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세계의 귀환자-115화 (115/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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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우우우우!

용우의 마력이 활화산처럼 끓어올랐다.

지축이 뒤흔들리고 대기가 요동친다. 일반인은 그 앞에 서기만 해도 버티지 못하고 죽어버릴 것이다.

마력이 최고조로 활성화되자 용우가 양손 대검을 휘둘렀다.

-보이드 바운드!

쩌적……!

압력을 받은 유리가 깨져 나가는 것 같은 균열 음이 울려 퍼졌다.

소리만이 아니다. 실제로 셀레스티얼과 팔라딘들이 있는 공간에 균열이 발생하면서 그들의 모습이 어긋나 보였다.

콰과과과과광!

그리고 균열로부터 쏟아져 나온 막대한 열기가 폭발하면서 그들을 집어삼켰다.

그 직전에 용우가 움직였다.

-끝없는 미궁!

용우에게서 발생한 빛의 구체가 폭심지를 감싸 안았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공간이 깨져 나가면서 발생한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일정 구역 안에 갇혀서 회전하는 게 아닌가?

원래는 넓게 퍼져 나갔어야 할 힘이 좁은 영역에 집중되어서 계속 회전한다. 그 어마어마한 열과 압력은, 셀레스티얼과 팔라딘들이 힘을 합쳐 펼친 허공장이라도 해도 버텨낼 수 없었다.

결국 그들의 허공장이 파괴되고, 그들 모두가 고통을 느낄 새도 없이 불타 사라져 버렸다.

“…….”

용우는 그들이 사라진 자리를 잠시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이 마력을 연동해서 발생시킨 힘은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저 단단한 허공장을 주변에 두른 것뿐이라면 어렵지 않게 깰 수 있었다.

“자, 이제 기댈 구석도 없지?”

<오, 오지 마!>

용우가 한 걸음 다가오자 허우룽카이가 쓰러진 채로 허우적거렸다.

콰학!

용우가 검을 휘두르자 허우룽카이의 오른팔이 잘려 나갔다.

<크아……!>

용우는 비명을 지르는 그를 걷어차서 멀찍이 처박았다.

그리고 잘려 나간 그의 오른팔이 쥐고 있던 굉음의 도끼에다 대고 스펠을 썼다.

-일시 봉인!

봉인의 효과를 일시적으로 발휘하는 에너지장을 만드는 스펠이었다.

투명한 에너지장이 굉음의 도끼가 움직일 수 없도록 봉쇄하자, 용우가 허공에다 대고 비어 있는 왼손을 뻗었다.

“불꽃의 활.”

그러자 먼 곳에서 붉은 섬광이 초음속으로 날아들었다.

분신에게 쥐어줬던, 불꽃의 활 양손 대검 버전이 용우의 부름에 응한 것이다.

사실 이것만 해도 미켈레와 엔조 모로는 못 했던 일이다. 그들은 성좌의 무기가 몸에서 떨어졌을 경우, 일일이 스펠을 걸어서 움직이지 않으면 다시 불러올 수도 없었다.

<마, 말도 안 돼.>

허우룽카이는 덜덜 떨면서 용우를 바라보았다.

<한 사람이 세 개를 갖다니… 그런 일이 가능했다고? 게다가 두 개가 하나로 합쳐져?>

그 역시 구세록의 계약자이기에 알아볼 수 있었다.

용우가 빙설의 창, 대지의 로드, 불꽃의 활까지 세 개의 성좌의 무기를 소유했다는 것을!

<너는, 너는 대체 뭐냐?>

허우룽카이는 가슴속에서 스멀스멀 기어 올라온 공포가 자신을 사로잡는 것을 느꼈다.

눈앞의 존재는 그의 이해 범주를 아득히 넘어선 존재였다.

대적할 수 없을 정도로 강대하기 때문만이 아니다. 용우는 허우룽카이가 품었던 믿음을 참혹하게 부수고 짓밟고 있었다.

“알 거 없어.”

