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세계의 귀환자-89화 (89/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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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우는 10킬로미터 떨어진 지점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못 이긴다.’

용우는 싸움이 시작되기도 전에 승패를 단정 지었다.

‘5명 전원이 최소한 브리짓 카르타 수준이어야 해볼 만해.’

구세록의 계약자 5명이 모여 있으니 그들의 마력 수준 격차가 일목요연하게 보인다.

브리짓의 마력은 다른 4명보다 확실히 높다. 성좌의 무기로 증폭된 출력이 거의 9등급 몬스터에 가까운 수준이다.

브리짓을 제외한 구세록의 계약자 개개인의 전투 능력은 7등급 몬스터를 압도하지만 8등급 몬스터를 상대로는 대등한 수준이다.

확신할 수 있다. 5명이 아니라 7명 전원이 모였어도 승산이 적었다.

하스라는 마력만을 따져도 9등급, 그중에서도 중위권은 된다.

그것만으로도 구세록의 계약자들의 승산이 절반 미만일 텐데, 높은 지성과 다수의 스펠까지 갖추고 있다. 구세록의 계약자들이 싸워온 그 어떤 적보다도 절망적인 재앙인 것이다.

‘그래도 여기서는 이겨야 해.’

용우도 구세록의 계약자들과 똑같은 결말을 상상하고 있었다.

여기서 지면 개성이라는 도시가 멸망하는 정도로 끝나지 않는다. 인류 문명은 멸망의 위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어쩔 수 없군.”

용우가 짜증을 내면서 최후의 수단을 고려할 때였다.

<언제 공격할 거지?>

셀레스티얼의 모습을 한 휴고 스미스가 멀찍이 떨어져서 물었다.

아무래도 용우에게 접근하는 것을 꺼리는 것 같은 모습이다.

용우는 코웃음을 치고는 말했다.

“100미터 지점까지 들어왔을 때.”

가이아 드래곤은 다니엘 윤과 싸우면서 입은 타격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허공장은 52퍼센트, 출력은 65퍼센트.’

이 정도면 반 이상 공략이 끝난 상태다.

전술 시스템으로 가이아 드래곤의 상태를 파악한 용우는 차분하게 기다렸다.

하스라에게서 충분히 떨어진 곳에서 싸울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박사님, 포신 교체 상황은 어떻습니까?]

[포신만 망가진 게 아니라서 한창 고치는 중이에요! 앞으로 7분은 더 걸려요!]

“…….”

용우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여러 곳이 망가졌는데 그 짧은 시간 동안 수리할 수 있다고?

곧 권희수가 말했다.

[어차피 또 망가뜨릴 거죠?]

“그렇습니다.”

[역시 거침없네요. 그럼 이거 고치는 동안 다른 걸 타요.]

“음?”

[어차피 지금은 당신의 한 방이 가장 중요하니까. 다른 사람을 내릴게요. 스탠바이되는 대로 알릴 테니까 회선 차단하지 말아요.]

“알겠습니다.”

용우가 대답하는 동안 가이아 드래곤이 100미터 안쪽까지 들어왔다.

크아아아아아!

그리고 가이아 드래곤의 포효와 함께 지면이 폭발했다.

땅울음용의 그것과 같은 공격이다.

차이점이라면 위력이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강하다는 것뿐.

콰과과과과과!

가이아 드래곤이 고개를 내민 지점으로부터 전방 700미터까지의 지면이 부채꼴로 터져 나갔다.

물론 용우는 그 공격이 자신에게 닿기 전에 블링크로 회피를 완료한 터였다.

<휴고 스미스.>

그 말에 휴고가 움찔했다. 그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알아본 건지 알 수가 없었으니까.

<가이아 드래곤의 눈길을 끌어. 그 정도는 할 수 있겠지?>

<내가?>

<유효타 먹일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 먹이고. 내가 신호하면 바로 빠져. 그 상태면 블링크나 텔레포트도 가능하겠지?>

용우는 텔레포트로 단숨에 4킬로미터 상공까지 올라갔다.

“서포터 팀, 들리나?”

[드, 듣고 있다. 무슨 일인가, 제로?]

서포터들의 동요가 느껴졌다. 전혀 예상치 못한, 그리고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연이어 덮쳐 오고 있으니 그럴 수밖에 없으리라.

“벙커버스터를 써서 가이아 드래곤을 처리할 거다. 내가 신호하면 점화하도록.”

서포터 팀은 그것만으로도 용우가 무엇을 하려는지 알아들었다.

이미 여러 차례 고등급 몬스터를 상대로 놀라운 성과를 거둬온 전법이 다시금 펼쳐지려고 하고 있었다.

크아아아아아아!

가이아 드래곤이 울부짖는다.

그 시선이 아득한 고도에서 낙하 중인 용우에게로 향했다. 빙설의 창으로 마력을 증폭시키고 있는 용우의 존재를 포착한 것이다.

