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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간 용우는 말문이 막혀 버렸다. 설마 이런 소리를 들을 줄이야?
<두 번 제안하지 않을 것이다. 네 가치가 어쨌든 너는 감히 군주를 해한 대죄인이기 때문이지. 내가 너를 거두기 위해서는 군단에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만 한다.>
“…후우.”
용우가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노골적으로 짜증을 드러내며 말했다.
“설마 내가 그걸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하고 지껄인 거냐?”
<후후, 역시 그렇게 나오는가? 분통이 터지는구나. 나의 군대와 나의 백성을 이만큼이나 잃었는데 그저 너를 지옥 불에 던져놓는 것밖에 할 수 없다니…….>
볼더가 웃었다. 하지만 그 웃음 너머에서 짙은 분노와 슬픔이 묻어나왔다.
용우는 그 사실이 유쾌했다. 이놈들에게도 잃으면 아픈 것이 있다. 그 사실이 기뻐서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그렇다면 더욱 아프게 해주지. 비통함에 몸부림칠 수 있도록!’
지구 인류가 수도 없이 겪어온 아픔을 이놈들에게도 돌려줘야 하지 않겠는가?
<확실히 너는 군주에게 도전할 자격이 있다.>
볼더는 용우의 전투 능력에 감탄했다.
마력으로 비교하면 그가 확연히 우위를 점하고 있다. 권능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데도 볼더는 용우를 상대로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오히려 약간 밀리는 감이 있었다.
<그러나 그게 승산이 있다는 의미는 아니지. 군주가 왜 군주라 불리는지 깨닫게 해주마.>
화아아아악!
볼더가 초열 필드를 거두었다. 사방에 휘몰아치던 열기가 그를 향해 빨려 들어간다.
용우는 기다려 주지 않았다.
-워 드레스!
푸른 불길 같은 기운이 전신을 휘감았다. 동시에 용우의 마력이 거의 볼더에게 필적하는 수준까지 상승했다.
용우만이 아니라 이비연도 보여주었던 마력 증폭 기술이다.
어비스 하반기에 탄생한 이 기술은 배틀 서클보다 출력 증폭도는 떨어지지만 훨씬 안정적이고 마력 소모율이 적었다.
-사냥꾼의 축복 12연쇄!
그의 앞에 에너지탄의 위력을 증폭시키는 빛의 고리 12개가 나타나서 볼더를 향해 나란히 배치되었다.
-유성의 화살!
그리고 원거리 사격계 스펠 중에서 최고의 탄속과 위력을 자랑하는 스펠이 발동했다.
용우의 손끝에서 발사된 광탄은 발사 순간 극초음속에 도달, 그 앞에 배치된 광륜을 통과하자 그 수십 배로 초가속해서 볼더를 때렸다,
콰아아아아아!
대폭발이 그 자리를 집어삼켰다.
“큭……!”
그리고 곧바로 연속 공격에 들어가려던 용우가 휘청거렸다.
<음흉한 놈……!>
볼더가 신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설마 용우에게 마력을 자신과 대등한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수법이 있었을 줄이야.
하지만 그도 방심하지는 않았다. 용우가 공격하는 순간 반격할 수 있도록 준비해 두었던 것이다.
<와라, 불꽃의 군단! 놈에게 공포를 가르쳐 주어라!>
그리고 그가 초열결계를 거둬들인 노림수가 발휘되었다.
아직까지 전투 수행이 가능한 해골 기사 37명이 다가오고 있었다.
“…여기까진가.”
용우는 그들을 보며 헛웃음을 지었다.
볼더는 단순히 해골 기사들을 불러들이기만 한 게 아니었다. 그들 하나하나가 볼더의 권능을 나눠받고 힘이 폭증한 상태였다.
볼더가 승리를 장담할 만도 했다. 저 힘이 볼더와 완벽하게 연계되기까지 한다면 방금 전과는 비교도 안 되는 위협이리라.
‘이런 것까지도 정말 비슷하군. 완벽하게 짝을 이루고 있어.’
용우는 그것을 보며 허우룽카이의 힘을 나눠 받은 팔라딘과 셀레스티얼들을 떠올렸다.
<도망갈 생각은 버려라. 이미 퇴로는 막혔느니.>
볼더는 용우가 현실세계로 도망칠 경우를 염두에 두고 퇴로를 막아버렸다.
<너는 영원히 지옥불 속에서 고통 받게 될 것이다.>
볼더가 그렇게 선언하며 아공간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것은 투명한 재질로 만든 창이었다. 빙설의 창과는 달리 얼음 같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흠집 하나 없는 유리 공예품에 가깝다.
