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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혁은 유현애를 흘끔 바라보더니 근처의 바위로 가서 걸터앉았다.
“…….”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차준혁은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도 안 쓰는 것 같았고, 유현애 혼자서만 안절부절못하고 있을 뿐이었다.
‘아저씨! 제발 돌아와 줘요!’
유현애는 상대가 누구라도 일단 말을 걸고 보는 저돌성을 지녔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말하기 싫다는 분위기를 풀풀 풍기는 업계 선배에게 말을 걸기는 힘들었다.
‘그래도 여기 왔다는 건 같은 팀원이라는 뜻이겠지? 그러면…….’
유현애가 차준혁에게 말을 걸 결심을 했을 때였다.
또다시 허공에 검은 구멍이 발생하더니 이미나가 나타났다.
그녀 역시 차준혁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음? 차준혁 씨?”
차준혁은 그녀를 흘끔 바라봤을 뿐, 다시 고개를 돌렸다.
이미나가 유현애에게 다가와서 물었다.
“차준혁 씨가 우리 팀원이야?”
“저도 몰라요. 아저씨가 저 여기 던져두고 사라져 버려서.”
“음…….”
그때 또다시 검은 구멍이 열리면서 한 사람이 나타났다.
‘누구지?’
유현애도, 이미나도, 차준혁도 모르는 얼굴이었다.
약간 어두운 인상의, 1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중성적인 외모의 소유자였다.
‘남잔가? 아니, 여자 같은데…….’
헤어스타일이 앞머리가 비스듬한 쇼트커트였고, 캐주얼한 차림새에 청바지를 입고 있어서 소년인지 소녀인지 헷갈린다.
키는 164센티 정도로 그리 크지 않지만 손발이 길고 신체 비율이 좋아서 늘씬하니 보기 좋은 모습이었다.
‘모델 같네.’
길 가다가 골목길에서 촬영하고 있는 쇼핑몰 모델 같은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봤을 때의 이질적인 매력이 느껴지는 사람이었다.
“이쪽은 리사.”
한마디도 하지 않는 그녀를 대신 소개한 것은, 그녀의 뒤를 따라서 들어온 용우였다.
“내 제자야. 우리 팀원이고.”
“제자?”
유현애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용우가 대답했다.
“그래.”
“아저씨한테 누굴 가르치는 재주가 있었어요?”
“…….”
잠시 용우의 말문이 막혔다.
“아니면 이분도 저처럼 천재예요?”
그 말에 용우를 제외한 전원이 얘가 뭔 소리를 하나 하는 눈으로 유현애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유현애는 뭐가 문제냐는 듯 뻔뻔하게 그 시선을 받아내었다.
용우가 못마땅한 기색을 풀풀 풍기면서 말했다.
“제자라고 해도 내가 직접 가르치는 건 별로 없어. 비싸고 유능한 트레이너들이 해주고 있지.”
“아항. 뭐, 그렇다면야.”
유현애가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거슬렸지만, 용우는 애써 무시하면서 말을 이었다.
“리사를 제외하면 다들 이름 정도는 알고 있을 것 같은데…….”
“이미나 씨와는 딱 한 번이지만 작전을 같이 뛴 적이 있지.”
차준혁이 딱딱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유능한 베테랑이긴 하지만, 네가 팀에 넣을 정도인가?”
“…….”
그 말에 이미나의 표정이 굳었다.
차준혁이 한국 최고의 스트라이커라지만 이미나 역시 일선에서 활약하면서 차곡차곡 실적을 쌓아온 베테랑이다. 대놓고 무시하는 발언을 그냥 넘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능력이 의심스럽다면 당신 상대로 증명할 수도 있는데?”
“…미안하군. 모욕할 생각으로 한 말은 아니야.”
“뭐?”
이미나의 눈썹이 치켜 올라갈 때였다.
구우우우우웅…….
