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세계의 귀환자-91화 (9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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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으로 두들겨!>

용우는 구세록의 계약자들에게 텔레파시로 말하고는 공격을 시작했다.

콰광! 콰과과광!

거대한 흙과 암석의 용이 춤추며 하스라를 덮친다.

하스라는 가소롭다는 듯 허공장을 확장해서 부숴 버리지만 흙과 암석의 용은 부서져도 금방 다시 복원되면서 그를 위로 쳐올리고 있었다. 순식간에 하스라가 고도 1킬로미터 이상까지 올라가 버린다.

그것을 본 구세록의 계약자들은 더 말하지 않고 행동에 나섰다.

그들도 지금이 승부처임을 이해했기 때문이다.

-박제된 찰나!

사다모토 아키라가 새벽의 해머에 비장된 스펠을 끌어내었다.

순간 그로부터 퍼져 나간 어스름이 브리짓 카르타와 프리앙카를 휘감았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발동까지 상당한 집중 시간이 필요한, 최대급의 파괴력을 자랑하는 스펠을 둘 다 순식간에 완성했던 것이다.

‘엄청난 가속이다. 스펠이 아닌 건가?’

용우가 놀랐다.

시공간 특성을 가진 용우는 다수의 가속 스펠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그중에 지금 사다모토 아키라가 쓴 것만큼 어마어마한 가속 효과를 보이는 것은 없었다.

프리앙카가 먼저 공격에 나섰다.

-만군(萬軍)의 화살!

그녀의 공격은 일격이 아니었다.

활시위를 놓는 순간, 거기에 걸려 있던 불꽃의 화살이 수만 조각으로 분화하면서 하늘로 날아올랐다.

솨아아아아아아!

불꽃의 소나기가 중력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 같은 광경이었다.

심지어 그 화살들은 직진하지 않았다.

단 한 발도 빗나가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듯, 허공에서 궤도가 변하면서 하스라를 포위한다. 그리고 쉴 새 없이 몰아치며 폭발했다.

콰과과과과과광!

폭발이 끊임없이 일어나면서 화염의 폭풍이 휘몰아쳤다.

그 공격은 용우가 대지의 로드로 만들어낸 토사의 용도 함께 찢어발겼지만 상관없다. 어마어마한 열기가 휘몰아치면서 하스라를 붙잡아두고 있었으니까.

<뭘 하려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놈의 허공장을 최대한 깎아내 주면 되겠지?>

프리앙카가 수만 개의 불꽃 화살들을 통제하며 물었다.

한 발 한 발의 위력은 하스라 입장에서는 가소로울 것이다.

그러나 수만 발이 끊임없이 날아들어서 폭발, 열기를 계속 증폭시키는 상황은 빙설의 군주인 그에게는 상당히 짜증 날 수밖에 없었다.

<그래.>

용우는 대답하면서 대지의 로드를 잡았다.

그때 브리짓 카르타가 공격에 나섰다.

-천둥신의 진노!

꽈과과과광!

천둥소리가 터지는 것보다 빠르고 불규칙하게 떨어져 내린 뇌격이 브리짓을 강타했다.

그것도 한 발이 아니다.

꽝! 꽈광! 꽈과과과……!

하늘은 청명한데 마치 여기가 아닌 어딘가, 폭풍우가 휘몰아치는 곳과 연결되기라도 한 것처럼 낙뢰가 연속적으로 브리짓을 때린다.

그리고 그 에너지가 모조리 브리짓의 왼팔에 휘감긴 뇌전의 사슬에 집중되었다.

<하아아아아아!>

브리짓은 그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컨트롤하기 위해 온 신경을 집중했다.

이 순간 그녀가 지배하는 마력은 9등급 몬스터 수준까지 상승했다. 하스라도 간과할 수 없는 위협이었다.

<브리짓 카르타, 놈이 받아치려고 한다. 서둘러!>

용우가 휘몰아치는 불꽃 소용돌이 너머를 보며 말했다.

브리짓의 공격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여긴 하스라도 받아치기 위한 스펠을 발동했다.

쿠구구구구구!

