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세계의 귀환자-60화 (6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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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적이 내려앉았다.

모두가 충격으로 할 말을 잃은 가운데, 오로지 군주 개체 볼더만이 느긋하게 걸음을 내디뎠다.

쿵! 쿵! 쿵……!

그 뒤를 5등급 몬스터 큰나무장로가 뒤따른다.

자기 영역을 지배하는 맹수와도 같은 5등급 몬스터가 얌전히 뒤를 따르는 모습은 헌터들에게는 대단히 기괴하게 보였다.

“이건 대체 무슨…….”

모두가 당황할 때, 한 사람이 움직였다.

“뭐 하는 거야!”

이미나가 당황해서 외쳤다.

용우가 명령을 기다리지 않고 혼자 달려 나갔기 때문이다.

용우는 대답 대신 전방을 향해 소총을 갈겼다.

푸른 섬광이 뻗어나갔다.

콰아아앙!

하지만 타깃은 볼더가 아니다. 돌진을 멈추고 볼더 쪽을 돌아보고 있던 트롤 지휘관 개체였다.

콰아아아!

트롤 지휘관 개체 입장에서는 방심의 대가를 뼈저리게 치렀다. 단 일격으로 팔이 날아가 버린 것이다.

“아.”

그 광경을 본 이미나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용우의 판단이 옳았다.

볼더와 큰나무장로가 접근해 오기 전에 트롤들을 무력화해야 했다. 그 후에 맞붙든 아니면 무인 병기들을 희생양으로 던져주고 이탈해서 재정비하든 해야 하는 것이다.

부대장의 판단은 신속했다.

[이탈해라. 드론하고 무인 전차로 시간을 번다. 알파 분대와 합류한 뒤에 교전하도록.]

그동안 용우는 팔을 잃은 트롤 지휘관 개체에게 재차 사격을 가해서 머리통을 날려 버렸다.

한 박자 늦게 브라보 분대원들도 대응했다. 용우에게 방어 스펠을 씌워주면서 사격 지원을 해서 트롤들을 저지해 냈다.

분대원들에게 돌아온 용우가 외쳤다.

“2파 옵니다!”

저편에서 볼더가 다시금 마력을 모으고 있었다. 강렬한 마력 파동이 퍼져 나갔다.

하지만 이번에는 유현애가 더 빨랐다.

그녀는 곡사로 염동폭렬탄을 쏘아내고는 곧바로 다시 활시위를 당겼다.

-염동충격탄(念動衝激彈)!

불꽃에 휘감긴 에너지탄이 초음속으로 볼더의 옆을 강타했다.

“칫!”

유현애가 혀를 찼다.

연사의 명중률은 안 좋았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콰아아아앙!

한 박자 늦게 도달한 염동폭렬탄이 대폭발을 일으켰으니까.

“포인트-10까지 후퇴!”

이미나가 후퇴를 명령한 지점은 고작 150미터 떨어진 지점이었다.

거기에는 이유가 있었다. 서포트 팀이 그곳으로 사륜 바이크를 보내놨던 것이다.

“모두 탑승! 포인트-24까지 이동한다!”

브라보 분대원들은 사륜 바이크에 올라타고 질주하기 시작했다.

“대체 뭐였지?”

덜컹거리며 달려가는 사륜 바이크 위에서, 유현애가 불꽃의 활을 의심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 순간, 그녀는 아직 시야에 들어오지도 않았던 볼더와 서로 마주 보고 있었다. 서로의 존재를 강렬하게 느꼈다.

‘공명(共鳴).’

확실했다.

불꽃의 활과 볼더는 서로 공명하고 있었다.

‘아티팩트는 대체 뭐지? 그리고 군주 개체는?’

의문이 뇌리를 사로잡는다.

하지만 답을 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녀는 드론들과 무인 전차들이 전투를 벌이는 소음을 들으면서 목적지를 향해 사륜 바이크를 달렸다.

* * *

부대장은 생각했다.

‘이번 작전은 수익성이 꽝이군.’

무인 병기 피해가 너무 크다. 그리고 작전이 끝날 때까지 계속 커질 것이다.

게이트 제압 작전에 투입하는 무인 병기는 한두 푼 하는 물건이 아니었기 때문에 한 대 부서질 때마다 그만큼 수익이 팍팍 깎여 나가는 셈이다.

‘부디 적자를 보더라도 그걸로 끝나길 바란다.’

하지만 수익이 깎이는 게 인명 피해가 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적자는 다음 작전으로 메꾸면 그만이지만 죽은 사람은 돌아오지 않으니까.