<오라, 나의 백성들이여! 복수를 위한 칼날이 되어라!>
그리고 사방에서 으스스한 귀곡성이 울려 퍼지면서 희뿌연 빛들이 볼더에게, 정확히는 그가 들고 있는 투명한 창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용우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저건 뭐야? 설마?’
상대가 뭔가 위험해 보이는 짓을 하려고 하는데 그냥 보고만 있는 것은 바보짓이다. 곧바로 공격해서 방해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용우는 그런 전투 원칙을 지키지 못했다. 볼더가 하는 짓이 그에게도 굉장히 의미심장했기 때문이다.
용우의 종말급 스펠에 의해 소멸한 언데드 주민들, 그들의 영혼이 볼더가 든 투명한 창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화르르륵……!
투명한 창이 불꽃 그 자체로 화한다. 그것을 쥔 볼더의 마력이 현격히 상승하기 시작했다. 본신의 마력만으로도 종말이라 불릴 만한 권능의 소유주인데 거기서 더욱 강해지는 것이다.
용우는 볼더의 창에서 ‘복수’라는 목적성으로 정련된 의지를 느끼고 전율했다.
‘저거라면… 가능해.’
하지만 그 위력을 두려워해서는 아니다. 죽 머릿속에 존재하던 실낱같은 희망이 실체화되는 것을 느껴져서였다.
“하하하하…….”
<음? 뭐가 우습지?>
“고맙다, 볼더.”
<뭐?>
용우가 갑자기 웃으며 감사 인사를 하자 볼더는 당혹감을 느꼈다.
“네 덕분에 시행착오가 혁신적으로 줄어들 것 같군. 앞으로 세 번 정도는 무슨 피해가 있더라도 감수하며 싸울 각오도 했었는데… 그럴 필요가 없겠어.”
볼더 입장에서는 무슨 소리인지 알 수가 없는 이야기였다.
물론 용우도 그가 알아듣기를 기대하지 않았다. 설명할 생각도 없었다.
<쳐라!>
잠시 용우를 쏘아보던 볼더가 공격 명령을 내렸다. 전신에서 폭염을 발하는 해골 기사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콰아아아아아!
그리고 가장 먼저 공간을 넘어서 뛰어든 3명이 산산조각 나서 흩어졌다.
<아니?!>
그 뒤를 따르던 해골 기사들이 주춤할 때였다.
파아아아아아!
용우가 있는 자리에서 섬광이 치솟았다.
굵직한 섬광이 하늘까지 뻗어나가서 구름을 관통한다. 하늘과 땅을 잇는 빛의 선이 그어지고 그 주변에서 극저온의 한기 파동이 터져 나갔다.
가까이 다가간 해골 기사들이 한순간에 얼음 기둥으로 화해서 터져 나가는 가운데, 볼더만이 그 정체를 알아보고 외쳤다.
<기둥!>
빛 기둥 한가운데서 용우가 칠흑의 양손 대검을 쥐고 서 있었다.
* * *
하스라를 처치했을 때, 용우는 종말의 군단에 대해서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다음번에 또 다른 군주를 처치하기 위해서 많은 것을 준비했다.
그중 하나가 장비의 구현이었다.
성좌의 무기들을 여럿 손에 넣은 시점에서, 용우는 제한적으로 정보 세계를 구현하는 것조차 가능해졌다. 즉, 다시금 정보 세계에 오는 상황을 상정하고 여러 가지 테스트와 훈련을 해볼 수 있었던 것이다.
현대 무기들은 고도로 발달된 기술의 산물이기에 정보 세계로 가져올 수 없다. 혹시나 하는 기대감으로 그 구조와 원리를 공부해 봤지만 구현에는 실패했다.
그런 반면 별다른 노력 없이도 구현할 수 있는 것들도 있었다.
바로 성좌의 무기와 아티팩트였다.
그것들은 정보 세계에서도 자연스럽게 쓸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럴 리가…….>
볼더는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성좌의 무기가 온전한 모습으로 그들의 세계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뭐가 그럴 리가 없다는 거지?”
빙설의 창의 형태를 바꾼, 칠흑의 양손 대검을 든 용우가 싸늘하게 미소 지었다.
<대체 무슨 방법을 쓴 것이냐? 열쇠도 없이 기둥을 이 세계로 온전히 가져올 수 있을 리 없어!>
볼더는 도저히 의문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종말의 군주들은 지상에 강림할 때 온갖 제약을 강요받는다. 그리고 이런 제한은 그들에게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구세록의 계약자들이 그들의 세계에 강림할 때도 온갖 제약을 받게 된다.
적어도 그들이 아는 규칙대로라면 그랬다.
‘그랬던 거군.’
용우는 비로소 자신이 구세록과 성좌의 무기에서 느낀 꺼림칙함의 정체가 뭔지 알 것 같았다.
