은 아니다. 교복은 누더기로 변해 있었고 몸 여기저기 난 상처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거의 죽을 뻔했는데.”

이비연은 진심으로 유감이라는 듯 쓴웃음을 지었다.

정말로 죽는 줄 알았다. 그러나 그런 상황에서도 타락체 이비연은, 감정이 배제된 존재는 냉정하고 합리적인 사고를 통해 행동을 결정했다.

“영체화(靈體化)인가? 꽤 위험한 도박을 했군.”

물질세계의 모든 구성 정보를 통째로 정보체로 바꾸는 스펠이다.

영체화하면 물리적 영향력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주변에서 천재지변이 일어나도, 핵폭탄이 터져도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다.

대신 영체화한 동안에는 아무런 물리적 영향력도 끼칠 수 없는, 상호 불간섭 상태에 빠진다.

또한 존재 자체가 불안정해지기에 집중력이 흐트러지면 그대로 존재의 구성 정보를 잃고 소멸하는 수가 있었다.

“아니면 그냥 죽었을 테니까. 그대로 소멸해 버렸으면 좋았을 텐데.”

이비연이 그 상황에서 영체화한 것은 정말 위험성이 높은 도박이었다.

왜냐하면 용우가 파둔 함정은 그저 물리적 파괴를 일으키는 데 그치지 않으니까.

마력 반응 탄두, 그리고 폭발용으로 세팅해 둔 대량의 마력석이 같이 폭발했기에 그 여파가 영체화한 이비연에게도 닿았던 것이다.

“마력은 절반 미만. 마검도 잃어버렸지. 그리고 허공장도 너덜너덜해졌어. 구멍이 숭숭 뚫린 거 보이지?”

이비연이 스스로의 상태를 빠르게 설명해 준다.

그리고 타락체 이비연은 하늘에 구축한 거대한 빛의 결계를 이용해서 공격을 개시했다.

꽝! 꽈광! 꽈과과과광!

용우와 이비연이 하늘을 종횡무진 누비면서 격돌했다.

분명 속도와 기동력은 용우가 이비연을 웃돌고 있었다. 시공간에 간섭하는 가속계 스펠에 텔레포트까지 자유자재로 쓰니 당연했다.

그런데도 이비연을 압도할 수가 없다.

‘젠장, 역시 강해.’

이비연의 본신 능력이 높아서만이 아니다.

그녀가 펼친 빛의 결계 ‘광휘의 세계수’가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었다.

용우는 블링크하면서 이비연이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다각도를 노리는 연속 공격을 날렸다.

앞에서 휘두른 검이 뒤를 베고, 옆을 노리던 검이 머리 위에서 내리꽂히는 예측 불허의 초공간 공세!

쾅!

그러나 그 모든 공격이 저지되면서 용우가 튕겨 나갔다.

공간 간섭계 스펠이 없으면 도저히 막아낼 수 없는 공세였다. 그럼에도 이비연이 완전무결한 방어를 자랑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빛의 결계로부터 발사된 섬광이 그녀의 사각을 메꿔주고 있기 때문이다.

파파파파파파!

튕겨 나간 용우를 하늘에서 쏟아진 섬광의 소나기가 난타했다.

“큭……!”

연달아 두들겨 맞은 용우가 바다로 추락했다.

퍼어어어어엉!

해수면이 폭발하면서 거대한 물보라가 솟구쳤다. 그것을 보며 이비연이 태연하게 스펠을 발한다.

-선다운 버스트 연속 투하!

빛으로 가득 찬 하늘에서 가느다란 빛 방울들이 떨어져 내린다.

콰아아앙! 콰광! 콰아아아아앙!

대폭발이 연달아 바다를 뒤집었다.

한 발 한 발이 소형 전술핵급의 위력을 자랑하는 파괴 스펠이 연달아 터지고 있었다.

둘의 싸움은 이미 현대전의 국지전 규모를 월등히 뛰어넘었다. 지구에서 격돌했다면 작전 지역이 있던 모든 병력이 몰살당하고, 중경권의 방위 라인까지도 쓸려 버렸으리라.

