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세계의 귀환자-78화 (78/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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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우가 웃었다.

“하하하, 멋진데.”

“이걸 아나?”

“알지. 그건 네 스스로 개발한 건가? 아니면 미국에서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해서 개발한 건가?”

“말해줄 것 같아?”

“사실 어느 쪽이든 상관없어. 그 기술이 지구의 각성자에 의해서 구현됐다는 사실만이 중요하지.”

용우가 어깨를 으쓱하는 순간, 휴고가 뛰어들었다.

-라이트닝 블로!

시퍼런 뇌전의 궤적이 허공을 불태운다.

꽈아아아앙!

그 일격이 용우가 있는 지점을 꿰뚫었다.

“큭……!”

하지만 얼굴을 일그러뜨린 것은 휴고였다.

용우는 그 공격을 간단히 막아냈다.

자기도 라이트닝 블로를 발하면서 휴고의 혼신의 스트레이트를 잡아버린 것이다.

똑같은 스펠이 부딪치면서 상쇄되었는데 휴고는 고통을 느꼈고 용우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자, 카운트다운이 계속되고 있을 텐데 멈춰 있어서 쓰겠어? 힘을 내봐.”

“소원대로 해주마!”

휴고는 주먹이 잡힌 그대로 킥을 날렸다. 용우의 양다리를 잘라 버릴 기세로 내지른 킥이다.

쉬이익!

하지만 그 순간 보이지 않는 힘이 휴고를 붙잡고 옆으로 빙글 돌려 버렸다.

‘어?’

눈앞이 빙글 돌자 당황한 휴고 앞에서, 용우는 제자리에서 한 바퀴 빙글 돌고 있었다.

이 또한 마력 컨트롤을 이용한 기예였다.

투학!

먼저 회전을 마친 용우가 손바닥으로 휴고의 몸통을 때렸다.

호쾌한 타격음이 울리며 휴고가 나가떨어진다.

퉁, 투두두둥!

연속으로 땅에 튕기는 기세가 일반인이라면 살아남기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휴고는 어느 순간 주먹으로 땅을 쳐서 그 반동으로 바로 섰다.

-염동충격탄!

휴고가 주먹을 내지르자 그 궤적으로부터 푸른 에너지탄이 쏘아져 나갔다.

하지만 용우는 가볍게 몸을 틀어서 피하고는 휴고에게 접근해 가기 시작했다.

-마격탄!

그런 용우를 향해 휴고가 작은 에너지탄을 소나기처럼 쏴대기 시작했다.

콰콰콰쾅!

원거리 공격계 스펠 중에서는 최하급으로 분류되는 마격탄이지만, 휴고가 쏘아대는 것은 소총탄 이상의 위력이다.

일개 소대가 일제사격을 가하는 것 같은 화력으로 전방을 휩쓸었다.

‘젠장! 뭐 이리 빨라? 아직 가속 스펠도 안 썼는데!’

하지만 용우는 빠르게 지그재그로 이동하면서 그 모든 공격을 피해 버렸다.

-피지컬 부스트!

그리고 어느 순간, 용우도 가속 스펠을 걸었다.

조금 전까지도 빨랐던 움직임이 휴고조차도 한순간 타이밍을 놓쳤을 정도로 가속한다.

‘이런!’

휴고가 당황하는 순간, 측면으로 돌아간 용우가 뛰어들면서 주먹을 날렸다.

-라이트닝 블로!

꽈아아아앙!

그 일격을 휴고는 용우와 똑같은 방법으로 막아냈다. 마치 그때의 분풀이를 하듯이.

하지만 직후의 대응은 용우와 달랐다.

충격을 제자리에서 버티는 대신 그 반동으로 뒤로 뛰면서 손가락 총을 용우에게 겨누었다.

-염동충격탄!

그리고 1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지근거리에서 에너지탄을 쐈다.

콰아아아앙!

용우도 피하지 못하고 직격당하면서 눈앞이 하얗게 물들었다.

‘찬스!’

휴고는 이것으로 용우를 쓰러뜨렸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충격파를 허공장으로 막아내면서 주먹을 쥐었다.

파지지직!