[알파 분대와 브라보 분대, 포인트-17에서 합류 완료.]

그동안 군주 개체 볼더와 5등급 몬스터 큰나무장로의 발을 묶기 위해 투입한 무인 병기들이 전부 파괴되었다.

“곧 탄약과 장비 지원차가 간다. 그리고 벙커 버스터 반입 완료. 곧 투입한다.”

부대장이 옆에서 발진 준비를 하고 있는 대형 드론을 보며 말했다.

“알파 분대, 브라보 분대 모두 포인트-17에서 대기. 충격에 대비하도록.”

곧 대형 드론이 날아올랐다.

그리고 아직 남아 있는 무인 병기들이 볼더와 큰나무장로를 향해 몰려가기 시작했다.

저편에서 전투의 굉음이 울려 퍼지고, 그리고…….

콰아아아아앙!

2톤급 벙커 버스터가 큰나무 장로에게 꽂히면서 대폭발이 일어났다.

마력 반응 탄두를 탑재한 벙커 버스터는 몬스터 상대로 단순한 물리적 파괴력 이상의 위력을 보인다.

그러나 5등급 허공수 상대로는 유효타가 될 수 있을 뿐, 결정타는 될 수 없다.

[큰나무장로에게 직격했습니다.]

[제2격 투하!]

폭발로 인해서 광학적으로는 볼더와 큰나무장로를 포착할 수 없는 상황.

그러나 인공지능 시스템이 이미 폭발 시에 큰나무장로가 얼마나 밀려났을지를 계산해서 타깃팅을 끝마친 후였다.

곧 발사된 벙커 버스터 2격도 흙먼지를 뚫고 정확히 큰나무장로에게 꽂혔다.

콰아아아아앙!

2킬로미터 떨어진 지점의 땅을 파고 방어막을 펼친 채로 폭발이 끝나기를 기다린 일행이 일어났다.

“간다.”

지휘권을 잡은 알파 분대장의 말에 헌터들이 신속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륜 바이크를 타고 1킬로미터 떨어진 지점까지 이동한 뒤 보행으로 접근해 간다.

쿠구구구구…….

폭발의 여파로 솟구친 흙먼지가 서서히 가라앉고 있었다.

[적과의 예상 거리 980미터.]

인공지능 시스템이 적의 볼더와 큰나무장로의 위치를 예상해서 헬멧의 바이저와 소총의 스코프에 표시해 주었다.

“저격수들, 사격 준비.”

알파 분대장이 명령을 내렸다.

아까 전 파악한 볼더의 유효사거리는 대공사격 시를 기준으로 500미터 정도였다.

그리고 아까 전 브라보 분대가 교전했을 때의 데이터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직사시의 유효사거리는 650미터 정도라는 결론이 나왔다.

순수하게 스펠만으로 그 정도 거리를 타격하는 것은 대단한 일이지만…….

“발사!”

증폭 탄두를 쓰는 헌터 저격수의 유효사거리에 비할 바가 아니다.

-염동충격탄!

3명의 저격수와 용우가 일제히 사격을 개시했다.

초음속으로 발사된 4발의 염동충격탄이 흙먼지 너머의 몬스터들을 덮쳤다.

유현애는 허공장을 펼친 채로 방어를 전담하고 있었다.

그녀의 사격 실력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불꽃의 활은 이런 초장거리 사격에 어울리는 무기가 아니다. 그녀의 화력이 빛을 발하는 거리는 아까처럼 볼더와 서로 치고받는 거리였다.

콰아아아앙!

섬광이 폭발하면서 흙먼지가 쓸려 나가기 시작했다.

[전탄 명중. 적들, 아직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

서포트 팀의 말에 알파 분대장이 명령했다.

“발사!”

다시금 4발의 염동충격탄이 동일 지점을 때리면서 폭음이 울려 퍼졌다.

‘멋지군.’

용우는 헬멧의 바이저 아래로 절로 미소를 지었다.

군주 개체의 화력은 압도적이다. 체격은 작지만 5등급 수준의 에너지를 가졌기에 그럴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군주 개체조차도 현대의 헌터에게는 충분히 공략 가능 한 대상일 뿐이다.

사거리를 파악하고, 다각도의 관측으로 움직임을 파악하고 나니 일방적으로 두들기는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았는가?

화아아아악!

저격수들이 3발째 사격하고 4발째를 준비할 때였다.

흙먼지가 갈라지면서 불길이 치솟았다.