갑자기 공기가 무거워진 것 같은 압박감이 그 자리를 덮쳤다.
그리고 허공에서 눈부시게 타오르는 빛의 검, 광휘의 검이 나타나 차준혁의 손에 쥐어졌다.
“아티팩트?”
깜짝 놀라 중얼거리던 유현애는, 곧 자신의 생각이 틀렸음을 깨달았다.
완벽하게 갈무리되어 있던 차준혁의 마력이 폭발적으로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저게 성좌의 무기?’
유현애는 의아함을 느꼈다.
아티팩트보다 월등한 힘이 내재되어 있으니 용우가 말한 성좌의 무기일 것 같다.
‘근데 아저씨가 보여준 거에 비하면 약해 보이는데.’
분명 숨이 막힐 정도로 엄청난 힘이 내재된 무기였다.
하지만 유현애는 조금 전에 저것보다 훨씬 더 굉장한 무기를 봤다. 그래서 감흥이 덜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차원이 다른 마력이야.’
공식적으로 차준혁의 마력은 페이즈11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지금 그가 개방한 마력은 그 정도 수준이 아니었다.
‘최소한 6등급 몬스터 이상.’
용우 말고도 저런 힘을 가진 인간이 또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이미나 역시 상상도 못 한 사태 앞에서 굳어 있었다.
그런 분위기를 깬 것은 용우의 한마디였다.
“느닷없이 웬 힘자랑이야?”
한심하다는 듯 말하는 용우는 차준혁에게서 리사를 보호하듯 그 앞을 막고 서 있었다.
“…말주변이 별로 없어서. 그냥 보여주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차준혁은 광휘의 검을 다시 아공간에 집어넣고는 마력을 갈무리했다.
맹렬한 기세로 쏟아져 나오던 마력이 순식간에 다시 갈무리되는 과정은 이미나를 오싹하게 만들었다.
“이 팀이 해야 할 일을 생각하면 이 정도가 최소 수준이라고 생각하는데, 아티팩트 보유자야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고 해도 나머지 둘은… 괜찮은가?”
“당연히 지금 이대로는 안 되지. 그리고 은근슬쩍 사실을 왜곡하지 마라. 내 기준으로는 너도 아직 자격 미달이야.”
“…….”
그 말에 유현애와 이미나가 어이없어하며 용우와 차준혁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유현애가 손을 번쩍 들며 물었다.
“잠깐만요, 질문!”
“해.”
“저 지금 자신감이 우주 저편으로 사라졌거든요? 정체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저런 엄청난 마력을 가졌는데 자격 미달이라고요? 진짜?”
“그래.”
“그럼 대체 자격을 가진 사람은 누군데요?”
“나 빼고 모든 인류가 자격 미달이지.”
“…….”
유현애는 순간 용우가 농담을 하는 건지 아닌지 구분할 수 없어서 한참 동안 그를 바라보았다.
“…진심이군요?”
“유감스럽게도 그게 진실이니까.”
농담기라고는 조금도 없이 무덤덤하게 말한 용우가 말을 이었다.
“여기 모인 사람 중에 기본적인 사항을 숙지하고 있는 건 차준혁 혼자니까 처음부터 설명하도록 하지.”
용우는 차분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70미터급 게이트 제압 작전에서 인류가 맞닥뜨린 새로운 적들에 대해서.
앞으로 인류를 찾아올 위협에 대해서.
그리고 고스트라고 불리던, 구세록의 계약자들에 대해서…….
“…모르는 곳에서 진짜 엄청난 일들이 있었군요.”
긴 이야기를 들은 유현애가 혀를 내둘렀다.
이미나가 잔뜩 찌푸린 얼굴로 말했다.
“스케일이 어마어마한 이야기네요. 그런 일이라면 과연 제가 도움이 될 수 있을지 회의적입니다.”
“그 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부족한 힘은 앞으로 채워줄 테니까요. 할 것인가 말 것인가, 그것만 결정하면 됩니다.”
