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세계의 귀환자-66화 (66/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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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학!

용우가 내려친 양손 대검이 미켈레의 빙설의 창에 막혔다. 미켈레가 그대로 힘으로 용우를 밀어내려는 순간, 용우가 양손 대검을 놔버리고 물러났다.

꽈아아아앙!

동시에 양손 대검이 폭발하면서 미켈레의 시야를 가렸다.

-초열투창(焦熱投槍)!

그 짧은 순간, 용우가 아공간에서 육중한 돌격창을 꺼내서 스펠로 발사했다.

미켈레는 그것도 허공장으로 받아냈다. 그의 허공장은 7등급 몬스터 수준으로 강력해서 이런 공격조차도 정면에서 막아낼 수 있었다.

<크윽! 이 빌어먹을 놈이……!>

그러나 미켈레는 낭패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의 컨디션은 최악이다.

아니, 컨디션을 논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

부상이 너무 심각한 데다 싸울수록 악화되어 간다. 저주와 독성의 힘이 파괴된 몸을 내부로부터 잠식하는 것을 막는 것만으로도 필사적이다.

이런 상태로도 전투를 수행할 수 있다는 사실이 경이로울 정도다.

‘아, 안 돼.’

치료 스펠은 쓰는 순간 바로 결과가 나오는 스펠이 아니다. 집중해서 계속 스펠을 유지해야만 효과가 나온다.

용우가 그럴 여유를 주지 않았기에 미켈레는 전혀 부상을 회복하지 못했다. 상태가 계속 악화되기만 하고 있었다.

‘이대로는 위험하다.’

미켈레는 공포에 사로잡혔다.

이런 사태는 상상도 못 했다. 0세대 각성자가 규격 외의 존재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자신이 이토록 궁지에 몰릴 줄이야?

“겁먹은 거북이 흉내를 내기로 마음먹었나?”

방어에만 전념하는 미켈레를 용우가 비웃었다.

그러면서도 얼음처럼 차가운 눈으로 미켈레를 관찰하고 있었다.

‘출력이 떨어지는 게 눈에 보이는군.’

생명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어마어마한 마력을 소모하고 있는 게 적나라하게 보인다.

처음 변신했을 때 7등급 몬스터 수준이었던 마력은 6등급 몬스터 수준, 그것도 최저치에 가깝게 깎였다.

하지만 미켈레에게는 빙설의 창이 있다. 빙설의 창의 마력 증폭력이 엄청나서 어마어마한 화력으로 주변을 휩쓸어 버린다.

<한기에 저항하는 스펠이라도 지녔나 본데, 과연 이것도 버텨낼 수 있을까?>

미켈레 역시 자신의 상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잘 알고 있었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죽음이 가까워질 뿐이다.

‘이렇게 죽을 수는 없다. 이런 곳에서, 이런 놈에게!’

그렇기에 미켈레는 방어에 전념하면서 집중력을 쥐어 짜냈다.

-눈보라의…….

“그런 거 해도 된다고 허락한 적 없는데?”

순간 용우가 연극조로 말하며 엄지로 목을 긋는 시늉을 했다.

-아스트랄 플레어!

그러자 미켈레의 몸 안쪽에서 투명한 푸른 불꽃이 피어올랐다.

<아아아아악……!>

격통이 미켈레의 집중력을 끊어버렸다. 발동 직전이었던 스펠이 흩어지고 만다.

당해본 적이 있는 고통이었다.

셀레스티얼을 조종하다가 생각지도 못하게 맛본 그 고통이 아닌가?

“육체는 충분히 박살 냈으니, 다음은 정신체는 어떤지 볼 차례겠지?”

용우는 미켈레를 오버 커넥트로 끌고 오기 전에 많은 준비를 했다.

단순히 기습을 가하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그를 통해서 구세록의 계약자들이 가진 힘에 대해서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해야만 한다. 단순히 힘의 크기로만 비교하면 자신을 월등히 능가하는 적이라고 하더라도.

‘위력이 약해. 본인이 신경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저주나 스펠 설치에 대해서는 자체적인 중화 능력을 발휘하는 모양이군.’

원래대로라면 용우가 미켈레의 체내에 설치한 아스트랄 플레어는 지금 발화한 것의 2배 이상의 위력이 나와야 했다.

‘그렇다면 더 이상 전투를 길게 끌고 가는 건 리스크가 크다. 한 방에 역전되는 수가 있어.’

아직도 미켈레의 마력이 용우보다 위인 데다가 빙설의 창을 통한 증폭력이 무시무시하다. 여유 부리다가 한 방 잘못 맞으면 그것만으로도 상황이 뒤집어질 수도 있었다.

용우는 곧바로 결단을 내렸다.

우우우우우!

미켈레를 끌고 오기 전에 준비한 것으로는 배틀 슈트를 M슈트로 갈아입는 작업도 있었다. M-링크 시스템이 발동하면서 M슈트 곳곳에서 푸른빛이 일어났다.

용우는 그대로 아직 아스트랄 플레어의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한 미켈레에게 뛰어들었다.

