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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좌의 힘을 받아들여 변신하는 것이야말로 성좌의 힘이 깃든 무기를 완벽하게 쓰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그 과정을 거쳐야만 무기에 잠재된 거대한 힘을 완벽하게 끌어낼 수 있다.
용우도 연구 결과로 그 사실을 알아냈지만, 그럼에도 변신하는 것을 거부한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연구 중에 변신을 시도해 본 결과, 성좌의 힘이 자신을 잠식하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그것은 용우에게는 익숙한 감각이었다.
‘타락체.’
어비스에서 만난 최악의 적, 타락체가 각성자를 오염시켜서 타락체로 만들려고 할 때의 감각이 그랬다. 타락체가 발하는 오염의 힘에 마력 기관을 잠식당하던 그 감각과 너무나 흡사하다.
그것은 용우에게는 견딜 수 없는 불쾌감과 위기감을 느끼게 만들어서, 용우는 변신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었다고는 하지만… 확실히 아슬아슬하긴 하군.’
용우는 변신을 거부한 채로 엔조 모로와 싸우는 것이 다소 성급한 선택이었음을 인정했다.
우희를 납치하려고 했다는 사실에 분노하여 곧바로 저질러 버리기는 했지만, 승리를 확신하기에는 아슬아슬한 부분이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우위를 점하며 승리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과정을 살펴보면 반성할 점투성이다.
‘앞으로 상대할 놈들은 더 경계하겠지.’
엔조 모로와의 전투에서 우위를 점한 것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미켈레를 죽였을 때와 비슷하다.
팔라딘을 통해서 정신체를 공격함으로써 그의 컨디션을 최악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싸울 준비가 되지 않은 그를 느닷없이 납치한 후에 심리를 흔들어대면서 함정으로 큰 타격을 입혔다.
이 두 가지 작업이 선행되지 않았다면 엔조 모로와의 싸움은 훨씬 힘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는 이렇게 쉽지 않을 것이다.
남은 구세록의 계약자들은 자신의 정체가 밝혀졌을 가능성과 불시에 기습당할 가능성을 염두에 둘 테니까.
‘반성은 나중에 하고… 일단은 끝을 내볼까?’
용우는 협곡으로 다가가서 빙설의 창의 마이너 카피를 던졌다.
콰직!
새하얀 빛의 궤적을 그리며 날아간 창은, 아직까지도 협곡 중간을 떨어지고 있던 엔조 모로의 몸통을 꿰뚫었다.
<……!>
엔조 모로에게서 고통스러워하는 정신파가 울렸다.
그 정신파는 언어화되어 있지 않다. 그는 지금 언어화된 사고를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으니까.
용우는 그가 있는 곳까지 내려와서 협곡의 벽에 달라붙었다.
그리고 허공에 박제되듯이 멈춘 그를 내려다보며 웃었다.
“너희들은 초대형 전함을 사람 모양으로 축소해 놓은 것 같아. 정말이지 화력으로 때려 부수는 데 특화되어 있군.”
엔조 모로는 원거리 화력전을 벌일 때는 꽤 능숙하고 강력한 모습을 보였다. 멀쩡한 컨디션으로 붙었다면 화력전에서는 현 시점의 용우를 능가했을 것이다.
용우가 추측하건대, 그것은 강력한 고등급 몬스터를 공략하는 데 특화된 전투 기술이었다.
그리고 그렇기에 그는 인간을 상대로 싸우는 법을 몰랐다.
엔조 모로는 인간과 싸울 일이 있으면 거대한 힘으로 찍어 누르면 그만이었을 것이다. 그와 다른 인간 사이에는 그 어떤 신묘한 기술도 의미 없을 정도로 아득한 힘의 격차가 있으니까.
하지만 대등한 수준의 적 앞에서 그는 허무할 정도로 쉽게 바닥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용우는 몬스터들은 쓰지 않는 수단, 함정이나 속임수가 신기할 정도로 잘 먹히는 것을 보면서 그런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른 놈도 그 점은 마찬가지겠지. 하지만 인식만 달라져도 이 정도로 쉬운 상대는 아닐 거야.”
용우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엔조 모로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대폭발이 그를 무력화시켰지만, 그는 아직 살아 있다. 그리고 회복 중이다.
대지의 로드가 그렇게 만들고 있다. 사용자의 의식이 갈가리 찢겼는데도, 그 몸을 잠식한 성좌의 힘이 강제로 생명을 유지하고 사고 능력을 회복시키는 중이다.
콰직!
물론 용우는 그것을 두고 볼 마음이 없었다.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엔조 모로를 차근차근 파괴해 간다.
팔다리를 잘라내고, 대지의 로드를 협곡 바닥으로 떨어뜨린다. 그리고 몸에 저주의 스펠을 실은 나이프를 찔러놓고 언제든지 발동할 수 있도록 만든다.
