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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세계의 귀환자-77화 (77/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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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레나 엔조 모로는 휴고 스미스에 대해서도 의문을 품었다.

애비게일 카르타는 정보 공간을 비롯한 구세록의 접촉 권한은 스스로 쥐고 있으며, 성좌의 무기를 이용한 전투 능력은 브리짓 카르타에게 물려주었다.

그리고 휴고 스미스와도 연결 고리를 두고, 그가 일반적인 각성자의 규격을 넘어서는 힘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었다.

“브리짓 카르타, 첫 번째 협상 내용이다.”

용우가 선언했다.

“난 이제부터 무조건 이놈하고 싸울 거다. 너희들에게 거부권은 존재하지 않아. 하지만 옵션을 제공해 주지.”

“옵션?”

“이놈을 살려서 보내주는 데 2억 달러. 그리고 재기 불능으로 만들지도 않고 보내주는 데 다시 2억 달러.”

“뭔 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휴고가 으르렁거렸다. 그는 한국어를 몰랐기에 용우가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자신을 보는 시선이나 여유 만만 한 태도가 신경을 건드렸다.

“어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두 편 만들 돈으로 미국 헌터 업계의 슈퍼스타를 살릴 수 있다면 싸게 먹히는 셈이겠지?”

“…….”

브리짓은 식은땀을 흘리며 용우를 바라보았다.

용우는 기다려 주지 않았다.

“내 시간은 네 시간하고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비싸. 빨리 선택하라고.”

동시에 공간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일루전 큐브!

후우우우우!

용우를 중심으로 투명한 빛의 큐브가 형성되더니 순식간에 확장되어 갔다.

큐브가 확장하면서 휴고와 브리짓을 지나쳤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다. 두 사람은 그 사실에 당황했다.

‘허공장이 반응하지 않았어. 환영인가?’

휴고와 브리짓은 둘 다 체외 허공장 보유자였다. 그런데 아무런 반응도 없다니?

“보는 눈이 있겠지. 하지만 이젠 못 봐.”

용우는 조금 전에 격추시킨 광학미채 드론 말고도 다른 관측 수단이 이곳을 향하고 있으리라 확신했다.

이제부터 이곳에서 하는 일을 기록당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기에 일정 범위 안쪽의 상황을 바깥에서 알 수 없도록 만드는 환영 스펠을 사용한 것이다.

구우우우웅!

이어서 공간 간섭계 스펠, 오버 커넥트가 발동하면서 허공에 새카만 구멍, 워프 게이트가 뻥 뚫렸다.

그리고 휴고가 자기도 모르게 거기에 시선을 주는 순간, 용우가 그 옆으로 블링크해서 그를 밀어 쳤다.

팍!

하지만 휴고는 그 짧은 순간에도 반응해서 용우의 공격을 막았다.

“제법이군.”

용우는 감탄했다는 듯 웃었다.

펑!

그리고 폭음이 울려 퍼지며 휴고가 워프 게이트를 향해 튕겨 나갔다.

“이, 이 자식……!”

휴고가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그의 몸이 워프 게이트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10초만 열어두지.”

용우는 놀리듯이 말하고는 워프 게이트로 들어갔다.

망연해져 있던 브리짓은 이를 악물고 그 뒤를 따랐다.

‘휴고, 돌아가면 흠씬 두들겨 패주겠어!’

그런 흉악한 결심을 하면서.

* * *

용우는 이제 소멸한 게이트 안의 좌표를 다수 확보해 두었다.

그 말은 즉 지구의 기술로는 관측할 수 없는, 비밀스러운 공간을 손에 넣었다는 뜻이다.

그 공간은 혼자 훈련할 때도 유용하지만, 역시 이런 때 유용하다.

쉬익!

용우가 워프 게이트에서 나오자마자 휴고가 공격해 왔다.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서도 냉정하게 기다리고 있다가 소리 없이 기습을 가한 것이다.

게이트에서 나오는 용우의 바로 옆을 노리고 휴고의 주먹이 날아들었다.

-블링크!

하지만 용우는 공간 이동으로 피해 버렸다.

주먹이 허공을 가르자 휴고는 곧바로 몸을 돌리면서 팔을 휘둘렀다.

-라이트닝 블로!

용우가 블링크를 썼을 때 자신의 뒤를 점했던 것을 기억하고 한 행동이었다.

‘뒤가 아니야?’

휴고는 뒤에 용우가 없다는 걸 확인하자마자 다음 행동을 선택했다.

파지지직!

체외 허공장이 펼쳐지면서 격심한 스파크가 일었다.

‘거기구나!’

휴고가 스파크가 발생하는 지점으로 발차기를 날렸다.

투아아앙!

공기가 찢어지면서 두 사람이 서로 반대편으로 물러났다.

“이게…….”

하지만 휴고와 격돌한 것은 용우가 아니었다.

“무슨 짓이지, 휴고?”

용우와 교섭할 때의 예의 바른 태도는 온데간데없이 흉악한 기세를 발하는 브리짓이었다.