‘구세록과 계약한다는 것은… 쌍방에 적용하는 억제력을 받아들인다는 뜻이었나.’
종말의 군단의 제약이 느슨해진 것은 아마도 용우가 구세록의 계약을 거부한 반동일 것이다.
‘역시 내 선택이 옳았다.’
서로가 비슷한 제약을 받는 상황에서 한쪽이 일방적인 정보 우위를 쥐고 있는 것이다.
언뜻 보면 게임의 규칙이 공정해 보일지 모르겠지만, 사실은 한쪽을 위한 판을 깔아놓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그들만이 아는 규칙을 준수하며 싸워봤자 패배의 수렁으로 몰릴 뿐이다.
“내가 말했지.”
용우가 코웃음을 쳤다.
“치팅한 게임을 즐기는 기분으로 즐거워하는 게 얼마나 큰 착각인지 가르쳐 주겠다고.”
이제 서로의 입장이 바뀌었다.
용우의 눈이 빛나면서 칠흑의 양손 대검이 빛 그 자체로 화하기 시작했다.
<그건 하스라의?>
그것을 본 볼더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용우는 빙설의 창을 변형시킨 양손 대검에 하스라 코어를 합쳐서 마력을 한층 더 높이고 있었던 것이다.
“타는 쓰레기들의 군주, 약자의 싸움을 할 준비는 됐나?”
용우의 마력이 끝을 모르고 상승한다. 마력 증폭기인 워 드레스를 쓸 것도 없이 볼더의 마력을 훨씬 상회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다.
고오오오오오오!
환경이 급변하기 시작한다.
볼더가 일으킨 열기에 타오르던 세계가 하얗게 얼어붙은 동토로 변해간다.
<크윽……!>
입장이 완전히 역전되었다. 그 사실을 깨달은 볼더가 신음했다.
<호락호락 당해줄 것 같으냐!>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한 적 없어. 그러니까 이렇게 열심히 준비를 해왔잖아?”
어깨를 으쓱하는 용우에게 해골 기사들이 공격을 퍼부었다.
섬광과 폭염이 해일처럼 용우를 노린다.
-화염포식자! 24연쇄!
그리고 그 모든 것이 허공에 나타난 24개의 광점으로 빨려 들어가서 사라졌다.
<아니?!>
그들이 경악하는 순간, 연달아서 대규모 스펠이 발동하기 시작했다.
-염동빙결탄 동시다발!
극저온의 한기가 농축된 에너지탄 수백 발이 극초음속으로 쏘아져 나간다.
-얼음꽃!
한 발 한 발이 전술핵에 필적하는 파괴력을 지닌 빙결 폭탄이 주변을 폭격했다.
콰콰콰콰콰콰!
충격파와 냉기가 거세게 폭발하는 가운데, 그 상황을 기다렸다는 듯 발동하는 연계 스펠들이 있었다.
-얼음정령의 춤!
한기 속에서 태어난, 아름다운 얼음조각상 같은 존재들 수만 개체가 해골 기사들에게 달려들었다.
-눈보라의 군단!
그리고 흔들리는 대지에서 얼음으로 이루어진 거구의 전사들이 수천 명이 나타나 해골 기사들에게 돌격했다.
<이럴 수는 없어!>
대장 해골 기사가 경악했다.
아무리 마력이 강하다 해도 이럴 수는 없다. 집중해서 마력을 가공하는 과정이 전혀 없이 대규모 스펠을 수십 개나 한꺼번에 쓰다니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가?
물론 아무리 용우라도 그럴 수는 없다.
볼더가 돌아왔을 때를 대비해서 공허의 영역에 저장해 두었던 스펠들을 한꺼번에 해방했을 뿐이다.
그리고 그 화력은 전장을 제압당한 그들이 도저히 당해낼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했다.
<크아아아악!>
해골 기사들이 하나하나 쓰러져 갔다.
이런 상황에서조차 서로 힘을 합쳐서 버텨내는 것은 그들이 얼마나 강력한 존재인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더욱 압도적인 힘 앞에서는 소용이 없었다.
<으아아아아아아!>
무참하게 쓰러져 가는 부하들의 모습에 볼더가 격노했다.
부하들이 몸을 던져가며 보호해 주는 틈에 힘을 모은 그가 용우에게 돌진했다.
콰아아아아아!
불꽃 그 자체로 화한 볼더의 찌르기가 용우의 양손 대검에 막혔다.
“어떠냐, 약자가 된 기분은?”
용우가 볼더를 비웃었다.
쾅!
서로 무기를 맞댄 상태에서 균형을 비틀어서 허점을 만든 뒤 발차기를 꽂아 넣는다.
볼더의 허공장이 깨져 나가며 충격이 그를 관통했다.