쩌적……!

대폭발 속에서 유리에 균열이 발생하는 것 같은 소리가 울렸다.

-보이드 바운드!

공간이 깨져 나가면서 초고열이 폭발했다.

이비연이 방어하느라 공세를 늦추자 그 앞에 용우가 나타나서 검을 내려쳤다.

투아아아앙!

지옥 같은 열기의 격류가 찢어지면서 용우와 이비연이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

그것도 잠깐, 둘은 균형을 무너뜨리면서 서로에게 공격을 가했다.

콰쾅!

크로스 카운터로 꽂힌 공격이 둘을 서로 반대편으로 튕겨내었다.

“오빠.”

이비연이 입가의 피를 슥 닦으면서 말했다.

“왜 봐주는 거야?”

“…….”

용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비연의 붉은 눈동자가 분노로 타올랐다.

“왜 이렇게 답답하게 싸우는 거야? 아무리 봐도 나를 산 채로 잡으려고 하는 것 같은데… 봉인이라도 해보려고?”

“…….”

“오빠답지 않아. 13년 동안 지구에서 지내보니 마음이 여려지기라도 한 거야?”

“…….”

“그렇다면 실망인걸. 오빠가 상냥하고 사람다워졌다면 그건 좋은 일이지만… 지금 나한테 필요한 건 가차 없이 나를 죽일 수 있는 예전의 오빠니까!”

울분을 쏟아내는 이비연은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절망적인 예감이 그녀를 지배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서용우는 자신의 손에 죽는다.

이미 승패의 저울은 그녀에게 기울기 시작했다. 용우는 철저하게 준비된 덫으로 그녀의 발목을 붙잡아놓고도 역전을 허용하고 만 것이다.

“아직은 승산이 있어. 오빠라면 분명히 또 뭔가를 준비했을 테니까. 더 이상 망설이지 마. 언니와의 약속을 지켜줘, 제발…….”

이비연이 펼친 빛의 결계, 광휘의 세계수는 전술적인 차원에서는 거의 무한한 동력원이라고 할 수 있다.

일정 규모로 펼쳐서 안정화시키는 데 성공하면 그때부터는 그 위에서 쏟아지는 태양빛을 흡수해서 사용자에게 힘을 공급하는 것이다.

“…오빠를 죽이고 싶지 않아.”

빛의 결계로부터 섬광이 소나기처럼 쏟아져 내린다.

초당 수천 발의 섬광이 육지와 해면을 타격하는 가운데, 용우는 허공과 해면을 밟고 질주하면서 현란한 회피 기동을 벌이고 있었다.

그러나 도망칠 곳이 없다.

텔레포트로 거리를 벌려도, 공간 왜곡장으로 섬광을 비껴내도 하늘을 점령한 거대한 빛무리로부터 쏟아지는 공세가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이비연은 그 속을 아무런 방해 없이 질주해서 용우를 공격했다.

콰직!

이비연의 손에서 뻗어 나온 에너지 칼날이 용우의 허공장을 뚫고 헬멧을 베어버렸다.

용우는 반쯤 부서진 헬멧을 벗어버렸다. 그로써 이비연은 용우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도망쳐.”

그녀가 울먹이면서 말했다.

용우에게는 아직 한 가지 수단이 남았다.

바로 지구로 텔레포트해서 도망치는 것이다.

그러면 빛의 결계의 위협은 사라진다. 그리고 이비연은 공간 간섭계 스펠이 봉쇄당했으니 이곳에서 활동 시간을 다 소모하고 귀환당하게 되리라.

“…내가 말했지.”

계속 침묵하고 있던 용우가 입을 열었다.

어느 순간, 용우의 움직임이 달라졌다.

투아아아앙!

용우는 어깨를 노린 이비연의 공격을 그냥 받아버리면서 그녀의 멱살을 쥐었다.

서로 숨결이 닿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용우가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으로 그녀를 보며 말했다.

“여기서 끝낼 거라고!”

그리고 용우의 배틀 슈트가 푸른빛을 발하며, 이 순간까지 아껴두었던 M-링크 시스템이 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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