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세계의 귀환자-61화 (6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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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거리 차이로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았으면서 이 거리에서 폭염구라니, 힘만 세지 멍청한 놈이군.”

알파 분대장이 볼더를 비웃었다.

폭염구는 폭발력은 강하지만 탄속이 느리다.

물론 시속 80킬로미터에 달하는 탄속은 일반인의 눈에는 충분히 빠르게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뛰어난 헌터들, 그것도 인지 속도를 가속시킬 수 있는 저격수들에게는 충분히 맞혀 떨어뜨릴 수 있는 표적에 지나지 않았다.

결국 20발의 폭염구 중 헌터들에게까지 도달한 것은 절반에 불과했고, 유현애가 허공장으로 받아내야 하는 것은 또 그 절반 정도였다.

-염동충격탄(念動衝激彈)!

볼더가 다음 공격을 가하기 전에 저격수의 일격이 그를 때렸다.

<버러지들이 감…….>

퍼어어어엉!

또 때렸다.

<이놈들이……!>

퍼엉! 퍼어어엉!

연달아 때렸다.

“이번에도 멍 때리고 맞아줄 것 같냐?”

브라보 분대가 일방적으로 난타당했던 것은 의표를 찔려서 당황했고, 볼더에 대한 데이터가 없었으며, 대응하기에는 화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파 분대와 브라보 분대가 집결한 지금 전문 저격수가 3명에 충분히 저격수 역할을 수행하는 용우까지 있다.

저격수들은 초인적인 시력과 반응속도, 거기에 마인드 부스트까지 써서 인지 속도를 가속시키기까지 한다.

거기에 사격 지원 시스템까지 더해지면 300미터 거리에서 인간보다 큰 타깃을 맞추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빠르게 움직이기라도 하면 모르겠는데, 에우라스도 그렇고 이놈도 그렇고 군주 개체들은 이동 능력이 떨어지는 것 같군.’

용우는 이 상황에서도 빠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볼더를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그때였다.

<병사여.>

볼더의 눈이 기괴한 빛을 발했다.

우우우우우!

그러자 막 활시위를 당기려던 유현애가 멈칫했다.

불꽃의 활이 격렬하게 진동하면서 마력 파동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또 공명?”

불꽃의 활은 말하자면 M-링크 시스템과 증폭 탄두를 합쳐놓은 것 같은 무기다.

유현애의 마력 출력은 3배 이상으로, 원거리 타격용 스펠의 위력은 10배 이상까지도 증폭한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 불꽃의 활의 마력 증폭도가 더더욱 오르고 있었다.

3배, 4배… 5배 이상까지!

화아아아악!

“이런! 공명하면 놈도 같이 강해지는 건가!”

용우가 낭패한 기색으로 말하자 다들 놀라서 그를 바라보았다.

불꽃과 활과 볼더가 공명하면서 양쪽 모두의 마력이 폭증하고 있었다.

-폭염질주!

볼더가 거대한 불꽃을 일으키면서 가속하기 시작했다.

조금 전까지는 일반인이 빠르게 걷는 정도의 속도였다면 이제는 전력 질주 하는 수준이다. 지그재그로 불꽃의 벽을 그려내면서 다가오자 저격수들의 사격이 빗나가기 시작했다.

-염동염마탄(念動炎魔彈)!

볼더가 마구잡이로 염동염마탄을 날리기 시작했다.

고열을 발하는 붉은 에너지탄이 사방에 떨어져서 폭발했다.

콰광! 콰콰콰콰쾅……!

결국 유현애의 허공장이 깨지면서 염동염마탄이 폭발했다.

“아악!”

“꺄아악!”

헌터들이 비명을 지르며 나가떨어졌다.

“제, 젠장.”

비틀거리며 일어난 이미나가 빠르게 동료들의 상태를 살폈다.

허공장이 위력을 막아줘서 다들 가벼운 화상 정도로 끝났다.

하지만 방어가 무너진 것은 대단히 심각한 상황이었다.

-리모트 힐.

그때 용우가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원거리 치료 스펠을 걸어주고는 앞으로 나섰다.

콰아아아앙!

그 직후 날아드는 염동염마탄을 그가 방어막을 펼쳐서 막아냈다.

‘이 거리에서 화력전을 벌여봤자 답이 없다.’

용우는 정체를 감추길 포기했다.

배틀 힐러 서용우는 이 상황을 타파할 수 없다. 그러나 0세대 각성자 서용우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설계 끝났다. 금방 끝내주지.’

용우가 눈을 빛낼 때였다.

콰아앙!

고속으로 날아든 에너지탄이 옆에서 폭발했다.

“크윽!”

그리고 그 앞으로 뛰어들면서 막아냈던 이미나가 튕겨 나갔다.

“언니!”

유현애가 비명을 질렀다.

이미나는 그녀를 지켜주려고 몸을 던졌던 것이다.

“으, 바디 벙커… 갖고 올걸.”

이미나가 쓰러진 채로 중얼거렸다.

마력 반응 코팅이 된 바디 벙커는 화력전을 벌일 때 꽤 든든한 방어 도구였다.