용우는 차갑게 대꾸하며 허우룽카이의 허공장에 손을 대었다.

파지지지직……!

허우룽카이의 허공장이 급속도로 잠식되기 시작했다.

<아, 안 돼!>

허우룽카이가 비명을 지르며 저항했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대인전 경험이 없는 허우룽카이는 허공장 잠식에 대응하는 방법을 모른다.

마력이 비슷한 수준이라면 일시적으로 출력을 높여서 떨치기라도 할 텐데, 마력도 용우가 압도적이다. 힘과 기술 모두 상대가 안 되니 답이 없을 수밖에.

순식간에 허우룽카이의 허공장을 잠식하고, 그 과정을 통해 허우룽카이의 마력까지 크게 소모시킨 용우가 웃었다.

“그럼 이쯤 해둘까?”

<뭐라고?>

용우가 한 걸음 물러나자 허우룽카이가 움찔했다. 도무지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콰직!

그런데 갑자기 나타난 누군가가 그의 몸에 칼을 찔러 넣었다.

<크아악!>

허우룽카이가 비명을 질렀다.

그런 그를 내려다보는 것은 새하얀 갑옷을 입은 자였다.

머리 위에는 빛의 고리가, 등 뒤로는 펄럭이는 망토처럼 보이는 빛이 분출되고 있는 존재, 셀레스티얼.

용우가 뒤로 물러나며 말했다.

“이제부터는 그 애가 할 거야.”

냉기가 맺혀 흐르는 하얀 창을 든 셀레스티얼은 바로 리사였다.

“즐기도록 해, 리사. 할 일은 까먹지 말고.”

<네, 선생님. 맡겨주세요. 확실하게 할게요.>

정신파에 흥분과 기대감이 섞여 있었다.

투구 속 리사의 얼굴은 발갛게 상기되었고, 미소가 가득했다.

처음으로 허우룽카이가 직접 조종하는 셀레스티얼을 쓰러뜨린 그날 이후 지금까지 한 달 반.

그 시간 동안 리사는 즐거웠다. 팬텀 조직을 차근차근 때려 부술 때마다 허우룽카이가 어떤 심정일지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신이 나서 어쩔 줄 몰랐다.

용우가 그녀를 팬텀에서 구출한 이후…….

아니, 그 이전의 삶까지 되돌아봐도 이토록 즐겁고 충실한 시간이 없었던 것 같았다.

리사는 확신할 수 있었다.

복수는 허무하니까 하지 말라고 부르짖는 자들은, 모두 지독한 거짓말쟁이다.

<당신을 만나고 싶었어.>

꿈에도 그릴 정도로 보고 싶었다.

<당신의 얼굴을 상상해 봤어. 수도 없이.>

그 얼굴이 고통과 절망으로 일그러지는 것을 보고 싶었다.

눈물을 질질 짜면서 제발 살려달라고 비는 것을 수도 없이 상상했다.

콰지직!

리사는 차근차근 허우룽카이의 육체를 분쇄하고, 그의 갑옷을 뜯어내어 해체했다.

<이런 얼굴이구나.>

투구 속에 있는 것은 긴 머리칼에 날카로운 인상의 남자였다. 겉으로 보기에는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 정도로 젊어 보였다.

“이익…….”

리사가 손가락을 그의 눈에 가져가자 허우룽카이가 필사적으로 고개를 돌려 피하려고 했다.

하지만 안 된다.

리사는 그의 육체를 완벽하게 제압하고 있었다.

“아, 안 돼…….”

눈알 바로 앞에서 까딱거리는 손가락을 본 그는 공포에 질렸다.

하지만 리사는 손가락을 치우며 깔깔거렸다.

<아하하하! 걱정 마. 눈알은 맨 마지막에 파낼 거니까.>

“…….”

<당신이 어떤 표정을 짓는지 보고 싶어. 이제부터 잔뜩 즐길 거니까, 내 기대에 어긋나지 말아줘.>

리사는 가면 속에서 싱글벙글 웃었다.

