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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용우는 회수한 아티팩트들을 팀 섀도우리스의 팀원들에게 넘겨주었다.
이미나에게는 아티팩트 대지의 로드를.
유현애에게는 원래 그녀의 것이었던 아티팩트 불꽃의 활을.
리사에게는 아티팩트 빙설의 창을.
휴고 스미스는 브리짓 카르타가 확보한 아티팩트 뇌전의 사슬을…….
이들 4명은 성좌의 무기 계승 후보로 설정되어서 셀레스티얼로 변신할 수 있는 이들이었다.
서용우가 그들에게 아티팩트를 준 이유는 간단했다.
원본이라고 할 수 있는 성좌의 무기와 마이너 카피라고 할 수 있는 아티팩트의 관계성을 연구해 본 결과 한 가지 답을 얻었기 때문이다.
성좌의 무기 계승 후보들은, 아티팩트를 매개체로 삼으면 원래 주인에 필적하는 힘을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을.
‘성좌의 무기에 내재된 힘의 총량과 출력은 전혀 별개의 것이다.’
허우룽카이가 그랬던 것처럼, 서용우도 혼자서는 다 쓸 수 없는 그 힘을 전부 끌어낼 방법을 고심했다.
그 답이 이전까지 팀 섀도우리스 팀원들이 쓰던 방법이다.
짧은 시간 동안만 존재할 수 있는 아티팩트 빙설의 창의 마이너 카피.
형상복원 스펠로 만들어낸 그것을 쥐어주자, 계승 후보들은 자의로 성좌의 힘을 끌어 쓸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아티팩트 그 자체를 주면, 훨씬 강해질 수 있지 않을까?’
빙설의 군주 하스라가 강림한 사례만 봐도 아티팩트는 굉장한 힘을 담아낼 수 있는 잠재력이 있었다. 용우는 자신의 가설을 확인하기 위해 유현애에게서 불꽃의 활을 넘겨받아서 연구해보았다.
그리고 프리앙카에게서 성좌의 무기를 넘겨받았을 때 비로소 확신하게 되었다.
각 성좌의 무기와 짝을 맞추는 아티팩트를 매개체로 쓰면 그냥 셀레스티얼로 변신했을 때보다 훨씬 강력한 힘을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을.
* * *
<이런 일이…….>
불꽃의 볼더가 아연해하며 중얼거렸다.
그가 일으켰던 불은 모두 꺼졌다.
까맣게 타들어가던 나무들은 모두 새하얗게 얼어붙었다. 불과 몇 분 전까지 대기를 태우던 열기가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기온은 영하 30도 밑까지 강하하고 휘몰아치는 돌풍이 얼음 부스러기들을 실어 나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위로 뇌전이 질주한다.
꽈르릉! 꽈광!
사방에서 날아드는 전광이 볼더의 허공장을 급격하게 깎아내었다.
불꽃의 볼더는 5등급 몬스터, 암석거인에게 빙의해서 7등급 수준의 마력을 휘두르고 있다. 인류가 지금까지 만나보지 못한 위협일 것이다.
하지만 그와 싸우고 있는 인간들은, 놀랍게도 모두가 그보다 강한 마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거 나 혼자서 해도 충분할 것 같은데?>
휴고가 중얼거렸다.
아티팩트 뇌전의 사슬을 매개체로 셀레스티얼로 변신한 그의 마력은 거의 9등급 몬스터 수준에 가까웠다.
몇 번이나 테스트해 봤지만 정말 놀라웠다. 이 힘이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샘솟았다.
<우쭐거리지 마.>
그와 반대편에서 볼더를 포위한 브리짓이 한 마디 했다.
<너무 들뜨지 마세요. 그냥 때려죽이는 게 목적이 아니니까요.>
리사가 차갑게 한마디 했다.
아티팩트 빙설의 창을 매개체로 셀레스티얼로 변신한 그녀 역시 휴고와 필적하는 마력을 발하고 있었다.
‘쟤는 확실히 이상해.’
휴고는 리사를 보며 꺼림칙함을 느꼈다.
현재 휴고의 마력은 페이즈13을 넘어서 14에 가까워지는 중이다. 그에 비해 리사의 마력은 아직도 페이즈6에 불과했다.
성장 속도를 기준으로 보면 리사의 마력은 놀랍도록 빠르게 늘고 있다. 하지만 절대치로 보면 여전히 낮은 수준에 불과한데, 셀레스티얼로 변신하면 휴고와 동급의 마력을 발휘하는 게 말이 되는가?
‘특이체질, 특이체질 하는데 도대체 어떤 특이체질이어야 저럴 수가 있는 건데?’
물론 지금은 그런 의문에 골몰할 때는 아니었다.
셋이 볼더를 느긋하게 궁지로 몰아넣고 있을 때, 용우의 텔레파시가 들려왔다.
<충분히 깎아냈군. 이제 단번에 몰아쳐서 끝내.>
그들이 기다리고 있던 지시였다.