-프리징 필드!

미켈레는 거의 반사적으로 빙결 파동을 터뜨렸다.

고통과 공포로 냉철한 사고가 불가능한 상황이기에 습관적으로 선택한 수단이었다.

그렇기에 어리석었다.

용우가 순백의 파동을 뚫고 미켈레에게 쇄도했다.

파지지지직!

둘의 허공장이 부딪치면서 격렬한 스파크가 튀었다.

M-링크 시스템으로 마력 출력이 2배 가까이 증폭된 용우가 미켈레의 허공장을 잠식하기 시작한다.

당연히 미켈레는 그것을 막기 위해 발버둥 쳤다.

투학!

그러나 용우가 미켈레의 체내에 설치한 또 하나의 스펠이 터졌다. 겨우 이어지던 미켈레의 집중력이 끊어지면서…….

-염마용참격(炎摩龍斬擊)!

용우가 나이프에서 뿜어져 나온 초고열의 에너지 칼날이 미켈레의 팔을 잘라내었다.

<아, 안 돼……!>

미켈레가 절망했다.

잘려 나간 팔은 빙설의 창을 들고 있던 팔이었기 때문이다.

투학!

그러나 용우는 용서 없이 다음 공격을 넣었다. 발차기가 몸통에 꽂히면서 뇌전이 폭발한다.

미켈레가 차인 공처럼 날아가 버리자 용우가 빙설의 창을 붙잡았다.

파지지지직!

그러나 격렬한 반발력이 용우를 밀어내었다.

용우는 곧바로 빙설의 창 확보를 포기하고 블링크를 사용, 날아가던 미켈레를 위쪽에서 덮쳐서 땅에 처박았다.

-초열투창!

그리고 곧바로 나타난 거대한 랜스 형태의 무기, 돌격창이 초음속으로 발사되어서 미켈레의 몸통을 꿰뚫었다.

<……!>

땅에 처박힌 미켈레를 중심으로 충격파가 발생했다. 원형으로 퍼져 나가는 충격에 대지가 동심원을 그리면서 터져 나간다.

용우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염동뇌격탄!

대(對)몬스터 저격총, 제우스의 뇌격으로 사격을 가했다.

콰아앙!

일격으로 미켈레의 남은 팔이 끊어져 날아갔다.

콰과과광!

다음 사격으로 미켈레의 다리가 부서졌다.

<끄아아아아악……!>

미켈레가 비명을 질렀다.

고통은 신체가 파괴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피격 부위로부터 퍼져 나간 뇌전이 전신을 내달렸다.

용우는 제우스의 뇌격을 내던지고 검을 뽑아 들었다.

“아직도 살아 있나? 정말 질기군.”

용우는 미켈레에게 다가가서 머리에 칼을 겨누며 말했다.

미켈레가 고통에 허우적거리며 말했다.

<네, 네가 지금 무슨 짓을 하는지 알고 있는 거냐?>

미켈레에게는 용우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빛을 등지고 있어서 검은 실루엣만이 보일 뿐이다.

<너는 인류를 지키는 방벽을 무너뜨리고 있는 거다. 내가 인류를 지켜왔단 말이다! 내가 아니었다면! 신의 뜻에 따라 인류를 지켜온 내가 아니었다면 인류는 지금까지 존속할 수도 없었어!>

미켈레는 패닉에 빠져서 절규했다.

공포, 분노, 억울함, 증오…….

온갖 부정적인 감정이 소용돌이치면서 그의 정신을 집어삼킨다.

“물론 잘 알고 있고말고.”

정신파를 통해 다이렉트로 전해지는 그 감정에 용우가 만족스럽게 미소 지었다.

“인정하지. 너희들 7명이 없었다면 확실히 인류는 멸망했거나 아니면 정말 비참한 상황이었을 거야.”

용우는 구세록의 계약자들이 해온 일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 배경에 어떤 사정이 있든 간에 그들이 인류를 지켜온 것만은 사실이다. 그들이 없었다면 인류는 문명을 유지할 수 없었으리라.

“그런데 그게 뭐 어쨌다고?”

<뭐라고?>

“넌 그게 무슨 일이든 해도 되는 면죄부라고 생각하는 거냐?”

용우가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었다.

“그런 힘을 가지니까 세상이 너희를 중심으로 도는 것 같아? 너는 세상의 주인공이고 나머지는 엑스트라에 불과하니까 무슨 짓을 하든 다 너를 이해해 주고 찬양해 줘야 할 것 같고 그래?”

용우는 빈정거리면서 만신창이가 된 미켈레의 몸통을 칼로 푹 찔렀다.

<아아악……!>

그저 찌르기만 한 게 아니었다.

미켈레는 몸이 완전히 망가져 버려서 단순히 신체를 파괴하는 것으로는 더 이상 제대로 된 고통을 주기도 힘들다.

그러나 정신체를 공격하는 힘을 실으면 생생한 고통을 줄 수 있었다.

“네 논리대로 반박해 주지. 그런 억지가 통하는 건 내가 돌아오기 전까지야.”

