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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포터 팀은 충실하게 자신들의 일을 수행했다.
“적의 대공사격 유효사거리는 500미터 정도가 한계로 추정됩니다.”
1.5킬로미터 고도를 나는 드론이 소형 기구 형태의 디코이를 뿌려가면서 파악한 데이터였다.
“염동염마탄인 것 같군. 증폭 탄두도 없이 저 거리까지 닿는다니…….”
정확도는 그렇게 높지 않다. 5대의 디코이가 격추될 때까지 적은 40발 이상을 사격했다.
하지만 그러고도 전혀 사거리가 줄어드는 기색이 없다는 게 문제다.
“코어 에너지 반응 파악 끝났습니다. 현재 필드에 드러난 코어 에너지 반응은 2개. 모두 5등급이고 한 놈은 큰나무장로, 한 놈은 미확인입니다.”
“5등급 지휘관 개체인가.”
부대장이 신음했다.
지금까지 나타난 지휘관 개체들은 휴머노이드 타입의 3등급 몬스터에 빙의해서 코어 에너지 반응을 4등급까지 끌어 올렸다.
하지만 이번에 출현한 지휘관 개체는 그보다 한 등급 높은 마력을 지녔다.
1부대원들은 다들 생각했다.
‘우리 부대는 재수가 옴 붙었나?’
한국에서 최초로 지휘관 개체가 출현해서 피를 본 것도 그들이었는데, 이제는 한국 최초로 5등급 지휘관 개체와 싸우게 되다니.
도무지 좋은 예감이 들지 않았다.
* * *
부대장은 부정적인 분위기가 자리를 지배하도록 기다리지 않았다. 그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부유 중계기 띄워. 드론들은 1.2킬로미터 고도에서 최대한 다각화해서 정찰 데이터를 얻도록. 무인 전차는 지금 발진시켜. 알파 분대와 브라보 분대보다 선행해서 현재 적이 모습을 드러낸 모든 포인트를 타격한다. 그리고…….”
단숨에 명령을 내린 지휘관이 곧 케이블 교체를 위해 출입문을 들락거릴 서포트 팀원들에게 말했다.
“국방부에 벙커 버스터 요청해.”
“벙커 버스터를요?”
기본적으로 헌터 팀들이 작전에 투입하는 모든 폭약들은 헌터 관리부의 승인을 거쳐야만 쓸 수 있는 물건들이다.
특히 벙커 버스터를 비롯해서 막강한 위력을 자랑하는 항공 폭탄들은 30미터급 게이트에서는 좀처럼 허가가 떨어지지 않았다.
작년에 용우가 팀 블레이드 2부대를 구원했을 때처럼, 게이트 내부의 필드에서 그것을 투입해야만 하는 이유가 확인되어야 투입되는 것이다.
게다가 일반 폭탄보다 훨씬 고중량을 자랑하는 항공 폭탄을 운용하기 위해서는 대형 드론이 필요하고, 이것은 헌터 팀들이 보유할 수 없었다. 어디까지나 헌터 관리부의 요청으로 국방부에서 대여해 주는 방식으로만 운용된다.
“지형부터가 좋지 않아. 이런 상황에서 5등급 지휘관 개체가 나왔다는 건 충분한 사유가 될 거다.”
지휘관이 말하는 동안 무인 전차들이 배치를 끝내고 공격을 시작했다.
콰과과과광……!
무인 전차들이 쏴대는 전차포와 다연발 로켓이 숲을 두들겨 댔다.
폭음 속에서 알파 분대와 브라보 분대가 좌우로 갈라져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온다.”
문득 용우가 말했다.
모두가 그를 돌아보는 순간이었다.
콰아아앙!
전방에서 퇴각 중이던 무인 전차를 푸른 섬광이 덮쳤다.
강렬한 충격을 받은 무인 전차가 균형을 잃고 옆으로 쓰러졌다.
“염동충격탄?”
이미나가 놀라서 중얼거릴 때였다.
“제2격 옵니다.”
용우가 경고했다.
이미나가 곧바로 앞으로 나서며 양팔을 십자로 교차했다.
-크리스탈 월!
그녀의 앞에 울퉁불퉁하고 투명한 벽이 나타났다.
투아아아앙!
거뜬히 공격을 막아낸 그녀가 외쳤다.
“유현애! 방어 역할 교대!”
“네!”
유현애가 신속하게 반응했다.
불꽃의 활을 들고 정신을 집중하자 푸른빛의 파문이 퍼져 나가면서 일행을 감쌌다.
허공장이었다.
“저격수들, 반격해!”
이미나의 방어 스펠 크리스탈 월은 견고한 방어력을 자랑한다. 하지만 아군도 공격을 하려면 벽 너머로 몸을 내밀어야 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한계가 있다.