하지만 아무래도 크고 무거운 방패라 기동력이 둔해진다는 이유로 갖고 오지 않았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갖고 올 걸 그랬다는 후회가 든다.

<병사여.>

그리고 마침내 바로 앞에서 텔레파시가 울려 퍼졌다.

트롤 시체에 휘감긴 불꽃의 실루엣, 볼더가 입이 찢어진 악마처럼 웃는 형상을 만들어내면서 헌터들을 굽어보았다.

<가련한 병사여. 너는 모른다.>

“뭐, 뭘 모른다는 거야?”

유현애가 쓰러진 채로 묻자 볼더가 인간의 것보다 긴 손가락으로 불꽃의 활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 힘의 의미를 모른다. 그 힘의 쓸모도 모른다. 그 힘의 가치조차 모른다. 그러니 너는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다.>

화르르륵……!

볼더의 몸은 만신창이였다.

원래부터 왼팔이 날아간 트롤의 시체에 빙의했지만 지금은 완전히 너덜너덜하다. 몸통에도 구멍이 여럿 뚫려 있고 오른팔도 팔꿈치 아래가 없었으며, 왼다리도 끊어진 채였다.

그러나 상관없다. 이미 죽은 시체였으니까.

<따라서 너는 행복한 것이다. 무지한 채로 죽을 수 있으니!>

볼더가 유현애를 비웃으며 불꽃을 발할 때였다.

펑!

측면에서 날아든 에너지탄이 그의 몸통을 때렸다.

-용참격(龍斬擊)!

뒤이어 달려든 용우가 나이프를 그었다. 나이프를 휘감고 뻗어나간 푸른 에너지 칼날이 볼더의 목을 깊숙이 베고 지나갔다.

<어리석은 놈!>

볼더가 허공장을 확장해서 용우를 떨쳐내려는 순간이었다.

‘걸렸다.’

또한 용우가 자신을 얕보는 그의 허점을 찔러 카운터를 넣으려는 순간이기도 했다.

“헛소리하지 마.”

유현애가 눈을 똑바로 뜨고 볼더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벌떡 일어나면서 불꽃의 활을 볼더에게 내밀었다.

“이런 건 너만 할 수 있는 게 아냐!”

투아아아아앙!

서로의 허공장이 충돌하면서 충격이 폭발했다.

내장이 흔들리는 충격이 전해졌지만 유현애는 똑바로 버티고 섰다.

<공명을? 설마 단 두 번 겪은 것만으로 터득했단 말인가?>

볼더가 경악했다.

유현애가 불꽃의 활을 통제해서 그에게 공명을 걸어왔기 때문이었다.

서로의 힘이 폭증한다.

그리고 그것은…….

<무지한 자가 감히!>

일순간이지만 서로의 힘이, 서로의 통제에서 벗어난다는 의미였다.

“이야아아아아아!”

유현애가 전력으로 허공장을 확장시켜서 볼더의 허공장과 맞부딪쳤다.

악을 쓰며 날뛰는 힘을 쏟아붓는 그녀의 뇌리에 용우의 목소리가 스쳐갔다.

‘허공장끼리의 싸움은 힘으로 부딪치는 싸움이 아니야.’

용우는 남을 가르치는 재주가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 선생으로는 완전히 실격이다.

하지만 유현애는 개떡같이 가르쳐도 찰떡같이 알아드는 재주를 가진 사람이었다. 용우가 툭툭 던지듯이 말하는 소리만으로도 필요한 것들을 배워왔다.

‘부딪치는 순간부터 잠식하는 거야. 몬스터들은 대부분 이런 재주가 없어.’

‘잠식은 어떻게 하는데요?’

‘잘.’

‘…….’

‘상대의 허공장과 내 허공장을 하나로 녹인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러다 보면 마치 우유랑 크림을 섞는 것처럼 경계가 흐트러지지. 그때 그걸 내 걸로 만들면 돼. 별로 안 어려워.’

용우도 유현애가 그걸 해낼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는 것 같지도 않았고, 애당초 가르치려고 한 것도 아니었다. 그냥 유현애가 허공장끼리 부딪쳤을 때는 뭔가 요령이 없냐고 물어봐서 대답해 줬을 뿐이다.

유현애는 그것만으로도 허공장 잠식을 터득했다.

<내 허공장을?>

볼더가 경악했다.

아무리 유현애의 마력이 폭증했다고 하더라도, 허공장의 힘은 볼더가 월등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유현애는 공명을 이용해서 폭주하는 기세로 몰아붙인 다음 볼더의 허공장을 잠식해서 구멍을 뚫었다.

‘부족해.’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허공장을 뚫은 것까지는 좋은데 유현애에게는 공격할 여력이 없다. 이 상태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안간힘을 다하고 있었다.

“잘했어.”

그때 유현애의 뒤쪽에서 구세주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녀의 머리 위로 불쑥 소총이 내밀어졌다.

-염동충격탄(念動衝激彈)!

용우가 최대 출력으로 스펠을 발하면서 방아쇠를 당겼다.