<무슨 소리를… 하고 싶은 거냐?>

미켈레가 덜덜 떨면서 물었다.

무섭다.

자신을 철저하게 파괴하고서도 만족하지 못하는 용우가 무서웠다.

“몬스터로부터 인류를 지키는 일에는 내가 너보다 훨씬 도움이 될 테니까. 네 주장은 여태까지 네가 인류에게 있어서 소중한 존재라서 무슨 짓을 하든 인류가 참아줘야 했다는 거 아냐? 그럼 내가 너보다 더 인류에게 있어서 소중한 존재니까, 내 분노를 산 너는 내가 무슨 짓을 하든 입 닥쳐야지.”

용우는 그렇게 말하며 미켈레의 헬멧을 붙잡았다.

“자, 그럼 이제 이야기를 들어야겠군.”

콰드드득……!

손끝에 불꽃이 타오르면서 미켈레의 헬멧이 부서져 나가기 시작했다.

헬멧의 마스크를 뜯어내어 미켈레의 맨얼굴을 마주한 용우는, 거기에 대해서는 아무런 감흥도 없다는 듯 잔혹한 미소만을 지은 채 말했다.

“빨리 편해지고 싶으면, 내가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열심히 하는 게 좋을 거야.”

그리고 두 사람 만이 존재하는 세계에서, 죽음을 갈구하는 자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 * *

유현애는 망연자실해져 있었다.

코어 몬스터를 전부 처치하고 나자 게이트는 소멸했다.

하지만 주변은 여전히 부산했다. 게이트 안에서 수거한 몬스터들의 시체와 마정석을 분류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하지만 다들 표정이 무거웠다.

막바지에 서용우가 마치 누군가에게 납치되듯이 실종되었고, 그 현상의 정체를 아는 이는 아무도 없었으니까.

“현애야.”

멍하니 앉아 있는 유현애에게 이미나가 걱정스러운 듯 말을 걸었다.

“아, 언니.”

“이제 돌아갈 시간이야.”

“…….”

그 말에 유현애가 입을 꾹 다물었다.

그녀는 한참 동안이나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입을 열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걸까요?”

“모르겠어. 나중에 헌터 관리부 쪽에 보고할 거니까, 그러면 게이트 재해 연구소 쪽에서 답을 찾아주지 않을까?”

“아저씨는 무사히 돌아올 수 있을까요?”

“…….”

이미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4년 넘게 헌터로 활동하면서 많은 일을 겪어온 그녀에게도 오늘 일어난 일은 완전히 미지의 영역이었다. 그녀가 알고 있는 그 어떤 사례에도 부합하지 않는 현상이다.

유현애는 이미나가 대답을 못 해도 신경 쓰지 않고 말을 이었다.

“마치… 누군가 아저씨를 납치한 것 같았어요.”

정말로 그랬다. 아무리 봐도 서용우를 노린 것처럼 보인다.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존재는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게이트 안에서 벌어진 일이니 몬스터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겠지만, 지금까지 그런 능력을 지닌 몬스터는 확인된 바 없었다.

인류가 도저히 어찌해 볼 수 없는 존재로 불리는 8등급 이상의 몬스터들조차도…….

“뭐 해? 한가해 보이는군.”

그때 불쑥 그들 사이로 끼어드는 목소리가 있었다.

묘하게 신경을 건드리는 말투에 유현애가 짜증을 냈다.

“뭐예요? 지금 시비 거는 거… 어?”

벌떡 일어나던 유현애가 눈을 휘둥그레 뜬 채로 굳어버렸다.

“왜?”

시큰둥하게 묻는 사람이 바로 서용우였기 때문이다.

유현애가 눈을 비비더니 잔뜩 당황한 목소리로 물었다.

“어, 어어, 어떻게?”

“잘.”

“…….”

“뭐, 별일은 없었어.”

“게이트 안에서 갑자기 사라진 것 자체가 별일이거든요?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에요?”

“음, 말해주고는 싶은데… 너희 부대장한테 말하니까 알겠다고, 다른 팀원들에게는 헌터 관리부에서 기밀 정보로 지정한 정보라서 말해줄 수 없다고 설명하라던데?”

그 말에 유현애가 부들부들 떨었다.

하지만 기밀이라 말해주지 못하겠다는데 더 추궁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 그녀는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알겠어요. 그럼 대신 차 태워줘요.”

“응?”

용우가 당황하자 유현애가 그를 째려보았다.

“갑자기 사라져서 사람 걱정 하게 했으면서 이유도 설명 못 해주겠다는 거잖아요. 내가 걱정해 준 값은 물어내야죠. 차 한번 태워주는 걸로 퉁 칠게요.”

“…….”

“왜요?”

유현애가 뻔뻔하게 바라보자 용우는 왠지 웃음이 나왔다.

“거참. 뭐, 그래. 차 태워주는 게 뭐 대수라고.”

결국 용우는 그녀를 차 앞좌석에 태워서 팀 반도호랑이 본부까지 데려다주었다.

Chapter22 겁에 질린 자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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