‘나는…….’

허우룽카이는 공포에 질린 채 생각했다.

‘어디서부터… 실수한 거였지?’

그 답을 알려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지옥 같은 고통과 절망뿐이었다.

* * *

애비게일 카르타는 오랜만에 자신의 딸과 마주 앉아서 커피를 즐기고 있었다.

문득 그녀가 말했다.

“영원히 계속될 거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는데…….”

퍼스트 카타스트로피 이후 13년이다.

모든 것이 시작된 그날, 구세록이 지구로 낙하한 날부터는 17년이 흘렀다.

그동안 구세록의 계약자 일곱 명은 세계의 정점에 선 자들이었다.

그들은 인류 문명의 수호자였고, 인간의 생사 여탈권과 국가의 흥망을 결정할 수 있는 절대 권력을 쥔 자들이었다.

자신들은 운명에 선택받은 자들이다.

대체할 존재 따위는 없고, 이 의무와 힘은 영구불변할 것이다.

그렇게 믿었던, 혹은 믿고 싶었던 시절도 있었다.

“그런데 끝은 정말로 갑작스럽구나.”

변화는 갑작스러웠다.

인터넷에 떠도는 희망 사항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던 0세대 각성자가 나타나면서 그들이 구축한 세계의 균형은 산산조각 났다.

서용우가 나타나고 고작 1년 정도가 지났을 뿐인데 운명은 급물살을 타고 움직이고 있었다.

“…허우룽카이는 오늘 죽겠지.”

애비게일 카르타는 허우룽카이가 미국에 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허우룽카이의 움직임은 교묘해서 그가 미국 동부에 은신처를 마련했다는 사실은 애비게일 카르타도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서용우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녀에게 허우룽카이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소란이 일지도 모른다고 통보해 주었다.

“다섯 명이 죽고, 남은 건 이제 두 명뿐…….”

“하지만 괜찮을까요?”

중얼거리는 애비게일 카르타에게 브리짓이 물었다.

“그는 이미 성좌의 무기를 세 개나 가졌어요. 허우룽카이에게서 굉음의 도끼를 빼앗으면 네 개가 되겠죠.”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지는 모른다.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한 건 서용우가 그 일을 해냈다는 것이다.

“세계의 파워 밸런스를 결정하는 힘을 한 사람이 독식하는 걸… 그냥 방치해도 되는 걸까요?”

“상식적으로는 그렇게 둬선 안 된다고 해야겠지.”

당연한 일이다. 고작 한 사람이 인류의 존망을 결정지을 힘을 갖는 것을 내버려 둬서야 되겠는가?

그런 힘이 어떻게 쓰일지를 개인의 품성에 맡겨두어도 될까?

견제할 존재가 없는 절대적인 힘인데?

“하지만 그냥 두렴.”

“…….”

브리짓은 왜냐고 묻지 않았다.

“내 개인적인 욕심일지도 모르겠구나. 난 이제 와서 한 가지 보고 싶은 게 생겼단다.”

“무엇을요?”

“끝을.”

구세록과 만남으로써 시작된 이 모든 것의 끝이 보고 싶었다.

그리고 내내 갈구해 왔던,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절망적인 가능성을 외면하며 포기한 진실이 알고 싶었다.

“그는 우리가 못한 일을 하고 있어. 그리고 하겠지.”

애비게일 카르타는 구세록의 계약자 중 서용우와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눈 인물이었다.

서용우는 구세록의 계약자들이 구세록과 나눈 계약에 의문을 품었다.

그들이 빙의 능력과 정보 공간을 비롯한 특수한 능력을 얻는 대신, 구세록이 강제한 몇 가지 금기를 떠안게 되는 것을 굉장히 위험한 일이라고 여겼다.

‘생각해 보면 이상하지.’

서용우는 구세록의 계약자가 아니다.

그는 미켈레와 엔조 모로의 구세록이 어디 있는지 아직까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그는 성좌의 무기를 쓸 수 있었다.