하늘이 진동하며 기상이 격변하고 있다. 불꽃의 소용돌이 너머의 기온이 순식간에 떨어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다모토 아키라의 서포트를 받은 브리짓이 더 빨랐다.

<죽어!>

브리짓이 왼팔에 집중된 에너지를 해방시켰다.

순간 모든 것이 새하얗게 물들었다.

피할 시간 따위는 없었다. 브리짓이 그 힘을 해방한 순간, 뇌전의 사슬은 벼락 그 자체의 속도로 하스라를 강타했으니까.

……!

일순간 모든 무전이 침묵했다.

관측 시스템도 폭심지에서 발생한 전자파 때문에 기능이 정지되면서 전술 시스템의 실시간 데이터 업데이트가 잠시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쿠구구구구구……!

폭발 지점에서 터져 나온 충격파와 후폭풍이 주변을 거세게 때려대었다.

하스라가 등장한 순간부터 헌터 팀들이 전부 5킬로미터 이상 떨어져서 다행이었다. 안 그랬으면 아군도 휩쓸려 버렸을 것이다.

그 한복판에서, 구세록의 계약자들은 허공장과 방어 스펠을 펼쳐서 그 여파를 받아내고 있었다.

<타격을 입었겠지?>

프리앙카가 불안한 듯 물었다.

이 일격으로 끝났을 거라는 기대는 아무도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은 9등급 몬스터가 어떤 존재인지 아주 잘 알기 때문이다.

<잘하면 허공장은 거의 깎아냈겠지.>

사다모토 아키라가 냉정하게 판단했다.

하지만 그때였다.

콰직!

소름 끼치는 소리가 울렸다.

“크윽…….”

그 신음 소리의 주인을 본 모두가 놀랐다.

용우의 가슴팍이 날카로운 얼음송곳으로 꿰뚫려 있었다.

“좌표 겹치기… 이것도 할 줄 아는 놈이었군.”

용우가 쓰게 웃을 때였다.

<인상 깊은 재롱이었다.>

하늘에서 광풍이 휘몰아치면서 폭연이 걷히고, 쏟아지는 빛을 받으며 하스라가 내려왔다.

<…그것도 안 통했나.>

사다모토 아키라가 지친 기색이 역력한 모습으로 새벽의 해머를 들었다.

<그래도 거의 다 깎아냈어. 몇 번이고 다시 해주지.>

브리짓이 투지를 불태웠다.

용우 덕분에 하스라의 의표를 찌른 공격은 확실히 통용되었다. 하스라의 허공장은 2할 정도까지 깎여 나간 상태였다.

물론 시간이 지날수록 급속도로 회복되겠지만, 그럴 틈을 주지 않고 몰아친다면 승산은 있다.

문제는 하스라의 마력이 건재하다는 것이다. 집중 공격으로 허공장이 대폭 깎여 나간 데 비해 마력 출력은 아직도 7할 이상이다.

<인정하마. 너희들은 내 생각보다는 재주가 좋군.>

그가 용우를 바라보았다.

<자, 괴이한 대적자여. 더 재롱을 피울 수 있겠느냐? 되도록 죽이고 싶지 않았건만…….>

“한 방 먹였다고 우쭐함이 하늘을 찌르시는군.”

용우가 가슴을 관통한 얼음송곳에 손을 대었다.

파삭!

그러자 얼음송곳이 부서지면서 치료 스펠이 발동, 상처가 급속도로 낫기 시작했다.

다른 이들이라면 즉사했어야 할 상처다. 그런데 아무렇지도 않게 재생을 시작하는 용우의 모습에 하스라가 흥미를 보였다.

<이 셋과 달리 여기서 죽으면 그걸로 끝인 자라 조심했거늘, 좀 더 거칠게 다뤘어도 되었을 것 같군.>

“고맙다.”

<음?>

“끝까지 오만방자해 줘서.”

다음 순간, 용우가 취한 행동은 모두가 상상도 못 한 것이었다.

블링크로 공간을 뛰어넘어서 하스라와 격돌했다.

파지지지직!