가이아 드래곤이 아가리를 다물었다가 무언가를 뱉어내었다.

투아앙!

그러자 사람 몸통만 한 암석 덩어리가 초음속으로 날아와 용우를 강타했다.

사정거리의 문제로 쉽게 당해 버린 7등급 바람용과 달리 가이아 드래곤에게는 4킬로미터 고도의 표적까지도 타격할 수단이 있는 것이다.

‘멍청한 땅뱀. 이 거리에서 그게 통하겠냐?’

하지만 용우는 멀쩡했다.

거의 머리 위 수직 각도에 위치한 적, 그것도 4킬로미터 고도를 타격할 수 있는 유효사거리는 놀랍다. 하지만 용우는 허공장을 약간 변화시키는 것만으로도 쉽게 그것을 튕겨내었다.

콰아아아앙!

그리고 그렇게 용우에게 한눈을 판 사이, 휴고가 마력을 모아서 발사한 스펠이 대폭발을 일으켰다.

‘셀레스티얼로 변신하니 마력이 지금의 나를 능가하는군.’

변신한 휴고의 마력은 6등급 몬스터 수준이다. 그 말은 최소한 페이즈20을 넘는다는 뜻이다.

그것을 다시 뇌전의 사슬 마이너 카피로 증폭해서 쓰고 있으니 파괴력이 대단하다. 확실히 가이아 드래곤의 눈길을 붙잡아둘 수 있는 화력이 나온다.

‘자, 그럼…….’

용우가 게이트 진입 전에 백원태에게 부탁한 것은 벙커버스터를 나눠받는 것이었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군부대에 들러서 대형 항공 폭탄까지 가져오는 건데…….’

대형 항공 폭탄들은 인근 군부대에서 출격하는 폭격기에 탑재되기에 게이트 앞 캠프에는 없었다. 그렇기에 그보다는 위력이 좀 떨어지는 벙커버스터를 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가이아 드래곤 상대라면 이것으로도 충분히 유효타를 먹일 수 있다.

콰아아아아앙!

용우가 초열투창으로 발사한 벙커버스터가 가이아 드래곤을 때리며 폭발했다.

휴고를 잡으려고 사방팔방을 뒤집어놓으면서 날뛰던 가이아 드래곤의 거체가 그대로 땅에 주저앉았다.

‘세 발이면 뚫겠군.’

용우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곧바로 벙커버스터를 또 한 발 꽂아 넣는다.

키에에에에에에!

일어나려던 가이아 드래곤이 다시 충격으로 주저앉으면서 비명을 지른다.

마력을 실어 내지른 그 비명은 그 자체로 죽음을 불러일으키는 공격이다. 주변이 휩쓸리면서 반경 500미터의 지면이 원형으로 터져 나갔다.

<젠장! 무지막지하군!>

죽을힘을 다해 그 공격을 막은 휴고가 그대로 튕겨 나가서 대지에 처박혔다.

하지만 하늘 높이 있는 용우에게는 쓸데없는 몸부림일 뿐이다. 용우는 몸을 웅크리는 가이아 드래곤을 향해서 또 한 발의 벙커버스터를 꽂아 넣었다.

꽈아아아앙!

마침내 가이아 드래곤의 허공장이 뚫렸다.

허공장 안쪽으로 충격파가 전해지자 토사와 암석으로 이루어진 가이아 드래곤의 거체가 끊어져서 떨어졌다.

<지저스!>

그 광경을 본 휴고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외쳤다.

아무리 다니엘 윤과 싸우면서 반 정도 깎여 나간 상태라고는 하지만 8등급 몬스터의 허공장이 이렇게 쉽게 뚫리다니?

용우의 막강한 마력과 벙커버스터쯤 되는 막강한 위력의 현대 병기가 조합될 경우의 시너지 효과는 무시무시했다.

‘찾았다, 코어.’

용우는 허공장이 뚫리자마자 가이아 드래곤의 코어를 찾아냈다.

-형상복원!

용우의 손에 빙설의 창 마이너 카피가 나타났다. 용우는 그것을 던지기 전 휴고에게 텔레파시를 보냈다.

<휴고 스미스, 준비해.>

<뭘?>

<놈의 행동을 막을 거다. 이 위치에 코어가 있으니까 단번에 쳐.>

<이, 이건 뭐야?>

다음 순간 휴고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텔레파시를 통해서 용우가 보고 있는 시야, 가이아 드래곤의 코어가 있는 지점이 전해져 왔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텔레파시로는 음성과 문자에 해당하는 정보, 그리고 감정 정도만을 전할 수 있다고 여겼던 휴고 입장에서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 코어, 내가 잘 써주지.”

용우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빙설의 창 마이너 카피를 던졌다.

-초열투창!

빙설의 창 마이너 카피가 초음속으로 쏘아져 나가서 가이아 드래곤을 강타했다.

콰아아아아아!