“그렇게 말하면 선택의 여지가 없네요. 어차피 끝난 이야기이기도 하고.”
이미나가 어깨를 으쓱했다.
자신이 발 디디고 살아가던 세계가 얼마나 위태로운지 알게 되었으면서도 그녀는 별로 상관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그런 낙천성과 유연함은 용우가 그녀를 팀원으로 고른 이유이기도 했다.
실력과 별개로 이미나는 굉장히 강한 멘탈의 소유자였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가장 위험한 곳에 뛰어들기를 주저하지 않는 저돌성을 지녔기에 근접 전투원으로서 활약해올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미 뭘 해도 믿을 수밖에 없는 증거를 보여주셨으니.”
용우는 이미나가 유현애와 함께 팀원이 될 것을 결정했을 때, 체외 허공장을 선물해 주었다.
그 일은 이미나에게는 하늘이 뒤집히는 충격이었다.
‘각성자 튜토리얼에서 나오면 더 이상 새로운 스펠을 터득할 수 없다.’
절대적으로 통용되던 상식을 깨부수는 일이었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런 캡틴이 가능하다고 하면, 가능한 거겠죠. 무조건 믿고 따라가겠습니다.”
“캡틴?”
갑작스러운 호칭 변화에 용우가 당혹스러워하자 이미나가 씩 웃었다.
“팀장님보다는 낫지 않아요? 보통 캡틴 아니면 대장이죠.”
“캡틴에 한 표 던질게요. 전 아저씨라고 할 거지만.”
유현애가 까불거리며 한마디 보탰다. 용우는 두 사람을 바라보다가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내키는 대로 하시죠. 어차피 다들 제각각으로 부를 것 같은데.”
“나도 캡틴으로 하지. 작전 중에 너라고 하는 것도 부적절하니까.”
차준혁이 좋은 아이디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용우는 그를 한번 째려보고는 말을 이었다.
“예상은 했겠지만 이 팀의 활동은 상당히 변칙적이 될 겁니다. 하지만 당분간은 우리가 필요한 일이 터진다고 하더라도 나와 차준혁, 두 사람만이 투입될 겁니다.”
나머지는 전력을 강화하는 데 주력할 것이다.
“팀원은 이 다섯 명이 전부예요?”
유현애가 손을 번쩍 들며 물었다.
용우가 말했다.
“아마도.”
“아마도라뇨?”
“한 명 더 제안을 넣긴 했는데, 아마 거절할 거야. 그러니까 이 다섯 명이 전부라고 생각해도 돼.”
“적네요.”
“많을 이유가 없으니까.”
이미나가 손을 들고 물었다.
“전력 강화 기간은 얼마나 될까요?”
“이미나 씨의 경우는 한 달 정도 잡고 있습니다.”
“한 달? 고작 그거밖에 안 걸린다고요?”
“어디까지나 1차적인 작업입니다. 다만 그만큼 까다로운 조건이 따라붙습니다. 이건 나중에 따로 이야기를 하죠. 나름대로 각오가 필요한 이야기니까.”
용우는 리사와 유현애, 이미나 세 명을 성좌의 무기 계승자로 설정할 생각이었다.
셀레스티얼로 변신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문제들이 해결된다. 향후 마력의 급성장을 기대할 수 있고, 당장 전투에서 즉시 전력으로 투입될 수 있게 되니까.
“시간이 별로 없으니까 전력 강화 문제는 오늘부터 시작하기로 하죠. 당분간은 힘들 겁니다.”
용우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팀원으로서 요구하는 바와 그것을 이루기 위한 방법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 * *
휴고 스미스는 한국이라는 나라를 좋아하지 않았다.
딱히 한국에 대한 악감정이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과 비교해도 불편함 없는 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인프라가 잘 갖춰진 곳이고, 헌터 전력이 강해서 국토방위가 안정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은 마음에 들었다.