<미쳐 버린 건가?>

하스라가 어이없어했다.

심지어 용우는 아까 전과 달리 허공장 잠식조차 쓰지 않았다. 마력을 최대 출력으로 전개하면서 대지의 로드를 뻗고 있을 뿐이다.

용우의 허공장이 급격하게 깎여 나갔다.

“웬만하면 이건 하고 싶지 않았는데… 같이 싸우는 놈들이 너무 무능해서 어쩔 수가 없군.”

<뭐?>

하스라가 당혹스러워하는 순간이었다.

우우우우우우!

용우가 하스라에게 뻗은 대지의 로드에 마력이 집중되면서 부서질 듯이 떨리기 시작했다.

<자폭하려는가? 재미없군. 그건 허락지 않겠다.>

하스라는 실망한 기색으로 강력한 정신파를 발했다. 그대로 용우의 행동을 멈춰서 구속해 버릴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한 줄기 섬광이 그를 관통했다.

<어……?>

순간 하스라는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 자리에 있는 전원이 마찬가지였다.

오직 용우만을 제외하고.

콰아아아아아아아!

하늘에서 내리꽂힌 섬광이 하스라를 관통하는 것을 모두가 인식한 직후, 대폭발이 그 자리를 집어삼켰다.

<뭐, 뭐야? 뭐가 일어난 거야?>

프리앙카의 의문은 구세록의 계약자 전원의 의문이었다.

<이, 무슨……!>

폭발 속에서 경악과 불신에 찬 하스라의 정신파가 흘러나왔다.

몸통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버리고, 그 속에 있던 아티팩트 빙설의 창이 두 동강 나버린 그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이건, 대, 체… 무슨……?>

그의 시선이 닿은 곳은 고도 4킬로미터 지점.

윙 슈트를 탄 채로 하늘을 날고 있는 용우가 있었다.

“한 발로 끝났나. 생각보다는 쉬웠군.”

용우는 발사시의 충격을 버티지 못하고 부서진 포신을 보며 중얼거렸다.

모든 것은 이 한 방을 위한 속임수였다.

처음에 하스라에게 접근해서 싸운 용우는 가짜였다.

용우는 미켈레와 싸울 때 이미 원격조종의 리스크를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 자신도 그런 전투 방식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용우에게는 대량의 마력석을 투입하여 본인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한 복제체를 만들어내는 기술이 있었다.

그 복제체가 들고 있던 대지의 로드도 형상 복원으로 만들어낸 마이너 카피다. 다만 대량의 마력석을 투입해서 평소보다 훨씬 진품에 가깝게 만들어졌을 뿐.

이런 복제체는 활동 시간이 짧아서 용우 입장에서는 가격대 성능비가 형편없었다. 하지만 여기서는 딱 한 번만 속여 넘기면 되니까 상관없었다.

본체는 윙 슈트에 타고 근방의 하늘에 은신한 채로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구세록의 계약자들이 하스라의 허공장을 충분히 깎아낼 때까지.

그리고 용우의 분신이 자폭하는 것에 정신이 팔린 하스라가 하늘에서 발생한 거대한 마력 파동을 눈치채지 못하는 순간까지.

모든 상황이 의도한 대로 맞춰지는 순간, 용우는 모습을 드러내고 공격을 가했다.

페이즈19에 달하는 마력을 최대 출력까지 전개했다.

마력석을 대량으로 투입, 연소시키는 것으로 마력을 일시적으로 폭증시켰다.

마력 컨트롤 기술인 배틀 서클로 마력을 한 번 더 증폭했다.

대지의 로드와의 공명으로 그 마력을 또 폭증시켰다.

M-링크 시스템으로 한 번 더 증폭시켰다.

윙 슈트의 듀얼 부스트 시스템으로 또 한 번 증폭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포신 앞에 배치된 마력 컨트롤 기술 ‘사냥꾼의 축복’으로 포격의 위력을 한 번 더 증폭시켰다.

그 결과물은 그야말로 역사상 최고의 일격.