휴고의 진짜 특기는 고속의 마력 컨트롤이다. 그보다 스펠을 빠르게 완성하는 자는 미국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것이 그가 미국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불릴 수 있는 비결이었다.

-라이트닝 피어스!

뇌전의 칼날을 만들어서 타깃을 관통하는 스펠이, 혼신의 힘을 다한 스트레이트를 통해서 뻗어나갔다.

꽈아아아아앙!

뇌격이 폭발하면서 눈앞이 새하얗게 물들었다.

-인설레이트 필드!

그리고 그가 발한 뇌격이 목표를 관통하지 못하고 그대로 갈라져서 흩어져 갔다.

‘이런……!’

휴고가 경악했다.

염동충격탄에 이은 혼신의 일격으로 용우의 허공장을 뚫었다.

하지만 용우는 그의 수를 미리 읽은 것처럼 최적의 방어 스펠을 사용했다. 전격을 차단해 버리는 방어막을 펼친 것이다.

파지지직!

그리고 용우의 손이 휴고의 허공장과 접촉했다.

격렬한 스파크가 일면서 휴고의 허공장이 순식간에 잠식되어 가기 시작했다.

“뭐, 뭐야 이건?”

휴고가 기겁했다.

그에게 있어서 허공장끼리의 다툼은 몬스터와 싸울 때만 경험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때려서 뚫어야 하는 것이지 이런 식으로 잠식하는 것은 전혀 경험해 보지 못했다.

그가 당황하는 사이, 용우의 손이 허공장을 뚫고 들어왔다.

투학!

하지만 휴고는 호락호락 잡혀주지 않았다. 재빨리 몸을 빼내며 용우의 손을 쳐냈다.

그러나…….

투학!

기다렸다는 듯 용우의 발차기가 그의 몸통에 꽂혔다.

“커억……!”

취약해진 허공장을 뚫고 충격이 전해져 왔다.

용우는 방어 위로 일격을 때려 넣고 속사포 같은 연타를 퍼부었다.

“까불지 마!”

휴고가 용우의 연타를 하나하나 쳐서 흘려내더니 이윽고 스트레이트를 넣었다. 용우가 그걸 피해서 더킹하자 그 순간 무릎차기가 날아든다.

팍!

용우는 양팔을 모아서 그것을 막아내고는 뒤로 튕겨 나갔다.

무릎차기의 위력에 날아갔다기보다는 스스로 몸을 날린 모양새였다. 휴고는 도망치는 대신 저돌적으로 뛰어들어서 맹공을 펼치기 시작했다.

‘확실히 미국에서 알아줄 만하군.’

훌륭한 실력이다.

지구의 각성자들 기준으로는 최상급 피지컬에 마력을 다루는 감각도 천재적이었다. 격투 능력 또한 흠잡을 데 없이 뛰어났다.

마력이 대등했다면 제법 위협적이었을 것이다. 용우는 내심 그에게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성좌의 힘은 아주 희미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성좌의 힘을 쓰는 걸로 보이진 않는데…….’

휴고를 관찰하듯이 공격을 받아내기만 하던 용우는 어느 순간 반격에 나섰다.

투학!

용우의 주먹이 휴고의 몸통을 때린다.

“크윽……!”

팍!

용우가 귀찮은 쓰레기를 치우듯 휴고의 방어를 걷어내고 얼굴을 후려쳤다.

“으, 으아아아아!”

휴고는 스스로를 독려하듯이 고함을 지르며 반격해 왔다.

하지만 소용없다.

발차기가 반도 뻗어 오기 전에 용우는 그의 허벅지를 손바닥으로 눌러 버리고 몸통에 무릎차기를 찔러 넣는다.

‘6세대 각성자가 벌써 페이즈 13이라는 건, 확실히 미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봐도 비정상적인 성장 페이스겠지. 역시 이 성장 페이스는 성좌의 힘과 관련이 있는 건가?’

그냥 공격만 가하고 있는 게 아니었다.

촉진을 통해서 휴고의 체내를 파악하고, 분석하는 작업을 병행하고 있었다.

“슬슬 타임 리미트군.”

엉망진창으로 두들겨 맞고 헉헉거리는 휴고에게 용우가 말했다.