그러나 허공장은 다르다.
외부의 공격은 막아내면서 내부에서 쏜 공격은 아무런 손실 없이 통과시킨다. 물리법칙을 비웃는 힘이었다.
-염동충격탄(念動衝激彈)!
저격수가 육안으로 포착한 적을 사격했다. 푸른 에너지탄이 초음속으로 날아가서 폭발한다.
-염동폭렬탄(念動爆裂彈)!
뒤이어 유현애가 불꽃의 활로 사격을 가했다.
‘곡사?’
용우가 놀랐다.
유현애는 직사 대신 곡사를 택했다. 그러자 불꽃의 활로 증폭되었음에도 탄속이 시속 200킬로미터에 불과한 느릿느릿한 에너지 화살이 포물선을 그리면서 먼 곳으로 떨어졌다.
꽈아아아앙!
착탄점에서 일어난 폭발이 반경 수십 미터를 휩쓸었다.
“약간 빗나갔어요.”
유현애가 중얼거렸다.
그녀가 쓴 염동폭렬탄은 탄속이 느리고 사거리가 짧은 대신 큰 파괴력을 자랑한다. 현대 화기로 치면 유탄 발사기 같은 역할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한 발 더.”
이미나의 명령에 저격수와 유현애가 동일한 스펠로 적을 타격했다.
‘놀랍군.’
용우는 감탄했다.
그가 1월에 유현애를 구해주고 나서 불과 4개월이 지났을 뿐이다.
그런데 유현애의 기량이 놀라울 정도로 늘었다.
자연스럽게 허공장을 다루는 것은 물론, 허공장을 견고하게 유지하면서도 고출력으로 스펠을 발하는데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이 녀석은 확실히 천재다.’
격투전 재능은 떨어질지 몰라도 마력을 다루는 능력과 그것을 전투에 활용하는 센스는 전율스러울 정도였다.
[트롤들 접근 중. 긴다리늑대를 앞세우고 있습니다.]
연기와 흙먼지 때문에 시계가 제약된다.
하지만 1.2킬로미터에 떠 있는 드론들이 적의 움직임을 관측해서 알려주었다.
“시야 확보해.”
이미나의 지시에 근접 전투원이 스펠을 써서 돌풍을 일으켰다.
흙먼지가 흩어지면서 악을 쓰고 돌격해 오는 적들의 모습이 보였다.
투아아아앙!
그들 너머에서 쏘아져 온 에너지탄이 유현애의 허공장에 가로막혔다.
“이상하군.”
저격수와 유현애에게 공격을 지시하면서 이미나가 중얼거렸다.
용우가 끼어들었다.
“염동충격탄만 날아들고 있습니다. 저 지휘관 개체가 2개 이상의 스펠을 갖고 있거나 아니면 다른 지휘관 개체가 있을 겁니다.”
“코어 에너지 반응이 2개뿐인 걸로 봐서는 저놈이 2개의 스펠을 보유했을 가능성이 높겠군요.”
코어 몬스터가 땅 속에라도 처박혀 있으면 모를까, 지상으로 나와 활동하는 경우에는 코어 에너지 탐지기의 탐지를 피할 수 없었다.
그워어어어어!
그때 숲 저편에서 거대한 실루엣이 일어났다.
높이가 20미터에 달하는 나무에 얼굴과 팔다리가 달려서 울부짖는다. 그 나뭇가지에 달린 나뭇잎들은 진짜 잎사귀가 아니라 잎사귀 형태의 에너지 불꽃이었다.
5등급 몬스터 큰나무장로였다.
[브라보 분대는 지휘관 개체를 붙잡아놓도록. 드론으로 큰나무장로를 유인한다.]
곧바로 부대장의 지시가 날아들었다.
드론을 격추시켰던 지휘관 개체만 붙잡아놓으면 드론을 운용할 수 있다. 일단 큰나무장로를 제외한 다른 몬스터들을 청소하고 나서 큰나무장로를 공략하는 것이 합리적인 판단이었다.
[벙커 버스터 투입까지 20분 걸린다고 한다. 다른 놈들을 청소하고 나서 벙커 버스터로 때려준 다음 공략하지.]
그러나 부대장은 채 30초도 안 지나서 판단을 수정해야만 했다.
콰아아앙……!
[드론 격추!]
큰나무장로를 유인하던 드론들이 연달아 격추당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된 거냐? 회피를 못 한 건가?]
[아닙니다! 큰나무장로의 공격에 격추된 게 아니었습니다!]
[그럼 설마 새로운 지휘관 개체인가?]
[코어 에너지 반응은 여전히 2개뿐입니다!]
그리고 트롤 지휘관 개체는 브라보 분대가 상대 중이었다.
결사적으로 돌격해 오는 트롤과 긴다리늑대를 원거리 공격으로 차근차근 줄여 나가는 중이다.