볼더의 움직임을 묶어놓고 야금야금 허공장을 깎아내는 데 주력하던 셋이 적극적인 공세로 전환했다.
-구전광!
브리짓이 스펠을 발하자 12발이나 되는 뇌격의 구체가 사방에서 볼더를 향해 내리꽂혔다.
꽈과과과과광!
뇌전이 연쇄적으로 폭발하면서 볼더의 허공장을 급격히 깎아내었다.
-프리징 버스트!
그리고 그 폭발이 멎자마자 리사가 던진 얼음의 창이 초음속으로 볼더에게 꽂혔다.
콰아아아아아!
볼더는 허공장을 집중해서 막아냈지만, 얼음의 창이 깨져 나가면서 폭발한 한기 파동이 그의 육체를 휘감고 타오르던 불꽃을 날려 버렸다.
-라이트닝 피어스!
그리고 블링크로 뛰어든 휴고가 뇌전의 송곳으로 볼더를 강타했다.
깎일 만큼 깎인 볼더의 허공장이 종잇장처럼 뚫려 버렸다. 5미터 길이로 뻗어나간 뇌전의 송곳이 10미터의 거체를 자랑하는 볼더의 왼팔을 끊어버렸다.
쿠구궁……!
끊어진 왼팔이 땅에 떨어지자 깨진 얼음 조각이 사방으로 솟구쳤다.
화아아아악!
볼더가 화염을 폭발시켜서 반격했다.
그러나 휴고는 허공장을 돌출된 원뿔형으로 만들어서 그것을 버텨내면서 호쾌한 펀치로 카운터를 넣었다.
쾅!
빌딩도 부술 충격에 볼더의 거체가 휘청거렸다.
뒤이어 휴고가 연속 블링크로 공간을 뛰어넘었다.
콰콰쾅!
복부에 한 방, 흉부에 두 방, 마지막으로 어깨에 한 방!
전광석화처럼 날린 공격을 통해서 볼더의 몸속으로 침투한 뇌전이 폭발했다.
<……!>
볼더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튕겨 나갔다.
쿠과과과광!
그러나 그가 튕겨 나간 거리는 채 10미터도 안 됐다.
곧바로 블링크로 따라잡은 휴고가 발차기로 그의 머리를 쳐서 땅에 처박았기 때문이다.
<그러게 나 혼자서도 충분하다니까.>
휴고가 코웃음을 치며 우쭐거릴 때였다.
아득한 천공에서 무언가가 초음속으로 낙하해 왔다.
콰아아아앙!
그것은 얼음처럼 투명한 재질의 창이었다.
다만 길이가 6미터에 달하는 것이, 2미터쯤 되는 창을 그만큼 거대하게 늘려놓은 것 같은 모습이었다.
<야! 공격할 거면 말을 해야 할 거 아냐!>
볼더 옆에서 우쭐거리고 있던 휴고가 기겁해서 따지고 들었다.
그러자 용우의 심드렁한 대꾸가 들려왔다.
<안 맞았으니 됐잖아?>
<아오, 저런 놈을 캡틴이라고.>
휴고가 구시렁거리며 물러났다.
그리고 그 자리에 공간을 뛰어넘은 용우가 나타났다.
<이건… 열쇠? 아니, 뭔가 다르군.>
거대한 창에 꿰뚫려서 땅에 고정된 볼더가 당황했다.
그것은 아티팩트 빙설의 창처럼 보였다. 하지만 종말의 7군주 중 하나인 볼더는 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볼 수 있었다.
“도마 위의 생선 꼴이 됐으면서도 호기심이 우선인가?”
용우가 그의 몸 위에 올라서면서 빈정거렸다. 그러자 볼더가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
<고작 내 화신을 해한 것만으로 우쭐거리지 마라. 어차피 시간문제일 뿐, 너희들의 운명은 결정되어 있다.>
“너희들이 아는 게임의 룰대로라면 그렇겠지.”
<뭐?>
“모르고 보면 공평해 보이는 룰이지만… 역시 쓰레기 게임이야.”
확실히 구세록에 얽힌 모든 것은 양면성을 갖고 있었다.
아티팩트는 종말의 군주를 강림시키는 재앙의 열쇠이면서, 동시에 성좌의 힘을 최대치에 가깝게 끌어낼 수 있는 비장의 무기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정보는 인류에게는 주어지지 않았다. 침략자들의 정보 우위가 압도적인 시점에서, 공평함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치팅한 게임을 즐기는 기분으로 침략하고 있으니 재밌겠지. 하지만 그게 얼마나 큰 착각이었는지 알려주마.”
용우가 볼더의 몸을 꿰뚫은 거대한 창, 형상복원으로 만들어낸 빙설의 창 모조품을 매개체로 마력을 컨트롤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허공에서 파르스름한 빛을 발하는 마력석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후두두두두두……!
어마어마한 양의 마력석을 쏟아둔 용우의 눈이 시퍼런 빛을 발했다.