휴고의 어깨로부터 뻗어 나온 빛의 고리, 배틀 서클이 사라졌다.

이 기술은 출력이 폭발적으로 증폭되는 대신 마력 소모량은 그 이상으로 커진다. 단기전으로 승부를 보지 못한 시점에서 휴고의 패배는 예정되어 있었다.

‘물론 단기전으로 갔어도 똑같았겠지만.’

휴고가 지금까지 버틴 건 용우가 그를 분석하고 싶어서 적당히 놀아줬기 때문이다. 용우가 죽일 생각으로 전력을 다했다면 초반에 끝났다.

“브, 브리짓…….”

가속 스펠들까지 풀린 휴고는 당장 쓰러질 것처럼 비틀거리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브리짓이 있는 곳으로 이동, 그녀의 모습을 용우의 시야에서 가리면서 외쳤다.

“이놈은 위험해. 지금이라도 변신해! 내가 어떻게든 시간을 벌어줄 테니까!”

이미 너무 부어올라서 잘 보이지도 않는 눈으로 용우를 쏘아보면서.

“착각도 이 정도면… 멋지군.”

용우는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그리고 갑자기 이상한 감각이 휴고를 덮쳤다.

디잉…….

머릿속에서 종소리가 울린 것 같다.

동시에 마치 몸이 붕 떠오르는 것 같은 부유감이 그를 덮쳤다.

“뭐, 야……?”

자기 몸이 자기 몸이 아닌 것 같다. 마치 물에 빠져서 서서히 가라앉는 것 같은 감각에 사로잡힌 휴고는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재미있었다, 아메리칸 슈퍼스타.”

그것이 휴고가 기절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들은 말이었다.

* * *

브리짓은 휴고가 쓰러지기까지의 과정을 똑똑히 지켜보았다.

‘소름 끼치도록 철저해.’

브리짓은 워프 게이트를 통과해서 이 공간에 도착한 다음에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몸에 갖고 있던 전자 기기가 전부 망가져 버렸다.

그녀는 용우와의 만남에서 정보를 얻기 위해 초소형 카메라나 녹음 장치, 센서 등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워프 게이트를 통과하는 순간 그 모든 게 망가져 버린 것이다.

그렇기에 그녀는 모든 것을 자신의 눈으로 확인해야 했다.

‘휴고를 완전히 갖고 놀았어.’

그녀는 이미 2년 전부터 구세록의 계약자로서 전투를 치러왔다.

어머니이자 스승인 애비게일 카르타는 그녀가 전투 능력 면에서는 전성기의 자신을 훨씬 뛰어넘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녀는 성좌의 힘으로 변신하지 않고서는 휴고를 당해낼 수 없다고 자평하고 있었다.

‘그는 이미 구세록의 계약자를 두 명이나 죽였어.’

애비게일 카르타는 말했다.

‘증거는 없단다, 아무것도. 하지만 모든 정황이 그렇다고 말해주고 있지. 그가 그 과정에서 무엇을 얻었을지는 완전히 예측 불허. 그에 대해서 파악하기 전까지는 절대 싸워서는 안 된다.’

브리짓은 정말로 그런지 그의 힘을 직접 확인해 보고 싶었다.

그래서 브리짓 자신이 관련되면 앞뒤 분간 못 하는 휴고가 끼어들었을 때는 오히려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전혀 모르겠어.’

용우가 휴고를 농락하면서 두들겨 패서 쓰러뜨리는 과정을 똑똑히 지켜보았다.

그런데 그의 진짜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뭘 감추고 있는지는 전혀 모르겠다.

용우는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았다. 그런데도 자신이 정한 조건을 전부 지키면서 휴고를 상대로 압승을 거뒀다.

‘여기서 나를 죽이려고 한다면…….’

브리짓의 등이 식은땀으로 축축해졌다.

만약 용우가 이미 자신에게 살의를 품었다면?

이곳으로 끌어들인 것 자체가 그녀를 살해하기 위한 함정이라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휴고를 놔두고 갈 수는 없어.’

브리짓은 성좌의 힘을 쓰는 데 능숙하다.

변신하지 않더라도 성좌의 무기를 소환해서 그 힘의 일부를 끌어낼 수 있었다.