“전투 경험이 많아봤자 항상 강자의 입장에서 상대를 찍어 누르는 식이었겠지. 힘으로, 그게 아니면 머릿수로.”
우위를 점한 채로 상대가 뛰어 들어오기를 기다렸다가 요격하는 솜씨는 뛰어났다. 그러나 반대로 상대에게 뛰어 들어야 하는 상황이 되자 미숙함이 드러난다.
파악!
용우가 내려친 검이 볼더의 오른손을 잘라 버렸다.
볼더가 허공장을 변화시켜서 용우의 검면을 밀어내면서 왼손을 뻗었다.
화아아아아악!
활화산 같은 폭염이 터졌다.
-화염포식자!
동시에 용우가 이런 상황에서 자동으로 발동하게 설정해 둔 스펠이 발동했다.
산을 날려 버릴 위력의 폭염이 허공의 한 지점으로 빨려들어 가서 소멸한다.
-라이트닝 블로!
그리고 뇌전을 휘감은 용우의 발차기가 볼더의 몸통에 꽂혔다.
허공장이 직격을 막아줬지만 충격과 뇌전이 그 몸통을 관통했다.
꽈과과광!
볼더의 몸을 관통한 충격파가 수 킬로미터에 달하는 대지를 뒤집으면서 폭발했다.
“안 그래?”
용우는 그런 폭음 속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이었다.
<크윽!>
볼더의 안광이 불타올랐다. 그러자 그의 주변을 떠다니는 불타는 암석으로부터 일제히 초고열의 광선이 발사되었다.
그러나 용우는 허공장을 변형시켜서 그것을 비껴내면서 양손 대검을 휘둘렀다.
콰과과과과!
불꽃의 창과 칠흑의 양손 대검이 부딪치면서 대지가 깨져 나간다.
<불꽃의 지배자시여! 물러나셔야 합니다!>
그 대치 상황을 깬 것은 대장 해골 기사였다.
그가 끼어들자 용우는 볼더를 찍어 누르길 포기하고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는 아직까지 소멸하지 않고 남아 있는 해골 기사들의 힘을 하나로 모아서 자신의 힘을 폭증시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볼더가 군주의 권능으로 힘을 공유해 준 해골 기사들의 힘을 하나로 모으니, 그의 마력은 거의 볼더의 본신 마력과 필적하는 수준까지 상승해 있었다.
“이것까지도 똑같다니 진짜 기가 막힌데?”
용우가 대장 해골 기사를 보며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허우룽카이가 셀레스티얼, 팔라딘들을 통해서 힘을 증폭시킨 것과 똑같은 수법이었다. 심지어 한데 뭉친 해골 기사들에게 파멸이 예고된 과부하가 걸린다는 것까지도 똑같았다.
대장 해골 기사가 외쳤다.
<제가 이놈을 붙잡아놓겠습니다! 다른 군주의 영지로 피하십시오!>
<나보고 내 영지를 포기하는 수모를 당하란 말이냐? 웃기지 마라! 이대로 놈을 처치할 것이다!>
<지금은 물러날 때입니다! 한때의 굴욕을 참지 못해 목숨을 버리려 하시다니, 군주로서의 사명마저 잊으신 겁니까!>
대장 해골 기사의 호령에 볼더가 움찔했다. 그 말이 그에게 무언가를 깨닫게 한 것 같았다.
<…반드시 이 굴욕을 갚아줄 것이다.>
<믿겠습니다. 마지막에 이기는 것은 우리입니다. 당신께서 왕의 길의 끝에 도달하여, 영원의 땅에서 다시 뵐 날을 기대하겠나이다.>
볼더는 이를 악물고 텔레포트로 전장을 이탈했다.
“재미있는 촌극이로군.”
용우의 비웃음이 들려오기 전까지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럴 수가…….>
텔레포트가 실패했다.
안티 텔레포트 필드가 아니라, 세계 전체를 감싸는 것 같은 거대한 장막이 그 바깥으로 나가는 것을 막고 있었다.
<기둥 둘을 동시에 다루고 있었다고?>
볼더는 그 원흉을 알아채고 몸을 떨었다.
아득한 천공에서 거대한 힘을 발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볼더의 영지, 불꽃의 군주가 지배하는 세계를 외부와 격리해 버린 그것은 바로 성좌의 무기 대지의 로드였다.
하스라 코어를 둘로 나눠서 한쪽은 지금 쓰는 빙설의 창에, 한쪽은 천공을 나는 대지의 로드에 합쳐서 양쪽을 동시에 컨트롤하는 도구로 쓰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알았겠지?”
용우의 입가에 머금은 미소가 한층 더 짙어졌다.
“도망칠 생각은 버려라. 퇴로는 없어.”
충격에 빠진 볼더에게, 용우는 그가 했던 대사를 고스란히 돌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