구구구구구…….

그녀의 감정에 반응한 마력 파동이 주변을 뒤흔들었다.

흙먼지가 그녀를 감싸며 일어 오르는 것은 그녀의 분노가 유형화되어서 눈에 보이는 것만 같은 광경이었다.

“브, 브리짓?”

당황한 휴고가 침을 꿀꺽 삼켰다.

“잘들 논다.”

그때 용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 전까지 한국어로 말하던 것과 달리 능숙한 영어로 말하고 있었다.

휴고가 목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용우가 삐딱한 자세로 웃고 있었다.

“혼자서 잘 노는군. 재미있었어, 아메리칸 슈퍼스타.”

“날 아나 보군.”

“얼마 전까지는 몰랐는데, 세계 최고 마력 보유 기록을 경신했다고 해서 알게 됐지.”

휴고 스미스.

6세대 각성자인 그는 올해 포브스지에서 뽑은 헌터 업계의 TOP 헌터 100인방에서 5위에 랭크된 바 있는 정상급 헌터였다.

전투에 있어서 다방면에 유능한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경력이 채 3년이 안 되면서도 50미터급 게이트 제압 작전에 2번이나 참가했다. 얼마 전에는 마력이 페이즈13으로 성장하면서 전 세계 최고 기록을 경신하기도 했다.

또한 그는 7세대에서도 넘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소리를 들었던 기록을 세운, 전 세계 6세대 각성자 중 각성자 튜토리얼 최고 득점자였다.

“아메리칸 헌터 파이팅 토너먼트의 2연속 챔피언이라지?”

“그걸 알면서도 내 앞에서 자신만만한 거냐?”

“네가 혼자 노는 꼴을 보니 없던 자신감도 솟아날 지경인데.”

“…….”

용우의 빈정거림에 휴고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리고 룰이 있는 게임에서 강하다고 해봤자 그게 내가 무서워해야 할 이유는 안 돼.”

“그래. 어디 덤벼봐. 브리짓한테는 손가락 하나 못 댄다.”

“…….”

그 말에 용우의 표정이 묘해졌다.

휴고가 눈살을 찌푸렸다.

“왜?”

“아니, 뭔가 대단히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여기서 두들겨 맞고 질질 짤 사람은 너밖에 없어. 브리짓 카르타는 그걸 보고 나한테 돈을 낼 사람이지.”

“뭐?”

휴고가 당황해서 브리짓을 바라보았고, 브리짓은 한숨을 푹 쉬고는 말했다.

한국어로.

“4억 달러, 내겠습니다. 그걸로 이 무례는 잊어주시면 좋겠는데요.”

“역시 미국이야. 화끈하군. 그 화끈함을 봐서 그렇게 해주지.”

“대신 조건은…….”

“물론 지켜준다.”

휴고가 당황했다. 두 사람이 한국어로 떠들어대서 뭔 소리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어, 잠깐만. 지금 무슨 이야기하는 거야? 응? 브리짓, 나한테도 설명해 줘.”

“잘해봐. 0세대 각성자의 전투 데이터를 관측할 찬스를 아주 비싼 돈을 주고 산 거니까 아무쪼록 내 일을 망친 것만큼은 열심히 싸워주면 좋겠어.”

“어, 어어?”

브리짓이 싸늘하게 말하자 휴고는 울상을 지었다.

그리고…….

투학!

유유히 접근해 온 용우가 날린 호쾌한 발차기를 막은 휴고가 이를 갈았다.

“젠장!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하여튼 네놈을 때려눕히면 된다는 건 안 변한 거지? 덤벼!”

휴고에게서 마력 파동이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제법이군.’

그것을 보며 용우가 싸늘하게 웃었다.

휴고는 마력의 통제력이 대단히 뛰어났다. 일전에 함께 작전을 수행했던 차준혁과 비등한 수준이니 천재라고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멘탈 부스트!

휴고는 곧바로 달려들지 않고 인지 속도를 가속시키는 스펠을 걸었다.

그것만이 아니다.

-피지컬 부스트!

정신과 육체를 함께 가속시키는 고위 가속 스펠까지 걸고 용우에게 뛰어들었다.

그 속도는 이미 인간의 한계를 아득히 초월했다 일반인의 눈앞에서 움직이면 아예 궤적조차 좇을 수 없으리라.

휭!

그는 용우 앞에서 옆으로 방향을 틀더니, 다시 땅을 박차고 맹수처럼 뛰어들었다.

하지만 그렇게 가한 공격은 허공을 가른다.

휴고의 무시무시한 속도에도 불구하고 용우는 그의 움직임을 똑똑히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파직!

용우는 피하는 것과 동시에 전광석화처럼 잽을 날렸다.

그 잽이 휴고의 허공장을 가볍게 두드려서 스파크를 터뜨리고…….

쾅!

휴고가 반응하는 순간, 용우가 바로 그 지점에 킥을 때려 넣었다.

폭음이 울리며 휴고가 5미터나 튕겨 나갔다.

