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세계의 귀환자-70화 (7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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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3주가 지나 7월 말이 되었다.

용우는 배틀 힐러 서용우로서 일을 나와 있었다.

“포인트 42 클리어.”

용우가 있는 곳은 재해 지역인 강원도였다.

강원도는 퍼스트 카타스트로피 이후 한반도에서 전술핵이 떨어졌던 지역 중 하나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 방사능 제거 기술이 실전 투입된 지 몇 년이 지났음에도 강원도는 여전히 무인 지대로 남아 있었다.

왜냐하면…….

[암흑호랑이와의 거리는 17킬로미터. 현재까지 움직임 없음.]

8등급 몬스터 암흑호랑이가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살 떨리는군요.”

용우 옆에서 그렇게 말한 군인은 박 소령이라고 했다. 하지만 계급에 비해서는 젊다. 많아봤자 20대 후반 정도인 것 같았다.

그것은 그가 대통령 직속의 특수부대 소속이기 때문이다.

각성자를 포함한 특수부대 ‘호랑이 날개’.

각성자들이 주축이 된다는 점에서 그들은 헌터 부대와도 비슷하다. 하지만 그들의 평시 임무는 헌터들과는 달랐다.

그들의 임무는 게이트를 제압하는 것이 아니다.

강원도처럼 한반도에 존재하는 몬스터 점령 지대의 상황을 파악하고 몬스터 개체수를 줄이는 것이 그들에게 부여된 임무였다.

8등급 몬스터가 자리 잡은 곳은 인간이 제대로 관리할 수가 없다.

당연히 그곳에 게이트가 출현하면 거의 100% 확률로 게이트 브레이크로 이어진다.

몬스터 점령 지대의 몬스터 개체수는 시간이 지나면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고, 중간중간 개체수를 줄이지 않는다면 그들은 서식지를 넓힐 것이다. 호랑이 날개 부대는 그것을 막기 위해 존재하는 부대였다.

그들은 필요하면 육해공 모든 부대의 지원도 받을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지녔으며, 각성자들은 전원 대위 이상의 계급을 부여받았다.

또한 각성자 부대원들은 군인이면서도 매 작전 실적에 따른 인센티브를 마치 헌터 팀처럼 적용받아서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용우가 말했다.

“암흑호랑이는 주변에 신경을 안 쓰는 타입인가 보군요.”

17킬로미터 떨어져 있다고는 하나 몇 번이나 격렬한 전투가 있었다.

저등급 몬스터는 50개체 넘게 잡았고 4등급 몬스터도 5개체나 잡았다.

그런데도 암흑호랑이는 아직까지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박 소령이 말했다.

“15킬로미터가 마지노선입니다. 그 안쪽에서 전투를 벌였을 때는 100% 확률로 반응했습니다. 사실 지금도 아슬아슬하죠.”

“흠…….”

호랑이 날개 부대는 오늘 작전에서 욕심을 좀 부리고 있었다.

헌터 관리부를 통해서 용우를 불러들여서 참가시키자 사전에 설정한 목표보다 3할이나 높은 성과가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단하시군요. 아직 경력이 1년도 안 된 분이…….”

용우가 보기에 호랑이 날개 부대의 각성자들 실력은 중하위권 헌터 부대 정도 되는 것 같았다. 실제로 헌터로 뛰다가 스카우트되어 오는 케이스도 꽤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과 헌터 부대 사이에는 몇 가지 두드러지는 차이점이 하나 있었다.

일단 게이트 바깥에서 싸우는 게 전문이라 기본적인 전술 지침부터 차이가 났고, 헌터 부대가 게이트 제압 작전을 펼칠 때와는 전술 지원의 규모가 완전히 달랐다.

위성을 이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필요하다면 항공, 그리고 해상에서의 원거리 포격까지 마음껏 지원을 갖다 쓴다.

‘수익이 나면 좋긴 하지만 그게 목적이 아니다 보니 이럴 수도 있군.’

용우가 그 점을 흥미롭게 여길 때였다.

[용우 씨.]

그와 이곳까지 동행한 김은혜가 무전에 등장했다.

“무슨 일이지? 아직 작전 수행 중이다.”

[당장 지휘부로 돌아와 주세요.]

“뭐?”

용우가 눈살을 찌푸렸다.

“무슨 일이지?”

[무전으로는 말할 수 없어요. 하지만 급한 일입니다. 최대한 빨리 돌아와 주세요. 이미 지휘관님에게 당신의 철수 허가를 받았습니다.]

그 말에 용우는 불길함을 느끼며 지휘부로 후퇴했다.

작전 지역에 깊숙이 들어와 있었지만, 호랑이 날개 부대원들을 놔두고 혼자서 속도를 내자 돌아오기까지 채 5분도 걸리지 않았다.