그 힘이라면 용우의 의표를 찔러서 휴고를 구출하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으리라.

“자.”

그런데 그때 용우가 쓰러진 휴고의 몸 밑에 발을 끼워 넣더니 그대로 브리짓에게 던졌다.

190센티의 근육질 거구인 휴고를 발등에 얹어서 집어 던지다니, 말도 안 되는 괴력이다. 하지만 그런 걸로 놀라기에는 브리짓은 너무 많은 괴물들을 보아왔다.

“…이건 무슨 뜻으로 받아들이면 되는 겁니까?”

“난 약속을 지켰어. 혹시 그놈 치료도 내가 하라는 건가? 그럼 치료비는 따로 청구해야겠는데?”

“…….”

“왜?”

왠지 놀란 듯한 브리짓의 표정에 용우가 심드렁하게 물었다.

브리짓은 한참 동안이나 탐색하듯이 용우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4억 달러 지출이 결정된 참이라 그건 사양하고 싶군요.”

브리짓은 그렇게 말하면서 성좌의 무기를 소환했다.

파지지직……!

푸른 전광이 내달리면서 청백색을 띤 금속 사슬이 그녀의 오른팔에 휘감겼다. 끄트머리에는 빛 그 자체로 이루어진 무게 추가 달려 있는 사슬이었다.

이계의 일곱 성좌 중 하나, 뇌전의 사슬의 힘이 담긴 무기였다.

-리스토어 힐!

브리짓은 뇌전의 사슬의 힘을 끌어내어 치료 스펠을 사용했다. 그러자 휴고의 부상이 급속도로 회복되어 갔다.

용우는 그 과정을 흥미롭게 바라볼 뿐, 질문을 하거나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브리짓은 그 사실이 오히려 신경 쓰였다.

“오늘은 이걸로 끝내지. 더 이야기를 하고 싶으면 내 통장에 4억 달러를 넣은 다음에 하자고.”

용우는 브리짓이 휴고를 치료하자마자 텔레포트로 사라져 버렸다.

혼자 남겨진 브리짓은 한참 동안이나 굳어 있다가 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살았군.”

애비게일 카르타는 그녀에게 당부했다.

절대로 서용우와 적대하지 말라고.

브리짓은 존경하는 스승이자 어머니의 말씀을 무조건 지킬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마음 한편에는 자신감이 있었다.

설령 일이 꼬여서 그와 적대하게 된다 해도, 자신은 그에게 당한 두 명의 구세록의 계약자처럼 호락호락하지는 않을 거라는 자신감이.

하지만 용우를 직접 만나보니 그 자신감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저건 괴물이야.’

그녀가 보아온 각성자들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무언가다.

브리짓은 그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으윽…….”

그때 휴고가 정신을 차리고 신음했다.

그는 눈을 뜨자마자 벌떡 일어났다.

“브리짓! 무사해?”

“…….”

“다행이다. 그놈은 어떻게 된 거야? 혹시 그놈이 너한테…….”

호들갑을 떠는 휴고를 빤히 바라보던 브리짓은 한숨을 푹 쉬었다.

“휴고.”

“응?”

“이리 좀 와봐. 머리 좀 숙이고.”

“응? 이, 이렇게?”

휴고가 그 말에 따라서 머리를 숙이자 브리짓이 그의 머리를 인정사정없이 쥐어박았다.

“크억, 무슨 짓이야?”

“원래 비 오는 날 먼지 나도록 패줄 생각이었는데 그걸로 봐줄게.”

그 말에 휴고가 억울한 표정을 지었지만 브리짓은 코웃음을 쳤다.

“돌아가자. 일단 네가 사고 쳐서 뒷수습으로 4억 달러를 지출하게 됐다는 사실을 보고해야 하거든.”

“어, 그러고 보니까 그 자식이랑 무슨 이야길 한 거야? 응? 그 자식 영어도 잘하는데 왜 한국어로 이야기한 건데? 혹시 그 자식이 너한테 흑심을 드러내거나 그런 건 아니지?”

휴고는 안절부절못하며 물어봤지만 브리짓은 한심하다는 눈길을 보내줄 뿐 싹 무시해 버렸다.

Chapter25 직접 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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