그가 성좌의 무기를 쓸 때 겪는 제약은 변신을 안 해서 발생하는 것이지, 성좌의 무기를 쓰는데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다.

‘구세록과의 계약은 대체 어떤 의미인 걸까?’

애비게일 카르타는 자신을 포함해 구세록의 계약자 중 누구도 모르는 그 불길한 진실을 알고 싶었다.

* * *

퍼스트 카타스트로피 이후 인류 문명을 유지해 온 일곱 명.

그들이 가졌던, 이계의 성좌의 힘이 깃든 일곱 개의 무기.

그중 네 개가 한 사람에게 모였다.

빙설의 창.

대지의 로드.

불꽃의 활.

굉음의 도끼.

파지지지직……!

격렬한 스파크가 공간을 뒤흔들었다.

반경 5킬로미터 너머까지 스파크가 튀면서 그 범위 내에 있는 물질들이 버티지 못하고 부서져 갔다.

“세 개까지가 한계로군. 예상대로야.”

그 한복판에서 용우가 담담하게 중얼거렸다.

후두두두두…….

아공간이 열리며 대량의 마력석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마력석이 빛 그 자체로 화해서 공간을 채색해 간다.

-봉인(封印)!

그 힘을 이용해서 만들어낸 초고밀도의 마력장이 굉음의 도끼를 봉인해 갔다.

종말의 7군주 중 한 명, 하스라를 처치하고 얻은 하스라 코어로는 성좌의 무기 세 개를 다루는 게 한계였다.

굉음의 도끼까지 다루려면 또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다른 종말의 군주를 사냥하거나…….’

이 방법은 이미 치밀하게 준비하고 있었다.

‘그것이 답이 될 수 있을지 봐야겠지.’

자신이 세운 가설이 답일지 아닐지를 확인해야 한다.

“리사, 괜찮아?”

굉음의 도끼를 봉인한 용우가 물었다.

셀레스티얼 변신을 해제한 리사는 처참하게 죽은 허우룽카이의 시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지금 제가 느끼는 기분이 뭘지 생각해 보고 있었어요.”

용우가 지시한 모든 것을 얻어낸 뒤, 자신의 손으로 숨통까지 끊어준 허우룽카이의 시신을 보며 그녀는 생각했다.

“흔히들 그러잖아요. 복수를 마치고 나면 허무하다, 탈력감이 밀려온다…….”

리사는 살면서 숱하게 보아온 이야기를 떠올렸다.

“아니었어요. 다 거짓말이었어요.”

그리고 고개를 저었다.

“그날, 선생님께 부탁하길 정말 잘했어요.”

리사는 용우 앞에 무릎 꿇고 부탁했던 그날의 자신을 칭찬해 주고 싶었다.

만약 그날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까?

용우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결과를 기다리는 삶을 살았다면 어땠을까?

“그랬어도… 나름대로 좋았을지도 모르죠.”

자신이 싸우지 않았어도 용우는 복수해 줬을 것이다. 자신이 직접 한 것만큼이나 철저하게 허우룽카이를 지옥으로 밀어 넣고 절망 속에서 허우적거리게 만들었으리라.

“하지만 역시 스스로 하기로 한 게 최고의 선택이었어요.”

그때 싸우기로 결정해서 다행이다.

스스로 노력해서, 마음을 새카맣게 태우던 감정을 쏟아낼 수 있었던 이 선택을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

“이제는 괜찮아요.”

리사는 스펠로 불꽃을 일으켜서 허우룽카이의 시체를 태우기 시작했다.

“앞으로도 계속 그때의 꿈을 꾸고, 비명을 지르며 깨어날지도 모르겠지만…….”

수도 없이 상상해 왔던 증오의 대상이 타들어가는 것을 보며 리사는 웃었다.

“그래도 이제는 괜찮을 것 같아요.”

긴 여정의 끝에서 만족한 자의 웃음이었다.

Chapter37 요격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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