“이제 설명해 봐.”

“잠깐만 이리로…….”

김은혜가 용우를 다른 사람들과 멀리 떨어진 곳으로 데려가더니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여동생분이 습격당했어요.”

“뭐?”

용우가 눈을 크게 떴다.

김은혜가 빠르게 말했다.

“습격한 그룹은 팬텀으로 추정. 경호원 중 2명이 사망했고 한 명은 중태. 지금은 시내 외곽에서 그들과 추격전을 벌이는 중이에요. 경찰이 뒤를 따르고 있는 중이고.”

“휴대폰.”

용우가 손을 내밀자 김은혜가 지휘부에서 맡아두고 있던 그의 휴대폰을 건네주었다.

“내가 또 알아둬야 할 사항은?”

김은혜는 무뚝뚝하게 묻는 용우의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소름이 끼쳤다.

그의 얼굴에 아무런 표정도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 오히려 더 무서웠다.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폭탄을 앞에 둔 기분이다.

김은혜는 바짝 긴장한 채로 말했다.

“습격자 그룹의 목적은 아마도 여동생분을 납치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리고 수송용 헬기 한 대를 이쪽으로 보내달라고 했으니 앞으로 10분 안으로…….”

“그건 됐어.”

“네?”

김은혜가 당황했다.

이런 상황에서 헬기가 필요 없다니?

“우희의 위치 정보를 내 휴대폰으로 보내줘. 그리고 여기 뒷수습을 부탁하지.”

“어쩌려고요?”

“헬기로는 늦어. 내가 알아서 간다.”

용우는 그 말을 끝으로 작전 지역에서 달려 나갔다.

-도약!

발을 구른 지점에서 빛의 고리가 발생, 그의 몸이 수십 미터 저편으로 날아올랐다.

“용우 씨, 잠깐만!”

김은혜가 당황해서 외쳤지만 용우는 순식간에 그녀의 시야 저편으로 사라져 갔다.

“아니, 아무리 당신이라도 강원도에서 서울까지 어떻게 헬기보다 빠르게 가겠다는 거야…….”

아직 용우의 능력을 다 알지 못하는 김은혜는 망연해져서 중얼거렸다.

* * *

집에서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평소와 다름없는 날이었다.

서우희는 아침 일찍 국방부의 의뢰를 받은 용우가 나가는 것을 배웅하고, 리사와 함께 집안일을 하다가 입시 학원에 가기 위해서 나왔다.

그녀가 외출 의사를 알리자 김경숙이 차를 준비했고, 다른 경호원들이 다른 차에 타고 뒤를 따랐다.

입시 학원 주차장에서 나오는 순간, 그 앞에 나타난 남자 하나가 총을 겨누었다. 그리고 얼어붙은 우희 옆에 있던 김경숙에게 쏘았다.

김경숙이 거기에 맞고 쓰러졌지만, 그녀는 방탄 소재의 옷을 입고 있었다. 또한 각성자라 몸이 비정상적으로 튼튼했기에 금방 다시 일어났다.

경호 팀의 대응은 빨랐다.

뒤따라오던 다른 경호원들이 남자와 격투를 벌였다.

하지만 남자는 혼자가 아니었다. 2층에 숨어 있던 저격수의 공격에 경호원 한 명이 팔다리를 맞고 쓰러졌다.

우희가 움직인 것은 이때였다.

그녀를 중심으로 전개된 허공장이 추가적인 저격을 막아냈고, 우희는 그 틈에 쓰러진 경호원을 원격 치료 스펠로 응급처치했다.

용우는 우희에게 체외 허공장까지 주었던 것이다.

하지만 우희가 경호원을 치료하는 동안 사방에서 무장한 남자들이 쏟아져 나왔다.

다른 경호원들이 그들을 막는 동안 김경숙이 서우희를 데리고 달렸다.

서우희를 차에 태운 그녀는 그대로 주차장을 빠져나가서 도주하기 시작했고, 습격자들이 그 뒤를 따라서 추격전이 시작되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우희는 갑자기 닥쳐온 일에 덜덜 떨면서도 현실감을 느끼지 못했다.

서울 한복판에서 총성이 울려 퍼지고 사람이 죽었다.

그리고 법 따위는 무서워하지 않는 듯한 미치광이들과 추격전을 벌이고 있다.

추격전은 생각보다 오래 계속되었다. 완전히 뿌리쳤다 싶으면 다른 루트로 따라온 차들이 다시 따라붙고, 다시 길을 이리 틀고 저리 틀어가면서 뿌리치는 일이 몇 번이고 반복되고 있었다.