<아, 아악……!>
엔조 모로의 사고 능력이 회복되기까지는 5분 정도가 걸렸다.
“회복이 빠르군. 상태를 보면 그대로 백치가 되었어도 이상하지 않았는데.”
용우는 그렇게 말하며 그를 끌고 협곡 위로 올라왔다.
<주, 죽여라…….>
엔조 모로는 절망했다.
완벽한 패배였다. 반전의 여지는 조금도 없었다.
“응?”
그러자 용우가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지경이 되어서도 왜 그리 오만한 거야?”
<뭐라고?>
“왜 네가 죽고 살고를 너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
엔조 모로는 밀려드는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자신을 내려다보며 장난스럽게 웃는 용우가 악마처럼 보였다.
“네놈들이 만든 팬텀에서 모르모트 취급 한 사람들도 똑같은 심정이었겠지. 그걸 이해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자.”
<그건…….>
“그건 뭐?”
<인류를 지키기 위한 일이었다!>
엔조 모로가 필사적으로 변명했다.
<우리는 마모되어 가고 있었다. 한번 빙의할 때마다, 강적을 만나 파괴될 때마다…….>
그들은 광기에 시달렸다.
자신이 빙의했던, 죽은 자의 악몽에 시달리고 산 채로 죽음을 유사 체험 한다. 그 감각을 몇 번이고 반복하는 것은 지옥과도 같았다.
“흐음, 그래서?”
<필요한 일이었다. 우리가 없으면 인류는 벌써 멸망했어. 우리들, 구세록의 계약자라는 시스템이 계속 기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대안을 개발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인체 실험은 불가피했다.
인간을 모르모트로 사용하지 않으면 전혀 성과를 낼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어차피 우리가 없으면 살아갈 수도 없는 것들이다. 자기를 지킬 힘도 없고, 세상에 도움도 안 되는 것들을 써서 세상을 지킬 가능성을 찾아낸 거다. 오히려 무가치한 쓰레기들에게 가치를 준 것 아닌가?>
“그렇군.”
엔조 모로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던 용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생각으로 너를 대하면 된다 이거지?”
<뭐?>
“무가치한 쓰레기인 너에게 가치를 줄게. 너보다 훨씬 소중한 내가 구세록의 계약자들에 대해서 알기 위해서 네가 완전히 파괴될 때까지 실험해 봐야겠어. 미켈레를 해체한 것만으로는 만족할 만큼 알아내지 못했거든.”
<아, 안 돼…….>
엔조 모로는 허우적거리며 물러나려고 했다.
하지만 그의 팔다리는 잘려 나간 상태다. 벌레처럼 꿈틀거릴 뿐 그 자리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차근차근 알아보자. 구세록의 계약자들이 얼마나 튼튼한지, 구세록이 너희들에게 준 성좌의 힘이 무엇인지…….”
용우는 나이프를 빙글빙글 돌리며 웃었다. 장난감을 발견한 아이처럼 웃는 그 얼굴에서는 광기가 넘실거리고 있었다.
“네가 해도 되는 것은 내게 쓸모 있을 것 같은 정보를 나불거리는 것뿐이야. 내가 판단해서 쓸모 있는 이야기라면, 그걸 듣는 동안에는 고통을 멈춰주지. 그럼 시작하자. 빨리 죽고 싶으면 부지런히 떠들어야 할 거야.”
용우는 그렇게 말하며 나이프를 엔조 모로의 몸통에 찔러 넣었다.
* * *
그날 저녁, 백원태가 용우의 집으로 찾아왔다.
“그 시신은 게이트 재해 연구소 쪽에서 가져갔습니다.”
백원태가 말한 시신은 팔라딘으로 변신했던 남자의 시신이었다.
용우가 말했다.
“권 박사가 좋은 샘플이 생겼다고 좋아하겠군요.”
“그분이 괴짜이긴 하지만 시신을 보고 좋아할지는 모르겠군요.”
어깨를 으쓱하던 백원태는 문득 용우의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 챘다.
“왜 그럽니까?”
“괴짜라… 확실히 이상한 사람이죠, 권 박사는.”
“뭐 천재들은 다 그렇지 않습니까? 마력학에 있어서는 역사에 한 획도 아니고 몇 획을 그은 천재니…….”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요?”
“네?”
“퍼스트 카타스트로피 당시 대학 졸업반으로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던 사람이, 그 후에는 전장에서 구르다가 인류가 그 위기상황에서 문명을 지켜내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정말로 드라마틱한 인생이다.
그리고 위대한 인생이기도 했다. 용우는 권희수가 이룬 업적이 얼마나 되는지를 알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권희수의 업적은 헌터 업계에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사실 학계에서 가장 대단하게 보는 부분은 바로 마력학의 기초를 정립했다는 점이다.