어비스에서 최후까지 살아남은 자가 터득한 마력 증폭 기술과 지구의 인류가 일궈낸 기술, 그리고 성좌의 힘이 연동된 증폭의 연쇄가 하스라를 부숴 버렸다.

<이, 이노옴……!>

부서져 가는 하스라가 손을 들어 올린다.

하지만 용우가 더 빨랐다.

쾅!

텔레포트로 지상에 내려온 용우의 주먹이 하스라에게 꽂혔다.

“아무래도 직접 패주지 않고서는 직성이 안 풀리거든.”

용우가 물 흐르는 듯한 움직임으로 하스라에게 따라붙으면서 연타를 날린다.

<크윽……!>

이미 코어, 정확히는 코어 역할을 하던 아티팩트가 부서진 하스라는 무력하게 두들겨 맞고 있었다.

한 방 한 방이 꽂힐 때마다 하스라의 몸이 터져 나갔다가 원상 복구 되기를 반복한다.

하지만 파괴와 회복의 균형은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점차 파괴 속도가 회복 속도를 압도해 간다.

무엇보다…….

<내게 고통을 가르치겠다는 거냐?>

용우가 가하는 모든 일격은 정신체를 파괴하는 힘이 깃들어 있었다.

하스라는 용우의 일격이 꽂힐 때마다 격통을 느꼈다.

“아니, 그저 고통을 주고 싶을 뿐이지.”

용우는 그렇게 말하며 하스라를 두들겨 댔다.

‘정신을 가둘 수가 없군. 역시 군주 개체라고 으스댈 만해.’

용우는 하스라의 정신을 부서지는 몸에 가두려고 시도해 보았으니 실패했다. 군주 개체에게는 정신을 보호하는 특수한 능력이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잠깐씩 구속하는 건 된다. 그걸로 충분해.’

완벽하게 우위를 점한 상태로 정신 가두기를 걸면 10초 가까이 효과가 통용되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정도면 용우가 생각하는 작전을 실행하기에 충분했다.

<괴이한 대적자여, 오늘은 네가 이겼다. 그러나…….>

“다시 돌아오겠지. 안다.”

용우는 그렇게 말하며 하스라의 머리를 잡았다.

“그런데 말이지. 난 그 패턴이 슬슬 지겨워.”

<뭐라고?>

“여기서 끝내자, 종말의 7군주. 너를 위한 종말의 날은 없어.”

용우가 그렇게 말하자마자 허공에서 뭔가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후두두두두두……!

트레일러로 쏟아내는 것 같은 기세로 쏟아지는 것은, 푸르스름한 빛을 발하는 마력석들이었다.

“죽여도 죽지 않는 놈들을 한두 번 상대해 본 게 아니거든. 게임 감각에 취해서 불완전한 상태로 쳐들어온 것을 뼛속 깊이 후회해라.”

용우의 눈이 시퍼런 빛을 발했다.

그리고 마력석들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눈이 멀어버릴 듯한 빛을 토해내면서, 그 빛 속에 녹아 사라져 간다.

마력장이 미칠 듯한 기세로 폭증하는 가운데, 용우가 스스로에게도 악몽으로 남아 있는 스펠을 발동시켰다.

-봉인(封印)!

산더미 같은 마정석이 연소되면서 발생한 초고밀도의 마력장이 하스라를 감싸고 수축되기 시작한다.

<……!>

하스라는 용우가 발한 스펠의 정체를 깨닫고 경악했다.

그는 즉시 몸을 포기하고 빠져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안 된다.

용우가 계속해서 그를 구속해 두기 위해서 힘을 발하고 있었다.

<아, 안 돼! 고작 7번째 문을 연 인류 따위에게 내가……!>

여유가 사라진 하스라가 절규했다.

어떻게든 빠져나가려고 하지만, 강림한 화신이 철저하게 파괴된 지금의 그에게는 그럴 힘이 없다.

“공포를 즐겨보라고. 너희들에게는 드문 체험일 테니.”

용우는 봉인의 힘이 하스라를 구속하는 것을 보며 그를 비웃었다.

‘잘도 속아 넘어가는군.’

그리고…….

용우의 의식이 어딘가로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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