“우희 씨, 꽉 잡아요!”

또 한 차례 추격을 떨쳐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쉴 때, 김경숙이 다급하게 외쳤다.

끼이이이익!

시 외곽의 한적한 도로를 질주하던 그들의 차량이 급브레이크를 밟으면서 옆으로 미끄러졌다.

“이런…….”

김경숙이 낭패한 표정을 지었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앞에 누군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현실감이 없는 광경이었다.

서울 한복판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신을 빈틈없이 새하얀 갑옷으로 두른 존재가 길고 가느다란 지팡이를 들고 서 있다니.

콰직!

그리고 그가 지팡이를 휘두르자 자동차의 보닛이 일격에 뜯겨 나갔다.

김경숙은 재빨리 문을 열고 내려서 팔라딘에게 전기 충격 봉을 겨누었다. 한국에서는 경호원이 합법적으로 지닐 수 있는 무장이라고 해봤자 이 정도였다.

“아, 이런…….”

문득 그녀는 옛 기억을 떠올렸다.

퍼스트 카타스트로피 때 몬스터들에게 집어삼켜진 북한을 탈출해서 남한으로 올 때의 일을.

벌써 13년 전의 일이다. 하지만 가족들과 함께 필사적으로 도망치던 그때의 기분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팔라딘은 말없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김경숙이 오른손으로 전기 충격 봉을 휘둘렀다.

텅!

팔라딘이 그것을 팔로 그것을 막아내는 순간이었다.

-마격탄!

김경숙의 왼손에서 발사된 에너지탄이 팔라딘을 강타했다.

콰앙!

증폭 탄두를 쓰지 않아도 마격탄은 일격으로 인간을 살해할 수 있는 위력이 있다.

김경숙은 마격탄을 쏘자마자 뒤로 물러나면서 제2격을 준비했다.

“아.”

하지만 그녀는 곧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팔라딘이 아무렇지도 않게 걸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격탄!

그리고 그녀를 향해 에너지탄을 쏘았다.

퍼어어어엉!

피할 수 없는 공격이었다. 김경숙은 자신이 죽었다고 생각했다.

‘허공장? 우희 씨가 또?’

하지만 어느새 그녀를 감싸듯이 펼쳐진 허공장이 목숨을 지켜주었다.

김경숙이 놀라서 아직 우희가 타고 있는 차를 바라보았을 때였다.

콰직! 콰지직!

갑자기 주변에서 뭔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당황한 듯 주변을 살핀 팔라딘은 곧 그것이 CCTV들이 부서지는 소리임을 알았다.

-용참격!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시퍼런 섬광의 궤적이 그어졌다.

섬광의 궤적이 그어지면서 팔라딘의 팔이 잘려 나갔다.

<……!>

전혀 예상치 못한 기습에 팔라딘에게서 당혹의 정신파가 흘러나왔다.

김경숙은 자기 앞에 나타난 사람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다, 당신은 누구죠? 어떻게 여기에?”

바깥에서는 안쪽이 보이지 않는 헬멧으로 얼굴을 감춘, 헌터용 배틀 슈트까지 갖춰 입은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차 꼴을 보니 안에 들어가 있는 건 좀 위험할 수도 있겠군. 좀 떨어져서 대기하세요.”

상대는 김경숙의 의문에 대답하는 대신 그렇게 말했다.

음성 변조기로 변조된 목소리의 주인은 바로 용우였다.

여기 오기 전, 제로로 활동할 때의 장비를 갖춘 것이다.

“그리고 당신의 경호 대상은 여기 없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죠?”

“무사히 피신시켰다는 말입니다. 전화 걸어보면 알 겁니다.”

김경숙은 혼란스러웠다. 지금 이 상황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상대는 설명해 줄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그리고 느긋하게 설명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기도 했다.

“역시 네놈들은 간이 부었어.”

용우가 팔라딘에게 한 걸음 다가가며 말했다.

이런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경호업체도 고용하고, 특별한 대응책도 준비해 두었다.

공들여서 준비한 덫에 적이 멋지게 걸려들었으니 기뻐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실제로 닥치고 나니 용우는 너무나 기분이 더러웠다.

“뒷일 생각 안 하고 막 나가면 다 무서워할 거라고 굳게 믿나 본데… 그 알량한 착각을 교정해 주지.”

등장하기 전, 팔라딘의 주의도 끌 겸 CCTV를 파괴했다.

‘사람은 없고.’

그리고 그 전에 차량의 블랙박스도 파괴해 두었으니 이제부터 하는 일이 영상으로 기록되는 일은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방해꾼이 오기 전에 끝내자.”

용우가 팔라딘을 맹습했다.

Chapter23 사자의 털을 뽑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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