한국의 권희수
일본의 나카모토 사유키
대만의 리우 샤오화
미국의 마이클 브래드
독일의 프란츠 슈하이머
이들 다섯 명이 전세계에서 인정하는 마력학의 최고 권위자들이다.
권희수 뿐만 아니라 다들 지금의 세계를 지키는데 반드시 필요한 기술들을 개발한 인물들이기도 하다.
이들의 가장 대단한 점은 마력학의 기초를 정립했다는 점이다.
모두가 감조차 못 잡던 마력이라는 에너지의 실체를 파악하고, 기존의 과학 이론을 통해서 접근할 수 있는 기초를 정립해낸 것이 영원히 칭송받을 그들의 공로였다.
“확실히 인류에게 있어서는 구원의 빛 같은 사람들입니다. 존재 자체가 기적이었죠.”
고개를 끄덕인 백원태가 물었다.
“권 박사에 대해서 뭔가 걸리는 점이라도 있는 겁니까, 용우 씨?”
“…….”
용우는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한참 동안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지금 말할 단계는 아닌 것 같습니다. 확실해지면 말하죠.”
“알겠습니다.”
백원태는 더 캐묻지 않고 깔끔하게 물러났다. 그리고 원래 물으려던 것을 물었다.
“그나저나 이번 일은 어떻게 된 겁니까?”
“아마 내일쯤에는 프랑스 언론이 소식을 터뜨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음? 갑자기 웬 프랑스입니까?”
“팀 에스쁘아의 CEO 엔조 모로가 사라졌으니까요.”
“……!”
백원태는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
잠시 용우를 바라보던 그가 물었다.
“그를 처리한 겁니까?”
용우는 미켈레를 처리했을 때 알아낸 정보 대부분을 백원태에게도 공유해 주었다. 그렇기에 백원태도 엔조 모로가 구세록의 계약자의 일원임을 알고 있었다.
“예.”
“당분간은 놔두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럴 생각이었습니다만…….”
용우가 구세록의 계약자들을 보는 시선은 미묘했다.
팬텀이라는 조직을 만들고 운영한다는 사실 때문에 그들을 용서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미켈레와 엔조 모로를 고문해서 얻은 정보에 의하면, 그들 중 팬텀의 주인은 셋뿐이고 나머지 넷은 관계가 없었다.
굳이 죄목을 따지자면 적극적으로 팬텀을 막지 않고 방치했다는 것 정도?
하지만 미켈레와 엔조 모로에게서 캐낸 정보를 대조하고 종합해 본 결과, 구세록의 계약자들의 관계는 생각했던 것과는 달랐다.
그들은 인류를 지킨다는 목적으로만 힘을 합칠 뿐이다.
서로 친밀하지도 않았고, 서로를 신뢰하지도 않았다.
그러기는커녕 서로를 증오하면서도 입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내버려 두는 경우도 있었다.
“지금 시점에서 놈들은 필요악이지만…….”
미켈레와 엔조 모로는 팬텀이라는 거대한 악을 만들어내고 퍼뜨리는 놈들이지만, 동시에 인류가 감당할 수 없는 위협으로부터 세상을 지켜온 자들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그들은 유럽을 적극적으로 지켜왔다. 그들이 사라지는 순간 유럽은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위협에 노출될 것이다.
그 점 때문에 용우는 팬텀의 주인, 엔조 모로와 허우룽카이를 처리하는 것을 뒤로 미뤘다.
그러나…….
“세상에 필요하든 말든, 우희를 건드린 놈을 살려둘 생각은 없습니다.”
세상의 중심을 차지한 악당이 말한다.
‘나를 죽이면 세상이 망해. 내가 악행을 저지르든 말든, 나를 건드리면 수많은 죄 없는 사람들이 피해를 봐. 너는 엄청난 죄를 저지르는 거야.’
구세록의 계약자들끼리는 그런 논리가 통용되었다.
다른 누군가를 상대로는 통용되든 말든 상관없었다. 그들은 인간 상대로는 절대적인 힘의 소유자였으니까.
하지만 용우 앞에서 그들이 당연하다고 믿었던 것들은 철저하게 무너져 내렸다.
용우가 그런 것을 고려하는 것은 싸움이 일어나기 전까지다. 일단 싸우기 시작하면 용우는 적에게 무슨 사정이 있든 전혀 고려해 주지 않았다.
백원태가 물었다.
“나머지는 어쩌실 생각입니까?”
“굳이 절 먼저 건드리지 않는다면 당분간은 놔둘 겁니다. 아직은 대안을 마련하지 못했으니까요. 하지만 언제가 됐든 허우룽카이라는 놈은 처리해야겠죠. 놈이 먼저 움직일 수도 있지만… 그 건에 대해서는 대비를 더 철저히 해둘 겁니다.”
용우는 이미 구세록의 계약자 전원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백원태도 마찬가지였다.