그리고 마력석들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빛 그 자체로 화한 마력석들이 허공을 덧칠한다. 그리고 용우의 마력장이 화산 폭발처럼 주체할 수 없는 기세로 폭증해 갔다.
-봉인(封印)!
산더미 같은 마력석이 연소되면서 발생한 초고밀도의 마력장이 볼더를 감싸고 수축되기 시작한다.
<봉인? 말도 안 돼!>
볼더가 경악했다. 꿈에도 상상하지 못한 사태였기 때문이다.
용우가 그를 비웃었다.
“왜? 고작 일곱 번째 문을 연 인류가 이런 스펠을 가졌을 줄 몰랐나?”
<네놈은 도대체 뭐냐?>
“글쎄, 느긋하게 생각해 봐. 영겁의 봉인 속에서.”
<웃기지 마라. 놀라긴 했지만 이런 얕은 수작으로……?>
볼더는 최후의 수단을 사용했다. 즉시 몸을 포기하고 빠져나가려고 한 것이다.
하지만 안 된다.
<이럴 리가?>
볼더의 여유가 완전히 사라졌다.
이 몸은 자신의 진짜 몸이 아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탈출할 수 있다.
그렇기에 여유를 부릴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도망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오랫동안 잊고 있던 감정이 밀려왔다.
바로 공포였다.
<이럴 리가 없어!>
볼더가 절규하며 발버둥 쳤다.
하지만 안 된다. 강력한 힘이 그의 정신을 화신에 붙들어두고 있었다.
‘기대한 것보다 더 효과가 좋군.’
용우는 볼더의 절규를 즐기며 흡족하게 웃었다.
하스라 때는 완벽하게 우위를 점한 상태로 정신 가두기를 걸어도 효과가 10초 정도 지속될 뿐이었다.
하지만 빙설의 창 모조품을 볼더의 몸에 꽂아놓고, 그것을 매개체로 쓰자 훨씬 효과가 뛰어났다.
<설마! 하스라도 이런 식으로 당한 건가?>
볼더는 완벽하게 궁지에 몰리고 나서야 하스라에 대해서 떠올린 것 같았다.
‘자, 그럼…….’
용우는 그 의문에 답하는 대신 눈을 감았다.
광포한 맹수가 덫에 걸렸다. 이제는 발을 묶인 채로 발버둥 치는 맹수의 숨통을 끊어야 할 차례였다.
‘간다.’
용우의 의식이 볼더의 본체가 존재하는 정보 세계를 향해 날았다.
* * *
뭐든지 처음이 어렵다. 처음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좀 더 수월해지게 마련이다.
정보 세계로의 진입 역시 그랬다.
용우는 볼더의 화신과 본체의 연결을 따라 정보 세계로 날아오자마자 필요한 작업을 마쳤다.
저벅.
딱딱한 바닥을 밟는 발소리가 울려 퍼졌다.
진입한 순간에는 온통 더 옅은 회색과 더 짙은 회색으로만 이루어진, 그리고 노이즈로 가득 차 있던 세계가 빠르게 변화하기 시작했다.
쿠구구구…….
동시에 주변이 가볍게 진동했다.
정보 세계에 적응한 용우의 마력이 물질세계의 본체와는 비교도 안 되는 수준으로 폭증하는 바람에 약간 컨트롤이 흩어진 여파였다.
‘중간에 지연 효과를 추가해야겠군.’
용우는 흘끔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지금 그는 그 너머에서부터 무언가가 시작되게 만들었다.
그 결과가 나오는 타이밍이 자신이 원하는 순간과 딱 들어맞는다는 보장은 없었다. 그렇기에 용우는 한 가지 작업을 추가해 두었다.
“군주마다 취향이 다른 건가.”
순식간에 정보 세계에 적응한 용우가 중얼거렸다.
하스라의 본거지는 돔 형태로 만들어진 거대한 의전용 홀처럼 보이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볼더의 본거지는 거대한 궁전의 알현실 같았다.
다만 한 가지, 굉장히 특이한 점이 있었으니 온통 불타고 있다는 것이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화재 현장인 줄 알겠는데.’
하지만 화재 현장과 달리 그 불은 궁전을 파괴하지 않았다. 분명히 열기도, 기세도 있는데도 계속해서 타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 불길 속, 이 공간에서 가장 높은 곳에 화려한 옥좌가 있었다.
역시 불타고 있는 그 옥좌 위에는 볼더로 보이는 해골이 앉아 있었다. 붉은색 바탕 위에 황금으로 치장된 화려한 예복을 입고, 그 위에는 두꺼운 붉은 가족 망토를 두른 해골이었다.
<침입자?>
하스라 때와 다른 점은 또 있었다.
볼더는 혼자가 아니었다.
불길을 휘감은 백여 명의 해골 기사들이 불타는 알현실의 좌우에 도열해 있었던 것이다.
Chapter39 착한 어린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