용우가 거기에 실은 스펠, 프리징 버스트가 발동하면서 어마어마한 한기 파동이 폭발했다.

일순간에 가이아 드래곤을 중심으로 삐죽삐죽한 얼음산이 솟아나고 반경 100미터가 새하얗게 얼어붙었다.

<막았다. 쳐!>

땅을 자유자재로 헤엄쳐 다니는 가이아 드래곤이지만 땅속 깊숙한 곳까지 침투해서 얼려 버리는 냉기 앞에서는 행동이 구속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다. 충격에서 벗어나면 곧바로 빠져나올 것이다.

그 전에 승부를 내지 못하면 귀찮아진다.

<분부대로 해주마, 젠장!>

파지지지지직!

휴고 스미스가 왼팔을 하늘로 들어 올리자, 거기에 감겨 있는 뇌전의 사슬이 격렬한 뇌광을 발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벼락이 쳤다.

꽈르르르릉!

낙뢰가 휴고 스미스의 왼팔에 떨어지면서 그의 전신이 망막을 불태울 것 같은 빛을 발했다. 일순간 그의 마력이 폭증하면서 대규모 파괴력을 자랑하는 스펠이 발동한다.

-라이트닝 버스트!

빛이 폭발했다.

꽈과과과과광!

낙뢰를 받아서 증폭한 에너지가 한 지점에 집결, 대폭발을 일으켰다.

얼어붙어서 꼼짝도 못 하던 가이아 드래곤의 몸체가 터져 나가면서 푸른빛을 발하는 코어가 허공으로 떠오른다. 그것은 성인 장정보다도 더 큰, 빛을 발하는 원석 덩어리처럼 보였다.

쾅!

그리고 블링크로 공간을 뛰어넘은 용우가 양손대검 일격으로 그것을 쪼개놓았다.

파지직……!

용우가 검을 휘두르면서 지나치는 순간, 코어가 솟구치던 기세를 잃고 그 자리에 정지했다.

콰아아아아아!

그리고 둘로 쪼개지면서 폭발했다.

<휴고 스미스.>

지상에 착지한 용우는 주변에 후두두둑 떨어져 내리는 코어 파편들을 보며 텔레파시로 말했다.

<주변 경계를 맡겨도 되겠냐?>

<음? 주변 경계라니, 뭘 하려고?>

의아해하는 휴고에게 용우가 저편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대로는 못 이겨.>

용우가 바라보는 저편에서는 하스라와 구세록의 계약자들의 격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 전투는 그야말로 국지적 재난의 퍼레이드다.

파괴적인 빛이 격렬하게 춤추고, 뇌광이 울부짖고, 불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치고, 진동파의 해일이 모든 것을 깨부수고, 그리고 정체불명의 어스름이 공간을 찢는다.

구세록의 계약자 5인이 한자리에 모이자 그 화력은, 순수하게 화력만으로도 현대 병기를 능가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적은 너무나 강대하다.

아무리 강대한 공격을 퍼부어대도, 그 모든 것을 무위로 돌리듯이 순백의 충격파로 모든 것을 뒤덮어 버린다.

<브리짓……!>

휴고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에라도 달려가고 싶었다.

하지만 알고 있다. 지금의 자신은 저 전장에 발 디디는 순간 하얗게 얼어붙은 시체가 되어버릴 것임을.

애비게일 카르타가 보존해 두었던 각성자의 시신을 써서 강림한 브리짓 카르타와 달리 휴고는 본인의 몸에 성좌의 힘을 받아서 변신한 상태다. 여기서 죽으면 그대로 끝이다.

<제기랄!>

무력함에 몸을 떠는 휴고에게 용우가 말했다.

<반격의 카드를 준비할 거다. 나를 지켜.>

<어떻게?>

<너한테 설명해 주는 시간만큼 브리짓 카르타의 위험이 높아질 텐데?>

<젠장, 알았다. 뭐든 좋으니까 해봐.>

휴고의 대답을 들은 용우가 빙설의 창을 땅에 꽂았다.

“이 짓을 또 하게 될 줄이야.”

용우는 심호흡을 한 번 하고는, 가이아 드래곤을 죽여서 얻은 마력석을 한곳으로 모았다.

역시 8등급 몬스터라 마력석의 양만도 엄청나게 많았다. 200킬로그램을 훌쩍 넘을 것 같다.

“빌어먹을, 지출이 막대하군.”

용우는 아공간을 열어서 마력석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도대체 뭘 하려는 거야?>

갑자기 마력석이 산처럼 쌓이자 휴고가 경악해서 물었다.

용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인류의 수호자 제군, 잘 버텨봐라.’

용우는 심호흡을 한 뒤 정신을 집중했다.

지금부터 하려는 일은 그에게도 막대한 심력 소모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하지만 이 전투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과정이었다.

그렇게 주변을 잊고 한 가지 작업에만 몰두했기에, 용우는 알 수 없었다.

간과해서는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을.

Chapter29 문틈으로 엿본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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