이 정보를 백원태에게 알려줬을 때, 그는 다니엘 윤이 그중 하나라는 것을 알고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다니엘 윤이 각성자가 아니기 때문은 아니었다.
그런 힘을 가졌으면 이 나라를 쥐락펴락하면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해도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다니엘 윤은 그런 존재가 아니었다.
헌터 업계의 실세 중 하나긴 하지만 그 영향력은 백원태나 오성준보다 떨어진다. 정부가 외국인이 많은 팀 이그나이트에 불리한 정책을 발표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헌터 업계 3위의 팀을 키워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히 유능한 인물이라고 평가할 만하지만, 그뿐이다.
백원태는 다니엘 윤에게서 초월적인 힘의 편린을 엿본 적이 없었다.
백원태는 현역으로 활동할 당시에는 몇 번이나 구세록의 계약자, 그중에서도 광휘의 검이 나타난 덕분에 목숨을 건졌다. 백원태는 사실상 퍼스트 카타스트로피 이후 한국이 지금처럼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도 광휘의 검이 한국에 있어서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다니엘 윤이 구세록의 계약자라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
백원태가 물었다.
“그럼 용우 씨는 지금… 빙설의 창과 대지의 로드를 다 가진 겁니까?”
“대지의 로드는 봉인했습니다.”
“음? 그건 무슨 소립니까?”
“성좌의 힘이 담긴 무기 두 개를 한 사람이 동시에 갖는 건 불가능했습니다.”
용우는 엔조 모로에게 죽음을 대가로 대지의 로드의 소유권을 계승받았다.
엔조 모로 역시 계승자를 결정해 두지 않았기에 그 과정에 도달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대지의 로드의 소유권을 계승하는 순간, 상상도 못 한 반발력이 일어났다.
“그대로 내버려 뒀다면 아마 거기에 있던 모든 게 증발해 버렸을 겁니다.”
위기감을 느낀 용우는 빙설의 창을 아공간에 집어넣었고, 그렇게 하자 반발력이 약간이나마 줄어들었다.
그 상태에서 용우는 자신을 어비스에서 살아남아 돌아오게 해주었으며, 동시에 12년이라는 시간을 앗아간 그 스펠을 사용했다.
봉인(封印).
하지만 빙설의 창 없이 대지의 로드를 봉인하기에는 지금 용우의 마력으로도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마력석을 있는 대로 꺼내서 썼는데… 아까 전에 체크해 보니 거의 1톤 가까이 쓴 것 같습니다.”
“…….”
그 말에 백원태는 입을 쩍 벌렸다.
다른 각성자들과 달리 용우가 마력석을 직접적인 전투 자원으로 쓸 수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1톤이라니?
대지의 로드를 봉인하기 위해 수천억을 쓴 셈 아닌가?
“그 정도면 싸게 먹힌 셈이긴 합니다만.”
“아니, 그게…….”
용우의 말에 황당해하던 백원태는 곧바로 생각을 바꿨다.
“음, 생각해 보니 그렇군요. 그게 전략 핵무기급의 위험이 당장 터질 것 같은 상황이라고 하면… 그걸 봉인해 두는 데 1조 원도 안 들었다면 확실히 싸게 먹힌 셈입니다.”
“어쨌든 이제부터는 좀 적극적으로 움직여 볼까 합니다.”
“적극적이라니요?”
“구세록의 계약자들과 언제 적대해서, 언제 죽이게 될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구세록의 계약자들의 사이가 미묘하다지만 그들의 일원을 몇 명이나 죽인 자신에게 적의를 품지 않을까?
용우는 그 점에 회의적이었다.
“그러니까 놈들이 사라지는 상황에 대비해야겠습니다. 일단 팀 크로노스와 팀 블레이드에 스펠 스톤을 공급해 드리죠.”
“정말입니까?”
백원태는 깜짝 놀라자 용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다만 잠재력이나 전투 능력이 아니라 신뢰할 만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지요. 어차피 밝혀지게 될 비밀이지만 최대한 뒤로 미루고 싶긴 하니까.”
“알겠습니다.”
“그리고 값은 잘 쳐주시리라 믿습니다.”
“물론입니다만, 괜찮겠습니까?”
용우의 스펠 스톤은 그가 0세대 각성자라는 사실 이상으로 거대한 폭탄이었다.
세상에 알려지면 그 후폭풍은 어마어마할 것이다. 그것은 각국이 용우를 독점하기 위해 전쟁도 불사할 만한 비밀이었다.
“이젠 괜찮습니다.”
용우는 스펠 스톤 하나를 꺼내서 손안에서 빙글빙글 돌리며 말했다.
“준비가 됐으니까요.”
이제는 그럴 준비가 되었다.
용우는 백원태에게 그 사실을 선언하며 미소를 지었다.
Chapter24 유통기한의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