콰아아아앙!

볼더의 바로 코앞에서 에너지탄이 작렬했다.

허공장이 강제로 열린 상태에서 맞은 일격이다. 볼더가 빙의한 트롤의 시체가 버텨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일격으로 흉부부터 머리통까지가 날아가 버렸다.

“꺄악!”

그리고 폭발의 여파로 유현애와 용우도 뒤로 튕겨 나갔다.

“엿차.”

용우가 균형을 잡으면서 유현애를 붙잡았다. 졸지에 유현애는 용우에게 뒤쪽에서 안긴 꼴이 되었다.

“으, 으아아아…….”

다리에 힘이 풀린 유현애가 용우의 품에서 주르륵 미끄러져 내렸다.

“일어나라. 무겁다.”

“그럴 리가 없잖아요!”

용우의 말에 유현애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후우우우…….

그때 트롤이 쓰러지면서 흩어졌던 불씨가 한 지점으로 집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순수하게 불로만 이루어진, 인간을 닮은 실루엣을 이루었다.

<버러지들, 감히 군주의 그림자를 해하는 죄를 범하였구나! 언젠가 오늘의 이 죄를 후회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불꽃이 흩어지면서 볼더의 존재감이 사라졌다.

잠시 멍청하니 그 광경을 보던 유현애가 중얼거렸다.

“와, 어쩜 저렇게 싸구려 악당 같은 대사를…….”

정말로 그랬다. 패하고 도망가는 악역 캐릭터가 내뱉을 법한 전형적인 대사 아닌가?

“끝났군.”

부대장이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아슬아슬했군.’

정말로 아슬아슬했다.

막판에 유현애가 예상 못 한 힘을 발휘하지 않았다면 용우는 결국 정체를 드러내야 했으리라.

“그런데…….”

문득 용우의 시선이 아래로 향했다.

“넌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냐?”

“어라?”

그 말에 유현애가 비로소 자신의 상황을 자각했다.

용우의 품에 안겨 있다는 사실을.

내려다보는 용우의 얼굴을 올려다본 유현애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녀가 허둥지둥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다, 다리에 힘이 풀려서 그런 거거든요!”

“누가 뭐랬냐?”

용우가 심드렁하게 묻자 유현애가 분하다는 듯 발을 동동 굴렀다.

“으, 사람이 정말 성격이 나빠. 어쩜 그래요?”

“조금 전엔 잘했어.”

“아저씨는 정말… 어?”

용우가 뜬금없이 던진 칭찬에 유현애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지금 저 칭찬한 거예요?”

“그렇다만? 조금 전의 그건 솔직히 감탄했어. 넌 진짜 천재로군.”

“와…….”

“왜?”

“아저씨가 솔직히 칭찬하는 걸 들으니까 좀 이상해요. 물론 제가 천재인 거야 사실이지만.”

“…….”

용우가 못 들을 말을 들었다는 듯 표정을 일그러뜨리자 유현애가 우쭐거렸다.

“헤헹, 아저씨도 인정해 놓고 뭘 그래요?”

“아, 그래. 내 여동생이 나한테 했던 말이 좀 이해가 간다.”

“뭐라고 그랬는데요?”

“재수 없다던데.”

“…….”

뾰로통해진 유현애의 얼굴을 보고는 용우가 큭큭 웃었다.

[코어 에너지 반응이 사라졌습니다. 게이트 소멸이 시작됩니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서포트 팀이 게이트 소멸을 알리자 다들 환호성을 질렀다.

알파 분대장이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다들 마지막까지 방심하지 마라. 아직 몬스터가 남아 있을 수도 있으니.”

포착된 몬스터는 전부 처리했지만 아직 남은 놈이 있을 수도 있었다.

게이트가 소멸하기 전까지 마력석과 몬스터 시체 등의 부산물을 챙겨야 하고, 모든 상황이 종료되기 전까지는 긴장을 풀어서는 안 되었다.

“서용우 씨.”

알파 분대장이 용우를 보며 웃었다.

“수고하셨습니다. 덕분에 살았습니다.”

용우가 아니었다면 다들 전멸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막판에는 다급한 상황에도 모두를 치료해 주기까지 하지 않았는가?

“별말씀을.”

그런데 알파 분대장이 그에게 악수를 청할 때였다.

구우우우웅……!

갑자기 둔중한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용우의 뒤쪽에서 검은 스파크가 튀었다.

물리적으로 존재할 리 없는 현상에 다들 경악했다.

그리고…….

“아저씨!”

당황한 유현애의 외침과 함께, 용우가 검은 스파크의 중심부에서 발생한 검은 구멍으로 끌려들어 갔다.

“뭐, 뭐야?”

헌터 하나가 얼빠진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순식간의 일이었다.

갑자기 공간이 진동하며 시커먼 구멍이 열리고, 용우가 끌려들어 갔다.

그리고 순식간에 구멍이 닫히면서 아무런 흔적도 남지 않았다.

“…아저씨?”

유현애가 멍청하니 용우를 불러보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Chapter20 유령의 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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