‘컥, 뭔 위력이 이래?’

휴고는 허공장을 통해 전달되는 충격에 오싹해졌다.

용우는 별다른 준비 동작도 없이 대각선 궤도로 올려 차는 미들킥을 날렸다. 근데 그 위력이 휴고가 혼신의 힘을 다해 날린 라이트 훅을 능가했다.

용우가 손가락을 들어 그를 가리키며 말했다.

“혹시 이게 격투기 시합이라고 생각하고 있나?”

“뭐?”

“룰이 있는 격투기 시합은 TV 카메라가 비출 때나 하도록 해.”

동시에 용우의 손가락이 섬광을 발했다.

“잠깐……!”

-염동충격탄!

극초음속의 에너지탄이 날아들었다.

콰아앙!

굳이 총기를 통해서 증폭하지 않았는데도 엄청난 탄속이었다. 휴고는 피할 틈도 없이 직격당했다.

“반응속도가 상당하군.”

하지만 용우는 감탄했다.

휴고가 그 짧은 순간에 스펠을 전개, 방어막을 펼쳐서 에너지탄을 막아냈기 때문이다.

가속 스펠을 중첩해서 걸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놀라운 반응속도다. 용우가 지금까지 본 모든 각성자를 통틀어 최고였다.

“…진짜로 죽일 셈이냐.”

휴고의 표정이 무섭게 굳었다.

용우는 굳이 오해를 정정해 주지 않았다.

미국의 차세대를 책임진다는 평가를 받는 헌터의 실력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온다면 나도 어쩔 수 없지.”

각오를 굳힌 듯한 휴고에게 용우가 물었다.

“이제야 그런 소리가 나오나? 네가 가한 공격은 살의가 없어도 사람이 죽기에 충분한 위력이었는데?”

“체외 허공장이 있는 놈이 그 정도에 죽을 리가 없잖아.”

휴고 입장에서는 충분히 힘 조절을 한 공격이었다는 뜻이다.

“브리짓이랑 무슨 이야길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휴고의 눈이 빛났다.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그리고 그의 몸이 푸른빛으로 뒤덮여 간다.

‘에너지 스킨.’

근접 전투계 각성자들이 즐겨 쓰는 방어 스펠이다.

그리고 휴고가 그다음에 보여준 것은 용우를 놀라게 했다.

우우우우우우!

휴고의 등 뒤에서 빛의 원이 나타났다.

그의 양쪽 어깨에서 뻗어 나온 빛의 선이 원형을 이루면서, 휴고의 마력이 그 안으로 집중되어서 고속 회전 하기 시작한다.

“배틀 서클. 지구에도 구현한 놈이 있었군.”

그렇게 중얼거리는 용우는 즐거워 보였다.

* * *

각성자들에게는 스펠은 아니지만 마력을 이용해서 특수한 효과를 내는 기술들이 존재한다.

그중에는 용우도 애용하는 촉진이 가장 대표적이다.

용우에게도 그런 기술들이 있어서, 예를 들면 엔조 모로와 싸울 때 총격의 위력을 증폭시켰던 빛의 고리도 그런 기술 중 하나였다.

마력을 추가적으로 소모해서 원거리 타격용 스펠의 위력을 증폭시키는 기술로 ‘사냥꾼의 축복’이라고 불린다.

배틀 서클은 마력 소모량이 커지는 대신 출력을 대폭 증가시켜 주는 기술이다. 단기전에는 최고의 기술이지만…….

‘유행이 지난 지 오래긴 하지만.’

어비스의 중반기쯤까지 유행했던 기술이다. 이후 또 다른 대응법이 확립되고, 보다 리스크가 적은 기술이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묻혀 버렸다.

하지만 그 기술을 지구에서 보자 감회가 새로웠다.

지구의 각성자들은 놀랍도록 능숙하고 발전되어 있다.

그것은 문명의 힘이다. 마력 성장법, 훈련법, 그리고 컨트롤에 대해서도 최적의 효율을 보이는 방법이 이론화되어서 이미 최단시간에 성장하기 위한 길이 결정되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용우가 보기에 각성자 연구는 마력 컨트롤 분야에서는 의외로 정체되어 있다.

이것은 지구의 각성자들의 재능이 부족해서는 아니다.

그저 서로가 처한 환경에 따라서 절박하게 추구하는 가치가 달랐을 뿐이다.

어비스의 각성자들은 어떻게든 본인의 피지컬 이상의 파괴력을 낼 방법을 고심해야만 했다. 그러지 않으면 끝없는 전장에서 생존할 수 없었으니까.

하지만 지구의 각성자들은 그럴 필요가 없다.

그들의 전투 기술은 맨몸으로 싸우는 것을 전제로 삼지 않는다.

첨단 전술 시스템을 십분 활용하며, 스펠의 위력을 증폭시켜 주는 장비를 얼마나 잘 쓰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배틀 서클은 마력 컨트롤을 극한까지 연구해야 발견할 수 있는 가능성의 일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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