콰쾅! 콰과과광!

뒤이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든 불덩어리들이 연달아 폭발하기 시작한다.

저격수 4명의 사격을 초라하게 만드는 화력이었다.

그러나…….

“사거리는 파악한 대로군.”

닿지 않는다.

볼더가 분노해서 닥치는 대로 쏴대는 공격은 헌터들과 200미터도 더 떨어진 지점에 떨어져서 폭발할 뿐이었다.

“순수하게 스펠만으로 사거리가 600~650미터라니 끔찍한 놈이야.”

일행은 조금씩 후퇴하면서 계속 사격을 가했다.

사방을 경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아직 몬스터를 전부 청소하지 못했기에 언제 공격받아도 이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거리는 거의 변동 없음. 하지만 위력은 조금씩 낮아지고 있습니다. 아, 군주 개체가 사격을 중지했습니다.]

닿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볼더의 사격이 멈췄다.

[큰나무장로가 접근해 옵니다. 군주 개체는 그 뒤를 따라서 이동.]

“머리를 쓰는군.”

일반 지휘관 개체는 5등급 몬스터를 조종하지 못했다.

그러나 군주 개체는 그 일이 가능한 것이 분명했다. 큰나무장로를 방패막이로 앞세운 채로 접근해 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볼더가 준비한 술수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좌측 후방에서 트롤 무리 발견. 긴다리늑대 3개체, 트롤 7개체가 접근해 옵니다. 거리 600미터. 접촉까지 1분 30초.]

[우측에서도 트롤 6개체 접근. 거리 400미터. 접촉까지 1분.]

여러 방향에서 몰아치고 있었다.

부대장은 곧바로 대응책을 지시했다.

[좌측은 서포트 팀이 남은 무인 병기로 시간을 번다. 우측은 B-3이 장거리 타격 후 근접 전투원들이 처리하도록.]

B-3은 유현애의 코드 넘버였다.

이미나가 물었다.

“현애야, 마력은 아직 괜찮아?”

오늘 가장 마력 소모가 심했던 것이 유현애였다. 하지만 그녀는 거뜬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여유 있어요. 아직 포션도 안 썼고.”

유현애의 전투 능력은 각성자로서의 피지컬을 월등히 상회한다.

일단 마력 저장량은 비정상적으로 많았다. 불꽃의 활이 마력 저장소 역할을 해주기 때문에, 그녀는 한 전투마다 마력 기관에 저장된 마력의 5배 이상의 마력을 끌어다 쓸 수 있었다.

‘걸렸어.’

저격수들이 다가오는 큰나무장로를 난타하는 가운데, 유현애가 우측으로 접근해 오는 트롤 무리를 향해 활시위를 당겼다.

-염동폭렬탄(念動爆裂彈)!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 에너지탄이 대폭발을 일으켰다.

콰아아아아앙!

“Go!”

폭발이 일어나자마자 이미나와 3명의 근접 전투원들이 달려 나갔다.

트롤들은 폭발에 휘말려서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그러나 헌터들은 아니다. 바이저에 표시되는 적의 위치를 믿고 흙먼지 안으로 뛰어들었다.

손쉬운 전투였다.

그들은 소총 사격으로 적을 때리고, 칼이나 도끼 같은 근접전용 무기로 마무리했다.

“처리 완료!”

교전 시간은 고작 37초. 그것으로 트롤 7마리가 정리되었다.

그워어어……!

그리고 방패막이가 되어서 난타당한 큰나무장로가 더 버티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아직 숨이 끊어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허공장이 거의 벗겨져서 스펠이 뼛속까지 깊이 파고들고 있었다.

-폭염구(暴炎球)!

그러자 그 뒤에서 걸어 나온 볼더가 사람 몸통만 한 불꽃의 구체를 띄웠다.

한 발이 아니었다. 엄청난 속도로 폭염구가 20발이 넘게 생성되었다.

거리는 300미터까지 좁혀졌다. 헌터들은 그의 사거리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죽어라, 잡것들.>

볼더의 텔레파시에서 신경질적인 분노가 느껴졌다.

폭염구가 일제히 헌터들을 향해 쏘아져 왔다.

퍼어어어엉!

그러나 쏘아진 폭염구가 반도 다가오기 전에 한 발이 터져 나간다.

<음?>

볼더가 의아해하는 순간이었다.

퍼엉! 퍼퍼퍼퍼펑!

용우를 포함한 4명이 쏘는 마격탄이 폭염구를 연달아 쳐서 폭발시키는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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