왜냐하면 사람들에게서 여유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은 다들 정신 질환 한두 개는 당연히 달고 살아간다고 할 정도로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살아간다고들 한다.
그럼에도 휴고는 서울 시민들의 얼굴에서 여유를 읽을 수 있었다.
국토방위가 안정적이지 못한 나라의 사람들은 언제나 불안에 시달리고 있었다. 오늘의 일상이 내일로 이어진다는 확신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의 요구에 의해 헌터 전력이 약한 나라로 파견을 나갔을 때, 휴고는 그런 사람들의 얼굴을 보고 있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내일의 일상을 당연시하는 한국인들의 여유가 좋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가 이 나라를 좋아할 수 없는 이유는 간단했다.
각성자가 된 후로 대중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 슈퍼스타로 살아왔던 그가, 비오는 날 먼지가 나도록 두들겨 맞은 나라였으니까!
‘이놈은 이런 데서 뭘 하는 거야?’
휴고는 주말이라 인구밀도가 높은 쇼핑센터를 걷고 있었다.
“헤이.”
쇼핑센터의 군중들을 헤치고 나아가던 휴고는, 광장의 벤치에 앉아 있는 용우를 발견하고 손을 흔들었다.
“이런 데서 뭘 하고 있는 거야? 동생 쇼핑이라도 따라오셨나?”
“혹시 그거 변장한답시고 한 거냐?”
용우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휴고를 보며 물었다.
휴고는 야구 모자와 선글라스를 쓰고 촌스러운 가죽점퍼를 걸치고 있었다. 190센티의 거구가 그런 차림새를 하고 지나갈 때마다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나름대로?”
“센스가 최악이군.”
“누가 들으면 너는 패션 센스 좋은 줄 알겠다?”
“너보단 낫지. 동생이 골라줬거든.”
“…….”
용우의 말에 휴고의 말문이 막혔다.
‘아, 젠장. 여기서 반박하면 내가 개자식이 되잖아?’
인상을 구기는 휴고에게 용우가 말했다.
“대답이야 채팅으로 해도 될 텐데 왜 굳이 날 보자고 한 거지?”
얼마 전, 용우는 브리짓과 휴고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그들 입장에서는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는 문제였기에 충분히 생각해 보고 대답하라고 말해두었고, 그리고 며칠이 지난 지금 휴고가 그 제안에 대한 답을 하겠다면서 용우를 보겠다고 한 것이다.
휴고가 주변을 휘 둘러보더니 물었다.
“이런 데서 괜찮겠냐?”
“어차피 예스인가 노인가, 그 대답만 들으면 되는데 뭐가 문제지? 혹시 나랑 길고 눈물 나는 이야기 나누고 싶어서 직접 보자고 한 거냐?”
“…….”
그렇기는 했다. 다만 휴고는 중요한 일의 결과를 정하는 대화를 이런 곳에서 한다는 사실이 당황스러웠을 뿐이다.
“대답하기 전에 하나만 묻자.”
“뭔데?”
“진짜 여기서 뭐 하고 있었던 건데?”
“사람 구경.”
“응? 뭐라고?”
“사람 구경하고 있었다고. 이런 데서 지나가는 사람들 보고 있어도 뭐라고 하는 사람 없으니까.”
“…….”
“왜?”
“혹시 그게 취미야?”
“그런 셈이지.”
“너, 정말 이상한 놈이다…….”
“지인이 정부의 대리인으로서 중요한 업무를 수행하는데 앞뒤 안 가리고 끼어들어서 촐싹대다가 두들겨 맞고 뻗은 놈보다는 덜 이상하지 않냐?”
“…….”
대답할 말을 떠올릴 수 없는 강렬한 카운터였다.
얼굴이 뜨거워진 휴고가 시선을 피하며 물었다.
“사람 구경이라니, 모르는 사람들 보는 게 뭐가 재밌는데?”