“이런.”
문득 용우가 신음했다.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왜 그러죠?”
이미나가 물었다.
하지만 용우는 그녀에게 대답하는 대신 다급하게 외쳤다.
“유현애!”
동시에 유현애도 이변을 알아챘다.
“이, 이건?”
우우우우우우!
갑자기 그녀의 손에 쥐어진 불꽃의 활이 진동하면서 강렬한 마력 파동을 쏟아내기 시작한 것이다.
‘뭐지?’
그녀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전방, 숲 저편을 향했다.
보이는 것은 폭연이 자욱하게 피어오르고 있는 숲의 풍경뿐이다.
그런데 왠지 유현애는 그 속에서 어떤 존재와 시선을 마주한 것 같은 착각에 사로잡혔다.
그런 그녀를 정신 차리게 한 것은 용우의 목소리였다.
“허공장 최대 출력으로 전개해!”
동시에 용우도 스펠을 발했다.
-배리어 필드!
반구형 역장이 브라보 분대를 감쌌다.
그 직후 숲에서 뻗어 나온 섬광이 그들을 강타했다.
콰아앙!
“이쯤이야!”
거뜬하게 받아낸 유현애가 의기양양하게 외치는 순간이었다.
쾅! 콰앙! 콰과과과광!
동일한 충격이 연달아 허공장을 두들겨 대는 게 아닌가?
최대 출력으로 전개되었던 유현애의 허공장이 버티지 못하고 뚫렸다.
“아, 안 돼!”
유현애가 비명을 지르는 순간, 용우의 방어막이 공격을 받아냈다.
콰아아앙!
“아저씨!”
유현애가 환호했다.
용우가 폭음 속에서 외쳤다.
“유현애! 안쪽에 허공장을 재구축해! 오래 못 버틴다!”
그러자 유현애가 찬물을 뒤집어쓴 듯 정신을 차렸다.
“5초만 버텨줘요!”
유현애는 그렇게만 대답하고는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했다.
그러자 뚫리면서 해제되었던 허공장이 용우의 방어막 안쪽에서 재구축되기 시작한다. 그 과정이 정말 5초 안에 이뤄지는 걸 본 용우가 혀를 내둘렀다.
‘대단하군.’
위급 상황인데도 유현애의 집중력이 칼날처럼 날카로웠다.
지금 유현애가 해낸 것은 용우처럼 허공장이 손발처럼 익숙하거나 아니면 마력 컨트롤을 숨 쉬듯이 자연스럽게 해낼 수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정체가 발각되는 것까지 각오했는데.’
목숨이 날아갈 판에 정체를 감추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유현애가 해내지 못하면 용우 자신이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유현애는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허공장 재구축이 끝나자 용우가 배리어 필드를 풀면서 외쳤다.
“적을 타격해서 공격을 멈춰야 합니다!”
용우는 적이 에우라스 때와 마찬가지로 끊임없이 공격을 퍼부을 것임을 직감했다.
그렇다면 공격을 끊는 방법은 이쪽에서 반격하는 것밖에 없다.
“유현애! 최대한 넓은 범위를 때려!”
용우는 그렇게 외치며 소총을 들었다.
-염동충격탄(念動衝激彈)!
푸른 섬광이 뻗어나가는 것을 본 브라보 분대원들이 놀랐다.
‘힐러인데 염동충격탄까지 보유했어? 7세대 성적 상위권자라서인가?’
‘이 정도면 마력도 현애보다 위 아닌가?’
용우가 전문 저격수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스펠과 마력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 저격수와 유현애도 용우의 말대로 날아드는 공격 너머를 향해서 어림짐작으로 공격을 날렸다.
콰과과과광……!
유현의 공격이 광범위한 폭발을 일으키자 마침내 적의 공격이 멈추었다.
“멈췄군.”
중얼거리는 용우에게 이미나가 물었다.
“뭐였죠?”
“5등급 지휘관 개체… 아니.”
용우가 이를 악물었다.
“군주 개체.”
무인 전차의 공격으로 불타고 있던 숲에 구멍이 뻥 뚫리고 그 너머에 무언가가 보였다.
그것은 불타는 트롤이었다.
왼팔이 날아가 버린 트롤의 시체를 불꽃이 휘감고 있었다. 불꽃이 뻗어나가서 존재하지 않는 팔의 실루엣을 그려내고 그 기능을 대체한다.
<나는 불꽃의 군주.>
텔레파시가 울려 퍼졌다.
<볼더.>
에우라스에 이은 두 번째 군주 개체가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마침내 만났구나, 거짓된 성좌의 선택을 받은 병사여. 그 연약한 육신을 불태워 주리라.>
불꽃을 피워 올리는 군주 개체가 기괴하게 웃었다.