“재밌어서 하는 게 아니야.”
“음?”
“그냥… 사람들 보고 있으면 안심이 되어서 하는 거지.”
쓴웃음을 짓는 용우의 말에 휴고는 가슴이 덜컥했다.
휴고 역시 헌터로서 경험이 풍부한 몸이다. 업계에서 많은 사람들을 보아왔기에 용우의 말 이면에 존재하는 의미가 무엇인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이런 녀석도 PTSD에 시달린단 말야?’
휴고는 그 사실을 믿기 어려웠다.
전장에서는 그렇게나 강하고, 무섭고, 경이로운 힘을 과시하던 용우가 일상에서는 PTSD에 시달리고 있다니?
감정을 털어낸 용우가 물었다.
“그래서 대답은 뭔데?”
“Yes.”
그 말에 용우가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휴고가 떨떠름해하며 물었다.
“왜 그런 눈으로 보는 건데?”
“의외군. 거절할 거라고 믿고 있었는데.”
“…….”
그 말에 휴고는 잠시 멍청한 표정을 짓다가 울컥했다.
“이 자식이 진짜! 그럼 왜 제안을 한 거야?”
“그냥 팀을 만들다 보니 생각나더라고. 제안해서 손해날 건 없으니까 한번 던져본 거지.”
용우는 휴고에게 팀에 들어오라고 제안했다.
물론 그가 몸담고 있는 미국의 팀 가디언즈 윙에서 나와서 프리랜서 신분이 되는 것이 조건이었다.
휴고가 미국에서 슈퍼스타로 대접받고 있으니 당연히 거절하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하겠다고 나서다니?
“…….”
휴고가 주먹을 부들부들 떨었다.
“내, 내가 얼마나 고민해서 결정했는데…….”
“그럴 줄 몰랐다.”
“으윽, 진짜… 아오, 한 대만 때리면 안 되냐?”
“안 돼.”
“젠장, 내가 이런 놈을 믿고 팀에서 나오겠다고 하다니.”
휴고 입장에서 용우의 제안은 인생의 향방을 결정하는 중대한 문제였다.
그가 미국에서 헌터로서 쌓아올린 입지는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 팀과의 계약 문제야 어차피 애비게일 카르타가 CEO인 데다가 이사회도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으니 쉽게 해결되겠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누리던 특권과 품고 있던 비전을 포기하고 갑자기 제시된 길을 선택하는 게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남들보다 강하고, 많은 비밀을 안고 있기는 해도 휴고는 올해 20세가 된 어린 청년일 뿐이었다. 그런 그가 이런 결단을 내리기까지 얼마나 큰 고민이 있었을지 짐작하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용우가 피식 웃었다.
“같은 팀이 됐으니 앞으로 스펠 스톤은 공짜로 공급해 주지.”
“어차피 내 돈으로 사는 것도 아니었거든?”
“브리짓 돈은 막 써도 괜찮은 모양이지? 지금 내고 있는 돈 대부분이 애비게일 카르타나 브리짓 카르타의 사유재산이나 다름없지 않나?”
“그거야…….”
휴고는 또다시 말문이 막혀 버렸다.
‘이 자식은 왜 이렇게 사람 말문 막히게 하는 재주가 탁월한 거야?’
용우가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어쨌든 우리 팀에 들어온 걸 환영한다. 다음 레슨부터는 너도 참가해.”
“레슨? 무슨 레슨?”
“개떡같이 가르쳐도 찰떡같이 배우는 레슨이지.”
“뭔 소리야?”
“우리 팀원 중 하나가 그렇게 이름을 붙였어. 참가해 보면 안다.”
그리고 그 한 사람만이 아니라 모든 팀원이 동의한 이름이기도 했다.
용우는 그 사실이 마음에 안 들어서 흥, 하고 코웃음을 쳤다.
Chapter33 전초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